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감독 홍명보 ‘따뜻한 카리스마’ 빛났다!



‘리틀 태극전사’ 18년만의 8강…FIFA도 ‘서프라이즈’
‘선수출신 지도자’ 편견 깨고 소통과 신뢰로 팀 이끌어

U-20 월드컵 청소년대표팀이 무서운 기세로 세계 강호들을 물리치면서 수장인 홍명보 청소년 축구대표팀 감독이 연일 화제다. 국민들에게 ‘영원한 리베로’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그가 이제는 탁월한 전술과 리더십으로 노련한 축구감독으로서의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스타선수는 지도자로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당당히 깨버린 홍명보 감독의 성공의 기술을 살펴봤다.

‘리틀 태극전사’를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의 기세가 무섭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홍명보호는 지난 3일 ‘죽음의 조’로 불리던 C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미국을 3대0으로 완파하고 ‘6년 만의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승리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6일 새벽에는 또 한 번 완벽한 승전보가 전해졌다. 청소년 축구대표팀이 이집트 카이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16강전에서도 승리를 거머쥔 것.

18년 만에 8강 진출
초보 감독 “일냈다!”

대표팀은 후반 10분 김보경의 선취골을 시작으로 후반 15분과 25분 연속골을 터트린 김민우의 활약에 힘입어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를 3대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91년 포르투갈 대회 때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8강에 오른 뒤 18년 만에 8강 진출의 영광을 재현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상대를 몰아붙인 한국 축구의 저력 앞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곧바로 찬사를 쏟아냈다. FIFA는 대회 16강전에서 한국이 파라과이를 꺾고 8강에 오르자 홈페이지에 ‘Surprise, Surprise(놀랍고, 놀랍다)’란 기사를 올렸다.


FIFA는 “한국이 파라과이보다 강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파라과이는 조별리그를 치르면서 쌓은 기대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FIFA는 김민우가 후반 15분 쏘아올린 추가골을 ‘오늘의 골’로 선정하며 “날카로운 슛으로 골을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국내 축구인들도 한 목소리로 “결승진출도 가능하다”며 칭찬 릴레이를 펼쳤다.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은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열린 ‘박지성 축구센터(JSFC)’ 기공식에 참석해 “오늘 새벽 열린 한국-파라과이전을 봤냐”며 “정말 대단하다. 이겼을 뿐 아니라 경기 내용도 훌륭했다. 새로운 ‘홍명보 축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도 “청소년대표팀의 지금과 같은 경기력과 조직력이면 충분히 우승도 가능하다. 현재 선수들의 기량과 팀 전력이 예전 대회보다 훨씬 강하다”며 ‘홍명보호’를 극찬했다. 대표팀 합류를 위해 귀국한 이영표는 “우승이 왜 불가능하겠나? 독일과도 비겼다. 청소년대표팀의 4강 진출은 신화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강조했다.

수장인 홍명보 감독에 대한 박수도 이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이청용은 지난 6일 ‘박지성 축구센터’ 기공식에서 “홍명보 감독님의 지도를 받고 있는 청소년대표팀 선수들은 행운아다. 홍 감독은 큰 경기 경험이 많아서인지 항상 선수 입장에서 우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지도자”라고 전했다.

스타선수 출신 감독
‘안 된다’ 편견 버려

지난 2007년 캐나다대회에서 청소년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조동현 감독도 언론을 통해 “홍 감독은 타고난 지략가 같다”며 “조영철, 이승렬과 같은 기존 선수들을 과감히 빼고 적절한 시점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호평했다.

당사자인 홍명보 감독도 평소와는 달리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과거 선수시절부터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조용한 카리스마를 내뿜던 그가 이 날만은 골이 터지는 순간 선수 및 코칭스태프를 끌어안으며 감정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경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8강 진출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파라과이를 3골차로 이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외국에서 전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우리 선수들이 이런 결과를 기록한 건 조사를 해볼 만한 일이다”라고 흥분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또한 “8강에 올랐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 세 게임(8강전·4강전·결승전) 남았는데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승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평소와 달리 승리를 자축하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 것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생각해본다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올 초 그가 청소년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을 당시 주위에서 쏟아낸 우려의 시선은 깊었다. ‘스타선수는 지도자로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축구계의 통설이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라고 하더라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홍 감독은 그를 모르는 국민이 없을 정도로 스타플레이어였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만 21세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2002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견인차 역할까지 12년간 한국 축구의 한 역사를 장식한 주인공이다.

