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특집①> 대한민국 新권력지도-여권 4인방 혼맥 대해부

박근혜… 정·관계 얽히고설킨 혼맥, 건너 건너 MB와 사돈
정몽준… 현대가 통해 이어진 줄기, 재계 막강 인맥 포진
이재오·김문수… 동지 같은 부부애, 운동권 출신 ‘홀로서기’

이른바 ‘혼맥(婚脈)’은 대한민국 정·재계의 중심을 가로지르고 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은 집안끼리의 혼인을 통해 유력 정치인 혹은 재계 인사들과의 인연을 공고히 했다. 서로에게 조력자가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계의 혼맥은 이전보다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많은 지원군을 필요로 하는 여권 4인방의 혼맥은 어디로 이어지고 있을까. 본인의 혼사는 물론 형제 자매, 부모님의 혼맥까지 면밀히 파헤쳐봤다.

한국 정치사에 이름을 남긴 최고 권력자들의 가계도에는 권력과 금력이 직·간접적 연결고리를 통해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있는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여권 잠룡들의 혼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 인맥의 중심 박근혜
정·재계 굵직한 선 이어져

박근혜 전 대표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본인이 직접 연결된 혼맥은 없다. 여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14살 연하의 신동욱 백석문화대학 교수와 결혼했으나 신 교수쪽으로도 뚜렷한 혼맥은 나타나지 않는다. 남동생 박지만 EG정보통신 회장은 2004년 말 서향희 변호사에게 늦장가를 들었다. 그리고 결혼 10개월 만인 2005년 9월12일 아들 세현군을 얻었다.

그러나 부모님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로 거슬러 올라가면 정·재계에 넓고도 깊게 혼맥이 이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전처 김호남씨 사이에 태어난 딸 재옥씨는 한병기 전 국회의원과 결혼했다. 그리고 근령씨는 풍산그룹 유찬우 회장의 장남 유청씨와 1982년 결혼했으나 6개월도 안 돼 이혼하면서 혼맥이 끊어졌다.


때문에 박 전 대표의 혼맥은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큰아버지인 박상희씨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박상희씨의 딸 영옥씨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결혼해 정치 혼맥을 형성했다. 막내딸 설자씨는 벽산그룹 김인득 창업자의 아들인 희용씨와 결혼했다. 김희용씨는 벽산계열인 동양물산기업 대표이사 회장이며 그의 형 김희철씨가 벽산그룹 회장이다.

김희철 회장의 아내는 GS그룹 일가인 허영자씨이다. GS그룹과 LG그룹과 겹사돈을 맺고 있어 허씨는 구철회 LG 창업 고문과 두산 창업주인 박우병 전 회장과 사돈지간이다.

박우병 전 회장은 증권업계 대부였던 강성진 증권업협회 전 회장과, 강 회장은 5공 정치인 김복동씨와 사돈이다. 김복동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남이어서 혼맥을 이어가다보면 노 전 대통령과도 이어진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은 신동방그룹 신명수 전 회장과 사돈관계고 신 전 회장의 동서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다. 조 회장의 동생이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이며 조양래 회장의 사돈이 이명박 대통령이다. 조양래 회장의 차남 현범씨와 이 대통령의 차녀 수연씨가 결혼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를 통해서도 혼맥이 이어진다. 육 여사의 언니인 육인숙씨의 차녀 홍소자씨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결혼했다. 한 총리가 박 전 대표에게 이종사촌 형부가 되는 셈이다.

한 총리의 아들 상준씨는 고 이회림 동양제철화학그룹 명예회장의 삼남인 이화영 유드니 대표의 딸 희현씨와 결혼했으며 딸 상은씨는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낸 고 김진재 의원의 아들 김세연 의원과 연을 맺었다.

현대가 6남 정몽준
부인 통해 재계 혼맥 다양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6남인 정몽준 최고위원은 현대가를 통해 혼맥을 넓혔다. 현대가는 다른 재벌가와는 달리 정략혼이 적은 편이지만 정 명예회장의 여섯 동생이 모두 대기업 창업자인 데다 8남1녀의 혼맥을 무시할 수 없다.


정 명예회장의 형제 중에는 정인영 한라그룹 창업자, 정순영 성우그룹 창업자가 있다. 세영씨는 현대자동차를 운영했고 독일 유학 중 사망한 신영씨의 부인은 장정자 현대학원 이사장이다. 상영씨는 KCC 금강종합건설을 이끌고 있으며 희영씨 일가는 한국프랜지의 사주이다.

