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왕국 몰락下’ 박삼구 노림수 & 박찬구 승부수

피 튀는 ‘골육상쟁’…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금호가 ‘형제의 난’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다. 지금까지 서로 한 번씩 주고받은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재반격 카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룹 안팎의 관측을 종합해 보면 금호가 형제의 동반 퇴진이 골육상쟁의 종지부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경영권 싸움은 지금부터란 얘기다. 핏줄간 잔혹사를 새로 쓰고 있는 이들의 머릿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2·3차 대전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박삼구-박찬구 두 형제의 노림수와 승부수를 점쳐봤다.
 

동생 박찬구 회장 지주사 지분쌓기 ‘쿠데타’급습
형 박삼구 회장 동반 퇴진 ‘물귀신 작전’반격

박삼구-박찬구 형제가 처음 충돌한 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찬구 회장은 향후 자금난을 걱정해 인수를 반대했지만 박삼구 회장이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구 회장의 예상대로 그룹은 대우건설을 삼킨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박삼구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형제간 불신의 싹이 자랐다.

대우건설 인수 놓고
2006년부터 불신 싹

형에게 불만을 품은 박찬구 회장은 돌연 그룹 경영권을 노린 ‘쿠데타’를 일으켰다. 아들과 함께 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당초 10.01%에서 18.47%로 늘린 것. ‘10.01%’는 금호가 형제들이 동일하게 보유해온 이른바 ‘황금 지분율’이다. 뒤늦게 박삼구 회장 부자도 금호석유화학 지분(11.77%)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동생에게 뒤통수를 맞은 박삼구 회장이 결국 꺼낸 초강수가 ‘물귀신 작전’으로 비치는 ‘동반 퇴진’이다. 박삼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다른 친인척들의 지분을 동원해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을 박탈했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달 28일 가진 퇴진 기자회견 내내 “동생이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해 그룹의 정상적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박찬구 회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더 이상 형제상속은 없다”고 말해 박찬구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다만 박삼구 회장은 자신의 경영 영향력과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평소 막역한 사이인 전문경영인 박찬법 신임 회장을 그룹 수장으로 내세운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박찬법 신임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삼구 회장이 큰일에 있어 잘 도와준다고 약속했다”고 밝혀 오너-전문경영인 공존체제를 암시했다. 박삼구 회장이 비록 명예회장으로 있더라도 그룹을 쥐락펴락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박찬법 신임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박삼구 명예회장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이행 관련 부분에 대해 책임지는 형태로 두 사람이 역할 분담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박삼구 회장은 오너체제 완전 폐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사태가 잠잠해지면 금호일가가 다시 경영일선에 나설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겼다.

두산그룹 일가가 2005년 형제간 분쟁으로 동반 퇴진했다가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않은 틈을 타 안면을 싹 바꾸고 그룹 경영을 재장악한 사례가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이 물러난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기습 공격’을 당한 박찬구 회장이 팔짱만 끼고 있을이지 여부다. 박삼구 회장과 달리 경영 복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박찬구 회장이 재반격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박삼구 회장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양측 ‘재반격 카드’촉각
3세 내세운 대리전도 감지

우선 박찬구 회장이 들고 나올 법한 응수는 법적대응이다. 금호가 집안 전체와 싸워야 하는 박찬구 회장으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금호석유화학 안팎에선 박찬구 회장이 형의 일방적인 대표이사 해임 결정에 반발해 법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의장인 박찬구 회장은 이번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잠적한 박찬구 회장이 유명 변호사들의 법률 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미확인 소문도 들린다. 소송 시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무효와 대표이사직 유지를 위한 가처분 등이 예상된다. 형제가 법정에서 만날 경우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장기화될 게 뻔하다.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이 타의에 의해 강제적으로 물러났기 때문에 이사회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박찬구 회장의 결심에 따라 분쟁의 불씨가 커질 수도, 아니면 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은 다소 여유롭다. 박찬구 회장의 소송 가능성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 해임은) 나 혼자 결정한 사안이 아니다. 이사회 결의에 의해 이루어진 만큼 법적하자는 없다. 법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이사회 결정사항이므로 (박찬구 회장이)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일축했다.