이후 2002년 11월에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를 끝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은 그는 2004년 10월 현역선수 생활에서 은퇴해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홍 감독은 2005년 9월, 이듬해 ‘2006 독일 월드컵’을 준비하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으로부터 코치직 제의를 받고 지도자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독일 월드컵 직후에는 핌 베어벡 감독과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코치로 연이어 활동하며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3월 U-20 월드컵 청소년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기대와 우려 속에 맡게 된 청소년대표팀은 초기 운영상의 어려움이 많았다. 프로 선수들은 대표팀에 차출되거나 K-리그 참가로 불규칙한 일정 때문에 차출 자체가 어려워 대학생 위주로 팀을 꾸려야 했다.

한국 축구의 간판 미드필더로 성장한 기성용은 “A대표팀에 전념하라”는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에 따라 청소년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A매치 135경기 출전이란 명성은 ‘경험 없는 초짜감독’이란 비난 속에 축구팬들과 언론의 외면을 받아야 했다.

그는 그러나 초보감독답지 않은 노련한 리더십으로 청소년대표팀을 보란 듯이 이끌었다. 청소년대표팀은 지난 4월 이집트 초청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지난달 수원컵 국제대회에서도 3전 전승 우승을 지휘했다. 홍명보호의 U-20 월드컵 직전까지 국제대회 성적은 6승3무로 9경기 연속 무패를 자랑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U-20 월드컵에서도 국내 대표팀의 맹렬한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현 청소년대표팀에는 2005년 박주영, 2007년 이청용처럼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스타가 없었지만 문제되지 않았다. 언론과 축구계는 청소년대표팀이 걸출한 스타급 선수 하나 없이 연일 승전보를 전하는 데는 ‘홍명보식 리더십’이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한다.
 

홍명보식 리더십은 한마디로 철저한 수평적 관계에서 비롯된다. 홍명보 감독은 늘 “선수들과 나는 직책이 다를 뿐”이라며 선수와 감독의 격의 없는 관계를 강조해 왔다.

그는 공식적인 팀 미팅에서 선수들과 경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원칙은 그가 청소년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이후 한 번도 어김이 없다.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격체로 대우하며 각자의 본분을 지키자는 홍명보 감독의 의도가 내포돼 있다.


경기 이후에도 선수들에게 윽박지르기보다는 한마디 말로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게 홍명보 감독의 스타일이다. 지난달 27일 카메룬과의 1차전에서 청소년대표팀이 0대2로 패한 직후에도 그는 선수들에게 질책이 아닌 “여러분들 오늘 잘 싸웠습니다. 충분히 잘했어요”란 말로 기 살리기에 나섰다.

홍 감독의 탈권위적 리더십은 선수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 청소년대표팀을 살펴보면 후보 선수와 주전의 격의가 없다. 파라과이전 당시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켜야 했던 후보 선수들은 골이 터지는 순간 어김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골 세레머니에 동참했다.

공석에선 경어 사용
존중과 원칙주의 빛나

홍 감독도 경기가 끝나자마자 벤치에 앉아있는 후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선발과 후보로 나뉘었지만 한 팀이란 인식을 늘 강조하는 모습이다.

철저히 실력으로 선수들을 평가하는 것도 홍 감독이 높이 평가받는 수장으로서의 덕목이다. 스포츠계 한 관계자가 “홍명보호는 경기 시작 전까지 베스트 11을 알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듯이 그는 선수의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는다. 청소년대표팀 내 선수 전원에 대한 믿음과 탁월한 판단력으로 전략을 세울 뿐이다.

