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0일 북한체제 비판 혐의로 체포
현정은 회장 끈질긴 협상 끝에 석방
북한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북한을 전격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북측과의 피말리는 교섭 끝에 지난 13일 유씨의 석방을 이끌어냈다. 유씨가 억류된 지 137일 만이다. 유씨는 이날 개성공단에 있던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과 함께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남쪽으로 귀환했다.
유씨가 북한 당국에 체포된 것은 지난 3월30일. 북한체제를 비판하고 북측 여성의 탈북을 조장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현대아산 측은 구체적인 혐의와 증거를 요구했지만 북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북한은 “유씨가 북측의 정치체제를 비난하는 등의 행동을 했기 때문에 관련 규정에 따라 단속 조사한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유씨 억류 사태를 대남 공세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4월3일 조 사장이 개성으로 건너갔지만 북측은 유씨의 접견조차 허락지 않았다. 4월13일 정부는 남북 합의서에 따라 접견권과 변호인 참관 등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북측은 이 또한 묵살했다. 나아가 북한은 4월21일 개성공단과 관련된 모든 계약은 무효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토지 임대료 인상 등을 요구했다.
이후 6월과 7월 3차례에 걸쳐 남북간 실무회담이 열렸지만 유씨 억류 사태와 개성공단 문제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정부는 유씨의 석방을 최우선 의제로 제시했지만 북측은 유씨의 억류 장소나 건강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확인조차 해주지 않았다.
당시 억류됐던 미국 여기자들의 경우 재판 날짜까지 공개한 것은 물론 가족들과 서신까지 주고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대조적이다.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 것은 지난 4일.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현 회장이 전면에 나섰다. 금강산에서 열린 고 정몽헌 회장 6주기 행사에 참석한 현 회장은 북한 아태평화위 리종혁 부위원장에게 평양행을 직접 제안했고 다음 날 미국 여기자들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석방됐다. 지난 10일 평양으로 향한 현 회장은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방북 기간을 2차례 연기하면서까지 북측과 끈질긴 협상을 벌였고 마침내 13일 유씨가 석방되면서 137일간의 억류 사태는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