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구원투수’로 등판했는데 2회말‘노아웃 ’

이명박 정부의 2기 경제팀인 윤증현 호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윤 장관은 지난 2월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던 1기 경제팀 강만수 호의 뒤를 이어 국내 경기회복을 위한 구원투수로 선발됐다. 경기급락세 진정과 환율 안정, 내수 경기 활성화 등 많은 숙제를 안고 출발했던 윤 장관은 짧은 시간 동안 숨 가쁜 릴레이를 펼쳐왔다. 취임 후 윤 장관은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내수 진작을 위해 갖가지 부동산 완화 정책을 펼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재계의 평가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일요시사>에선 윤 장관이 지난 100일간 이룬 다양한 성과와 앞으로 풀어야 할 미완의 숙제들에 대해 파헤쳐 봤다.

주가 상승, 환율 안정, 경상수지 최대 흑자 등 급한 불 소등
기업 구조조정, 일자리 창출, 내수시장 안정 “갈 길은 멀다” 
28조원 추경 예산은 임시방편
800조원 유동성 자금 관리해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동안 윤 장관의 행보에 대해선 ‘대체로 잘해왔다’는 평가다.
실제 윤 장관 취임 후 불안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일부 표면적인 경제지표들이 회복세로 들어섰다. 1200을 밑돌던 주가가 1400을 넘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1600원을 오르내리던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로 내렸다. 경상수지도 3~4월 연달아 큰 폭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1/4분기 국내총생산률(GDP)도 전기 대비 0.1% 증가해 지난해 4/4분기의 -5.1%란 급격한 감소세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 같은 플러스 성장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집계된 OECD 17개 회원국 중 유일하다.

윤 장관은 지난 2월 취임 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날들을 보냈다. 가장 먼저 힘쓴 것은 시장으로부터의 신뢰 얻기와 관계 회복이다.
그는 첫 취임 기자회견에서 정부 공식 발표로는 처음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성장임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성장률 전망을 기존 ‘+3% 내외’에서 ‘-2% 내외’로 수정하고 추경의 필요성을 솔직하게 밝혀 시장과 국회의 공감을 얻어냈다.

적극적 리더십 발휘
시장 소통·신뢰 중시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인 28조원의 경기부양 추경 예산안을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다. 추경통과 이후에도 신속한 집행 조치로 국내 경제 위기 극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장관은 취임 이후 현장에서 발로 뛰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애썼다. 실제 취임 다음날 경기도 성남 인력시장과 성남-장호원 도로건설 공사현장을 찾아 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경제수장으로서는 11년 만에 한국은행을 직접 찾아 현 경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정책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경제5단체장 간담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기조연설, 삼성 글로벌투자자 컨퍼런스 기조연설 등 각종 세미나에서는 최근의 경제상황과 정부 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시장과 소통하는 데 애썼다.
그런가 하면 기업 살리기에도 앞장섰다. 신용보증공급 규모를 18조원 늘리고, 올해 만기도래하는 보증지원분 34조원가량에 대해 원칙적으로 전액 만기를 연장시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힘쓴 것이 단적인 예다.
노후차 교체 세제지원을 통한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보였다. 실제로 자동차업계는 노후차 세금지원으로 지난 5월 한 달 동안 판매율이 53%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내수경기 완화와 실물 경제지표의 상승곡선에도 불구하고 정재계 일각에선 윤증현 경제팀에 대한 의구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 예산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으로 그 실효성이 언제까지 갈 것이냐는 우려가 큰 탓이다.
내수 진작을 목표로 했던 양도세 감면, 미분양 해소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들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례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강남권의 부동산 투기 바람이 다시 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윤 장관은 “국지적으로라도 부동산 시장이 과열을 보이면 투기지역을 지정해 금융규제와 함께 비금융 수단도 총동원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일부 실물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 고용 및 내수 시장의 위축, 수출 감소 현상은 계속되고 있어 국내의 안정된 경기 활성화를 위한 숙제는 여전히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현안은 ‘기업 구조조정’이다.
윤 장관은 “기업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도 높게 외치며 기업 구조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급한 불 껐지만
미완의 숙제 풀어야

하지만 지지부진하게 진행 되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현재까지 조선·건설업계의 작은 몇 개 기업을 퇴출시킨 것이 전부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재정립하겠다’는 정부의 전방위 압력에 비해 기업들의 반응 역시 미온적이다. 일부에선 경기 호전세를 빌미로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또 다시 흐지부지 되는 모습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 현재 정재계가 ‘윤증현호’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 부문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일자리 나누기는 단순히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분담하는 정책이 아니다. 미래를 대비해 핵심 인력을 키워내는 하나의 인적 투자다.

하지만 대대적인 지원 아래 펼쳐지는 정부의 잡 세어링 정책의 효과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을 통해서만 그 수가 늘어났을 뿐 일반 기업체의 참여율은 낮은 편이다.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동성 자금에 대한 관리 철저도 요구사항 중 하나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말 현재, 6개월 미만 단기성 수신자금이 811조3000억원이다. 현재 이 자금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 중이다. 따라서 800조원이 넘는 단기자금이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몰려 거품이 생기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위기 이후의 한국 경제를 위해 성장 잠재력 강화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도 ‘윤증현호’에 주문하는 또 다른 사항이다. 이 같은 요구는 윤 장관이 취임 초기 “의료·교육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을 육성해 성장기반을 다지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직까지 정부 부처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우리는 경제지표 급락세를 겨우 진정시켰을 뿐이다.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체감해야만 진정한 변화다.”
윤 장관이 지난달 19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한 말이다. 윤 장관은 자신이 이끈 2기 경제팀의 지난 100일간 성과에 대해 스스로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제조·건설 등에서 고용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소비자 설비투자 등 민간의 자생적 경기 회복력은 미흡한 수준이다. 경기 급락세가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안심하기엔 이른 것이다.

윤 장관도 GM 등 거대기업의 파산 가능성과 동유럽 금융 불안,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 증가,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시 은행 부실화 가능성 등을 앞으로의 경제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성난 소처럼 지난 100일간 앞만 보고 달려온 경제팀은 윤 장관의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다짐을 실현하기 위해 몇 가지 추진계획을 밝혔다.

윤증현 호 경제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본격 추진하고 전통 제조업의 녹색혁신, 신재생 에너지 개발 등 녹색성장 전략과 신성장동력 확충 전략이 그것이다.
아울러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관련 부처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정책추진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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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