그의 이 같은 승부수가 진가를 발휘한 경기가 지난달 29일 독일과의 2차전이었다. 그는 카메룬과 1차전에서 0대2로 패한 뒤 독일과의 경기에서 무려 5명을 베스트 11에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이름값을 무시하고 독일의 사이드 공세를 막아내려면 스피드와 수비 가담 능력이 뛰어난 김민우와 서정진 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게 스포츠계의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고 우승 후보 독일을 상대로 1대1 극적인 무승부를 연출하며 국내 청소년대표팀의 거친 행보에 불씨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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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건물의 진짜 주인을 찾아라. 매매가만 3000억원을 상회하는 건물은 10년 넘게 소유권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건물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과정서 새로운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야말로 건물 주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7길 55에 우뚝 솟은 지상 15층 건물, 에이프로스퀘어. 에이프로스퀘어는 2011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소송의 대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시행사에서 시공사의 특수목적법인(SPC), 또 사모펀드로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송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건물값은 1600억원대서 3000억원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차례 바뀐 건물 주인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는 시선RDI가 시행사로, A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시선RDI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1200억원의 자금을 금융권서 조달했다. 1200억원의 채무가 처리되는 과정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이 시선RDI서 A사의 SPC인 더케이로 이전됐다. 소유권 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A사는 “2008년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 채무보증(1350억원)을 조건으로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2009년 9월 시행사 시선RDI는 분양에 실패했고, 2011년 1월 건물 준공 시점까지 우리는 320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5월30일 시선RDI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불이행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결국 A사는 공사비도 받지 못한 상태서 시선RDI의 채무를 인수, 대위변제한 후 수탁사(한국자산신탁)에 공매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매가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A사는 시선RDI가 1200억원을 대출받은 다음 날 시행사도 모르게 채무를 갚았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채권을 바로 (A사 측에)넘겨버렸다. 우리는 그 내용을 뒤늦게 알았다. A사와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 우리은행이 짜고 건물을 통째로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시선RDI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10여년 넘게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4년 대법원이 원고(시선RDI) 패소로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재심에 재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찾았다. 결과는 번번이 시선RDI 측의 완패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송이 진행되면서 소유권 이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주가 더케이(A사의 SPC)서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의 수탁자)으로, 또 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49호의 수탁자)으로, 우리은행(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의 수탁자)으로까지 바뀌는 과정서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이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으로 공개됐다. 시선RDI는 2021년 A사·우리은행·하나은행·교보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소유권 이전 등기 이행 등을 추가해 청구원인과 취지를 변경 신청했다. 소유권보존등기는 새로 지은 건물을 처음으로 공식 문서에 올리는 작업이다. 건물의 출생신고라고 보면 된다. 수천억 강남 빌딩 10년째 소송전 1680억→2040억→3080억 거래돼 시선RDI는 2011년 1월 에이프로스퀘어 완공 이후 한 달 뒤인 2월 A사가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또 소유권보존등기가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았으니 그 이후 진행된 이전등기 또한 원인무효 등기라고 주장했다. 최초 소유권자이자 시행사인 시선RDI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이전해 달라는 요청이다.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진짜 주인’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집합건물의 경우 수탁사가 ‘등기상 소유주’ 실제 매매대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가 ‘실소유주’가 된다. 김 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쟁점 중 일부가 된 부분은 펀드의 의사결정을 맡는 보통주를 누가 갖고 있는지였다. A사가 설립한 SPC 더케이는 2013년 12월, 1680억원을 받고 한국증권금융에 에이프로스퀘어를 매각했다. 이때 건물 매입을 위해 조성된 펀드가 엠플러스 9호다. 이 상황서 수탁사인 한국증권금융이 등기상 소유주, 엠플러스 9호가 실소유주가 된다. 이후 2019년 3월 하나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마스턴 49호가 2040억원에, 2022년 4월 우리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제이알 32호가 3080억원에 에이프로스퀘어를 샀다. 김 대표는 제이알 32호의 보통주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이면서 의사 결정권도 가진 보통주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게 제이알 32호와 수탁사인 우리은행에 해당 내용이 담긴 문서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이알 32호를 만든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 펀드의 보통주 보유자 및 그 명의 변경내역 및 보통주 주식보유량(수익증권의 좌수) 변경에 대한 내역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펀드의 ‘진짜 주인’을 찾아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법원이 응한 것이다. “보통주 공개하라” 우리은행은 “제이알 32호 투자자의 주식 보유내역과 펀드 운용사 및 업무집행조합원 내역 정보에 대한 문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고(시선RDI 측)가 신청한 문서는 개인 신용정보 주체인 제3자의 개인정보, 거래내용, 신용도, 신용거래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문서 제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서 제출 명령을 받은 제이알투자운용은 제이알 32호의 ‘수익자별 보유수량 안내 공문’을 특정 투자자로부터 교부받아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제이알 32호에 돈을 넣은 1종 투자자와 2종 투자자의 명단과 액수가 기재돼있다. 문서에 따르면 해당 투자자들은 총 127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는 ▲삼성증권 ▲키움증권 ▲현대커머셜 ▲교보리얼코 ▲에스텍시스템 ▲제이알투자운용 등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결국 투자자 외 보통주 명단에 대해서는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제이알투자운용은 두 번에 걸친 법원의 명령에도 문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문서를 내놨다. 