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박의 남자들' 권력암투 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8.13 10: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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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6개월…'실세 전쟁' 시작됐다

[일요시사=정치팀] 청와대에서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파워게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권 2인자'자리를 놓고 실세들 간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최근 아무도 예상치 못한 '깜짝 인사'는 물밑경쟁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역대 정권의 2인자는 항상 존재해 왔다.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그랬다. 시간에 따라, 사건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 자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통령의 남자'는 대통령 못지않은 파워로 무소불위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충성심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의 신임을 앞세운 강렬한 카리스마로 국정 전반을 쥐락펴락 한다. 그렇다고 함부로 나서지 않는다. 막후에서 은밀히 일을 처리한다.

김기춘 등장으로
꼬인 청와대 족보

정치권 관계자는 "2인자는 때론 '총알받이'로 여론의 뭇매에서 대통령을 보호해야 하지만 평상시엔 국정 전반을 쥐락펴락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에서 찍힌 사진은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여름휴가를 마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 이후 처음 열린 회의라 관심이 쏠렸다.

박 대통령과 함께 정홍원 국무총리,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이 회의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박 대통령과 더 가까운 사람은 정 총리가 아닌 김 실장이었다. 김 실장이 정 총리보다 앞선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여러 뒷말을 낳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말이 많았던 대목은 청와대의 권력지형 변화 감지다. 혹시 '정권 2인자'자리를 두고 권력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주인공은 앞서 언급한 정 총리와 김 실장.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 일각에선 '파워게임'이란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이번에 김 실장의 깜짝 등용으로 청와대 '족보'는 꼬일 대로 꼬였다. '우두머리'인 정 총리와 김 실장을 비교했을 때 그렇다. 의전서열상 박 대통령 다음은 정 총리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선 그 정반대다.

나이부터 김 실장이 5살 많다. 김 실장은 1939년생이고, 정 총리는 1944년생이다. 경남중·고 선후배 사이에 사법시험 기수도 김 실장이 12년이나 빠르다. 당연히 검사 생활도 김 실장이 먼저 시작했다. 1987년 김 실장이 법무연수원장으로 있을 때 정 총리는 그 밑에서 법무연수원 기획과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김 실장이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정 총리를 추천했고,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에게 정 총리를 현 정부 초대 총리로 추천한 사람도 김 실장이란 소문도 들린다.

정홍원-김기춘 '2인자'두고 미묘한 기류
불붙는 '파워게임'…지금부터 치열한 경쟁

정치 이력도 게임이 안 된다. 정 총리는 지난해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반면 김 실장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 내리 3선 의원을 지냈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한국에너지재단 이사장 등의 요직을 거치면서 화려한 경력과 인맥을 쌓았다. 정치권 안팎에선 권력 실세 중에 김 실장과 인연이 없는 사람이 없다고 평가할 정도다.

무엇보다 김 실장을 향한 박 대통령의 신임도 대단하다. 김 실장은 박정희정부 때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과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 등을 지내며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실무적으로 참여했다. 이를 계기로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멤버 가운데 한 명이 됐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명박 정부 때 '왕차관'이 있었다면 박근혜정부 들어선 '왕실장'이 새롭게 권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김 실장은 여러 면에서 정 총리를 능가하는 파워를 갖고 있다. 단순히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역에 머물지 않고 다방면에서 상당한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는 2인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김 실장 외에 정권 막후실세로 부상할 만한 인물들은 누가 있을까. 가장 유력한 후보군은 역시 김 실장이 속한 7인회 멤버들이다. 멤버는 김 실장 외에  김용환 상임고문, 새누리당 최병렬 상임고문, 새누리당 김용갑 상임고문, 안병훈 기파랑 대표,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강창희 국회의장이다.

7인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맺은 인연에다 정치 경험도 많아 박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자문그룹으로 꼽힌다. 김 실장 같이 이들의 깜짝 등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현안 등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인회 외에도 원로그룹은 또 있다. 새누리당 서청원 상임고문과 이병기 주일대사,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다. 이들도 박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 정부를 이끌 주역들로 꼽힌다.

원로그룹 주목
멘토들도 부상

박 대통령에겐 7인회뿐만 아니라 '10인회'도 있다. 하나같이 막후실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인회 멤버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권영세 주중대사,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 변추석 국민대 조형대학장 등이다.

친박계인 이들은 대선 승리를 이끈 주역들이다. 모두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대선 당시 중앙선대위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 선거기간 내내 머리를 맞댔다. 선대위 인사, 재정, 선거운동 기조, 메시지 등 모든 선거전략이 10인 회의에서 나왔다.



10인회 중에서도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 이학재 의원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 3인방으로 꼽힌다. 대선 때 김 의원은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권 대사는 전략·기획 등을,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일정 조율·의전 총괄 등을 담당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정현 홍보수석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가신'으로 불린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의 오랜 심복. 박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최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친박계 중에서도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대선 당시 2선 후퇴를 통해 승리를 견인했다.

'대통령 복심'서서히 윤곽
'그림자'물밑 기싸움 감지

앞으로 치고 나올 만한 '다크호스'들도 줄서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언제라도 한자리를 꿰찰 수 있는 복병으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 때 안 전 대법관은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김 전 수석은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지냈다. 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리는 김 원장은 캠프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이들은 모두 박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으로 핵심 요직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도 '대통령 오른팔'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이주영 의원과 박창식 의원, 박대출 의원, 안형환 전 의원, 박선규 전 인수위 대변인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향후 권력 지각변동이 시작된다면 '뉴 페이스'로 등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문고리 권력'에도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보좌관 3인방'은 현 정권 출범과 함께 예상대로 청와대 비서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만 전 보좌관은 총무비서관, 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은 각각 제1·2 부속 비서관이 됐다.


빽빽한 친박계
다크호스 줄서

이들은 박 대통령이 1998년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15년 이상 보좌해온 인물들이다. 때문에 청와대에서 이들의 위상은 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국회의원보다 높은 '실세 보좌관'으로 통한다는 얘기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권력 상층부에 포진해 있는 인사들은 과거 행보에 대해 논란이 많은 등 너무 구시대적인 사람들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여론이 더욱 악화되거나 사건·사고가 터질 경우 세대교체가 불가피하다. 앞으로 친박계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인자를 두지 않는 스타일이다. 제2의 권력자를 용인하지 않는 것. 하지만 이제부터 상황이 다르다. 박근혜정부 출범 6개월로 접어들면서 실세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권력의 자리를 놓고 '대통령의 남자'와 '숨은 그림자'간 물밑 기싸움이 감지되고 있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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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