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700호 특집> ⑦ 특별 인터뷰 전지현 할리우드 진출

“ 다사다난 했으니까 이젠 잘 풀리겠죠”

2009년 전지현은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휴대폰 불법복제사건에 휘말리기도 했고 화교설이 다시 제기되기도 했다. 이제 전지현은 모든 악재를 딛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려 한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할리우드 진출작 <블러드>를 통해서다. 전지현은 이번 영화를 통해 그동안 ‘스타 전지현’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각인시키길 원하며 그동안 알려졌던 CF스타,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자 한다. 20대의 마지막을 할리우드 진출로 시작한 그녀를 만나 속 깊은 얘기를 나눠보았다.

2008년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흥행 실패 이후 할리우드 진출 계획으로 한동안 국내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던 전지현은 영화 <블러드>로 오랜만에 국내 관객에게 연기를 선보인다. 전지현은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블러드>에서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헌터 사야 역을 맡았다.

미국, 유럽까지 활동영역 넓힐 예정

<블러드>는 홍콩의 거물 프로듀서 빌콩, 프랑스 출신의 크리스 나흔 감독 등이 어우러진 다국적 프로젝트로 3500만 달러(약 5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 전지현은 전세계 동시 개봉되는 <블러드>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까지 활동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다.
“빌콩 프로듀서로부터 출연제의를 받았어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국내외 다수 팬을 확보한 애니메이션 원작을 먼저 봤는데 한마디로 너무 매력적인 시야 캐릭터에 꽂혔죠. 액션이라는 새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그래서 참여하게 됐어요.”

10년 가까이 ‘CF 여왕’ 자리 지켜
‘연기력 논란’ 잠재우는 것이 과제
 뱀파이어 처단하는 헌터 사야 역… 정통 액션 도전
화교설·휴대전화 복제소속사 재계약 등 이슈화


전지현은 교복을 입은 채 와이어 액션, 검술 액션 등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정통 액션을 선보인다.
원래 움직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번 작품이 결정되고 난 후 액션 연기를 위해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특히 중국과 미국에서 오래 달리기부터 복근 단련, 발차기까지 3개월간 집중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단다.
“와이어 액션도 쉽지 않은 촬영이었는데 한 번은 사인이 맞지 않아 크레인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어요.

당시엔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했나 서러워 눈물이 나더라고요. 특히 아르헨티나에서 한 달, 중국에서 세 달 반을 머물며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으니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힘든 거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컸어요.” 전지현에게 액션 연기보다 더 고역이었던 것은 영어 대사였다. 대사와 발음 강사를 별도로 두고 과외를 받았다.
“아무리 비싼 과외를 받았더라도 한계는 분명히 있더라고요. 한국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잖아요. 특히 영어 대사는 딕션(의미 전달)뿐 아니라 감정까지 표현해야 해 이중고였어요. 대사 한 줄을 위해 100번도 넘게 중얼거려야 했죠.”

<블러드> 개봉을 앞둔 전지현은 최근 화교설, 휴대전화 복제, 소속사 재계약 등 숱한 이슈를 몰고 다녔다.
“1년치 언론 보도될 것이 이번에 다 나온 것 같아요. 황당한 소문도 있고 확대 해석되는 부분도 많아 아쉬워요.”
화교설은 데뷔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정말 그렇게 믿는 사람이 있나요. 배우를 시작하면서 믿음을 주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그래야 되는 사람이잖아요. 배우란 명예를 가지고 사실을 아니라고 하는 일은 절대 없어요.”

사회적 파장까지 일으킨 휴대전화 복제 사건과 소속사 재계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분명 불미스런 일이지만 과장된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여태까지 걸어왔던 길인데다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도 곰곰이 생각하게 됐어요. 재계약을 안 할 수도 있었지만 이별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어요. 사람을 대할 때 말보다 행동을 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편이죠. 이번 선택에 대해서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전지현은 지난해 가을 미국 교포들 사이에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은행가와 열애 중이며 결혼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 적이 있었다. 당시 전지현은 소속사를 통해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해서 같이 드레스를 봐 주러 다녔는데 그걸 보고 오해하셨나 봐요. 저랑 제 친구, 친구 남편, 그리고 남편의 남동생 이렇게 여자 둘, 남자 둘이 웨딩숍을 다녔어요. 그래서 그런 말이 나왔을까요.”

화교설·휴대폰 복제 소문 확대 해석

이번 영화를 통해 전지현이 풀어야할 과제는 ‘연기력 논란’이다. 1997년 잡지 표지모델로 데뷔한 전지현은 1998년 SBS 드라마 <내 마음을 뺏어봐>를 통해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전지현은 모 CF에서 섹시한 테크노댄스를 선보이며 일약 CF퀸으로 등극했고 2002년에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후 공포, 멜로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도전했으나 잇단 흥행참패로 연기력 부재, 전지현 거품설 등 수많은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7년 동안 특별한 흥행작이 없이 CF 스타로만 명성을 이어온 상황이다.
“2002년 대종상을 수상할 때만해도 여배우로서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살아가는 삶이 너무 아름답고 기대가 됐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면 하는 얘기가 ‘CF 스타다’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고 그럴 때면 정말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죠.”

그래서 전지현은 그동안의 수많은 논란들을 털어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 영화 <블러드>의 출연을 결심한 것이다.
“‘전지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일들을 모두 다 버리고 하얀 종이가 돼서 떠났어요.”
전지현은 연예계 ‘엄친딸’로 통하기도 한다.

“제가 잘나서는 절대 아니고요, 저는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이에요. 2010년보다 지금 전지현은 한 살 젊은 거잖아요. 과거, 미래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지금 이 순간이 저한테는 가장 소중하죠. 그런 점에서 익숙해지는 걸 경계해요. 익숙해지면 방심하고 나태해질 수 있잖아요.”
잡지모델로 데뷔해 벌써 11년. 그녀는 “그동안 내 인생은 앞만 보고 달려야 했던 경주마였다”고 말한다.
“서른 전에 <블러드> 같은 경험을 하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저는 늘 노력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여자니까 더 예뻐지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믿음 주는 배우로 다양한 작품 선보일 것

전지현은 경력에 비해 작품 수가 부족하다.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반성하고 노력해야겠지만 스스로를 돌이켜 봤을 때 지금까지 다른 생각 많이 안 하고 계속 일만 해왔다. 전지현에게는 그것이 아쉽다.

“그때 그 감정을 느껴야 하는 순간에 못 느끼고 일만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 소중함을 깨닫고 있죠. 그래서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지금은 느낀 감정을 연기로 표현 해보고 싶은 욕심이 많아요. 연기를 표현해낸다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름답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거잖아요.”
“앞으로 무슨 연기를 하든 어떤 배역을 맡든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전지현은 “관객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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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