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에티켓 전도사’ 이미선의 차가운 머리로 만나고 뜨거운 가슴으로 다가서라⑦

사람의 얼굴이 다르듯 생각도 다르다

품격 있는 에티켓을 가르치는 이미선 코리아매너스쿨 원장은 기본 에티켓을 제반으로 한 고객만족서비스교육을 실시해 경제효과를 증대시키는 데 앞장서는 인물이다. 그가 타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지침서 <차가운 머리로 만나고 뜨거운 가슴으로 다가서라>를 펴냈다. 이 원장이 전하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우선 긍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라
50~60대는 아직 ‘노인’에 익숙지 않다

며칠 전 아주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옷을 한 벌 장만하기 위해 백화점에 간 적이 있다. 계절보다 앞서 나온 옷들에 시선을 빼앗기며 걷고 있는데, 한 매장 안에서 매니저와 고객인 듯한 중년부인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화내지 않고 설득

물건을 사고파는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직업병인지 말이 오고가는 생생한 현장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습성이 있어 그만 그 매장 안으로 발길이 옮겨졌다.


대화의 요지는, 손님은 환불 기간이 지난 옷을 가지고 와서 깜빡 잊었었다며 물러달라는 것이었고, 매장 매니저는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환불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화가 진행되면서 시선은 나도 모르게 그 매니저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고객을 대하는 그 매니저의 태도 때문이었다.


이 경우에 잘못한 쪽은 고객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종업원은 “안 됩니다. 규정이 그렇습니다”라고 말하기 쉽다. 그런데 그 매니저는 “손님이 그동안 많이 바쁘셨나봅니다. 저도 환불을 해드리고 싶은데 규정상 어쩔 수가 없네요”라고 정중하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결국 그 손님은 환불을 포기하고 돌아섰지만 표정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매니저로부터 “더 잘 어울리는 옷도 있겠지만, 지난번에 사실 때 보니까 이 옷도 무척 잘 어울리던 걸요? 아마 댁에 가셔서 다시 한 번 입어보시면 분명 만족하실 거예요”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이 저마다 다른 만큼이나 생각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럴 때는 부정어를 먼저 던지거나 다짜고짜 내 논리를 가지고 반박을 하면 상대방을 결코 설득할 수 없다. 우선 긍정함으로써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을 전해야 한다. 이것이 ‘yes, but~’ 화법이다. 만약 백화점에서 그 매니저가 안 된다는 말을 먼저 했다면, 그 중년부인은 두 배로 화를 내며 소동을 피워 그 매장의 이미지를 실추시켰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yes, but~’에서 더 나아가 상대방을 보다 더 강력하게 설득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yes, and~’ 화법이다. ‘yes, but~’은 일단 긍정은 하되, ‘그런데, 그러나, 하지만’ 등의 부정어를 사용하게 되므로 공감대가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반면 ‘yes, and~’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나의 제안이 당신을 위해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방법이다. 가령 손님이 물건 값이 비싸다면서 구매하기를 망설일 때 “예, 조금 비싼 편입니다. 그래서 더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물건은 충분히 그만한 가치를 하니까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를 ‘부메랑법’이라고도 하는데, 고객이 우려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점을 바로 그 상품의 특징이나 장점으로 연결해 고객을 설득하는 방법이다.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피하지 말고 도전해서 목적을 이룬다면 더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이를 설득할 때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 기본이 되는 기술이 바로 ‘일단 긍정하는 것, 그 다음에 나의 의견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임을 기억하자.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좀 더 젊게 살고 싶은 욕구, 좀 더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그래서 ‘안티에이징(Anti-aging)’ 즉 ‘나이를 먹지 않게 하는 이론과 방법’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안티에이징이란 실제 나이와 달리 건강 나이를 줄여 젊고 건강한 삶을 가꾸어 가자는 이론이다. 만약 실제 나이가 40대라면 30대로, 60대라면 50대 정도로 젊음과 건강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사람을 처음 만나면 나이를 짐작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느냐에 따라서 50대가 60대로 보이기도 하는 반면, 60·70대가 50대로도 보이기 때문이다.



참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나이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백이면 백,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나이를 많게 보면 불쾌해한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의 나이가 몇 살인 것 같냐고 물어보면 대개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두세 살 낮추어 말하기도 한다. 


젊음과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 선배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50대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정열적으로 일하고 있는 선배가 하루는 텔레비전 AS를 받기 위해 휴가를 내고 집에 있었다. 약속한 시간에 어김없이 AS 기사가 도착했다. 그런데 텔레비전을 고치려면 간단한 부품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가지고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AS 기사는 본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그 부품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런데 마침 그 동료도 바쁜 시간인지 몇 마디 말이 더 오고가는 눈치였다. 간단한 부품이니 아마 집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저쪽에서 이야기 하는 듯했다. 무심코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그 선배는 AS 기사의 한 마디에 그만 기절할 듯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는 지금 할머니밖에 없단 말이야!”
멋쟁이로 소문난 데다 나이보다 젊게 보인다고 자부하는 그 선배는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우울했다고 한다.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얼굴을 보니, 화장도 안하고 아무 옷이나 걸쳐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 보이더라는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공개할까 한다. 이번에는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럽에는 2층 버스가 많은데, 사람들이 타기도 불편하고 내리기도 힘든 2층에는 잘 타지 않으려고 한단다. 2층은 텅 비어 있고 아래층에만 사람들이 붐비기 일쑤다. 그날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 보다 못한 버스 기사는 “젊으신 분들은 2층으로 올라가 주세요”라는 방송을 했다. 그런데 정말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젊은 사람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데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모두 2층으로 올라가는 것 아닌가!


생명은 젊음을 상징한다. 반대로 나이 들면 죽음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항상 젊게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끼게 된다. 특히 삶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이는 특히 민감하다.

엔돌핀을 선물하라

30대는 청년과 장년, 미혼과 기혼의 중간 단계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30대는 아직 청년의 마인드를 갖고 있다. 그런데 ‘아줌마’나 ‘아저씨’ 등으로 불린다면 기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아가씨에게 ‘아줌마’라는 소리를 했을 때는 아주 치명적이다. 50·60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아직 노인이라는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누군가가 ‘할머니’나 ‘할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원하지도 않는 자리를 양보하거나 배려를 한다면, 이들은 큰 상실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이미선 원장은?
??-서울 출생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일본 JAL SERVICE ACADEMY 수료
-대한항공 선임 여승무원
-대한항공 사장 의전담당
-대한항공 교육원 서비스아카데미 초대 전임강사
-2002 한일월드컵 문화시민운동 중앙협의회 교육위원
-교육과학기술연수원 초빙교수
-코리아매너스쿨 원장, (주)비즈에이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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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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