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통계> ‘외모가 뭐길래’ 그루밍족 실태

‘반질반질’ 화장 떡칠하는 남자들

[일요시사=사회팀] 메이크업은 비단 여성들만의 것이 아니다. 아이돌 붐이 일자 일반 남성 사이에서도 화장하는 남자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기초 스킨케어는 물론 선크림에 비비크림까지 덧바르는 남성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일부 남성들의 과한 메이크업에 비난의 화살을 겨냥하는 이들도 있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요즘 ‘그루밍족’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그루밍족은 자신의 외모 치장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약 5년 전부터 유행어로 떠돌았다. 그루밍족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강남 압구정이나 홍대, 명동 등 주요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메이크업과 헤어로 풀셋팅을 한 남성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은 매스컴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남성 아이돌들이 스모키 화장으로 섹시함을 강조하는 탓에 일반 남성들이 색조화장의 마력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다. 오죽하면 모 방송 프로그램에 화장하는 일반 남성이 출연해 화장기술을 가르쳐 주기도 했으며, 몇몇 남성 블로거들은 친절하게 사진과 부연설명을 덧붙이며 자신만의 색조화장법을 보급시키기도 했다.  

남자도 가꾼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15세 이상 국민 1498명을 대상으로 화장품에 대한 인식 조사한 결과 한국남성 10명 중 1명은 비비크림과 선크림, 아이라이너 등을 활용해 화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남성 498명 가운데 45명(9.2%)이 색조화장품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20대부터 색조화장을 시작한 남성이 전체 응답의 64.4%인 과반수이상을 차지했으며, 10대에 화장을 시작한 남성도 6.7%의 비율을 얻었다.

한 20대 남성은 “요즘은 남성도 다양한 미용실에서 펌과 염색을 하는 시대다. 색조화장이라고 다를 게 없다. 가꾸는 게 비단 여성들에게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 통계에서는 세계남성화장품 시장 매출에서 한국남성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21%가 넘는다고 드러났다. 그만큼 시대도 변했고, 시대가 변한만큼 인식도 변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루밍족 남성들이 애용하는 색조화장품은 비비크림 등 피부 톤을 개선하기 위한 화장품이었다. 화장 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색조화장품을 묻는 질문에는 비비크림(97.8%)이라는 응답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파우더와 메이크업베이스, 파운데이션도 각각 30%가 넘는 남성이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외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 등을 활용해 눈 화장을 하는 경우는 각각 26.7%와 20%로 낮지 않은 비율을 나타냈다.

대학생 유모(25)씨는 “예전에는 남성적이고 검은 피부의 남자연예인이 인기였다면, 요즘은 송중기나 이종석같이 하얗고 티끌 하나 없이 맑고 투명한 피부의 연예인들이 인기남으로 꼽히고 있다. 여성들의 이상형이 점점 예쁜 남성으로 변해감에 따라 남성들도 이에 상응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무조건 편협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10명 중 1명 화장…기본 화장품 2∼3개 사용
비비크림 등 색조화장에 아이라인·립스틱도

반면 20대 여대생 김모(22)씨는 “화장하는 것은 좋은데, 제발 떡칠은 삼가줬으면 좋겠다. 가끔 보면 화장 잘 못하는 남자들이 비비크림을 떡칠해서 얼굴과 목색깔이 달라 마치 경극을 보는 것 같다. 오후 되면 기름으로 범벅돼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가볍게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대생 강모(24)씨도 “선크림 비비크림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아이라인에 눈썹, 립글로스까지 바르는남자들보면 토할 것 같다. 가끔 보면 여자들보다 더 한 남자들도 있다. 내 동생이 저러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연예인들도 무대 위에서만 진한 메이크업을 하는 것일 텐데 멋있어 보인다고 무심코 따라하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남성들은 색조화장품 외에도 스킨로션, 크림과 같은 기초 화장품을 평균 2∼3개정도는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기초 화장품 사용 개수는 평균 3.2개다. 자외선차단제 등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도 절반이 넘는 56%의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장품을 살 때 용기와 포장에 표기돼있는 성분을 확인하는 데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남성의 4명 중 1명인 24.5%만이 화장품 표시사항을 확인했다.


화장품 구매 시 가장 많이 우려하는 사항은 여성, 남성 모두 이상반응 발생과 성분의 안전성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허위·과대광고, 반품 등 거래와 관련된 소비자 문제를 우려했다.

이상반응이 발생한 경우를 분석해 보면 가려움, 따가움, 화끈거림이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타 이상반응으로 여성의 경우 여드름과 붉은 반점이, 남성의 경우 붉은 반점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화장품 구매 시 용기 또는 포장에 기재된 표시사항을 확인하는 소비자는 여성 35.0%, 남성 24.5%에 그쳤다. 확인율은 30대와 40대가 34%로 높았고, 50대의 확인율은 23.5%로 10% 정도 낮았다.

표시사항을 확인하지 않는 이유는 ‘일일이 확인하기 귀찮고 이해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3.1%를, ‘글씨가 작다’ ‘시간이 부족하다’ ‘브랜드 신뢰’라는 의견이 차례로 순을 이었다. 화장품 표시사항을 확인하지 않는 것은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여성 소비자의 35.1%만이 화장품 성분을 확인해 표시사항 확인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주부 임모(35)씨는 “요즘은 천연화장품이 주로 유통되다 보니 화장품 수명도 급격히 줄어든 게 사실이다. 개봉한 후 3개월이 마지노선이라고 한다. 지인이 천연화장품을 6개월 넘게 썼다가 얼굴에 열꽃이 피는 등 피부 좋아지려다 되레 봉변을 당한 적이 있다. 특히 남성들은 화장만 할 줄 알지 지우고 자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고 해 걱정된다. 화장은 지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는 화장품에 많이 사용되는 원료에 대한 위해평가를 하고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안전한 화장품 사용을 위해 소비자가 제품 정보를 스스로 꼼꼼히 확인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저씨도 분칠

중세시대부터 남성들이 먼저 시작했다던 화장. 남성들의 화장열풍은 수백년이 지나 또다시 유행처럼 돌아왔다. 그러나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말처럼 남녀불문하고 과도한 화장은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화장을 하는 남성들을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무조건적인 비난을 퍼붓는 행위를 옳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남성의 화장에 대한 압도적 관심이 세계화장품 시장을 아우르는 만큼 이해의 폭도 넓어져야 하지만 남성의 색조화장도 상대방에게 부담감 혹은 혐오감을 주지 않도록 절제가 필요하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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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