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논란 중심에 선 황우석 박사

영웅과 사기꾼 사이… “진실은 어디에”



‘장영실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논란 가열
줄기세포·개 복제연구 성과 높이 평가해 시상

지난 2006년, 국민적 영웅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했던 황우석 박사. 그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줄기세포 논문조작 의혹과 이를 반박하는 각종 음모론 속에서 조용한 활동을 이어가던 황 박사가 세간의 이목을 받게 된 것은 ‘장영실상’ 대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과학계는 “과연 그가 국가에 공헌하는 과학자들에게 주는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입장과 “줄기세포 연구 재개로 대한민국을 바이오강국으로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입장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과학자로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위대한 과학자와 사기극의 주인공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 속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황우석 박사. 얄궂은 운명은 지난 8일에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은 ‘장영실국제과학문화상’ 시상식이 있던 날로 올해 장영실상 대상은 황 박사의 몫이었다. 조직위원회는 줄기세포 개발과 개 복제 분야에 성과를 낸 점 등을 이유로 황 박사를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생명윤리법 위반과 연구비 횡령 혐의로 재판 중인 황 박사에게 이 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이는 수상의 결격 사유가 되지 못했다.

‘장영실상’ 수상 영예
공판과 시간 겹쳐 불참

그러나 시상식 당일 행사장에서 황 박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황 박사는 참석을 ‘안’한 것이 아니라 ‘못’했다. 이날은 줄기세포 논문 조작의혹 사건에 대한 공판이 열린 날로 같은 시각 열린 시상식에는 불참할 수밖에 없었던 것.

지난 2006년 6월20일 첫 재판이 열린 이후 39번째 공판이 열렸던 이날, 법정에는 이른바 ‘황우석 사단’이라는 인물들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이병천 서울대 교수, 강성근 전 서울대 교수, 윤현수 한양대 교수, 김선종 전 연구원 등 4년 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던 주인공들이 어색한 재회를 맞이했다.


자신의 연구 결과물을 인정받아 상을 받는 자리에 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 결과물에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은 황 박사. 성공한 과학자에서 하루아침에 모든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역적으로 몰리게 되는 운명의 소용돌이는 4년 전 시작된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였던 황 박사는 2004년과 2005년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이는 생명과학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놀라게 할 만한 쾌거였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국가 경제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황 박사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신문과 방송은 연일 황 박사의 성공스토리를 보도하기 바빴고 수년간에 걸친 그와 팀원들의 연구 활동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는 동안 황 박사 팀의 또 다른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2005년 8월, 스너피라는 이름의 개를 최초로 복제한 결과가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돼 다시 한 번 관심을 받았다. 다른 포유류에 비해 어려운 개의 복제가 성공함으로써 난치병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가기도 했다.

이처럼 황 박사가 승승장구하며 국내외에서 칭송을 받는 사이, 한편에서는 다가올 불행을 애써 무시한 채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MBC <PD수첩>의 제작진들이 그들. 이들은 2005년 6월, 황 박사 연구팀의 일원이었던 사람으로부터 충격적인 제보를 받았고 그것을 토대로 진실 파헤치기를 이어갔다.

<PD수첩>이 확보한 제보 내용은 매매된 난자가 황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점과 체세포를 복제했다는 사이언스 논문이 허위일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PD수첩> 팀은 그해 10월 미국으로 건너가 논문 공동저자인 김선종 연구원을 만나 비공식 인터뷰를 진행해 관련된 증언을 확보했다.

