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별기획]MB정부 출범, 그 이후…④재벌그룹 희비쌍곡선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2.07 14: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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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대기업 궁합 보니…천생연분 찰떡이 따로 없네!

[일요시사=경제1팀] MB정부가 저물어가고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MB정부 들어 재계엔 출총제 폐지, 법인세 인하 등 '당근'이 마구 떨어졌다. 때론 '사정 바람'이 사정없이 불었다. 이 결과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무너지거나 휘청거린 기업이 있는가 하면 급격히 사세를 불린 기업도 있다. MB정부와 대기업의 궁합은 어땠을까. 30대 그룹의 5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 봤다.


2007년 12월28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승리 열흘 만에 가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했다. 당선인 신분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대선 승리 직후 
재계본산 전경련행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경제정책을 추진해 성장 중심 정책을 펼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와 감세를 약속했다. 재계는 술렁거렸다. 그동안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역시 CEO 출신 대통령" "이제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재계에선 MB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화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르는 동안 재계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일요시사>가 30대 그룹(공기업 제외)의 재계 순위와 계열사수, 총자산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간 전체적으로 대기업들의 사세가 급격히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이 대통령의 취임(2008년 2월25일) 직전인 2008년 2월 초와 올초를 비교한 재계 순위를 살펴보면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달 발표하고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소속회사 현황에 따르면 현재 재계 순위 1위는 삼성그룹이다. 5년 전에도 '톱'이었던 삼성그룹은 1996년만 해도 현대그룹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1999년 대우그룹에까지 밀려 3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1년부터 지금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각각 2∼5위에 있는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포스코의 순위도 변함이 없었다. 8위 GS그룹과 20위 대림그룹 역시 그대로 였다.

지난 5년간 전체적으로 급격히 사세 확장
순위, 계열수, 자산 등 적잖은 지각변동

STX그룹은 24위에서 13위로 무려 11단계나 뛰어올라 30대 그룹 가운데 5년 만에 가장 많이 성장한 곳으로 꼽혔다. CJ그룹은 19위에서 14위로 5단계 뛰었다. 현대중공업은 11위에서 7위로, 대우조선해양은 22위에서 18위로 4단계씩 점프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30위권 밖에 있던 에쓰오일과 부영그룹과 OCI그룹, 효성그룹, 대우건설은 각각 22~26위에 새롭게 진입했다. 이밖에 한화그룹(12위→10위), 한진그룹(10위→9위), 두산그룹(13위→12위), LS그룹 (16위→15위) 등도 재계 서열을 끌어올렸다.

반면 5년 전에 비해 재계 순위가 하락한 그룹은 9개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이 한국지엠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2008년 2월만 해도 21위였던 한국지엠은 현대 29위로 추락한 상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9위에서 16위로 주저앉았다. 2006년 11월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꿔놨으나, 엄청난 인수금액(6조4000억원) 탓에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도로 '오바이트'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기에 '형제의 난'까지 벌어져 진땀을 흘리고 있다.

KT와 현대그룹도 순위가 떨어졌다. KT는 7위에서 11위로 4단계 주저앉았다. 17위를 기록했던 현대그룹도 4단계 아래인 21위에 올라 있다. 이외에 신세계그룹(15위→17위), 동국제강그룹(25위→27위), 코오롱그룹(28위→30위), 동부그룹(18→19위), 현대백화점그룹(27위→28위) 등도 재계 서열이 낮아졌다.


재계 서열에서 사라진 기업도 있다. 14위였던 하이닉스는 SK그룹이, 23위였던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 인수했다. 26위 이랜드그룹과 29위 동양그룹, 30위 KCC그룹은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STX·롯데 '웃고'
금호·웅진 '울고'

재계 관계자는 "지난 5년간 30대 그룹의 재계 순위를 보면 상위권은 모두 제자리를 지켰으나 중하위권의 변동이 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STX, 부영, OCI, 효성, CJ, 현대중공업 등이 도약한 반면 상대적으로 금호아시아나, 현대, 신세계, 코오롱 등은 약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전 재계 40위권 웅진과 70위권 C&은 MB정권에서 공중분해됐다"며 "STX, 금호, 동양, 대한전선 등은 재무 상황이 급격히 나빠져 지금까지도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30대 그룹의 계열사는 얼마나 늘었을까.

<일요시사>가 30대 그룹의 계열사수 증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8년 2월 초 774개에서 올초 1188개로 414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그룹당 계열사가 평균 10개 이상씩 불어난 셈이다.

MB정부 들어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사시키는 등 왕성한 몸집 불리기의 결과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는 등 닥치는 대로 사업을 벌이는 무차별적인 '문어발 확장'을 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 확장을 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계열사를 가장 많이 늘린 곳은 롯데그룹인 것으로 조사됐다. 43개에서 36개 늘어나 현재 79개를 기록했다. 포스코와 동부그룹은 각각 28개에서 63개, 60개로 30개 이상씩 증가했다.

