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120>취득세 감면 연장 효과

바닥 탈출 시그널?…일시적 시한부 땜빵?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 부동산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취득세 감면이 결국 연장된다. 당초 기대했던 1년에서 6개월로 줄었지만 그 효과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작년 말 종료된 감면 조치 6개월 연장
지방세수 부족 지적에 당초 1년서 줄여

설 연휴를 기점으로 전반적인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취득세 감면 연장 등 새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주택거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국회가 부동산 취득세 감면 조치를 6월 말까지 연장 시행키로 한 것과 관련, “주택 매수 심리가 어느 정도 살아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새 정부가 상반기 내 추가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만큼 주택시장은 올해 저점에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반적 관망세 속
부양책 될까 관심

한 증권회사는 “취득세 감면 연장 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었다”며 “그러나 취득세 감면 연장은 부동산 거래 수요 회복에 긍정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작년에도 취득세 감면 조치가 담긴 9·10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빠르게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증권회사 연구원은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작년 동기보다 절반 줄어든 1157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며 “이는 취득세 감면 기간 종료로 수요자들이 매수를 미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주택 매매 수요는 취득세 감면 연장 시행 이후 거래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증권회사는 새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취득세 감면 조치 외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정책을 상반기에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주택시장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 정부가 상반기 내에 추가 정책들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취득세 감면 연장 조치와 함께 부동산시장 심리 개선에 긍정 효과를 낼 것이라고 이 증권회사는 언급했다.

이 증권사는 주택시장이 저점에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로 ▲글로벌 주택시장 개선 효과가 국내 주택시장에 긍정 영향을 미치고 ▲정부 활성화 정책으로 매수 심리가 개선되면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과 ▲수도권에서 주택 가격 하락으로 가격 이점이 생긴데다 ▲아파트 입주물량은 크게 감소해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얼어붙은 주택시장 해빙 전망
활성화엔 역부족 시큰둥 반응도

이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는 “장기 관점에서 국내 주택시장도 최근 개선되고 있는 해외 주택시장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다양한 부동산 활성화 정책 발표와 함께 주택시장은 올해 저점에서 회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작년 12월 종료됐던 취득세 감면 조치가 6개월 연장된다. 부동산 거래 시 내야하는 세금을 일시적으로 줄여 얼어붙은 주택시장 해빙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6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취득세 추가감면을 연장하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수정해 통과시켰다. 당초 취득세 감면은 1년 연장될 계획이었지만 6개월 연장에 그쳤다. 1년간 연장할 경우 지방세수 부족분이 2조9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지적 때문이다.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취득세율은 9억원 이하 주택 2%에서 1%,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 주택은 4%에서 2%, 12억원 초과주택은 4%에서 3%로 각각 낮아진다. 이번 조치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분은 중앙정부가 지원할 계획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6개월이란 기간에 대해 다소 불만족하면서도 감면 연장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일부 전문가들은 취득세 감면 조치가 거래량을 크게 늘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바닥 탈출 시그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 은행권 부동산전문위원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시장은 취득세에 울고 웃고 있다”며 “진입장벽이 낮춰지면 거래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시큰둥한 반응도 있다. 연장기간이 당초 기대했던 1년에 비해 대폭 줄었다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들린다. 실제 시행에 들어가기까지 기간을 제외할 경우 실질적인 감면혜택 연장기간이 4∼5개월에 불과해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이번 세제감면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도입시기의 문제로 인식돼 왔다. 때문에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어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팀장은 “취득세 감면은 시장에서 예측됐던 정책인 데다 재시행 시기도 너무 늦어 영향력이 다소 약해졌다”며 “주택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실거래 위주로 거래량이 소폭 늘어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권 부동산팀 관계자는 “숨통을 틔우는 효과는 있겠지만 시행 시한이 절반으로 줄어 주택거래 활성화를 꾀하긴 힘들 것”이라며 “거래 비수기가 지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실질적으로 3개월 정도에 불구하고 종료 이후에는 거래가 급감하는 현상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취득세 감면 시한이 당초계획보다 절반 수준에 불과하단 측면에서 향후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의 강도도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부동산시장은 ‘거래절벽’상태에 빠졌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거래량은 1164건으로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2월(6일 기준) 거래량도 총 71건으로 부진한 상태다. 이는 일일 평균 거래량이 11건으로 전달(일일 평균 31건)보다 낮은 수치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는 “설 연휴가 끝나고 거래 성수기에 접어들면 거래량이 조금씩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지만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취득세 감면 연장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거래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취득세 감면 연장 여부를 지켜보던 실수요자들이 서서히 거래에 나서는 상황이다.
송파구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그동안 집을 팔겠다는 사람만 많았는데 최근 법안이 통과된 뒤 매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발표 이후 벌써 몇 건이 거래됐다. 살 사람이 나타나자 매도자가 매물을 거둬들이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실질적 연장기간
4∼5개월에 불과”

1, 2월 입주하려던 전국 약 1만8000여 채 아파트의 계약자들도 취득세 감면 효과를 본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취득세 연장 여부가 불확실해 잔금 납부를 미루며 입주를 망설이는 계약자가 많았는데 이제 안심하는 분위기”라며 “입주 잔금이 들어오면 건설사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회사 연구원은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가 역대 최저였던 것도 취득세 감면 여부를 지켜보며 매수를 미뤘기 때문”이라며 “이번 조치로 매수 심리가 살아나 거래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은행권 부동산 팀장은 “감면 기간이 너무 짧아 집값이 회복되거나 거래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감면 연장이 끝나도 거래가 위축되지 않도록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폐지나 총부재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같은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올 들어 취득한 주택까지 소급 적용된다. 특히 9억∼12억 원대 준고가주택의 감면 혜택이 큰 편이다. 예를 들면 10억원인 전용 85m²짜리 아파트의 취득세는 현재 4400만원에서 2200만원으로 줄어든다. 중형차 1대 값에 맞먹는 세금이 빠지는 셈이다.

