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70)

동상이몽 하듯 말없이 걷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공든 탑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협상이 답이다
궁지에 몰면 되레 죽 쒀서 개주는 수가 있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내 눈 안에 들어왔다. 내가 앉아있는 봉고 트럭 앞으로 아기를 안은 20대 여인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분명 어딘가에서 많이 본 여인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차량들 사이로 숨어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자세히 쳐다보니 지난번 나 사장 집에서 본 그 부인이 틀림없었다. 뭔가 잡았구나 하는 예감이 확 들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감이 몰려왔다.

조심스레 미행하다

나 사장 부인은 주차장을 지나 빌라를 감싸고 있는 경계담장까지 걸어갔다가 멈춰 서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무언가를 확인하고선 다시 몸을 돌려 나왔던 빌라로 되돌아 들어갔다.
나는 긴장감으로 가슴이 더욱 뛰었다. 분명 그녀는 주변에 나 같은 자가 잠복하고 있는지 혹은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 차 나왔다가 되돌아간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한다? 부인의 뒤를 따라 들어가 볼까? 아니면, 좀 더 기다렸다가 부인을 뒤따라 가볼까?’
선택의 고민을 하는 순간 이번에는 그 부인이 아기를 놔두고 혼자서 다시 나타났다. 그 뒤로 안경 쓴 남자 1명이 몇 발자국 떨어져 뒤따라 나오고 있었다. 부인은 조금 전과 같이 뭔가 불안한지 이곳저곳을 훑어보더니, 뒤따라오는 남자를 기다렸다가 둘이서 나란히 빌라 밖 대로변 쪽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두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뒤따라가며 잽싸게 윗도리 주머니 속을 뒤져 얼마 전 채무자 나 사장 집에서 구한 사진을 꺼내 대조해보았다. 그러나 왠지 부인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남자와 사진속의 남자가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물하고 사진하고는 달라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진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10여m 앞에서 부인과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걸어가고 있는 나 사장과의 거리를 5m 정도로 좁힌 후 차분하고 묵직한 목소리를 내어 불렀다.

“나철근 사장님!”
“….”
그러나 못 들었는지 아니면 모른 척 하는지 남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더욱 빠른 걸음으로 뒤따라가 거리를 더욱 좁히며 이번에는 더 큰소리로 불렀다.
“나철근 사장님!”
그제야 두 사람의 걸음이 동시에 멈추었다. 부인이 먼저 몸을 돌려 나를 발견하고는 순간적으로 ‘아!’하며 당황해 하고 있었다.


남편인 나 사장 역시 부인의 놀라는 모습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돌아봤다. 자신을 불러 세운 자가 낮선 남자임을 알고는 자신을 잡으러 온 형사인 줄 착각한 모양인지, 제자리에 선채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굳어버린 듯 했다.
내가 넘겨짚기 해 부르자 당황해 하는 모습으로 보아 그가 나 사장이 틀림없다는 판단이 섰다. 순간 나는 채무자의 왼편 옆으로 다가가며 다시 확인 차 물었다.
“나 사장님이시죠? 저는 HD 전자회사 법무팀 임 팀장입니다”하고 간단히 나를 소개한 후 만일의 도주를 염려하여 몸을 나 사장 옆구리 쪽으로 바짝 밀착 시키며 말했다.

“어딜 가서 차라도 마시며 얘기 좀 합시다.”
혹시 도망이라도 갈까 염려하여 채무자의 옆구리 허리띠를 살며시 잡았다. 아무래도 일단 골목길을 벗어나면 커피숍이나 호프집이라도 들어가 대화를 하여 담판을 지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 사장은 심경이 복잡한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못하고 내가 가자는 대로 순순히 응했다. 나는 채무자인 나 사장과 그의 부인과 함께 골목길을 나란히 걸어가면서 커피숍을 찾았다. 하지만 대로변까지 100m 가량 걸어 나가는 동안 골목길 양편으로 시장이 난전처럼 형성되어 있어 우리가 들어가서 대화할 만한 곳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며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면서 간선도로 쪽으로 향했다.

우리들은 서로 동상이몽이나 하듯 말없이 걸어갔다. 나는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나 사장은 기소중지자이니까 신고하면 끝이었다. 그러나 몇 달 동안 잠복하여 지겨운 고생을 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서 부도로 인한 손해를 대신 배상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채무자를 만나 어떻게든 부도금액을 회수하는데 목적이 있는 거다.
채무자 역시 자신이 붙들려갈 게 아니라면 나와 협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회사 역시 따지고 보면 큰소리 칠 입장만은 아니었다. 만약에 채무자인 나 사장이 협상에 응하지 않고 경찰에 자수해버린다면 처벌받고 말지 그 많은 돈을 갚겠다고 하겠는가? 그야말로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이다.

안절부절 못하다

우리 회사보다 훨씬 많은 피해업체들이 달라붙어 아우성을 쳐대면 채무자로선 견뎌내지 못하고 모든 것을 포기해 단 한 푼도 상환하지 않고 이판사판으로 배 째라며 뒤로 나자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죽 써서 개준다는 말처럼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회사로 끌고 가든지, 아니면 협상을 통해 일부라도 부도 금액을 해결하라고 설득하는 수밖에.

짧은 순간에 이런 생각들이 번개같이 스쳐지나가고 있는 사이, 우리는 침묵 속에서 대화할 장소를 찾아 골목길을 벗어나 큰 도로변을 걷고 있었다. 나는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우리들이 들어갈 만한 곳을 찾고 있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그렇게나 눈에 잘 띄던 커피숍이 그날따라 보이지 않았다. 초조해졌다.
그런 중에 다행히 주점 겸 전통차를 파는 조그마한 호프집이 보였다. 우리들은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히 그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5∼6평 남짓한 조그마한 가게 안은 좀 이른 시간인지 손님이 1명도 없이 조용했다. 나는 혹 나 사장이 도주 할 것을 염려해 구석자리를 찾아 그를 안쪽으로 밀어 넣다시피 하며 자리를 잡았다.

나 사장이 자리에 앉자 그의 부인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안절부절 못했다. 그러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가까운 친인척에게 채무자가 붙잡혔으니 도와달라는 전화일지도 몰랐다.
나는 서로 긴장된 분위기를 대화분위기로 바꾸기 위해 채무자를 향해 차를 주문하라고 권했다. 채무자 나 사장 역시 목이 마른지 사이다를 주문하기에 나도 같은 걸로 주문하고 부인에게도 한 잔 갖다 주라고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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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