음모론에도 공판은 계속
39회 재판에도 의혹 여전

이후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이 몇몇 난자 제공자에게 돈을 제공했다는 폭탄선언을 했고 <PD수첩>은 난자 매매 의혹을 담은 내용을 방송했다. 그리고 며칠 뒤 황 박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부적절한 난자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 칩거에 들어가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줄기세포 연구 결과 자체가 허위라는 의혹이 커져간 것. 그리고 그해 12월1일, MBC <뉴스데스크>는 5개 줄기세포 DNA를 검사한 결과 2개가 환자 DNA와 일치하지 않았고 나머지는 판독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보도해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에 황 박사는 ‘인위적 실수’란 표현으로 2005년 논문에서 조작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맞춤형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됐고 그에 관한 원천기술은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줄기세포 배양이 허위로 밝혀졌다고 밝히며 그를 교수직에서 파면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과정으로 황 박사는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영웅에서 거짓말쟁이로 추락하고 만다. 그의 지지자들은 여전히 그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연구재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언론과 여론은 이미 그에게 등을 돌린 후였다.
그러는 동안 검찰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2006년 5월, 검찰은 황 박사에 대해 사기와 업무상 횡령, 생명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선종 연구원은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고 이병천?강성근 전 교수와 윤현수 교수는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리고 2006년 6월20일, 첫 번째 공판이 시작됐고 지난 8일을 마지막으로 39번의 공판이 이뤄진 상태다.

그러는 동안 황 박사 만큼이나 상처를 받은 것은 국민들이었다. 배아 줄기세포가 가져다줄 장밋빛 희망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탓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걸출한 과학자의 말로에 배신감과 동정심이 엇갈리면서 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국민들의 실망감은 자연스레 음모론으로 번져나갔다. 황 박사의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은 ‘황우석 죽이기’ 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진 시나리오라는 것이 골자다. 특허권을 빼앗기 위한 미국의 외압설부터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삼성’과 관련된 음모론까지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억측이 네티즌들에 의해 확대되고 확산되어 갔다.

또 황 박사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황우석 교수 지지 촛불집회’를 여는 등 그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도 좀처럼 식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황 박사를 지지하는 이들을 ‘황빠’라는 말로 비하하며 황 박사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여가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들이 두 갈래로 나뉘어 황 박사에 대한 논쟁을 계속하는 동안에도 그는 천천히 앞으로의 연구행보를 계획했다. 서울대에서 파면된 황 박사는 이후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라는 재단법인을 설립해 연구 활동을 계속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에이치바이온’이라는 바이오 기업을 설립하고 주요 주주 겸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제2의 인생에 도전했다.

에이치바이온은 등기부상 법인 설립 목적에 ▲바이오 신소재 연구 ▲바이오 장기 연구 ▲동물 복제 연구 ▲핵이식 기법을 이용한 바이오 리액터(생물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분해나 합성 등의 화학 반응을 외부 장치에서 실현시키는 장치) 연구 ▲난치병 및 유전적 질환 모델 동물 세포주 연구 등이라고 밝혔으며 이들 연구와 관련된 제품의 제조?판매 및 수출입업도 병행하겠다고 명시했다.

이처럼 황 박사는 조금씩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국민 사기극의 주인공이라는 오명에도 그의 파워는 여전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다. ‘황우석 관련주’에 의해 코스닥 시장이 요동치는 것이 그 한 가지 예다.

지난 4월에는 오랜 침묵을 깨고 말문을 열어 ‘황우석 진실 논란’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그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없다. 한국에서 연구할 수 없다면 해외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 허가를 내 달라고 사정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국민들에 호소했다.

또 <월간조선>은 충북대 수의과대 정의배 교수의 증언을 실기도 했다. 황 박사의 줄기세포를 재검증한 결과 1번 줄기세포는 사실상 체세포 핵이식 유래의 줄기세포임을 확인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에 국민들은 또 한 번 동요했다. ‘다시 한 번 연구기회를 줘야 한다’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한 재기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구하게 해 달라”
동요하는 국민들

황우석 지지자들의 움직임도 가속화됐다. 지지자들 중 100여 명은 지난 4월26일부터 12일간 국토대장정에 나섰다. ‘황우석 박사 연구 승인 기원’이라는 이름으로 떠난 국토대장정은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의 집회로 끝을 맺으며 황 박사의 연구재개와 특허수호에 대한 염원을 보여줬다.

이처럼 논문 조작 의혹이 일어나고 4년이 지난 지금도 ‘황우석’이란 이름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여전히 국민들은 그에 대한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속 시원히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수없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혹이 남김없이 풀려야 그를 ‘과학자 황우석’으로 온전히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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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