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구원투수’로 등판했는데 2회말‘노아웃 ’

이명박 정부의 2기 경제팀인 윤증현 호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윤 장관은 지난 2월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던 1기 경제팀 강만수 호의 뒤를 이어 국내 경기회복을 위한 구원투수로 선발됐다. 경기급락세 진정과 환율 안정, 내수 경기 활성화 등 많은 숙제를 안고 출발했던 윤 장관은 짧은 시간 동안 숨 가쁜 릴레이를 펼쳐왔다. 취임 후 윤 장관은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내수 진작을 위해 갖가지 부동산 완화 정책을 펼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재계의 평가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일요시사>에선 윤 장관이 지난 100일간 이룬 다양한 성과와 앞으로 풀어야 할 미완의 숙제들에 대해 파헤쳐 봤다.

주가 상승, 환율 안정, 경상수지 최대 흑자 등 급한 불 소등
기업 구조조정, 일자리 창출, 내수시장 안정 “갈 길은 멀다” 
28조원 추경 예산은 임시방편
800조원 유동성 자금 관리해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동안 윤 장관의 행보에 대해선 ‘대체로 잘해왔다’는 평가다.
실제 윤 장관 취임 후 불안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일부 표면적인 경제지표들이 회복세로 들어섰다. 1200을 밑돌던 주가가 1400을 넘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1600원을 오르내리던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로 내렸다. 경상수지도 3~4월 연달아 큰 폭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1/4분기 국내총생산률(GDP)도 전기 대비 0.1% 증가해 지난해 4/4분기의 -5.1%란 급격한 감소세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 같은 플러스 성장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집계된 OECD 17개 회원국 중 유일하다.

윤 장관은 지난 2월 취임 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날들을 보냈다. 가장 먼저 힘쓴 것은 시장으로부터의 신뢰 얻기와 관계 회복이다.
그는 첫 취임 기자회견에서 정부 공식 발표로는 처음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성장임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성장률 전망을 기존 ‘+3% 내외’에서 ‘-2% 내외’로 수정하고 추경의 필요성을 솔직하게 밝혀 시장과 국회의 공감을 얻어냈다.

적극적 리더십 발휘
시장 소통·신뢰 중시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인 28조원의 경기부양 추경 예산안을 관철시키는 데 성공했다. 추경통과 이후에도 신속한 집행 조치로 국내 경제 위기 극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장관은 취임 이후 현장에서 발로 뛰는 리더십을 발휘하며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애썼다. 실제 취임 다음날 경기도 성남 인력시장과 성남-장호원 도로건설 공사현장을 찾아 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경제수장으로서는 11년 만에 한국은행을 직접 찾아 현 경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정책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경제5단체장 간담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기조연설, 삼성 글로벌투자자 컨퍼런스 기조연설 등 각종 세미나에서는 최근의 경제상황과 정부 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시장과 소통하는 데 애썼다.
그런가 하면 기업 살리기에도 앞장섰다. 신용보증공급 규모를 18조원 늘리고, 올해 만기도래하는 보증지원분 34조원가량에 대해 원칙적으로 전액 만기를 연장시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힘쓴 것이 단적인 예다.
노후차 교체 세제지원을 통한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통해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보였다. 실제로 자동차업계는 노후차 세금지원으로 지난 5월 한 달 동안 판매율이 53%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내수경기 완화와 실물 경제지표의 상승곡선에도 불구하고 정재계 일각에선 윤증현 경제팀에 대한 의구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 예산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으로 그 실효성이 언제까지 갈 것이냐는 우려가 큰 탓이다.
내수 진작을 목표로 했던 양도세 감면, 미분양 해소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들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례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강남권의 부동산 투기 바람이 다시 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윤 장관은 “국지적으로라도 부동산 시장이 과열을 보이면 투기지역을 지정해 금융규제와 함께 비금융 수단도 총동원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일부 실물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 고용 및 내수 시장의 위축, 수출 감소 현상은 계속되고 있어 국내의 안정된 경기 활성화를 위한 숙제는 여전히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현안은 ‘기업 구조조정’이다.
윤 장관은 “기업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도 높게 외치며 기업 구조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급한 불 껐지만
미완의 숙제 풀어야

하지만 지지부진하게 진행 되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현재까지 조선·건설업계의 작은 몇 개 기업을 퇴출시킨 것이 전부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재정립하겠다’는 정부의 전방위 압력에 비해 기업들의 반응 역시 미온적이다. 일부에선 경기 호전세를 빌미로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또 다시 흐지부지 되는 모습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 현재 정재계가 ‘윤증현호’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 부문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일자리 나누기는 단순히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분담하는 정책이 아니다. 미래를 대비해 핵심 인력을 키워내는 하나의 인적 투자다.

하지만 대대적인 지원 아래 펼쳐지는 정부의 잡 세어링 정책의 효과는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을 통해서만 그 수가 늘어났을 뿐 일반 기업체의 참여율은 낮은 편이다.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동성 자금에 대한 관리 철저도 요구사항 중 하나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말 현재, 6개월 미만 단기성 수신자금이 811조3000억원이다. 현재 이 자금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 중이다. 따라서 800조원이 넘는 단기자금이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몰려 거품이 생기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위기 이후의 한국 경제를 위해 성장 잠재력 강화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도 ‘윤증현호’에 주문하는 또 다른 사항이다. 이 같은 요구는 윤 장관이 취임 초기 “의료·교육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의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을 육성해 성장기반을 다지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직까지 정부 부처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우리는 경제지표 급락세를 겨우 진정시켰을 뿐이다.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체감해야만 진정한 변화다.”
윤 장관이 지난달 19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한 말이다. 윤 장관은 자신이 이끈 2기 경제팀의 지난 100일간 성과에 대해 스스로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제조·건설 등에서 고용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소비자 설비투자 등 민간의 자생적 경기 회복력은 미흡한 수준이다. 경기 급락세가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안심하기엔 이른 것이다.

윤 장관도 GM 등 거대기업의 파산 가능성과 동유럽 금융 불안,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 증가,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시 은행 부실화 가능성 등을 앞으로의 경제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성난 소처럼 지난 100일간 앞만 보고 달려온 경제팀은 윤 장관의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다짐을 실현하기 위해 몇 가지 추진계획을 밝혔다.

윤증현 호 경제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본격 추진하고 전통 제조업의 녹색혁신, 신재생 에너지 개발 등 녹색성장 전략과 신성장동력 확충 전략이 그것이다.
아울러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관련 부처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정책추진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