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호 키 잡은 정몽준 대표

대권발판 당권장악 ‘보약일까 독약일까’



대선서 MB 손 들어주고 1년10개월 만에 집권여당 대표로
친이·친박계 사이 중심잡기로 당 화합 ‘조정자’ 역할 기대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 정치 입문 22년 만에 집권여당의 수장이 됐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당선된 후 내리 6선을 한 정 최고위원이지만 당직을 가진 지 불과 1년 10개월 만의 일이다. 짧은 시간 동안 당내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데다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을 기반으로 당 대표직에 오른 것이어서 당 안팎에서는 정몽준 대표가 기회를 얻었다는 평에 주저함이 없다. 다만 땅이 굳기도 전에 10월 재보선이라는 실험대에 올랐다는 점이 위기가 될지, 기회로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한 지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당 대표최고위원직에 올랐다.

정 대표가 한나라당에 입당할 때도 그가 승승장구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정 대표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정치권에 입문한 뒤 지난 대선 전까지 무소속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라는 든든한 재력과 현대중공업 사장, 회장이라는 경력,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하며 쌓은 국민적 인지도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정 대표지만 무소속으로 활동하는 것과 정당에 속해 움직인다는 것은 엄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기적인 생명체와 같은 정당 활동에 적응해야 하고 친이, 친박계로 나뉜 한나라당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야 했다. 정 대표는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포기하고 당의 전략공천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당에 대한 기여도를 쌓았다. 당 의원들과 만나고 지역구를 방문해 당원들과의 접촉빈도도 늘렸다.

무소속 색깔 벗은 MJ
여당 수장으로 정치력 시험


이를 통해 처음 한나라당에 발을 디딜 때는 이재오 전 의원의 양보로 최고위원이 됐던 그지만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자력으로 대표최고위원 경선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정 대표는 친이, 친박계에 휩쓸리지 않고 당과 정책, 정치 현안 등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정 대표는 박희태 전 대표가 10월 양산 재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대표직을 이어받게 됐다. 이는 그의 정치 인생에 있어서 ‘위기이자 기회’가 될 전망이다.

빠르게 정상까지 오른 정 대표지만 당에 몸담은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지지기반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나라당은 친이, 친박계가 양분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당 장악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반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정몽준계’라고 불릴 만한 세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친이, 친박계 사이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 ‘조정자’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탕평인사도 가능하다.

정 대표는 취임 첫날인 지난 8일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새 대변인에는 조해진 의원,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정양석 의원을 임명했다. 당직인선에는 계파보다는 능력과 직책에 따른 적합성을 고려됐다. 당 경험이 많은 정 의원은 오랜 무소속 생활을 해 온 정 대표를 잘 보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 측은 “정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국장, 기획조정국장, 수석 부대변인 등을 거쳐 당의 생리를 잘 안다”면서 “오랫동안 무소속으로 활동해온 정 대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기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대표 본인도 당 대표로서 나름의 ‘정치 실험’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전 대표처럼 원외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라는 것. 평소 강조해왔던 공천제도 개혁과 당헌 당규 개정, 당정청의 실질적 협력관계 등에 대한 의중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신임 당 대표로 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당청간 소통강화를 요청했다. 정 대표는 “당과 나라를 위해 사심없이 대표직을 수행하겠다”면서 “대통령과 정례적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고 대표뿐만 아니라 중진의원들이나 다른 의원들과 만남의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답했다.

조정자 역할 자처
친이, 친박 사이 균형잡기


반면 위험요소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내년 지방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의 향방을 알 수 있는 10월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게 그것이다.

정 대표는 당을 ‘정몽준 체제’로 바꾸고 제대로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되기도 전에 10월 재보선을 치러야 할 처지다. 이 경우 취약한 정 대표의 당내 기반으로는 소신껏 리더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게 된다. 게다가 지난 4월 재보선 결과로 당 지도부가 휘청거린 바 있어 10월 재보선 결과를 낙관할 수도 없는 처지다.

결국 10월 재보선은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인 동시에 정 대표의 정치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기전대론도 부담이다. 당초 조기전대론은 4월 재보선 참패 후 당 쇄신위에서 논의된 사항이다. 9월 조기전대는 물리적 여건상 유야무야 됐지만 아직 2월 조기전대론은 살아있다.

