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의 끝나지 않은 ‘기행 스토리’

‘허본좌’의 귀환 …그의 주문이 시작됐다!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가 돌아왔다. 지난 대선 때 과장된 공약으로 철창신세를 지다 지난달 출소한 허 총재는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동안 참았던 ‘기행’을 다시 쏟아내고 있다.

황당 발언도 그대로이고 오버 제스처 또한 그대로다. 특히 최근 폴리테이너 선언은 인터넷 ‘핫이슈’로 뜬 상태다. 온라인 세계는 지금 ‘허본좌의 귀환’을 알리듯 시끌벅적하다. 허 총재의 끝나지 않은 ‘기행’을 따라가 봤다.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건 2007년 말 대선 전후다. 인터넷 상에서 불기 시작한 그의 인기는 열풍을 넘어 신드롬을 일으켰다.

2007년 대선 전후
황당공약으로 유명세

그는 네거티브와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치판 속에서 다소 허황된 발언과 공약을 내세워 국민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전했다. “8번 찍으면 팔자 핍니다…아이큐 430인 본인이 천재 정치를 펼치겠다… 박정희 전 대통령 정책보좌관이었고 새마을운동을 처음 제안했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양자였다… 축지법과 공중부양에 능통하다…눈빛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 외계인과 소통한다….”

당시 기호 8번 허 총재의 ‘황당한’ 공약들은 ▲모든 세금 폐지 ▲국민 실망 부르는 정당제도 폐지 ▲65세 이상 매월 50만원씩 지급 ▲출산 시 3000만원지급 ▲결혼 시 1인당 5000만원 지급 ▲중소기업 취업한 젊은이에게 매월 100만원 지급 ▲유엔 본부 판문점 이전 등이다.

1년6개월 형기 마치고 출소…온라인 활동 ‘재시동’
뜬금없는 황당 발언, 오해 살 오버 제스처 ‘그대로’
 ‘가수 변신’ 디지털 싱글 음원‘콜미’발표
 네티즌 반응 폭발… 18대 대선 출마 선언도


이외에도 정치, 경제, 조세, 사법, 도덕 등 10가지 분야로 나눠 각각에 맞는 ‘튀는 공약’을 외쳤다. 이들 공약은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했지만 공약은 없고 비방만 있었던 지난 17대 대선에서 유일하게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은 허 총재를 ‘허본좌’로 만들었다. 팬클럽도 생겼다. 공식 팬클럽인 ‘영코리아’(http://youngkorea.web-bi.net)와 ‘허사모’(http://cafe.daum.net/president1718), ‘허경영태왕사신기’(http://cafe.daum.net/HeoTaewangSasingi) 등은 수많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됐다.

허 후보의 미니홈피엔 매일 수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언론들은 ‘허본좌 신드롬’을 앞 다퉈 보도했고 이는 고스란히 대선 결과에 반영됐다. 허 총재는 9만6756표를 얻어 지지율 0.4%를 기록했다. 결코 적지 않은 ‘표심’이었다. 앞서 그는 1997년 대선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계승자를 자처하며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3만9055표를 얻은 바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허경영 지지표로 이어졌다”며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할 것이란 걸 알면서도 여타 후보들처럼 상대방 비방에만 힘과 시간을 쏟지 않고 허황된 정책이라도 자신의 정책으로만 승부하는 모습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선 후에도 허 총재에 대한 네티즌들의 지지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대선이 낳은 최고의 스타로 급부상한 것. 공중파 방송을 비롯해 각종 케이블 방송의 ‘섭외 1순위’로 소위 잘나가는 연예인도 부럽지 않았다. 하지만 이도 잠시. 허 총재는 대선이 끝난 지 한 달 정도가 흐른 지난해 1월 쇠고랑을 찼다.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내걸었던 과장된 공약과 발언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중에서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할 사이였다”는 발언이 문제였다. 그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살아 계실 때 박 전 대표와 혼담이 있었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박 전 대표와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허 총재는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자신의 홈페이지에 박 전 대표와 동석했던 사진 등을 올려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좌시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 측은 “허경영씨가 박 전 대표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하고 제시한 모두가 터무니없는 허무맹랑한 거짓말”이라며 2007년 11월 검찰에 허 총재를 고소했고, 법원은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허 총재를 법정 구속했다.

