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캡틴 박지성

‘지성이면, 감북(感北)’… 남북 축구 역사 새로 썼다

역시 박지성이다. ‘캡틴’ 박지성의 캐넌슛 한 방이 무패 질주에 제동에 걸릴 위기에 놓였던 허정무호를 구해냈다.

한국은 지난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B조 최종전에서 난타전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4승4무(승점 16)로 최종예선을 마감한 한국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예선전 무패 기록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지난해 10월 주장 맡은 뒤 대표팀 경기력 상승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후배 자발적 참여 이끌어

최종예선전 무패 기록으로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요인 가운데 ‘캡틴’ 박지성의 빼어난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최종예선 두 번째 경기인 지난해 10월15일 아랍에미레이트(UAE)와의 홈경기부터 주장을 의미하는 ‘노란 완장’을 찬 박지성은 6월17일 이란과 최종전까지 주장으로 8경기를 치르면서 때로는 후배들을 챙기는 자상한 형님이자, 때로는 감독을 대신해 상대방과 신경전을 불사하는 전사 역할을 하면서 팀의 중심에 우뚝 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거의 풀타임으로 소화하느라 그 누구보다 몸은 피곤했지만 프리미어리거라는 ‘이름값’에 자만하지 않고 누구보다 더 많이, 열심히 뛰어다녔다는 게 축구계의 평가다.

무엇보다도 군림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며 후배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어느 때보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대표팀의 전력을 기대 이상으로 끌어올린 촉매제로 작용했다.

군림하지 않고 솔선수범
자발적 참여 이끌어내

일단 박지성의 활약은 기록에서 빛났다. 그는 지난해 UAE와 홈경기 이후 3골을 기록했다. 올해 2월11일 이란 원정경기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35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대표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

특히 6월17일 홈에서 열린 이란과의 리턴 매치에서도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35분 이근호와 멋진 2대 1 패스를 통해 극적인 동점골을 꽂아 넣어 무패 본선 진출의 위업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경기 외적인 면에서 박지성의 존재는 더욱 빛났다. 선수들을 감싸는 동시에 강한 정신무장을 촉구하는 발언은 대부분 박지성의 입에서 나왔다.

이란과 최종예선 1차전에서 자바드 네쿠남이 “열성적인 10만 관중의 압박은 그들에게는 지옥이 될 것”이라고 자극하자 “지옥이 될지, 천국이 될지는 경기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응수했던 박지성은 리턴 매치를 앞두고는 “이란이 천국으로 가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강단을 보여줬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박지성에 대해 “어린 선수들은 지성이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있다”고 극찬했다. 자신만이 아닌 팀 동료의 전력까지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캡틴’ 박지성의 존재가 주목받는 이유다.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전을 끝낸 박지성은 1년 앞으로 다가온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 될 것 같다”며 최후의 월드컵 출전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축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도 뚜렷이 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 프리미어리그 우승, 유럽축구연맹 챔스리그 우승 등을 경험한 그가 1년 후 월드컵 무대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지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박지성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이유는 체력 때문이다.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하면 한국 나이로 30세가 되는 그는 34세이 되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자신의 체력이 버텨줄지 의문 부호를 달았다.

16강 진출 가능
7년 전 대표팀과 닮아

그의 주 포지션은 측면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심하다. 때문에 4년 뒤에는 지금처럼 ‘산소탱크’의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듯했다. 이런 탓에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16강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밝힌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대표팀이 워낙 강하긴 했지만 비교하자면 선후배 조합이 7년 전 대표팀과 닮았다”고 전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홍명보, 황선홍 등 고참들과 박지성 등 막내 선수들까지 모두 하나가 돼 4강 신화를 완성했다. 박지성의 말처럼 2010년 대표팀도 2002년처럼 신구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

허정무호 출범 이후 세대교체를 단행, 대표팀이 젊어졌다. 기성용, 이청용, 이근호 등 젊은 피들이 대거 가세, 이운재와 이영표, 박지성 등 고참들과 팀워크를 잘 이루어 무패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책임졌다. 2002년 분위기를 잘 아는 박지성이 2010년 월드컵 16강 진출에 희망을 갖는 가장 큰 이유다.

박지성은 2011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제15회 아시안컵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본 뒤 태극마크를 반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지성은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고 박수 받을 때 떠나겠다는 뜻을 밝히기에 앞서 “2014년 월드컵에는 나보다 좋은 선수가 나올 것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나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남아공월드컵이 태극전사로 뛰는 마지막 월드컵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시안컵 우승한 후
박수 받을 때 떠나고파

박지성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무대를 아시안컵으로 잡은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시안컵 우승은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가장 큰 일이 될 것”이라며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지 꽤 된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의 말대로 태극호는 56년 1회 대회와 60년 2회 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한 이후 정상탈환에 번번이 실패했다. 박지성이 아시안컵 정상에 대한 열망을 보이는 건 아쉬움 때문이다.

박지성은 대표팀 막내 시절인 2000년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 나갔지만 태극호가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패한 탓에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4년 뒤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때 다시 한 번 정상을 꿈꿨지만 대표팀이 이란과의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3-4로 패하는 바람에 울분을 토해냈다. 2007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4개국이 공동주최한 아시안컵에는 무릎부상으로 인한 수술 탓에 최종명단에서 빠지는 아픔을 겪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마지막 출전하는 월드컵 될 것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아시안컵 우승 목표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고 태극호와의 아름다운 작별을 준비하는 박지성이지만 그의 꿈을 가로막을 만한 변수가 하나 있다. 카타르가 걸프만 지역의 7~8월 기온이 높은 점을 감안해 아시안컵을 1월에 개최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대회 시기가 2010~2011 잉글랜드 프리미어십 중간에 걸쳐있어 맨유가 박지성의 태극호 합류에 난색을 보일 수 있다.

물론 프리미어십 구단들이 1월에 열리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때 소속팀 선수들을 해당 대표팀에 보내주기는 하지만 박지성의 대표팀 합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10년 6월까지 맨유와 계약돼 있는 박지성은 조만간 구단과 재계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지성을 옆에서 지켜본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의 은퇴시기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혔다. 

허정무 감독은 “대표팀에서 계속 박지성을 원한다면 더 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체력적인 수준을 볼 때 다양한 변신을 할 수 있다. 내 생각으로는 2014년 월드컵까지 충분히 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무패로 본선에 진출한 한국대표팀. 그 중심에 서있는 ‘캡틴’ 박지성이 본선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쳐, 국민이 바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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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