다만 이 감면 혜택은 1주택자가 전용 85m² 이하 주택을 취득할 때만 적용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라면 9억원 초과 주택은 감면 세율을 적용받지만 9억원 이하 주택은 2%가 적용된다. 또 85m² 초과 주택이면 1주택자라도 세율은 더 높아진다. 이때 1주택자 기준은 가구별이 아니라 본인 명의 주택이 1채인 경우, 즉 1인 1주택을 뜻한다.

취득세 감면 조치로 수도권에 입지가 좋은 미분양 아파트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는 잘 찾아보면 알짜 혜택들도 많아 취득세 감면과 미분양 혜택까지 ‘일석이조’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이참에 내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다음은 취득세 감면 연장 수혜지로 꼽히는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다.

“새정부가 상반기 추가
대책 내놓으면 시너지”

▲아스테리움 서울 = 서울 용산구 동자동 ‘아스테리움 서울’은 지난 1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현재 남산 조망권을 갖춘 펜트하우스 물량을 분양 중이다. 주거와 문화, 상업이 어우러진 고급 주거복합 빌딩으로 전용 128∼208㎡ 총 278가구로 지어진다. 남산조망권을 살리기 위해 A동 17층에 스카이라운지를 설치해 서울의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교통은 서울역 지하철 1, 4호선과 지하연결통로를 통해 바로 연결되며 인천공항철도 개통으로 인천국제공항까지 약 50분 만에 이동이 가능하다.

▲상도엠코타운 =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엠코타운’은 지난해 9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총 1559가구(전용 59∼118㎡) 규모다. 84㎡와 118㎡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숭실대입구역이 도보 3분 거리이다.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GX룸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이 단지 중앙에 있으며 단지 곳곳에 주민운동시설, 레크리에이션 시설이 마련됐다. 중도금 무이자 등 금융비용을 포함해 약 10%가량 할인받을 수 있다.


▲삼송 호반베르디움 = 호반건설은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 A9블록에서 ‘고양 삼송 호반베르디움’아파트를 공급 중이다. 이 아파트는 총 353가구(전용면적 84∼109㎡)로 구성됐다. 단지와 가까운 지하철 3호선 삼송역을 이용해 2개 정거장만 이동하면 은평뉴타운이 위치해 사실상 서울 생활권과 다름없는 환경을 갖췄다. 고양 삼송택지개발지구는 서울시청에서 14㎞ 정도 떨어져 있으며 서울 서북부(은평뉴타운)와 일산시도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 지하철 3호선 삼송역, 서울 외곽순환도로, 통일로 등이 이용 가능해 뛰어난 서울 도심 접근성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신세계그룹이 LH와 삼송지구 내 9만6555㎡(2만9208평) 부지를 1777억원에 매입, 총 4000억원 규모로 2017년까지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건립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호반건설 측은 그 동안 단점으로 지적됐던 기반시설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이 삼송지구를 둘러싸고 있는데다, 단지 서쪽으로 총 18홀 규모의 뉴코리아CC가 있어 그린 조망권 확보가 가능하다. 호반건설은 현재 분양가 60%에 대해 3∼5년간 이자지원 또는 2∼3년간 납부유예 중 택일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공급 중이며, 이 경우 인근 은평뉴타운의 전세가보다도 낮은 1억2000만원 내외의 금액으로 실입주가 가능하다.

▲아이파크시티 2차 = 현대산업개발은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에 일부 잔여가구가 남아있는 ‘아이파크시티 2차’를 분양하고 있다. 이곳 C2블록은 지하 2층∼지상 14층 26개동 전용 84∼202㎡ 1135가구의 규모로 구성됐다. 단지 서쪽에 우시장천의 수변공간과 맞닿아 있으며, 내부 인테리어와 친환경으로 설계돼 있다. 지하철 1호선 세류역이 가깝고 1번국도, 남부우회로, 동수원로 등의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 편의시설로 이마트가 단지와 인접해 있다. 수원지역의 갤러리아 백화점, 그랜드 백화점, 애경백화점과 농수산물시장, 홈플러스 이용이 가능하다.

“규제 완화 보완책
계속 나와야 효과”

▲부천약대아이파크 = 경기도 부천시 약대동 ‘부천약대아이파크’는 3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총 1613가구(전용 85~208㎡) 중 416가구가 일반 물량이다. 이 아파트는 중동신도시가 인근에 있어 홈플러스, 약대공원, 부천체육관 등 풍부한 편의시설 이용이 가능하다. 계약금 10%에 주택형별로 분양가 할인이 적용되고 있다.

▲영종하늘도시 우미린 = 우미건설의 ‘영종하늘도시 우미린 1·2차’ 총 2967가구가 지난 8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1차는 지하 2층∼지상 36층, 12개동, 48∼59㎡, 1680가구로 구성됐다. 2차는 지하 1층∼지상 38층, 9개 동, 84㎡, 1287가구가 들어섰다. 국제규격 축구장 33개 규모의 초대형 중앙광장이 설치됐다. 공항철도 운서역을 통해 서울역까지 40분대 접근이 가능해 도심 출퇴근이 용이하다. 2차와 인접한 영종초교를 비롯해 영종중, 인천국제고, 인천과학고 등의 학군이 형성돼 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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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