“박근혜와 결혼할 뻔”
명예훼손으로 구속

법원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선거에 이용한 사실 등이 소명됐고 허경영씨의 경력이 과장이라는 의심이 들며 개인능력을 과대 포장해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올 총선에서 국민을 미혹해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그로부터 1년6개월 뒤인 지난달 그가 돌아왔다. 여주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 허 총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온라인 대통령’으로 복귀한 모양새다.

최근 각종 언론을 통해 얼굴을 내비치고 있는 그는 그동안 참았던 ‘기행’을 다시 쏟아내고 있다. 황당 발언도 그대로이고 오버 제스처 또한 그대로다. 허 총재는 출소하자마자 한 케이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사망한 마이클 잭슨 얘기로 화제를 모았다. “마이클 잭슨 사망 3일 전 그의 영혼이 나를 찾아와 3일 뒤에 죽을 거라고 말했다. 온 몸에 예수처럼 못 박힌 자국이 있었다.” 그는 또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연습게임에 불과하다. 병에 걸리면 병원을 찾아 치료할 시간도 없이 바로 죽음에 이르는 ‘찰나 인플루엔자’가 올 것이다. 그때 비로소 사람들이 날 찾고 믿게 될 것이다. 예방을 위해선 사람들이 TV로 내 눈빛치료를 받아야 한다.” 허 총재는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토크쇼 ‘허경영쇼’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제점과 비전 등을 밝히는 쇼를 할 생각이다. 벌써 몇 군데 방송국에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인터넷을 장악했으니 ‘본좌 허경영쇼’ 등의 프로그램으로 방송을 장악하겠다.” 그는 예전처럼 뜬금없는 돌출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내가 대통령이 된 이후 결혼하기 위해 결혼을 미루고 있는 연인들이 많다… 애국가를 동해물과 백두산이 무궁하도록 바꿔야 한다… 내가 구속돼 남대문이 불탔는데 출소하는 날엔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점은 허 총재가 가수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 화곡동 한 스튜디오에서 디지털 싱글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콜미(call me)’음원과 티저영상을 공개했다. 가요계 트렌드인 후크송(똑같은 가사를 반복하는 노래) 형태인 ‘콜미’는 허 총재가 직접 작사했고 인디 록밴드 ‘뷰렛’의 기타리스트인 이교원씨가 작곡을 맡았다.

이씨는 “(콜미는) 친숙하고 밝은 톤의 음악”이라며 “(허 총재는) 전문가적인 가창력은 아니지만 특유의 여유와 해학이 담긴 노래 실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콜미’는 허 총장의 발언만큼 과장된 가사로 채워졌다.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내 눈을 바라봐 넌 건강해지고. 내 노랠 불러봐 넌 살도 빠지고. 허경영을 불러봐 넌 웃을 수 있고. 허경영을 불러봐 넌 시험 합격해….’ 이번에 공개된 티저영상엔 “이 노래가 국민에게 크게 희망을 주고, 아주 어려운 고비도 넘기고, 건강도 좋아지고, 여러 가지 좋은 음악이 될 것”이란 허 총재의 메시지가 담겼다.

‘신드롬’다시 부나
벌써부터 관심 집중

허 총재는 방송을 위해 준비한 안무도 선보였다. 한쪽 다리를 들어 도는 ‘무중력 춤’과 손가락을 모으는 ‘오링 춤’이 그것. 허 총재는 ‘콜미’의 후속곡으로 ‘동방의 등불’을 발표할 예정이다. 허 총재의 데뷔곡은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날 네이버 등 각종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허경영’ ‘허경영 콜미’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콜미’가 가장 먼저 공개된 음악포털 롤송(www.lolsong.com) 등 음악사이트엔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인기순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허 총재는 정치인 신분으로서 의미심장한 포부도 밝혔다. 일찌감치 오는 2012년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

그는 디지털 싱글 기자회견에서 “다음 대선에도 출마하겠다”며 “음악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국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뒤 다음 대선에서 ‘허경영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당 운영 방침도 빼놓지 않았다. 허 총재는 출소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공화당을 청년 중심의 젊은 정당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도 후보를 낼 예정”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허 총재는 조만간 수감 중에 집필한 저서 <동방의 등불>을 비롯해 <허경영의 첫사랑> <무궁화 꽃은 지지 않았다> 등 저서 3권을 한꺼번에 펴낼 계획이다. 경제공화당 측은 “<동방의 등불>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예견하는 내용이 등장해 허 총재의 선견지명적인 예언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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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