초보감독 홍명보 ‘따뜻한 카리스마’ 빛났다!



‘리틀 태극전사’ 18년만의 8강…FIFA도 ‘서프라이즈’
‘선수출신 지도자’ 편견 깨고 소통과 신뢰로 팀 이끌어

U-20 월드컵 청소년대표팀이 무서운 기세로 세계 강호들을 물리치면서 수장인 홍명보 청소년 축구대표팀 감독이 연일 화제다. 국민들에게 ‘영원한 리베로’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그가 이제는 탁월한 전술과 리더십으로 노련한 축구감독으로서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스타선수는 지도자로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당당히 깨버린 홍명보 감독의 성공의 기술을 살펴봤다.

‘리틀 태극전사’를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의 기세가 무섭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홍명보호는 지난 3일 ‘죽음의 조’로 불리던 C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미국을 3대0으로 완파하고 ‘6년 만의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승리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6일 새벽에는 또 한 번 완벽한 승전보가 전해졌다.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이집트 카이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16강전에서도 승리를 거머쥔 것.

18년 만에 8강 진출
초보 감독 “일냈다!”

대표팀은 후반 10분 김보경의 선취골을 시작으로 후반 15분과 25분 연속골을 터트린 김민우의 활약에 힘입어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를 3대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91년 포르투갈 대회 때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8강에 오른 뒤 18년 만에 8강 진출의 영광을 재현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상대를 몰아붙인 한국 축구의 저력 앞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곧바로 찬사를 쏟아냈다. FIFA는 대회 16강전에서 한국이 파라과이를 꺾고 8강에 오르자 홈페이지에 ‘Surprise, Surprise(놀랍고, 놀랍다)’란 기사를 올렸다.


FIFA는 “한국이 파라과이보다 강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파라과이는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쌓은 기대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FIFA는 김민우가 후반 15분 쏘아올린 추가골을 ‘오늘의 골’로 선정하며 “날카로운 슛으로 골을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국내 축구인들도 한 목소리로 “결승진출도 가능하다”며 칭찬 릴레이를 펼쳤다.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은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박지성 축구센터(JSFC)’ 기공식에 참석해 “오늘 새벽 열린 한국-파라과이전을 봤냐”며 “정말 대단하다. 이겼을 뿐 아니라 경기 내용도 훌륭했다. 새로운 ‘홍명보 축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도 “청소년대표팀의 지금과 같은 경기력과 조직력이면 충분히 우승도 가능하다. 현재 선수들의 기량과 팀 전력이 예전 대회보다 훨씬 강하다”며 ‘홍명보호’를 극찬했다. 대표팀 합류를 위해 귀국한 이영표는 “우승이 왜 불가능하겠나? 독일과도 비겼다. 청소년대표팀의 4강 진출은 신화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강조했다.

수장인 홍명보 감독에 대한 박수도 이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이청용은 지난 6일 ‘박지성 축구센터’ 기공식에서 “홍명보 감독님의 지도를 받고 있는 청소년대표팀 선수들은 행운아다. 홍 감독은 큰 경기 경험이 많아서인지 항상 선수 입장에서 우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지도자”라고 전했다.

스타선수 출신 감독
‘안 된다’ 편견 버려

지난 2007년 캐나다대회에서 청소년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조동현 감독도 언론을 통해 “홍 감독은 타고난 지략가 같다”며 “조영철, 이승렬과 같은 기존 선수들을 과감히 빼고 적절한 시점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호평했다.

당사자인 홍명보 감독도 평소와는 달리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 선수시절부터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조용한 카리스마를 내뿜던 그가 이 날만은 골이 터지는 순간 선수 및 코칭스태프를 끌어안으며 감정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경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8강 진출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파라과이를 3골차로 이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외국에서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우리 선수들이 이런 결과를 기록한 건 조사를 해볼 만한 일이다”라고 흥분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또한 “8강에 올랐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 세 게임(8강전·4강전·결승전) 남았는데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승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평소와 달리 승리를 자축하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 것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생각해본다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올 초 그가 청소년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을 당시 주위에서 쏟아낸 우려의 시선은 깊었다. ‘스타선수는 지도자로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축구계의 통설이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라고 하더라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홍 감독은 그를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로 스타플레이어였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만 21세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2002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견인차 역할까지 12년간 한국 축구의 한 역사를 장식한 주인공이다.

