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띄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대어’ 하이닉스반도체 삼킬까? 뱉을까?

최근 효성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겠다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해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석래 회장의 강한 의지로 수개월 전부터 인수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는 그 속내를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재계 도약을 위한 조 회장의 깜짝 승부수라는 해석부터 MB ‘사돈기업’의 특혜, 후계구도를 위한 전략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심지어 업계 일각에선 효성이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든 반도체 기업을 그것도 자신보다 덩치가 두 배나 큰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무리수란 목소리도 들린다. 

효성, 자산규모 2배 차이나는 하이닉스 인수 의지 표명
재계 MB 사돈기업 특혜, 후계구도 전략 등 해석 다양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하이닉스반도체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지난달 22일 효성그룹이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단독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너무 큰 물고기(?)
인수자금만 4조원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조직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부터 인수 실무팀을 꾸려 재계 및 정관계인사들과 접촉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수 실무팀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이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란 점에서 조 회장이 이번 인수전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식이 알려지자 재계는 한 마디로 ‘무모한 도전’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산규모에서 효성보다 덩치가 두 배 이상 큰 하이닉스를 인수한다는 것은 최근 경기상황과 전망 등을 볼 때 무리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재계는 가장 먼저 효성의 재무구조를 꼬집었다. 효성의 총자산은 8조4240억원으로 하이닉스의 총자산 13조5393억원의 60% 수준에 그친다. 따라서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위해선 돈을 빌려야 하는데 지난 6월말 기준 순차입금이 이미 2조원대에 달해 효성이 인수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안 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이번 하이닉스의 매각 대상 지분은 총 주식의 28.07%로 지난달 22일 종가기준 3조6500억원가량으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인수자금은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효성은 기업 인수 시 인수대금뿐만 아니라 9조원 규모의 하이닉스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 동시에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매년 2~3조원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해 인수 후에도 효성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는 효성이 설사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운용할 역량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황 변동이 심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반도체 산업 경험이 전혀 없는 효성이 하이닉스의 경쟁력을 키울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령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반도체 사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효성은 ‘승자의 재앙’을 겪을 위험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이제 재계는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도 인수에 적극적인 조 회장의 속내에 집중하고 있다. 증권가와 재계는 다각화를 통한 사업 확장 의지라는 원론적 해석부터 ‘효성의 후계구도와 관련이 있다’ ‘현 정부 사돈그룹인 만큼 특혜를 입었다’는 등 갖가지 설들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업계는 이번 인수전이 조 회장의 강력한 사업 확장 의지와 사업다각화를 통한 수익구조 개편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다.

인수만 하면 재계
33위→19위 껑충

실제 효성이 세계 2위의 반도체기업인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총 자산규모는 21조8000억원으로 늘어 재계서열 33위에서 19위로 껑충 뛰어 오르게 된다. 1990년대 중반까지 재계 서열 15위권을 유지했던 효성의 명예를 단 번에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효성이 섬유, 중공업 등 전통 제조업에 국한된 만큼 이번 인수가 그룹의 외형을 확장하는 데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효성의 사업구조가 안정적이고 상당 규모의 수익을 내고는 있지만 외형을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하이닉스 인수로 성장 동력을 확보할 뿐 아니라 제조업에 국한된 그룹의 이미지 개선도 기대할 수 있어 효성의 미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하이닉스 인수참여를 두고 이 같은 원론적 해석보다는 효성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는 점을 더 주목하고 있다.

효성 반도체사업 경험 전무
금융 시장 ‘소화불량’ 우려


조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2남 조현범(한국타이어 부사장)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로 덕분에 효성은 현 정부 등장부터 그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어 왔던 터다. 이미 일각에선 “전경련 회장이기도 한 조 회장이 이 대통령과 사돈관계를 이용해 인수기업 하나 챙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권에서도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는 정치적으로 결정 난 사항으로 물밑에선 매각 가격이 이미 정해졌다는 등의 출처 없는 소문들이 퍼지고 있다. 이외에도 효성의 하이닉스 참여는 하이닉스 인수 시 경쟁하게 될 삼성과의 인연이 원인이 된다는 시각도 많다.
잘 알려진 대로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삼성물산을 공동으로 창업했던 각별한 인연이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청산 요구로 조 회장은 당시 부실기업으로 은행 관리를 받던 한국타이어와 한국나일론에 삼성이 갖고 있던 주식 3분의 1가량만을 받고 결별했다. 그 뒤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주춧돌인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을 만들었고 눈부신 성장세로 세계 그룹으로 성장했다.
업계는 이에 “삼성이 반도체로 큰 성장을 이룬 만큼 선대의 인연이 있던 효성도 뒤늦게라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어 도약을 꿈꾸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재계 일각에선 또 다른 해석으로 조 회장이 3세를 위해 그룹 몸짓 불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슬하에 장남 조현준 (주)효성 사장과 조현문 효성 부사장, 조현상 효성 전무 등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업계는 조 회장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74세의 고령이기 때문에 조만간 세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던 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하이닉스를 인수해 일찍이 IT사업에 큰 관심을 보여 왔던 장남 조현준 사장에게 맡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승계 움직임이 본격화된다면 이후 나머지 사업도 두 아들에게 양분되지 않겠냐”고 예측했다.
하이닉스 인수 의지를 표명한 조 회장의 속내에 대한 해석이 다양한 가운데 재계는 ‘업계의 실패 선례를 복습하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재계 ‘무리수’ 혹평
주식도 바닥 끝까지

재계 한 관계자는 “효성이 자금 여력도 없고 시너지 효과도 없어 보이는데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는 것은 ‘무리수’라고밖엔 보이지 않는다”며 “무리한 M&A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경험으로 이미 증명된 바 앞선 사례를 참고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미 지난해 금호가 과도한 차입금으로 위기를 맞았으며 반도체 부문에선 동부그룹이 전혀 경험을 갖추지 못한 채 아남반도체 인수에 나섰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외부자금을 동원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연이어 각각 6조4000억원, 4조1000억원에 인수한 뒤 재계 7위로 단숨에 덩치를 키웠지만 자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대우건설을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한화그룹 역시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리던 때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가 그룹 전체가 무너질 뻔한 적이 있다.

당시 6조원 넘는 금액을 써냈던 한화는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유동성 위기설이 나도는 등 시장의 외면이 거세지자 계약이행 보증금 3150억원까지 낸 상태에서 지난 1월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효성도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금융시장으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인수의향서 제출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장이 열리자마자 효성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고 시가총액은 단 3일 만에 1조원이 허공에 사라졌다. 시장이 냉정하게 조 회장의 승부수에 등을 돌린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정작 주인공인 효성은 “아직 인수결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며 여전히 조심스런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10월 중 하이닉스 인수에 관한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과 인수가격 등을 주주협의회 측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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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