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호 키 잡은 정몽준 대표

대권발판 당권장악 ‘보약일까 독약일까’



대선서 MB 손 들어주고 1년10개월 만에 집권여당 대표로
친이·친박계 사이 중심잡기로 당 화합 ‘조정자’ 역할 기대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 정치 입문 22년 만에 집권여당의 수장이 됐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당선된 후 내리 6선을 한 정 최고위원이지만 당직을 가진 지 불과 1년 10개월 만의 일이다. 짧은 시간 동안 당내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데다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을 기반으로 당 대표직에 오른 것이어서 당 안팎에서는 정몽준 대표가 기회를 얻었다는 평에 주저함이 없다. 다만 땅이 굳기도 전에 10월 재보선이라는 실험대에 올랐다는 점이 위기가 될지, 기회로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한 지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당 대표최고위원직에 올랐다.

정 대표가 한나라당에 입당할 때도 그가 승승장구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정 대표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정치권에 입문한 뒤 지난 대선 전까지 무소속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라는 든든한 재력과 현대중공업 사장, 회장이라는 경력,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하며 쌓은 국민적 인지도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정 대표지만 무소속으로 활동하는 것과 정당에 속해 움직인다는 것은 엄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기적인 생명체와 같은 정당 활동에 적응해야 하고 친이, 친박계로 나뉜 한나라당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야 했다. 정 대표는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포기하고 당의 전략공천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당에 대한 기여도를 쌓았다. 당 의원들과 만나고 지역구를 방문해 당원들과의 접촉빈도도 늘렸다.

무소속 색깔 벗은 MJ
여당 수장으로 정치력 시험

이를 통해 처음 한나라당에 발을 디딜 때는 이재오 전 의원의 양보로 최고위원이 됐던 그지만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자력으로 대표최고위원 경선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정 대표는 친이, 친박계에 휩쓸리지 않고 당과 정책, 정치 현안 등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정 대표는 박희태 전 대표가 10월 양산 재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대표직을 이어받게 됐다. 이는 그의 정치 인생에 있어서 ‘위기이자 기회’가 될 전망이다.

빠르게 정상까지 오른 정 대표지만 당에 몸담은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지지기반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나라당은 친이, 친박계가 양분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당 장악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반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정몽준계’라고 불릴 만한 세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친이, 친박계 사이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 ‘조정자’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탕평인사도 가능하다.

정 대표는 취임 첫날인 지난 8일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새 대변인에는 조해진 의원,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정양석 의원을 임명했다. 당직인선에는 계파보다는 능력과 직책에 따른 적합성을 고려됐다. 당 경험이 많은 정 의원은 오랜 무소속 생활을 해 온 정 대표를 잘 보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 측은 “정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국장, 기획조정국장, 수석 부대변인 등을 거쳐 당의 생리를 잘 안다”면서 “오랫동안 무소속으로 활동해온 정 대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기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대표 본인도 당 대표로서 나름의 ‘정치 실험’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전 대표처럼 원외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라는 것. 평소 강조해왔던 공천제도 개혁과 당헌 당규 개정, 당정청의 실질적 협력관계 등에 대한 의중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신임 당 대표로 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당청간 소통강화를 요청했다. 정 대표는 “당과 나라를 위해 사심없이 대표직을 수행하겠다”면서 “대통령과 정례적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고 대표뿐만 아니라 중진의원들이나 다른 의원들과 만남의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답했다.

조정자 역할 자처
친이, 친박 사이 균형잡기


반면 위험요소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내년 지방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의 향방을 알 수 있는 10월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게 그것이다.

정 대표는 당을 ‘정몽준 체제’로 바꾸고 제대로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되기도 전에 10월 재보선을 치러야 할 처지다. 이 경우 취약한 정 대표의 당내 기반으로는 소신껏 리더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게 된다. 게다가 지난 4월 재보선 결과로 당 지도부가 휘청거린 바 있어 10월 재보선 결과를 낙관할 수도 없는 처지다.

결국 10월 재보선은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인 동시에 정 대표의 정치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기전대론도 부담이다. 당초 조기전대론은 4월 재보선 참패 후 당 쇄신위에서 논의된 사항이다. 9월 조기전대는 물리적 여건상 유야무야 됐지만 아직 2월 조기전대론은 살아있다.

