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양용은<풀스토리>

“가난해 어깨 너머 배운 골프로 세계제패!”

제주 섬마을 출신 한 소년이 37년 뒤 세계를 제패했다. 승전보는 멀리 미국에서 들려왔다. 상대인 타이거 우즈에 비하면 무명이나 다름없던 양용은 골프선수가 호랑이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것이다. 볼보이로 골프에 입문해 물에 찬밥을 말아먹으면서도 훈련과 대회 출전에만 전념했던 그이기에 우승의 감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메이저대회 챔피언십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트로피를 차지한 양용은 선수의 뚝심 있는 도전의 기록을 쫓아봤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꺾고 PGA 챔피언십 우승컵 차지   
아시아 첫 메이저 제패…세계랭킹 34위-상금랭킹 9위 기록

‘바람의 아들’ 양용은 선수(37·테일러메이드)가 제대로 사고를 쳤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트로피를 차지해 3연승에 도전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콧대를 누른 것이다. 양용은은 지난 17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해즐타인내셔널GC에서 치러진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US PGA챔피언십의 최종 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와 맞붙었다. 전문가들도 양용은은 우즈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3라운드까지만 해도 우즈의 압승이 예상됐다.

랭킹 110위→34위로 껑충
놀란 외신 일제히 ‘떠들썩’

그러나 4라운드가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변했다. 양용은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페이스를 유지해 간 반면 우즈의 샷은 번번이 실수를 낳았다. 전반 2타를 잃은 우즈는 양 선수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중간 합계 6언더파로 팽팽하게 맞서던 양용은과 우즈의 승부는 14번 홀에서 갈렸다. 우즈가 먼저 버디 기회를 만들어 놓았지만 곧이어 양용은이 결정적 순간의 파4홀 이글을 이끌면서 전세는 역전했다.

남은 것은 네 홀. 그러나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우즈는 계속해서 실수를 연발하며 양용은에게 기회를 만들어줬고 양용은은 차분하게 경기를 이어갔다. 결국 우즈의 세 번째 샷이 홀을 크게 지나치자 양용은의 우승은 현실이 됐다. 세계 골프 역사를 다시 쓸 기록적인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이번 우승으로 양용은은 135만 달러의 상금을 수상하게 된다. 이로써 올 시즌 수상한 상금이 총 322만 달러를 돌파해 상금랭킹 9위로 뛰어 올랐다. ‘호랑이 사냥’에 성공한 덕분에 110위였던 세계 랭킹도 34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더불어 PGA챔피언십은 물론 마스터스와 US오픈, 브리티시오픈까지 4대 메이저대회에 5년간 출전권을 확보했다. 또한 세계골프연맹이 주최하는 특급대회 초청장에도 1순위에 이름을 올리게 되고 미국 대표팀과 인터내셔널팀이 맞붙는 프레지던츠컵 출전도 확정됐다. 금전적인 혜택도 무수하다. 정규시즌이 끝나면 정상급 선수들은 초청료를 받고 이벤트 대회에 출전하게 되는데 일반대회 우승자의 경우 10만 달러가량의 초청료를 받는 반면 메이저대회 우승자는 최소 30만 달러의 초청료를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양용은이 시즌 후 이벤트 대회 초청료만 최소 150만 달러 이상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 최초로 PGA챔피언십 타이틀을 거머쥔 양용은에게 향후 3년간 국제선 전 노선 항공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양용은 선수 부부는 아시아나 항공이 취항하는 국제선 1등석을, 세 아들은 비즈니스석을 3년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수치적인 변화에서 드러나듯 양용은의 이번 대회 우승은 가히 역사적인 수준이다. 언론은 일제히 역대 골프대회 사상 최대의 이변이라고 전했다. 주요 외신들도 앙용은의 우승을 ‘긴급뉴스’로 타전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AP통신은 “올해도 의외의 선수는 많았지만 그중 최고는 양용은”이라며 “그는 모든 사람들이 우즈에게 기대했던 샷들을 날렸다”고 전했다. 폭스스포츠 역시 ‘영원하라, 양(Forever Yang)’이란 극찬과 함께 “22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언더파를 기록한 그의 우승은 마이클 조던이 결승 7차전에서 종료 버저와 함께 덩크슛을 내리꽂은 것과 같은 충격”이라고 전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는 “양용은은 입이 벌어질 만한 마무리를 보였다. 승자는 인기나 이름값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즈 역시 “랭킹 110위가 1위를 꺾었다”며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를 기절시키고 골프 세계를 전율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양용은은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골프장 인근 한국식당에서 부인 박영주씨, 매니저 등 관계자들과 함께 조촐한 축하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소주 한 병 정도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온 양용은은 “TV를 보면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날이 밝았다. 평소 같으면 피곤할 텐데 역시 메이저 우승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뜬눈으로 밤을 새도 피곤하지 않다는 양용은 선수. 당연한 말이다. ‘눈뜨고 나니 스타더라’라는 말처럼 하룻밤 사이 세계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가 됐기에 피곤을 느낄 새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골프를 향한 그의 무수한 노력과 역경들을 살펴본다면 모든 것이 하룻밤 사이에 이뤄진 성과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제주 섬마을 농부의 아들
끝없는 도전 ‘인간 승리’

