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아킬레스건

2% 부족한 인적 네트워크 ‘약 일까 독 일까’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재계의 조연에서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한 지 오래. 검찰발 사정바람과 금융발 불황폭풍 속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치고 나가는 ‘공격력’이 무서울 정도다. 하지만 스피드를 내고 있는 강 회장에게도 건드리면 아픈 ‘아킬레스건’이 있다. 흠집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완벽하고 강한 강 회장의 2% 부족한 점이 무엇일까.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거침없는 질주가 화제다.
우선 STX그룹의 초고속 성장이 눈부시다. STX그룹은 창립 10년도 안 돼 재계순위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밑으론 신세계그룹, CJ그룹, 동부그룹 등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즐비하다. 2000년 그룹 출범 당시 매출은 2605억원. 지난해 STX그룹 총매출 28조원과 비교하면 10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올해 목표는 30조원이다.

사정바람·불황폭풍 속 거침없는 질주 화제
지연 학연 등 큰인맥 부재 “너무 평범했나”
‘월급쟁이서 총수로’자수성가 성공스토리
‘스페셜 코스’ 밟은 재벌 사이서 ‘왕따?’

STX그룹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인수·합병(M&A)이다. STX그룹은 출범 이후 활발한 M&A를 통해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2000년 STX중공업(옛 쌍용중공업) 인수를 시작으로 2001년 STX조선(옛 대동조선), 2002년 STX에너지(옛 산단에너지), 2004년 STX팬오션(옛 범양상선) 등을 차례로 먹어치웠다. 매번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말이 나왔다.

2000년 그룹 출범 
총매출 100배 증가

지난해엔 유럽연합(EU)으로부터 노르웨이 크루즈선 업체 STX유럽(옛 아커야즈)을 인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M&A시장에선 STX그룹이 ‘단골손님’일 정도로 매물 후보군에 빠짐없이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실탄’이 넉넉하다는 얘기고, 강 회장이 ‘M&A 귀재’로 불리는 이유다.
STX그룹은 먹잇감들을 바탕으로 지주사격인 ㈜STX를 포함해 STX엔진, STX중공업, STX엔파코, STX건설 등을 일궈냈다. 이렇게 하나둘 늘어난 계열사가 모두 17개다. STX그룹은 주력인 ‘조선기자재-엔진제조-선박건조-해상운송’으로 이어지는 사업 구성을 통해 경영전략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룹의 경영 성과를 기반으로 강 회장은 최근 재계에서도 급부상하고 있다. 그는 올 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 이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조선업계에서 유일하게 재계를 대표하는 3대 단체 부회장단에 선임된 것. 강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 부자 순위에서 20위권에 안착하기도 했다.
그룹 측은 “STX의 초고속 성장의 배경엔 강 회장의 탁월한 경영전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강 회장은 안주하지 않고 시선을 해외로 돌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뜻 보기엔 강 회장이 그저 재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흥재벌 쯤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는 맨손으로 지금의 STX를 일군 자수성가한 오너다. 이 과정엔 한편의 드라마 같은 우여곡절이 가득하다. 월급쟁이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대기업 총수’에 오르기까지 구구절절한 성공 스토리가 그것이다.
문제는 강 회장의 너무 평범한 과거가 지금의 아킬레스건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바로 초라한 인맥이다. 강 회장이 “인재가 재산”이란 ‘인재론’을 강조하며 우수 인재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경영자에게 필수로 인식되고 있는 대인관계는 곧 기업 자산과 다름없기 때문에 강 회장으로선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강 회장이 여느 재벌그룹 오너와 다른 길을 걸어온 결과다.

어려서부터 자라온 환경이 한 울타리에 있는 재벌가 사람들은 ‘끼리끼리’명문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자연스레 친분을 쌓다가 미국 유학 등 ‘스페셜 코스’밟으면서 탄탄한 인맥을 갖게 된다. 반면 강 회장은 그동안 재벌가와 동떨어진 탓에 재계에서 ‘왕따’를 당한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강 회장이 앞만 보고 살아온 세월과 기업을 일군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변에 유명한 인사들이 그리 많지 않다”며 “지연, 학연, 친인척, 대외활동 등 어디를 둘러봐도 내세울 만한 큰 인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재벌가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문 순수 국내파다. 1950년 경북 선산 출생인 그는 동대문상고, 명지대 경영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 GLP과정(Global Leadership Program·최고경영자과정)을 거쳐 1973년 쌍용양회에 입사했다. 이후 쌍용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긴 강 회장은 부도에 직면한 회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사재를 털어 회사를 인수하면서 인생의 전기를 마련하는 ‘뱃고동’을 울렸다.
여기까지 강 회장이 쌓은 인맥을 살펴보면 이렇다.

