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이덕화

“미국에 할리우드 있다면 한국엔 충무로가 있다!”

배우 이덕화가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이하 CHIFFS 2009)의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이덕화는 지난해 2회 영화제에 이어 3회까지 중책을 맡아 CHIFFS를 대표하는 얼굴로 활동하게 됐다. 그는 지난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CHIFFS의 홍보와 운영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 영화제를 성공시킨 주역이었다. 국내 영화계에서 이 영화제가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게끔 만든 일등공신 격. 올해도 최선을 다해 영화제를 성공시키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집행위원장 맡아
영화제 참석 배우들 섭외 불만 아쉬움 토로


‘CHIFFS 2009’는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지역인 충무로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란 키워드 아래 45개국 250여 편의 영화가 오는 8월24일부터 9월1일까지 대한극장과 명동 CGV, 동대문 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에서 상영된다. 개막식은 8월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폐막식은 9월1일 국립극장에서 개최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덕화는 서울 중구청장인 정동일 조직위원장과 함께 영화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덕화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 전에 사과부터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처음 하는 것이라 시행착오도 많았 고 저 나름대로 영화제를 제대로 못한 것 같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천지가 개벽하는 것같이 대단할 것마냥 말씀드렸는데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영화제를 보다 잘 만들어보려 했지만 제가 한 치 앞도 못 보고 때를 잘못 만나서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다시 이 자리에 섰다. 과정은 생략하겠다. 정말 좋은 영화제를 만들려 했는데 잘하지 못했다. 영화제가 공중분해 될 뻔하기도 했다. 진짜 지난해만큼 만이라도 영화제를 하게 해준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냥 외면을 하면 그만이고, 제가 사표까지 냈는데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하게 해주셨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올해 영화제가 다른 영화제나 지난해 영화제보다 못하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독립을 해서 영화인들이 원하는 영화제답게 만들겠다. 그리고 규모가 크든 작든 이제는 정말 영화계, 연기자들에게 실익이 갈 수 있는 영화제를 추진하겠다. 구색이나 맞추고 남을 흉내 내는 영화제는 마음에 안 든다. 충무로국제영화제가 다른 영화제와 달리 연기자들에 의한 연기자들을 위한 영화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연기자들에 ‘의한’
연기자들을 ‘위한’

이덕화는 올해 드라마 촬영과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대상포진 증세로 고통을 받기도 했다. 사명감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다.“45세 때 탤런트협회장을 했다. 이순재, 최불암 선배 등에 이어 협회장을 한 것이다. 당시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제가 배우협회장을 안 했으면 장례도 못 치를 뻔했다. 크게 다쳐서 병원에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배우들에게 큰 신세를 졌기 때문에 봉사하는 자리로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행위원장으로서 그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참석자 섭외다. 이 위원장은 영화제에 참석하는 배우들 섭외에 대해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영화제 준비하며
대상포진으로 고통 받기도

“내가 하는 일 중에 가장 힘든 것이 배우 섭외다. 내 아들보다 어린 배우들에게 빌어야 할 정도다. 배우가 참석하고 싶어도 기획사와 이야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배우에게 연락하고 기획사 사장하고 또 연락해야 한다. 기획사는 수십억원을 들여서 배우를 확보하고 영화를 만들고 마케팅을 한다면서 영화제 개막식에 여배우 하나 보내려고 해도 메이크업, 드레스, 차량 등 돈이 많이 든다고 하소연을 한다. 경비는 많이 드는데 출연료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며칠 전에도 매니지먼트 사업하는 후배들 모임에 무작정 찾아가서 부탁을 했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이 바로 이런 일이다. 배우들이 많이 영화제에 참석했으면 좋겠다.”

이덕화는 지난해 집행위원장이라는 감투를 쓰면서 “영화에 출연한 지 10년이 지난 사람이 무슨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느냐”는 반론에 부딪히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당구영화 <큐>를 마지막으로 영화 출연을 안 한 지 10년이 넘었다. 그리고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후 2002년 SBS <여인천하>로 복귀할 때까지 아무 활동도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돌아와 보니 영화계, 방송계 상황과 사람들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그래도 드라마를 중심으로 재기했고, 이제는 영화 쪽 일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1971년 임예진과 찍은 <진짜 진짜 잊지마>로 영화계 데뷔
“영화 사랑하는 분들 있다면 한국 영화산업 걱정할 것 없다”

그가 집행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모교인 동국대를 통해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돌아가신 유현목 감독의 장례식에서 채시라와 함께 조사를 맡게 된 것도 동국대 동문이었기 때문이다. 감독님은 동국대 국문과를 나오셨지만 연극영화과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셨고, 20년 이상 연극영화과에서 교편을 잡으셨다. 나를 비롯해 많은 배우들이 교수님께 배웠다.”

현재 한국에는 ‘영화제 홍수’ ‘영화제 공화국’이라 할 만큼 많은 영화제들 있다. 이 위원장은 한국에 영화제가 많아도 결코 막을 일이 아니라고 했다.
“크고 작은 영화제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필요가 있으니 다양한 영화제를 없앨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성장하면서 자연도태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인위적으로 조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1971년 임예진과 함께 찍은 <진짜 진짜 잊지마>로 방송계보다 영화계에 먼저 데뷔했다. TV탤런트로는 1973년에 데뷔했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는 임권택 감독의 <개벽>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년 2개월 동안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따라 다녔다. 윤삼육 감독의 <살어리랏다>도 기억에 남는다. 이 작품으로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가장 최근에 출연한 영화는 앞서 말씀드린 당구영화 <큐>였다. 내기당구 하다가 손목까지 잘리는 내용을 담았다. <타짜>처럼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너무 일찍 나온 것 같다.” <천추태후> 촬영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덕화는 요즘 영화 대본이 3~4개 정도 들어와 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역할은 자연스럽게 변하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주인공만 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삼촌, 아버지 등의 배역이 들어온다. 오랜만에 영화 출연을 하는데 비중 있는 역할, 멋진 역을 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안 된다.” 이덕화에게 충무로는 아버지 고 이예춘씨와 함께한 40여 년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충무로는 나를 비롯해 영화인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또 젊은 세대에게 넘겨줄 수 있는 한국 영화의 토양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내가 충무로에서 보낸 시간은 충무로 100년 역사의 반이 넘는다. 이제는 딸을 비롯한 자녀 세대가 마음껏 영화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자리로 남겨주고 싶다.”
그의 바람은 추억이 서린 충무로가 다시 한국 영화의 메카이자 뿌리가 되는 것이다.

충무로, 다시 한국 영화의
메카이자 뿌리가 됐으면

“충무로에 한국 영화산업이 다시 집중되길 바란다. 예전엔 영화사, 녹음실, 현상소 등 제반 영화시설이 충무로에 다 있었다. 충무로가 다시 영화의 거리로 되살아나길 바란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다면 한국엔 충무로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최근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에 대해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이제 영화계의 거품이 다 빠졌다면 다시 올라가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없이 사업의 하나로만 보는 사람은 도태되고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만 남으면 실질적인 발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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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