알려진 대로 그는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 아니다. 골프의 엘리트 코스를 거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제주도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17살 때 보디빌더를 꿈꾸며 몸을 만드는 데 열중했고 고3이 되어서는 남들처럼 대학진학이 꿈이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젊은 나이에 나이트클럽 웨이터와 공사판의 잡부로 전전해야만 했다.

그러나 우연히 알게 된 용인 골프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의 새로운 꿈이 시작된다. 양용은은 연습장에서 볼보이로 일하며 어깨 너머로 골프를 배웠다. 골프채 하나 마련하기 어려워 어렵게 중고 골프채를 얻어 연습했다. 고액의 레슨은 꿈도 꿀 수 없어 거의 독학으로 골프를 익혔다. 양용은은 1997년 프로에 데뷔했다. 그해 8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랭킹 60위에 올랐는데 상금은 590만원에 불과했다.

1999년엔 상금랭킹 9위에 올랐다. 그가 그해 벌어들인 돈은 1800만원이었다. 세금을 떼고 나면 1000만원이 겨우 넘는 돈이었다. 양용은은 한 인터뷰를 통해 “일반 직장인 월급조차 되지 않는 상금 앞에 말없이 내조하는 아내를 볼 면목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듬해인 2000년부터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틈틈이 일본 투어의 문을 두드렸지만 이조차 만만치 않았다.

연습장 볼보이로 골프인생 시작
중고 골프채 얻어 독학으로 익혀


2002년 일본투어를 떠나기 전까지도 그는 용인에서 월세 15만원짜리 단칸방에 아내와 어린 아이들과 함께 살아야하는 배고픈 인생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양용은은 스폰서도 없이 월세방을 전전하면서도 결코 골프인생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2002년 11월 열린 KPGA투어 SBS최강전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양용은은 성공을 향해 질주했다. 2004년부터는 국내 투어를 접고 일본 투어에 전념해 2승을 거뒀다.

2006년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HSBC챔피언스 대회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타이거 우즈가 출전했던 대회였다. 이후 이번 대회에서도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하자 외신들은 “타이거 우즈에게 양용은은 아킬레스건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양용은의 세계 제패를 향한 발걸음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메이저 챔피언의 기쁨을 뒤로한 채 강행군을 펼치게 된다.

양용은은 이번 주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후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출전한다. 플레이오프 대회는 27일 열리는 더 바클레이스를 시작으로 도이체방크챔피언십(9월4~7일), BMW챔피언십(11~13일), 투어챔피언십(24~27일)까지 4주 연속 열린다. 10월8일부터는 프레지던츠컵이 시작된다. 프레지던츠컵은 미국 대표와 인터내셔널팀(유럽 제외)이 각각 12명씩 출전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계 제패 일정 빡빡


미국팀은 타이거 우즈, 스튜어트 싱크와 필 미켈슨, 앤서니 김 등이 나서고 인터내셔널팀은 양용은과 어니 엘스(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등이 포진됐다. 양용은은 여기에서 우즈와 또 한 번의 맞수 경기를 펼치게 된다. 국내 팬들을 만날 기회도 잡혀있다. 양용은은 10월15일부터 용인레이크사이드CC에서 개막하는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대회가 끝난 후 20일부터는 올해 4대 메이저대회(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 우승자들만 출전하는 그랜드슬램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이동한다.

11월에는 타이거 우즈를 꺾어 ‘타이거 헌터’라는 별명을 처음 얻게 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챔피언십(11월5~8일·중국 상하이)에 참가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11월26일부터 중국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오메가 미션힐스 월드컵에도 출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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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