강 회장이 나온 명지대 출신의 정·관·재계 인사는 이강래 의원(민주당), 최욱철 의원(무소속), 김휘동 안동시장, 홍성은 미국 레이니어그룹 회장, 양재열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권오형 한국공인회계사 회장 등이 전부다. 또 서울대 국제대학원 GLP과정을 밟은 유명인사는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양삼승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이 재산인데…”
‘이희범 카드’통할까

강 회장은 ‘쌍용맨’시절 기획금융·경영관리 등 핵심부서를 두루 거치면서 미래의 ‘동지’를 만났다. 최근 강 회장이 영입한 이희범 에너지부문 총괄 회장이다.
그룹의 해외 에너지 및 자원 개발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정·관·재계에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재계에서 이 회장이 강 회장의 2% 부족한 인맥 네트워크를 채워줄 적임자란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강 회장도 대외활동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이 회장 영입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공대 출신으론 최초로 행시(12회)에 수석으로 합격한 이후 상공부 수출과장, 주미 상무관, 산업정책국장, 자원정책실장, 산자부 차관·장관에 이어 2006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지냈다.
무엇보다 이 회장 영입 배경엔 강 회장과의 오랜 우정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수출 담당 공무원과 기업 임원으로 만나 인연을 놓지 않았다. 각각 59세와 60세로 한 살 터울인 강 회장과 이 회장은 고향이 경북 안동과 선산으로 사실상 동향이다.

강 회장이 무역협회 부회장으로 선임된 것도 이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부터 (강 회장과) 친분이 있었다”며 “서로 생각이나 처지가 비슷했던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쌍용맨’출신인 김선동 전 에쓰오일(S-oil) 회장도 강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의 성공스토리는 강 회장과 판박이다. 김 전 회장이 쌍용정유를 인수한 시기나 배경, 과정 등이 강 회장의 쌍용중공업 인수와 거의 유사하다. 채권단의 신임을 얻어 수장에 오른 점 또한 닮은꼴이다.
김 전 회장은 1974년 에쓰오일의 전신인 쌍용정유에 부장으로 입사한 뒤 1991년 사장에 올랐다. 1998년 모그룹인 쌍용그룹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쌍용그룹 지분을 매입, 에쓰오일을 독립경영체제로 전환시켰다. 회장에 취임한 것은 2000년 3월이다.

두 사람의 친분은 2006년 김 전 회장이 강 회장에게 에쓰오일 지분 인수전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07년 5월 에쓰오일 회장직에서 물러난 김 전 회장은 현재 지난해 사재를 털어 설립한 장학재단인 미래국제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강 회장이 STX그룹의 사세를 확장하면서 친분을 쌓은 인사도 있다. 공교롭게도 김 전 회장과 정유업계 맞수였던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다. 강 회장과 허 회장은 무역협회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친분을 쌓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 허 회장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당시 GS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강 회장에게 ‘SOS’를 보내기도 했다.

김 전 회장과 허 회장은 1942년생 동갑내기로 정유업계에서 잔뼈가 굵으면서 미운정 고운정이 들었다. 강덕수-김선동-허동수 ‘3각 라인’이 엮어지는(?) 셈이다. 이들 세 사람은 서로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평소 친구처럼 편하게 대화하면서 교감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김선동·허동수 친분
본격 인맥쌓기 스타트

업계 관계자는 “강 회장이 재계에서 주목받은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에 이렇다 할 인맥이 없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며 “큰 단체의 부회장직을 맡는 등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을 시작한 만큼 강 회장의 인맥 쌓기는 이제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STX그룹 내부 관계자는 강 회장의 인맥 부재에 대해 사뭇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요즘 같은 시끄러운 정국에 여기저기 발을 걸친 문어발 인맥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며 “특별히 줄을 댈 만한 아는 사람 없이 기업을 크게 일궜다면 그만큼 깨끗하고 투명하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강덕수 회장 약력
▲1950년 경북 선산 출생 ▲동대문상고, 명지대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 국제대학원(GLP) 수료 ▲창원대 명예경영학 박사 ▲1973년 쌍용양회 입사 ▲1995년 쌍용중공업 이사 ▲2000년 쌍용중공업 대표이사 ▲2001년 ㈜STX 대표이사 ▲2003년∼현재 STX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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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