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자진사퇴한 ‘천성관’ 후보자

24일만에 천국서 지옥으로 곤두박질


강남 고급아파트 매입, 스폰서검사 의혹 등 치명적
사퇴·내정 철회 일사천리…검찰 지휘라인 공백 혼란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제때 퇴임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검찰총장들. 이번엔 검찰총장 내정자가 임명장도 받기 전 자진사퇴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내정 이후 온갖 의혹에 시달리던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의 관문을 넘지 못하고 내정 24일 만에 불명예 퇴진한 것. 그는 아파트 구입 자금의 출처, 부인의 호화생활, 스폰서 검사 등의 의혹으로 도덕성에 흠집만을 남긴 채 24년 검사생활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검찰은 지휘부 공백에 따른 혼란에 빠졌고 이명박 정부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천국에서 지옥을 오간 천 후보자의 24일을 돌아봤다.

검찰총장 자리가 또다시 공석이 됐다. ‘스폰서 검사’라는 비아냥 속에서 내정 24일 동안 바늘방석에 앉아있던 천 후보자는 스스로 검찰총장에서 물러나는 것을 택했다. 천 후보자는 지난 14일 오후 8시30분 낸 ‘사퇴의 변’에서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공직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공안검사 외길 인생
새 정부 구미에 맞아

이명박 대통령도 서둘러 천 후보자의 내정을 철회했다. 이 대통령은 사퇴의사를 밝힌 다음 날인 지난 15일 “무엇보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내정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차기 검찰총장직을 수행하겠다는 천 후보자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천 후보자는 검찰 내에서 ‘공안통’으로 평가받아 올 만큼 검사 임관 후 줄곧 공안 외길을 걸어왔다. 충남 논산 출신인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수원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하면서 공안검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1995년 대검 공안부에서 검찰연구관직을 수행하면서 본격적인 공안검사로서 활동을 했다.


굵직한 공안 사건에도 그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부산지검 공안부장이었던 1998년에는 이른바 ‘영남위원회’ 사건을 맡아 반국가단체를 결성한 혐의로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신시당위원장 등 15명을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부장검사로 지내던 2000년 8월에는 의료계 폐업 사건과 관련해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의권쟁취투쟁위원장)의 구속 수사를 지휘했고, 2000년 4·13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주도한 총선연대 공동대표 최열과 박원순 상임집행위원장, 장원 대변인을 수사했다.

2001년에는 만경대 방명록 사건을 수사했다. 천 후보자는 8·15 민족통일대축전 방북단이었던 강정구 동국대학교 교수를 만경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내용을 적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처럼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맡아 지휘해온 천 후보자였지만 탄탄대로의 출세 길을 걷지는 못했다. 2005년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서울고검 차장으로 부임한 뒤 주요 핵심 부서에 입성하지 못한 채 일선 지검장만을 역임했던 것. 이에는 공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해 공안 검사의 위상이 약화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던 천 후보자가 날개를 달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였다. 공안 기능을 강화한 현 정부는 그에게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내줬다. 천 후보자의 위상도 점차 높아갔다.

그리고 2009년에는 용산참사 사건과 MBC의 <PD수첩> 사건을 맡아 수사를 진행했다. 이때부터 천 후보자는 언론과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시작했다.

먼저 용산참사 사건에서 천 후보자 아래에 있던 수사팀은 농성자 20명, 용역업체 직원 7명을 기소했으나 경찰에는 책임을 묻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또 <PD수첩> 광우병 보도 수사에서는 방송 작가의 7년에 걸친 이메일을 압수수색하고 그 일부를 언론에 공개해 여론 몰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천 후보자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를 주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더욱 차가웠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6일자 신문에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노 전 대통령 구속 여부를 묻는 전화를 돌렸고 전화를 받은 검찰 간부 절반 이상이 임 총장의 불구속 기소 의견에 동조했지만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과 신상규 광주고검장은 원칙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을 보도해 파문이 일었던 것.

그러나 천 후보자의 위상에는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검찰총장 후보자로 전격 발탁되며 화려하게 비상했다. 지난 6월21일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검찰총장에 내정되면서 검사로서 그의 인생은 절정에 치달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검찰 분위기를 일신하고 법질서 확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바탕으로,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미래지향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섬기는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로 판단되어 발탁했다”고 인사배경을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선 천 후보자를 검찰총장직에 내정한 것을 두고 파격인사라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현 정부에게 천 후보자가 가진 요소들은 여러모로 입맛에 맞았다. 충청 출신인데다 공안통 검사 출신이란 점도 강점이었다. 기수서열을 파괴해 변화와 쇄신의 느낌을 주는 인사라는 것도 위기에 처한 검찰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 한몫을 할 거란 기대감도 있었다.