‘루비콘 강’건널까
법정다툼 비화 조짐

하지만 최후의 보루인 법적 다툼에 앞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지분 경쟁이 다시 벌어질 공산이 크다. 격전지는 실질적 지주사 노릇을 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으로 압축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석유화학→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수직 형태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로 19.03%의 지분을 갖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3개사가 4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만 지배하면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박찬구 회장 부자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린 것과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을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오게 만든 것도 이런 이유 탓이다.
금호석유화학이 연매출 3조원대의 ‘알짜기업’이란 점도 금호가 형제들이 목을 매는 까닭이다. 1976년 설립된 금호석유화학은 2002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07년 2조원, 지난해 3조원을 돌파했다.

금호가는 최근 금호석유화학과 양대 주력사인 금호산업의 지분을 잇달아 팔고 있어 본격적인 전쟁(?)을 앞두고 실탄을 마련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찬구 회장만 해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기 위해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처분한 상태다. 이외의 쌈짓돈까지 털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추가 확대할 움직임도 감지된다. 그만큼 금호석유화학이 그룹 지배구조의 핵이란 반증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분 구조를 보면 지난달 말 현재 박찬구 회장(9.44%)과 그의 아들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9.03%)이 18.47%로 최대주주다. 반면 박삼구 회장(5.30%)과 그의 아들 박세창 그룹 전략경영본부 상무(6.47%)가 보유한 지분율은 11.76%다.
하지만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박삼구 회장은 ‘아군’으로 꼽히는 둘째 형 고 박정구 명예회장의 아들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부장(11.76%)의 지분을 합하면 23.52%를 확보하게 된다.

박삼구 회장은 동반 퇴진 발표 전 가족회의에서 박정구 명예회장의 가족들에게 ‘지원사격’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이 뜻을 모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동일하게 10.01%에서 11.76%로 높인 점도 두 집안이 손을 잡은 결과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박찬구 회장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호가 장남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아들 박재영씨의 선택이 불분명한 탓이다.
박재영씨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4.65%다. 만약 박재영씨가 박찬구 회장 쪽으로 합류한다면 이들의 지분은 23.12%로, 23.52%인 박삼구 회장 측과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이 된다.

게다가 박철완 부장까지 박찬구 회장으로 돌아설 경우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박찬구 라인’은 34.88%이란 절대적인 우위에 설 수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을 장악하면 그룹 전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피 튀는 지분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박찬구 회장이 그룹 전체가 아닌 금호석유화학 계열만 분리해 소유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경영일선에서 퇴진한 신분인 박삼구-박찬구 형제가 직접 나서지 못한다면 각자 아들을 내세운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회장은 직접적인 대결 대신 아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공을 들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금호가 3세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금호가 4형제는 모두 아들을 1명씩 두고 있는데 ‘금호 옥쇄’를 물려받을 차세대 주자로 가장 유력한 후보 역시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아들들이다.
사촌들보다 한 발 앞서 회사에 뛰어든 3세는 박삼구 회장의 외아들 박세창 상무다. 박세창 상무는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마치고 대내외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 35세인 박세창 상무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2005년 금호타이어 부장에 입사한 이래 2006년 그룹 상무보에서 지난해 상무로 올라서는 초고속 승진 페달을 밟아왔다.

사장단회의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그룹 내 입지를 다진 상태다. 박세창 상무의 급부상은 박찬구 회장의 자리를 위협하기도 했다. 업계는 박세창 상무가 박찬구 회장을 제치고 ‘왕좌’를 차지할 가능성을 줄곧 제기해 왔다. 일각에선 그의 등장이 이번 ‘형제의 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박찬구 회장의 외아들 박준경 부장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중동무역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부장으로 입사했다. 올해 31세로 이제 막 경영수업을 시작한 것. 그러나 박준경 부장은 지분율에선 박세창 상무를 압도하고 있다.

우호지분 확보 관건
3세들 경영행보 주목

지분경쟁 판세의 변수로 지목되는 박정구 명예회장의 아들 박철완 부장은 ‘3세 시대’의 최대 복병이다. 올해 30세인 박철완 부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국내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부장으로 입사했다. 박정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 금호일가 중 가장 많은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금호가 장손인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 박재영씨는 미국에 머물며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그룹 경영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경영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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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