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호 키 잡은 정몽준 대표

대권발판 당권장악 ‘보약일까 독약일까’



대선서 MB 손 들어주고 1년10개월 만에 집권여당 대표로
친이·친박계 사이 중심잡기로 당 화합 ‘조정자’ 역할 기대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 정치 입문 22년 만에 집권여당의 수장이 됐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당선된 후 내리 6선을 한 정 최고위원이지만 당직을 가진 지 불과 1년 10개월 만의 일이다. 짧은 시간 동안 당내에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데다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을 기반으로 당 대표직에 오른 것이어서 당 안팎에서는 정몽준 대표가 기회를 얻었다는 평에 주저함이 없다. 다만 땅이 굳기도 전에 10월 재보선이라는 실험대에 올랐다는 점이 위기가 될지, 기회로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한 지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당 대표최고위원직에 올랐다.

정 대표가 한나라당에 입당할 때도 그가 승승장구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정 대표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정치권에 입문한 뒤 지난 대선 전까지 무소속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라는 든든한 재력과 현대중공업 사장, 회장이라는 경력,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하며 쌓은 국민적 인지도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정 대표지만 무소속으로 활동하는 것과 정당에 속해 움직인다는 것은 엄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기적인 생명체와 같은 정당 활동에 적응해야 하고 친이, 친박계로 나뉜 한나라당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야 했다. 정 대표는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포기하고 당의 전략공천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당에 대한 기여도를 쌓았다. 당 의원들과 만나고 지역구를 방문해 당원들과의 접촉빈도도 늘렸다.

무소속 색깔 벗은 MJ
여당 수장으로 정치력 시험


이를 통해 처음 한나라당에 발을 디딜 때는 이재오 전 의원의 양보로 최고위원이 됐던 그지만 지난 전당대회에서는 자력으로 대표최고위원 경선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정 대표는 친이, 친박계에 휩쓸리지 않고 당과 정책, 정치 현안 등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정 대표는 박희태 전 대표가 10월 양산 재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대표직을 이어받게 됐다. 이는 그의 정치 인생에 있어서 ‘위기이자 기회’가 될 전망이다.

빠르게 정상까지 오른 정 대표지만 당에 몸담은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지지기반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나라당은 친이, 친박계가 양분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당 장악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반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정몽준계’라고 불릴 만한 세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친이, 친박계 사이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 ‘조정자’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탕평인사도 가능하다.

정 대표는 취임 첫날인 지난 8일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새 대변인에는 조해진 의원,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정양석 의원을 임명했다. 당직인선에는 계파보다는 능력과 직책에 따른 적합성을 고려됐다. 당 경험이 많은 정 의원은 오랜 무소속 생활을 해 온 정 대표를 잘 보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 측은 “정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국장, 기획조정국장, 수석 부대변인 등을 거쳐 당의 생리를 잘 안다”면서 “오랫동안 무소속으로 활동해온 정 대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기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대표 본인도 당 대표로서 나름의 ‘정치 실험’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전 대표처럼 원외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라는 것. 평소 강조해왔던 공천제도 개혁과 당헌 당규 개정, 당정청의 실질적 협력관계 등에 대한 의중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신임 당 대표로 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당청간 소통강화를 요청했다. 정 대표는 “당과 나라를 위해 사심없이 대표직을 수행하겠다”면서 “대통령과 정례적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고 대표뿐만 아니라 중진의원들이나 다른 의원들과 만남의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답했다.

조정자 역할 자처
친이, 친박 사이 균형잡기


반면 위험요소도 곳곳에 산재해 있다. 내년 지방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의 향방을 알 수 있는 10월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게 그것이다.

정 대표는 당을 ‘정몽준 체제’로 바꾸고 제대로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되기도 전에 10월 재보선을 치러야 할 처지다. 이 경우 취약한 정 대표의 당내 기반으로는 소신껏 리더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게 된다. 게다가 지난 4월 재보선 결과로 당 지도부가 휘청거린 바 있어 10월 재보선 결과를 낙관할 수도 없는 처지다.

결국 10월 재보선은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인 동시에 정 대표의 정치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기전대론도 부담이다. 당초 조기전대론은 4월 재보선 참패 후 당 쇄신위에서 논의된 사항이다. 9월 조기전대는 물리적 여건상 유야무야 됐지만 아직 2월 조기전대론은 살아있다.