정 최고위원은 형제들의 혼맥을 통해 LG, 쌍용, 강원산업 등 재계 가문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그의 형제 중 다섯째 형 몽헌씨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영원 전 유양해운 회장의 딸이다. 동생 몽윤씨의 부인 혜영씨는 부친이 부국물산 회장을 지낸 김진형씨고, 누나 경희씨는 현대 출신인 정희영 선진종합 회장과 결혼했다.

조카들도 재벌가문과 인연을 맺었다. 몽필씨의 차녀 유희씨는 김석원 쌍용 명예회장의 장남 김지용 용평리조트 상무와, 몽구씨의 외아들 의선씨는 정도원 전 강원산업 부회장의 딸 지선씨와 결혼했다. 몽우씨의 장남인 정일선 BNG스틸 전무는 구자엽 LG건설 부사장의 장녀 은희씨와 결혼했으며 삼남인 대선씨는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와 결혼, 화제를 낳기도 했다.

또한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 정몽익 KCC 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씨의 딸 최은정씨와 결혼했다.

정 최고위원은 현대가뿐만 아니라 부인인 김영명씨를 통해서도 다양한 재계 인맥을 거느리고 있다. 그는 1978년 미국 MIT대 유학중 형수 소개로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2남4녀 중 막내인 김영명씨와 만나 1년여 연애 끝에 결혼했는데 장인인 김 전 장관이 재계와 다양한 혼맥으로 얽혀 있다.

김 전 장관의 차녀인 영숙씨는 손원일 초대 해군 참모총장의 장남 손명원 스카이웍스솔루션코리아 고문과 결혼했다. 이들의 둘째 사위가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이다.

삼녀인 영자씨는 GS그룹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결혼했다. 허 회장의 부친 허정구 전 명예회장은 한때 삼성물산과 제일제당 등 삼성계열사의 경영을 맡았고, LG그룹공동창업 공신인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맏형이다.

허 회장은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형제고 GS그룹 허창수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허 회장의 장녀인 유정씨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아들 준오씨와 결혼했다.

대한민국 정·재계 혼맥의 중심에 있는 박 전 대표, 정 최고위원에 비하면 이재오 전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혼맥은 미약하다.

운동권 출신 이재오·김문수
가족 내력 ‘보일락 말락’

이재오 전 의원의 가족 중 이름이 알려진 이는 부인인 추영례씨 정도다. 1남2녀 중 장녀 고은씨와 차녀 은별씨는 결혼했으며 장남이면서 막내인 아들 민호씨는 군대 제대 후 남은 학업을 마무리했다.

이 전 의원은 1940년대 일본에 부역을 나갔다가 만난 양가 부친의 소개로 부인을 만나게 됐다. 아직도 회자되는 이들의 결혼식은 1971년 10월9일에 치러졌다. 결혼식 당일 수배령이 내려졌고 자리를 지키던 안기부 직원은 단식농성 중에 달려와 허겁지겁 식을 올리는 이 전 의원에게 “오늘은 봐주고 내일부터 잡을 테니 알아서 도망가라”고 했다.

이후 그들은 동지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부부가 됐다. 이 전 의원이 자전거로 지역구를 누빈다면 추씨는 내내 골목골목을 걸어서 누비며 ‘조용한 내조’를 보이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부인 설난영씨와의 사이에 외동딸 동주씨만을 두고 있다. 김 지사는 경북 영천에서 4남3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으나 아버지가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가세가 기울어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위장 취업노동자로 노동운동을 하던 중 세진전자 노조지부장직에서 쫓겨나 노동자로 전자제품 조립을 하던 설난영씨를 만나 결혼했다. 이들의 결혼식도 눈길을 끌었다. 1981년 9월26일 치러진 이들의 결혼식은 시위를 열기 위한 ‘위장 결혼식’으로 의심받아 결혼식장 주변에 전경버스 다섯 대가 대기해 있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의 딸’로, 정 최고위원이 ‘현대가의 아들’로 다양한 혼맥의 중심에 있었던 것과 달리 운동권 출신 인사인 이 전 의원과 김 지사에게는 부인과 가족이 혼인으로 얻은 최고의 ‘동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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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