결국 제이알 32호의 보통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A사가 어떤 식으로든 펀드의 보통주로 참여해 에이프로스퀘어 매매와 운영에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근거로 ▲A사의 에이프로스퀘어 일부층 책임임차 ▲일부 삭제된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업체와의 계약 ▲계약금 없이 진행된 에이프로스퀘어 매매 과정 등을 들었다. A사는 그동안 진행된 소송 결과 등을 근거로 김 대표가 주장하는 의혹을 일축해 왔다. 김 대표는 시선RDI 등의 부동산 진정명의 회복과 손해 입증을 위해 제이알 32호의 보통주 내역 등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는 2022년 4월25일 하나은행(매도인)·마스턴투자운용(매도인 집합투자업자)과 우리은행(매수인)·제이알투자운용(매수인 집합투자업자) 간 이뤄진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계약금은 왜 없었나 또 해당 매매계약 과정서 우리은행(매수인)이 하나은행(매도인)으로부터 책임임차인과 임차인들 간의 전대차계약과 사용계약 등을 승계했는데 이 책임임차인이 A사인지 여부를 사실확인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과정을 통해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A사의 승계동의서 등이 공개됐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기간이다. A사가 제출한 승계동의서는 하나은행·마스턴투자운용·우리은행·제이알투자운용에 보낸 것이다. 기존 임대인과 매도인 집합투자업자 사이에 체결한 계약이 이후에도 같은 조건으로 승계된다는 점을 명시한 문서다. 승계동의서에 따르면 A사는 에이프로스퀘어 7개층에 대한 일종의 ‘책임임차’를 하고 있다. 책임임차는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가 임차인 유치를 약속하는 계약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A사는 그 기간을 2013년 12월24일부터 지난해 12월23일까지 10년으로 잡았다. 자료를 제출한 시기인 지난달 21일에는 이미 책임임차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승계동의서에 ‘목적물(에이프로스퀘어)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이 지급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되면 그날(계약일)을 기준으로(중략) 동일한 내용으로 승계되고 그에 따라 본 계약은 매수인 및 매수인 집합투자업자와 임차인 사이에 계속 유효하게 존속함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들어 A사의 책임임차 기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제이알 32호의 만료일인 2027년까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A사는 2023년 12월23일로 책임임차 기간이 끝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10년간의 책임임차는 에이프로스퀘어 최초 매매계약 당사자인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 9호의 수탁자)의 매수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공매 유찰로 은행이자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A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면서 책임임차 기간 종료 이후 매수인이나 매도인 등과 추가로 맺은 계약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에이프로스퀘어와 관련한 A사의 ‘책임’은 이미 끝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A사는 “당사는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의 소유권자나 투자자가 아니다. 또 제이알 32호의 투자자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전해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2013년 더케이서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이 이전될 때 맺은 매매계약서를 보면 ‘계약금 168억원은 실납입액 없이 1순위 우선수익자의 채권과 선 상계(정산)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갈음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매매가는 1680억원이었고 1순위 우선수익자는 더케이였다. 실제 계약금 형식의 돈이 오간 적이 없는 것이다. 법원 문서 제출 명령으로 새 국면? 기판력 vs 새로운 증거 쟁점될 듯 2019년 한국증권금융서 하나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갈 때도 매매대금 2040억원에 대한 계약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2022년 하나은행서 우리은행으로 등기상 소유주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매매대금은 3080억원이었다.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을 진행할 때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하는 관행서 벗어난 거래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동일한 건물을 3회 거래하는 과정서 계약금을 걸지 않았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대단한 신뢰가 있거나 진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움직인 경우다. 그게 아니고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확인된다.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7조(진술 및 보증) 3. 소송 및 분쟁 부분을 보면 ‘매도인 또는 매도인 집합투자업자를 상대로 하는 어떠한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제기되거나 진행 중에 있지 않으며 매도인 및 매도인 집합투자업자가 아는 한 그런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매매계약서에 들어갈 수 있는 문구로 보인다. 하지만 ‘단, 어떠한 경우에도 매매목적물의 개발, 신탁, 소유권 이전 등과 관련한 ‘(주)시선알디아이’와 여하한 자 사이의 민원, 청구, 소송 또는 분쟁(그와 유사하거나, 연관되거나, 그로부터 파생된 것을 포함함)은 본호의 진술 및 보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단서 문구가 달렸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은 없지만 시선RDI와의 그것은 보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매계약 시기(2022년 4월25일)에는 이미 시선RDI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2021년)를 제기한 상태였다.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해지만 소 제기 자체는 매매계약 1년 전에 진행됐다. 매도인은 해당 문제를 알고 팔았는지 매수인은 알고 샀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하는 과정서 투자금을 넣은 투자자에게 해당 정보가 사전에 고지됐는지 여부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장물을 사고 팔았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탁자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사는)제이알 제32호의 수탁사로,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의한 재산의 취득 처분을 담당한다. 펀드 운용에 관한 어떠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 관련해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되고 진행됐다. 운영사는 법률적인 검토를 완료해 매매계약을 완료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수탁사는 자본시장법상 운용과 관련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제이알 32호 펀드의 보통주 내역 등 관련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하나은행 역시 마스턴 49호의 수탁사일 뿐 운용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일요시사>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소유 분쟁 그 끝은?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수탁사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전의 소송은 시공사와 수탁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단 한 건의 소송서도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시공사와 수탁사는 이를 근거로 기판력을 주장하고 있다. 시행사 대표는 “이전에 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소송이고 이에 대해 변론종결일까지도 피고는 어떤 주장도 반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