이재오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정 대표가 잘하면 그냥 그런 거지만, 잘 못하면 가지고 있는 큰 꿈이 자칫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조심조심 잘하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 최고위원은 10월 재보선을 거론하며 “박희태 대표의 개인적인 처신에 따라서 승계를 한 것이고, 이번 10월 재선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따라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승패에 대해서”라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책임을 져야 할 경우에는 져야 한다. 2월이 될 수도 있고 3월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정기국회가 진행되지만 10월 재보궐선거가 국민적 기대에 워낙 미진하다면 거기에 대해 신중하게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며 조기전당대회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여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부터 10월 재보선, 조기전대론,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정 대표 앞에는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걸어야 할 가시밭길인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명운이 갈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대표직 수행에 대한 평가는 곧 정 대표 본인의 대권 가도와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눈앞에 닥친 재보선
2월 조기전대론 고민

정 대표가 넘어야 하는 것은 정치적 이슈만이 아니다. 당을 이끌며 ‘재벌’이라는 이미지의 족쇄도 풀어야 한다.
정 대표가 대표직을 승계하자 야권에서는 “대통령도 현대 출신 CEO고 한나라당 대표도 현대가의 오너 출신인 정 대표가 맡게 되니 마치 현대가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이 된 것이 아닌가 의아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재벌 출신으로 과연 친서민정책을 펼 수 있을까 하는 국민의 의구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정 대표의 부친은 현대그룹을 세운 고 정주영 회장이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1982년 31세에 불과한 나이에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 중 가장 규모가 큰 계열사이자 세계 최대 조선사였다.

정 회장이 현대중공업을 정 대표에게 맡긴 것은 일찌감치 그에게 정치를 시키기로 마음먹고 안정적으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자 했던 것이라는 게 재계의 전언이다.


정 대표는 13대 총선에 출마하기 전까지 7년간 현대중공업에서 사장과 회장 등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대중공업이 워낙 알짜배기 기업이었던 만큼 정 대표의 경영능력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그의 경영능력이 어찌됐든 계열사 분리 당시 재계 순위 20위권에 머물던 현대중공업은 재계 순위 9위가 됐고 정 대표의 재산은 주가하락으로 반토막이 났어도 여전히 1조를 훌쩍 넘기고 있다.

지난 최고위원 선거에서의 ‘버스비 70원’ 발언으로 재벌 엘리트 이미지는 더욱 강해졌다.

정가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이 서민정책, 중도실용주의를 통해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은 정 대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재벌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는 정 대표에게 득보다는 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재벌 출신이라는 점이 현 정부의 친서민 행보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의 평범한 가정,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을 갔을 때 찍은 사진 2장을 꺼내든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다.

정 대표는 또 재산의 사회 헌납과 관련, “내 재산이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현대’ 대통령, 당 대표
부자 이미지 벗을까


정 대표는 당 대표가 된 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의장단 회의에서 정 대표의 일정을 보고 다들 놀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주변에서도 “보좌관이 지칠 정도의 일정”이라는 말이 많다.

취임 첫날인 지난 8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10여 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다음 날에는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조찬 회동을 가졌으며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을 찾았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를 “선배님” “총재님”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0일에는 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3대 종단 지도자들을 차례로 예방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정 대표가 조언을 부탁하자 ‘무설설’(無說說)을 인용해 “말이 없는 가운데 말이 있다는 뜻이다. 말이 많다고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관스님은 “여러 가지로 자기 입장만 주장하면 잘 안 통할 수가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를 당부하기도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 대표를 만난 정진석 추기경은 정 대표가 취임 직후 ‘공직은 죽음과 같다’는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격언을 이용한 점을 거론했다. 정 추기경은 “그런 자세로 가시면 되겠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다”며 “로마 사람들은 이끌고 가는 것보다 뒤에서 밀고 가는 것을 공직의 자세로 봤다. 목자가 양떼를 몰 때는 앞에서 끌고 가지 않고 꼭 뒤에서 몬다. 정 대표의 발언 중 세네카의 격언은 그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엄신형 목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권오성 총무를 차례로 만났다.

11일에는 취임 인사차 상도동 자택을 방문해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만나 신종플루 대책을 들었다.

일정표 빼곡히 채우고
민심·당심 얻으려 잰걸음

취임과 함께 시작된 정 대표의 강행군은 고령이었던 박희태 전 대표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 대표가 젊어진 만큼 당에도 활기를 불어넣고자 했다는 것. 또한 민생행보 외에도 야당·종교계·언론 등과 폭넓게 소통하는 것은 그가 당에서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잰걸음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 대표. 그가 당 대표직을 맡으면서 일장춘몽을 꾸고 말지, 득시즉가(得時卽駕, 좋은 기회를 맞아 일을 성취한다)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몽준은 누구?
▲1951년 부산출생
▲존스홉킨스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1982년 현대중공업 사장
▲1983년 울산대학교 이사장, 대한양궁협회 회장
▲1987년 현대중공업 회장, 도쿄대학교 교환교수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1990년 학교법인 현대학원 이사장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1993년~2009년 대한축구협회 회장
▲1994년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1995년 존스홉킨스대학교 재단 이사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아산재단 이사
▲1999년 고려대 석좌교수, 고려중앙학원 재단이사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21세기 평화재단 이사
▲2002년 2002월드컵 조직위원장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7년 FIFA 올림픽조직위원장
▲2008년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9년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2009년 말레이시아 다투 작위 수상
▲2009년 9월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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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