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에서 주인공으로 ‘산소탱크’ 박지성

‘꿈의 무대’ 이번엔 기필코 밟는다!


‘산소탱크’ 박지성이 꿈의 무대에서 주연으로 떠올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입단 후 4년 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시원한 골을 선보인 것. 그는 지난 6일 아스널과의 준결승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퍼거슨 맨유 감독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박지성이 보여준 활약에 답했고 다가올 결승전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란 것을 시사했다. 박지성은 이로써 항간에 떠돌던 ‘위기설’을 깨부수고 당당히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위기의 순간마다 어김없이 ‘한 방’을 보여준 그의 축구인생을 되돌아봤다.

챔피언스리스 준결승에서 선제골 넣어 팀 승리 견인
준결승 두 경기 골 넣어 골 결정력 부재 말끔히 해소
퍼거슨 감독, 강한 믿음 보이며 결승전 출장 가능성 시사
위기마다 발휘되는 진면목 또 한 번 나타나 축구팬 열광

“박지성이 맨유 이적 후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이번 결승전에서 박지성은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지난 6일 아스날과의 경기 후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박지성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박지성은 활약상에 비해 가장 과소평가를 받은 선수다. 올 시즌 맨유가 치른 중요 경기들을 보면 박지성은 항상 그 경기에 있었다”라며 다시 한 번 박지성이 팀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에 대해 역설했다.

두 경기 연속 골 행진
돌아온 ‘박지성’ 알려

퍼거슨 감독이 유례없이 박지성에 칭찬을 쏟아 부은 데는 이유가 있다. 부상 없이 올 시즌을 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던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박지성 부활에 서막을 알린 것은 지난 2일 미들즈브러와의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 경기였다. 이날 박지성은 루니의 패스를 받아 환상적인 왼발 슛으로 골을 터트리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공간을 찾아내는 움직임이 돌아왔다는 것은 골 소식보다 더욱 값진 소득이기도 했다.

지난 6일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그의 진가는 또 다시 발휘됐다. 이날 아스널과 2008-2009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원정경기에 선발로 나온 박지성은 전반 8분 선제골을 뽑아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전·후반 90분을 모두 뛴 박지성의 이날 경기 모습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호날두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린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후반 16분에는 호날두의 힐패스를 루니에게 연결하며 쐐기골을 뽑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 박지성은 경기장 곳곳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며 날랜 몸놀림을 보여줬다. 맨유 선수 중 유일하게 선발출전한 모든 필드 플레이어와 패스를 주고받아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경기를 주도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을 올린 것은 2005년 7월 맨유 입단 후 처음이며 PSV에인트호벤(네덜란드) 소속이던 2005년 5월5일 AC밀란(이탈리아)과 2004-2005 시즌 4강 2차전(3-1 승)에서 선제골을 넣고 나서 4년 만이다. 올 시즌 4골, 맨유 유니폼을 입은 뒤로는 개인 통산 12호 골을 기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같은 눈부신 성과에 언론과 축구팬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경기 후 “박지성의 골이 사실상 맨유의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며 박지성에 평점 8점을 부여했다.
맨체스터 일간지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인터넷 판은 촌평을 통해 박지성의 가치를 인정했다. 신문은 “박지성이 카를로스 테베스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제치고 선발로 출전한 것은 놀랄 만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8분 만에 침착하게 선제골을 터트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루니에게 멋진 패스를 내줘 팀의 세 번째 골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경기장에서 맨유의 경기를 생중계한 맨체스터의 라디오 방송국 ‘Key 103’ 역시 박지성의 활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맨유의 전설’ 미키 토마스와 해설자 휴 페레이의 입에서는 전후반 90분 내내 박지성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전반 8분 박지성이 선제골을 넣자 “박지성의 골은 이곳 에미레이츠 경기장에서 1430㎞ 떨어진 로마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며 “지난 경기에 이어 저런 엄청난 골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라고 중계했다.

후반 16분, 박지성의 발끝에서 시작돼 루니에서 호날두로 연결된 득점포가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박지성과 루니가 날카로운 패스로 호날두의 골을 넣었다.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들은 경기 종료 직전 박지성이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자 “박지성이 90분이 거의 다 지나간 지금 이 시간에도 엄청나게 뛰어다니고 있다”며 극찬했다.

내친 김에 결승전까지
퍼거슨 감독 믿음 이어지나

이처럼 자신의 믿음에 골로 보답한 박지성에 대해 퍼거슨 감독은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박지성이 뛸 수 있으리란 것을 시사했다. 오는 28일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박지성을 출장시키겠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던 것. 만약 박지성이 이날 경기에 출전한다면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꿈의 무대에 서게 된다.