이재오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정 대표가 잘하면 그냥 그런 거지만, 잘 못하면 가지고 있는 큰 꿈이 자칫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조심조심 잘하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 최고위원은 10월 재보선을 거론하며 “박희태 대표의 개인적인 처신에 따라서 승계를 한 것이고, 이번 10월 재선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따라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승패에 대해서”라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책임을 져야 할 경우에는 져야 한다. 2월이 될 수도 있고 3월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정기국회가 진행되지만 10월 재보궐선거가 국민적 기대에 워낙 미진하다면 거기에 대해 신중하게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며 조기전당대회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여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부터 10월 재보선, 조기전대론,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정 대표 앞에는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걸어야 할 가시밭길인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명운이 갈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대표직 수행에 대한 평가는 곧 정 대표 본인의 대권 가도와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눈앞에 닥친 재보선
2월 조기전대론 고민

정 대표가 넘어야 하는 것은 정치적 이슈만이 아니다. 당을 이끌며 ‘재벌’이라는 이미지의 족쇄도 풀어야 한다.
정 대표가 대표직을 승계하자 야권에서는 “대통령도 현대 출신 CEO고 한나라당 대표도 현대가의 오너 출신인 정 대표가 맡게 되니 마치 현대가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이 된 것이 아닌가 의아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재벌 출신으로 과연 친서민정책을 펼 수 있을까 하는 국민의 의구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정 대표의 부친은 현대그룹을 세운 고 정주영 회장이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1982년 31세에 불과한 나이에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 중 가장 규모가 큰 계열사이자 세계 최대 조선사였다.

정 회장이 현대중공업을 정 대표에게 맡긴 것은 일찌감치 그에게 정치를 시키기로 마음먹고 안정적으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자 했던 것이라는 게 재계의 전언이다.

정 대표는 13대 총선에 출마하기 전까지 7년간 현대중공업에서 사장과 회장 등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대중공업이 워낙 알짜배기 기업이었던 만큼 정 대표의 경영능력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그의 경영능력이 어찌됐든 계열사 분리 당시 재계 순위 20위권에 머물던 현대중공업은 재계 순위 9위가 됐고 정 대표의 재산은 주가하락으로 반토막이 났어도 여전히 1조를 훌쩍 넘기고 있다.

지난 최고위원 선거에서의 ‘버스비 70원’ 발언으로 재벌 엘리트 이미지는 더욱 강해졌다.

정가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서민정책, 중도실용주의를 통해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은 정 대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재벌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는 정 대표에게 득보다는 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재벌 출신이라는 점이 현 정부의 친서민 행보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의 평범한 가정,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갔을 때 찍은 사진 2장을 꺼내든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다.

정 대표는 또 재산의 사회 헌납과 관련, “내 재산이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현대’ 대통령, 당 대표
부자 이미지 벗을까

정 대표는 당 대표가 된 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의장단 회의에서 정 대표의 일정을 보고 다들 놀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주변에서도 “보좌관이 지칠 정도의 일정”이라는 말이 많다.

취임 첫날인 지난 8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10여 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다음 날에는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조찬 회동을 가졌으며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을 찾았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를 “선배님” “총재님”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0일에는 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3대 종단 지도자들을 차례로 예방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정 대표가 조언을 부탁하자 ‘무설설’(無說說)을 인용해 “말이 없는 가운데 말이 있다는 뜻이다. 말이 많다고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관스님은 “여러 가지로 자기 입장만 주장하면 잘 안 통할 수가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를 당부하기도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 대표를 만난 정진석 추기경은 정 대표가 취임 직후 ‘공직은 죽음과 같다’는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격언을 이용한 점을 거론했다. 정 추기경은 “그런 자세로 가시면 되겠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다”며 “로마 사람들은 이끌고 가는 것보다 뒤에서 밀고 가는 것을 공직의 자세로 봤다. 목자가 양떼를 몰 때는 앞에서 끌고 가지 않고 꼭 뒤에서 몬다. 정 대표의 발언 중 세네카의 격언은 그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엄신형 목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권오성 총무를 차례로 만났다.

11일에는 취임 인사차 상도동 자택을 방문해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만나 신종플루 대책을 들었다.

일정표 빼곡히 채우고
민심·당심 얻으려 잰걸음

취임과 함께 시작된 정 대표의 강행군은 고령이었던 박희태 전 대표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 대표가 젊어진 만큼 당에도 활기를 불어넣고자 했다는 것. 또한 민생행보 외에도 야당·종교계·언론 등과 폭넓게 소통하는 것은 그가 당에서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잰걸음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 대표. 그가 당 대표직을 맡으면서 일장춘몽을 꾸고 말지, 득시즉가(得時卽駕, 좋은 기회를 맞아 일을 성취한다)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몽준은 누구?
▲1951년 부산출생
▲존스홉킨스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1982년 현대중공업 사장
▲1983년 울산대학교 이사장, 대한양궁협회 회장
▲1987년 현대중공업 회장, 도쿄대학교 교환교수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1990년 학교법인 현대학원 이사장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1993년~2009년 대한축구협회 회장
▲1994년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1995년 존스홉킨스대학교 재단 이사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아산재단 이사
▲1999년 고려대 석좌교수, 고려중앙학원 재단이사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21세기 평화재단 이사
▲2002년 2002월드컵 조직위원장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7년 FIFA 올림픽조직위원장
▲2008년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9년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2009년 말레이시아 다투 작위 수상
▲2009년 9월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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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