이재오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정 대표가 잘하면 그냥 그런 거지만, 잘 못하면 가지고 있는 큰 꿈이 자칫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조심조심 잘하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 최고위원은 10월 재보선을 거론하며 “박희태 대표의 개인적인 처신에 따라서 승계를 한 것이고, 이번 10월 재선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따라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승패에 대해서”라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책임을 져야 할 경우에는 져야 한다. 2월이 될 수도 있고 3월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정기국회가 진행되지만 10월 재보궐선거가 국민적 기대에 워낙 미진하다면 거기에 대해 신중하게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며 조기전당대회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여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부터 10월 재보선, 조기전대론,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정 대표 앞에는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걸어야 할 가시밭길인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명운이 갈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대표직 수행에 대한 평가는 곧 정 대표 본인의 대권 가도와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눈앞에 닥친 재보선
2월 조기전대론 고민

정 대표가 넘어야 하는 것은 정치적 이슈만이 아니다. 당을 이끌며 ‘재벌’이라는 이미지의 족쇄도 풀어야 한다.
정 대표가 대표직을 승계하자 야권에서는 “대통령도 현대 출신 CEO고 한나라당 대표도 현대가의 오너 출신인 정 대표가 맡게 되니 마치 현대가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이 된 것이 아닌가 의아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재벌 출신으로 과연 친서민정책을 펼 수 있을까 하는 국민의 의구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정 대표의 부친은 현대그룹을 세운 고 정주영 회장이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1982년 31세에 불과한 나이에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 중 가장 규모가 큰 계열사이자 세계 최대 조선사였다.

정 회장이 현대중공업을 정 대표에게 맡긴 것은 일찌감치 그에게 정치를 시키기로 마음먹고 안정적으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자 했던 것이라는 게 재계의 전언이다.


정 대표는 13대 총선에 출마하기 전까지 7년간 현대중공업에서 사장과 회장 등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대중공업이 워낙 알짜배기 기업이었던 만큼 정 대표의 경영능력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그의 경영능력이 어찌됐든 계열사 분리 당시 재계 순위 20위권에 머물던 현대중공업은 재계 순위 9위가 됐고 정 대표의 재산은 주가하락으로 반토막이 났어도 여전히 1조를 훌쩍 넘기고 있다.

지난 최고위원 선거에서의 ‘버스비 70원’ 발언으로 재벌 엘리트 이미지는 더욱 강해졌다.

정가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서민정책, 중도실용주의를 통해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은 정 대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재벌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는 정 대표에게 득보다는 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재벌 출신이라는 점이 현 정부의 친서민 행보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의 평범한 가정,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갔을 때 찍은 사진 2장을 꺼내든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다.

정 대표는 또 재산의 사회 헌납과 관련, “내 재산이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현대’ 대통령, 당 대표
부자 이미지 벗을까


정 대표는 당 대표가 된 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의장단 회의에서 정 대표의 일정을 보고 다들 놀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주변에서도 “보좌관이 지칠 정도의 일정”이라는 말이 많다.

취임 첫날인 지난 8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10여 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다음 날에는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조찬 회동을 가졌으며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을 찾았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를 “선배님” “총재님”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0일에는 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3대 종단 지도자들을 차례로 예방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정 대표가 조언을 부탁하자 ‘무설설’(無說說)을 인용해 “말이 없는 가운데 말이 있다는 뜻이다. 말이 많다고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관스님은 “여러 가지로 자기 입장만 주장하면 잘 안 통할 수가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를 당부하기도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 대표를 만난 정진석 추기경은 정 대표가 취임 직후 ‘공직은 죽음과 같다’는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격언을 이용한 점을 거론했다. 정 추기경은 “그런 자세로 가시면 되겠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다”며 “로마 사람들은 이끌고 가는 것보다 뒤에서 밀고 가는 것을 공직의 자세로 봤다. 목자가 양떼를 몰 때는 앞에서 끌고 가지 않고 꼭 뒤에서 몬다. 정 대표의 발언 중 세네카의 격언은 그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엄신형 목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권오성 총무를 차례로 만났다.

11일에는 취임 인사차 상도동 자택을 방문해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만나 신종플루 대책을 들었다.

일정표 빼곡히 채우고
민심·당심 얻으려 잰걸음

취임과 함께 시작된 정 대표의 강행군은 고령이었던 박희태 전 대표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 대표가 젊어진 만큼 당에도 활기를 불어넣고자 했다는 것. 또한 민생행보 외에도 야당·종교계·언론 등과 폭넓게 소통하는 것은 그가 당에서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잰걸음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 대표. 그가 당 대표직을 맡으면서 일장춘몽을 꾸고 말지, 득시즉가(得時卽駕, 좋은 기회를 맞아 일을 성취한다)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몽준은 누구?
▲1951년 부산출생
▲존스홉킨스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1982년 현대중공업 사장
▲1983년 울산대학교 이사장, 대한양궁협회 회장
▲1987년 현대중공업 회장, 도쿄대학교 교환교수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1990년 학교법인 현대학원 이사장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1993년~2009년 대한축구협회 회장
▲1994년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1995년 존스홉킨스대학교 재단 이사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아산재단 이사
▲1999년 고려대 석좌교수, 고려중앙학원 재단이사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21세기 평화재단 이사
▲2002년 2002월드컵 조직위원장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7년 FIFA 올림픽조직위원장
▲2008년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9년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2009년 말레이시아 다투 작위 수상
▲2009년 9월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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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