박지성은 지난해에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지만 아쉽게도 출전이 무산된 경험이 있다. FC바르셀로나와의 준결승에서 맹활약을 펼쳤음에도 첼시와의 결승전에는 대기명단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것. 당시 박지성은 출장이 무산된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퍼거슨 감독도 어려운 결정이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올해 박지성이 보여준 모습은 퍼거슨 감독이 지난해와는 다른 선택을 하리라는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박지성에게 아쉬움으로 남아있던 ‘골 결정력 부재’가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산소탱크’라는 별명에 걸맞게 좌, 우, 중앙에서 뛰어난 위치선정 능력을 보이고 있고 빠른 스피드와 골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진 그가 골 결정력에서는 늘 부족한 면을 보였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전혀 다른 면모를 선보였다.

박지성 본인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꼭 출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서슴없이 보였다. 박지성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두 골로 결정력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앞으로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라며 “(결승전은) 나뿐 아니라 모두가 뛰고 싶은 경기다. 나도 뛰고 싶다. 일단 작년에 경기장에 설 수 없었기에 이번엔 경기장에 서고 싶다. 꼭 결승전에 나서고 싶다”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이처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꿈의 경기 출장을 눈앞에 둔 박지성. 축구선수로서의 그의 인생 역시 한 방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닥쳐오는 위기를 극복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꾸준히 나아간 결과물이다.

수원 세류초등학교 4학년 재학 당시 축구를 시작한 그는 차범근 축구상을 수상할 정도로 축구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였다. 그러나 축구선수를 하기엔 왜소한 체격은 늘 그를 따라다니는 콤플렉스였다. 각종 보양식을 챙겨 먹었지만 큰 성과를 얻지는 못해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도 가벼운 훈련만 할 정도였다.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명지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2000년 올림픽 축구 대표팀과의 연습 경기에서 당시 올림픽 대표팀 허정무 감독의 눈에 띄어 올림픽 대표로 선발됐다. 또 그해 일본 J리그에 스카웃을 받고 연봉 5000만 엔과 주전급 대우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교토 퍼플 상가에 진출했다.

그리고 2002년, 박지성은 운명의 스승을 만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가 바로 그다. 월드컵 4강 진출에 크게 기여를 한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유럽행 제안을 받았고 프리미어리그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당시 박지성은 연봉 100만 달러를 받고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PSV에인트호벤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유럽에서의 선수생활이 그리 순탄치는 못했다.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들쭉날쭉한 플레이를 펼쳤던 것. 이 때문에 홈팬에게조차 야유를 받을 정도에 이르렀고 플레이가 위축되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그러나 위기에 강한 박지성은 부상 치료 후 서서히 실력을 끌어 올려 발군의 기량을 보이기 시작했고 팀내 주요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에 야유를 보냈던 에인트호벤 팬들이 ‘위숭 빠르크’라는 박지성 응원가까지 만들면서 달라진 그에게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맨유는 2005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AC 밀란에 2연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PSV 에인트호벤 소속이었던 박지성은 AC밀란과의 4강 2차전 홈경기에서 불과 전반 9분 만에 순간적인 돌파를 통해 선제골을 기록했고 이것이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박지성 영입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박지성은 2005년 6월 맨유와 계약을 맺고 2005년 7월4일 입단식을 가진 뒤 등번호 13번을 배정받으면서 공식 입단했다.
그리고 2005년 7월23일, 홍콩에서 열린 홍콩 프로 선발팀과의 친선경기로 맨유 입단 후 첫 공식 경기를 가졌고 7월26일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현대와의 친선경기에서 데뷔 골을 넣었다.

입단 당시만 해도 기대의 시선 이면에 후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함께 받았던 박지성은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게 됐다.
그러나 계속된 부상이 그의 질주를 가로막았다. 2006년 9월10일 토트넘 홋스퍼FC와의 경기에서 얻은 부상으로 수술을 했고 2007년에도 무릎 부상으로 또 한 차례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2008년 3월, 박지성은 풀럼FC와의 원정 경기로 돌아와 폴 스콜스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받아 넣으며 2007-2008시즌 첫 득점을 기록했다. 또 그해 4월6일, 미들즈브러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웨인 루니에게 결정적인 동점골 어시스트를 함으로써 맨유를 패배의 위기에서 구출했다.

특유의 성실함
위기극복 도와


같은 해 4월9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다시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며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로써 맨유는 4강에 진출했고 박지성은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얻었다.
그리고 준결승전 두 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해 결승을 이끌었으나 결승전에 출장하지는 못했다. 이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올해 결승전에서 그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기의 순간을 특유의 성실함과 노력, 그리고 축구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극복한 박지성. 그의 발끝에 국민들의 시선과 희망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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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