그가 해결했던 사건들도 발탁 배경으로 꼽혔다. 지난해 수사를 맡았던 ‘여간첩 원정화 사건’과 안양초등생 혜진, 예슬 납치 살해 사건, 경기도시공사 개발비리 등이 그것. 온화하고 겸손하며 합리적인 성품을 갖췄다는 주위의 평가도 검찰총장을 맡기기에 손색이 없었다.

천 후보자는 “어려운 시기에 총장으로 지명돼 어깨가 무겁다”며 “법질서를 확립해 국민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검찰의 기본임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검찰총장직을 수행할 뜻을 밝혔다.

내정 직후 흘러나온 의혹
도덕성에 치명타 입어

그러나 내정 발표 직후부터 그에 대한 반대여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 6월 25일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백승헌)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하태훈 고려대 교수)가 ‘천성관 임명반대, 비(非)검찰 법무장관 임명, 검찰개혁특위 설치’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총장 자격이 없는 천성관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천 후보자를 두고 ‘인권침해 수사 책임자’ ‘공정성을 상실한 편파수사 책임자’ ‘무리한 공안수사로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 책임자’라고 단정을 지으며 강한 어조로 이번 인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주장했다.

천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의혹도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의혹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가까워올수록 정점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천 후보자에게 악몽의 날로 기억될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야당은 천 후보자에게 일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따졌다.

그중 하나가 서울 강남 고가아파트 구입과정에 관한 의혹이다. 천 후보자는 지난 4월 강남구 신사동의 한 고급아파트를 29억7500만원에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친동생과 처형에게 각각 5억, 3억원씩을, 지인인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15억5000만원을 차용했다. 이 중 박씨에게는 이자 400만원과 원금 7억5000만원을 갚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8억원이 부채로 남아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이에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검찰 간부가 거액을 차용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차용 성격도 석연치 않다며 의혹을 드러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청문회에 앞서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2004년까지 18평짜리 다가구주택에 전세 살던 천 내정자의 동생이 갑자기 2억8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하고 형에게 5억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무이자로 빌려줄 정도의 재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문회에서도 아파트 매입과정에서 불거진 박씨와의 고액채무 관련 의혹을 천 후보자에게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천 후보자는 청문회 당시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박씨에게 15억5000만원을 빌린 부분에 대한 금융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증인으로 채택된 박씨마저 불출석한 것도 천 후보자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박씨와 천 후보자 사이의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씨가 천 후보자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나온 것.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004년 천 후보자와 박씨가 일본으로 골프여행을 함께 간 것으로 나오고, 올해 2월10일에는 천 후보자의 부인과 박씨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3000달러짜리 샤넬 핸드백을 함께 구입한 기록도 있다”고 지적하며 여행경비 및 명품 구입비 대납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천 후보자는 “같이 여행 간 적은 없다”면서도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탔는지는 모르겠다”는 어설픈 해명을 했다.

천 후보자의 부인 김모씨가 승계한 제네시스 차량과 관련한 의혹도 제기됐다. 이 차량은 천 후보자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S사가 지난해 5월부터 임차해 사용해 오던 것으로 검찰총장 내정자 발표 다음 날인 6월22일 S사로부터 보증금 1700만원에 매달 170만여 원을 주는 조건으로 리스 계약이 승계됐다.


그러나 계약 승계 이전인 지난해부터 이 차량이 천 내정자의 아파트 주차대장에 천 내정자 집 차량으로 등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미 오래전부터 천 후보자 측이 지인을 통해 무상으로 차량을 이용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휘라인 잃은 검찰
‘구원투수 어디 있어?’

또 천 후보자의 부인이 모 백화점이 연간 3500만원 구매실적 이상의 VIP고객에게 제공하는 멤버십인 ‘J클럽’ 회원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천 후보자는 이에 대해 “‘J클럽’ 카드는 윗동서 카드인데 처갓집 자매들이 함께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이밖에도 아들의 병역특례 의혹, 자녀 위장전입 의혹 등이 청문회 자리에서 천 후보자를 옥죄었다. 그러나 천 후보자는 이렇다 할 해명도 하지 못한 채 청문회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낱낱이 드러난 허술한 자기관리와 비도덕적인 면모는 결국 그에게 어려운 선택을 하게 만들었고 내정된 날로부터 24일이라는 시간은 천 후보자에게 ‘일장춘몽’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천 후보자가 물러났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후폭풍만이 거세지고 있을 뿐이다. 또 지휘라인이 초토화된 검찰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 인사검증 시스템 재검토 등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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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