이후 2002년 11월에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를 끝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은 그는 2004년 10월 현역선수 생활에서 은퇴해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홍 감독은 2005년 9월, 이듬해 ‘2006 독일 월드컵’을 준비하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으로부터 코치직 제의를 받고 지도자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독일 월드컵 직후에는 핌 베어벡 감독과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코치로 연이어 활동하며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3월 U-20 월드컵 청소년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기대와 우려 속에 맡게 된 청소년대표팀은 초기 운영상의 어려움이 많았다. 프로 선수들은 대표팀에 차출되거나 K-리그 참가로 불규칙한 일정 때문에 차출 자체가 어려워 대학생 위주로 팀을 꾸려야 했다.

한국 축구의 간판 미드필더로 성장한 기성용은 “A대표팀에 전념하라”는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에 따라 청소년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A매치 135경기 출전이란 명성은 ‘경험 없는 초짜감독’이란 비난 속에 축구팬들과 언론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그는 그러나 초보감독답지 않은 노련한 리더십으로 청소년대표팀을 보란 듯이 이끌었다. 청소년대표팀은 지난 4월 이집트 초청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지난달 수원컵 국제대회에서도 3전 전승 우승을 지휘했다. 홍명보호의 U-20 월드컵 직전까지 국제대회 성적은 6승3무로 9경기 연속 무패를 자랑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U-20 월드컵에서도 국내 대표팀의 맹렬한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현 청소년대표팀에는 2005년 박주영, 2007년 이청용처럼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스타가 없었지만 문제되지 않았다. 언론과 축구계는 청소년대표팀이 걸출한 스타급 선수 하나 없이 연일 승전보를 전하는 데는 ‘홍명보식 리더십’이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한다.
 

홍명보식 리더십은 한마디로 철저한 수평적 관계에서 비롯된다. 홍명보 감독은 늘 “선수들과 나는 직책이 다를 뿐”이라며 선수와 감독의 격의 없는 관계를 강조해 왔다.

그는 공식적인 팀 미팅에서 선수들과 경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원칙은 그가 청소년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이후 한 번도 어김이 없다.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격체로 대우하며 각자의 본분을 지키자는 홍명보 감독의 의도가 내포돼 있다.


경기 이후에도 선수들에게 윽박지르기보다는 한마디 말로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게 홍명보 감독의 스타일이다. 지난달 27일 카메룬과의 1차전에서 청소년대표팀이 0대2로 패한 직후에도 그는 선수들에게 질책이 아닌 “여러분들 오늘 잘 싸웠습니다. 충분히 잘했어요”란 말로 기 살리기에 나섰다.

홍 감독의 탈권위적 리더십은 선수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 청소년대표팀을 살펴보면 후보 선수와 주전의 격의가 없다. 파라과이전 당시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켜야 했던 후보 선수들은 골이 터지는 순간 어김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골 세레머니에 동참했다.

공석에선 경어 사용
존중과 원칙주의 빛나

홍 감독도 경기가 끝나자마자 벤치에 앉아있는 후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선발과 후보로 나뉘었지만 한 팀이란 인식을 늘 강조하는 모습이다.

철저히 실력으로 선수들을 평가하는 것도 홍 감독이 높이 평가받는 수장으로서의 덕목이다. 스포츠계 한 관계자가 “홍명보호는 경기 시작 전까지 베스트 11을 알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듯이 그는 선수의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는다. 청소년대표팀 내 선수 전원에 대한 믿음과 탁월한 판단력으로 전략을 세울 뿐이다.

그의 이 같은 승부수가 진가를 발휘한 경기가 지난달 29일 독일과의 2차전이었다. 그는 카메룬과 1차전에서 0대2로 패한 뒤 독일과의 경기에서 무려 5명을 베스트 11에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이름값을 무시하고 독일의 사이드 공세를 막아내려면 스피드와 수비 가담 능력이 뛰어난 김민우와 서정진 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게 스포츠계의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고 우승 후보 독일을 상대로 1대1 극적인 무승부를 연출하며 국내 청소년대표팀의 거친 행보에 불씨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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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