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에티켓 전도사’ 이미선의 차가운 머리로 만나고 뜨거운 가슴으로 다가서라③

장점과 단점을 적절하게 섞어라

품격 있는 에티켓을 가르치는 이미선 코리아매너스쿨 원장은 기본 에티켓을 제반으로 한 고객만족서비스교육을 실시해 경제효과를 증대시키는 데 앞장서는 인물이다. 그가 타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지침서 <차가운 머리로 만나고 뜨거운 가슴으로 다가서라>를 펴냈다. 이 원장이 전하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솔직함은 자신감과 겸손함에서 비롯된다
유머로 마음을 열고 신선하게 다가서라

그렇다고 솔직한 게 무조건 긍정적인 피드백을 가져올까? 앞에서 말한 대로 솔직함에는 상대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자존과 겸손이 전제되어야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힘들고 안 좋은 이야기만을 시시콜콜하게 늘어놓는다면 과연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저 무능력하고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기억될 뿐이다.

엣지 있는 시선처리

잘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을 표현할 때는 장점과 단점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털털한 성격을 갖고 있다면 “저는 둥글둥글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그러나 무디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요”라고 하면 상대방은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


솔직함은 자신감과 겸손함에서 비롯된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자꾸 자신을 감추려 하고, 겸손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자꾸 자신을 드러내고자 애쓴다. 자, 이제 누구를 만나든 당당해지자. 누구를 만나든 솔직해지자. 솔직함이야말로 나를 높이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대화로 성공한 인물이라고 하면 단연 클린턴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섹스 스캔들로 한 때 세계의 여론을 들썩거리게도 했었지만, 대화를 하면서 눈빛으로 상대를 휘어잡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던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클린턴은 대화할 때 자기가 말할 때건 상대방 말을 들을 때건 시선을 항상 상대방 눈동자에 고정해 놓았다고 한다. 심지어 콜라를 마실 때조차도 얼음이 든 유리잔 밑바닥을 통해서 상대의 눈을 직시한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상대방에게 끌리거나 우호적인 관계의 경우, 대화하는 시간의 60~70% 동안 눈 맞춤을 유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시선 처리가 부자연스러우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상대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선 처리를 해야 할까? 시선 처리 연습을 할 때에는 거울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이다. 내 눈을 상대의 눈이라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응시하며 편안하게 말을 걸어본다. 화장실에서나 출근하기 전 또는  엘리베이터에서 휴대용 손거울을 이용하여 연습한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자연스러운 시선처리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러한 실수를 자주 저지르는데 시선 처리를 위한 간단한 공식을 익힌다면, 이것 역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눈빛은 관심이지만 한편으로는 도발이다. 특히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권에서는 상대를 지나치게 주시하는 것이나, 윗사람과 대화할 때 빤히 쳐다보는 건 삼가야 한다. 눈 맞춤의 중간 중간에 자연스레 눈과 멀지 않은 다른 부분을 바라봄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을 갖게 하면 되는 것이다. 공적인 자리든 사적인 자리든 모두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자.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상대의 눈을 바라보라. 그리고 잠시 시선을 거둬 찻잔을 한번 만지작거리고 다시 눈을 마주쳐라. 또 미간을 한번 바라보고 다시 눈을 마주치고 인중을 한번 바라보고 눈을 마주쳐라. 이런 식으로 잠깐씩 눈과 가까운 얼굴의 일부를 잠시 바라보거나 메모를 하는 식으로 시선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세련된 방법이라 하겠다. 만약 시선이 턱 밑으로까지 내려온다든가 이마 위로 올라간다든가 하면 마치 훑어 보는듯한 느낌을 주게 되므로 중간 중간에 바라보는 곳은 눈썹이나 미간, 인중, 턱 정도가 알맞다.


할리우드에서는 한 편의 영화제작이 끝나고 나면 심심치 않게 스캔들이 뒤따르곤 한다. 영화의 남녀 주인공이 실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까?”하고 질문을 해보면, “나를 바라보는 진지한 눈빛에 반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주어진 대본대로 열정적으로 눈을 마주치다가 실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눈을 바라보면 정이 생긴다’라는 명제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을 만한 일이다.


나의 운명은 행복인지 불행인지 늘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만나 강의를 하는 것이 내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첫인상만을 간직한 채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 또한 나의 첫인상만을 간직한 채 나를 떠나보내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한 번 만나 헤어지고 말 사람들이니 부담이 없겠다고 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첫 만남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나의 최상의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힘겨운 작업이기도 하다. 한 번 만난 것도 만난 것이니, 누군가 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의 첫인상만을 가지고 평가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의뢰를 받고 기업체나 학교 등에 강의를 하러 나가보면, 자신에게 이 강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는 듯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의 눈빛에서 회사가 시키는 교육이니 어쩔 수 없이 앉아 있겠다는 식의 태도를 엿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로서는 아주 불행한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을 탓하며 시간을 때울 순 없는 노릇. 최대한 그들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바꾸어 내 강의에 집중시키는 것이 내가 할 첫 번째 일이다.   


며칠 전 여사원들을 대상으로 매너에 대한 강의를 하기 위해 한 기업체를 찾았다. 그곳 강의실에서도 위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은 썰렁한 분위기가 내 예민한 촉수에 감지됐다. 나는 우선 칠판에 ‘Beauiful’이란 단어를 큼지막하게 썼다. 순간 조용하던 강의실이 약간씩 술렁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던 상황.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준비된 첫 말을 건넸다.


“여러분들을 뵈니 모두 아름다우시네요. 그것도 그냥 아름다운 게 아니라, 티(t) 없는 아름다움(beauiful)을 간직한 분들이라 생각됩니다.”

무관심을 관심으로

순간, 굳어 있던 여사원들의 얼굴이 활짝 펴지면서, 여기저기서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날 강의는 어땠을까? 여러분도 짐작할 수 있듯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아주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 내가 만약 강의를 들을 의욕도 없는 사람들의 기분은 모른 체하고, 계획한 내용만 빨리 진행하고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아마도 그날 강의는 엉망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이미선 원장은?
??-서울 출생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일본 JAL SERVICE ACADEMY 수료
-대한항공 선임 여승무원
-대한항공 사장 의전담당
-대한항공 교육원 서비스아카데미 초대 전임강사
-2002 한일월드컵 문화시민운동 중앙협의회 교육위원
-교육과학기술연수원 초빙교수
-코리아매너스쿨 원장, (주)비즈에이드 대표이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