지난 5년간 계열사가 20∼30개 늘어난 그룹은 8곳으로 나타났다. KT(28개→56개)와 LS그룹(22개→50개)은 각각 28개가 많아졌다. 또 ▲LG그룹은 27개(36개→63개) ▲GS그룹은 23개(54개→77개) ▲삼성그룹은 22개(59개→81개) ▲SK그룹은 22개(63개→85개) ▲현대차그룹은 21개(36개→57개) ▲CJ그룹은 20개(66개→86개)가 불었다.

한진그룹(26개→45개), 현대중공업그룹(8개→27개), 한화그룹(38개→52개), 신세계그룹(15개→28개), 현대그룹(9개→21개), 이랜드그룹(19개→29개), 동양그룹(21개→31개) 등은 '식구'가 각각 10∼20개씩 더 생겼다.

대우조선해양(8개→16개), 현대백화점그룹(25개→33개), STX그룹(16개→23개), 코오롱그룹(34개→38개), 대림그룹(14개→18개), 동국제강그룹(12개→15개), 두산그룹(21개→23개), KCC그룹(7개→9개) 등은 2∼8개만 늘었다.

상위권 기업들 모두 제자리
중하위권 치열한 순위 다툼

그런가하면 계열사가 줄어든 그룹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5년 전 35개 계열사를 거느리다 최근 20개로 15개나 감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사업조직재편과 기존업종 관련분야 진출, 새로운 분야 진출 등을 통해 회사들을 신규 편입하고 있다"며 "그러나 부동산업, 운수업, 도매·상품중개업, 식음료소매업, 수입품유통업, 교육서비스업 등 손쉽게 돈을 버는 비제조업 위주로 계열사들을 늘려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30대 그룹은 계열사가 늘면서 총자산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과 지난해 4월의 자산총액 현황을 비교한 결과다.

삼성그룹은 144조원에서 256조원으로 112조원 늘어 자산 증가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그룹은 81조원(74조원→155조원), SK그룹은 64조원(72조원→136조원), LG그룹은 44조원(57조원→101조원), 포스코는 43조원(38조원→81조원), 롯데그룹은 39조원(44조원→83조원)이 불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 26조원(30조원→56조원) ▲GS그룹 20조원(31조원→51조원) ▲한화그룹 13조원(21조원→34조원) ▲두산그룹 13조원(17조원→30조원) ▲STX그룹 13조원(11조원→24조원) ▲CJ그룹 13조원(10조원→23조원) ▲한진그룹 11조원(26조원→37조원) 순이었다.

LS·신세계·동부·현대·대림·부영·효성·코오롱·KCC·동양그룹 등 나머지 대기업은 총자산이 각각 1조∼9조원 가량 증가했다.

30대 그룹에서 유일하게 총자산이 감소한 기업 또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2008년 27조원에서 지난해 19조원으로 8조원이나 증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재계 순위, 계열사수, 자산총액 등에서 모두 지난 5년간 가장 큰 수모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는 유럽 금융위기 등 해외발 경제악재 여파가 한반도까지 덮치면서 내수부진, 유가인상, 환율하락 등으로 고전했다. 여기에 사정기관들의 옥죄기까지 겹치면서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검찰이 선봉에서 '군기잡기'에 나섰다. 검찰은 MB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대기업 비리에 날 선 칼날을 들이댔다. 고질적 병폐인 '검은 돈'을 집중적으로 털어냈다. 먼저 '친노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검찰 선봉 군기잡기 여전
친노기업부터 메스 들이대
굼뜬 베팅에 줄줄이 도마에

검찰은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 10년 동안 불거진 각종 비리와 비자금 조성, 특혜·로비 의혹 등 구린내 나는 사건을 다시 꺼내들었다. MB정부 출범 직후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인은 10여명 정도. 이들은 모두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이중 정대근 전 농협 회장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문병욱 라미드그룹 회장 등 실제 친노 기업인들이 제물(?)이 됐다. 검찰은 '전 정권 표적설'에 대해 "특정 인물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잡아뗐지만, '사정폭탄'은 돌고 돌아 결국 '봉하마을'로 투하된 모양새였다.

이후 한동안 숨을 고르던 검찰의 움직임이 다시 감지된 것은 2010년 6월부터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지만, 대기업들이 굼뜬 '베팅'을 보이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특히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개점휴업'에 들어갔던 대검 중수부가 재가동되자 대대적인 '대기업 손보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관측은 현실이 됐다. 재정비를 끝낸 검찰은 예전보다 더욱 예리해진 칼날로 재계 압박에 나섰다. 그 신호탄은 한화그룹이었다. 이어 프라임그룹, 애경그룹, C&그룹, 태광그룹, 오리온그룹, SK그룹, LIG그룹 등으로 '검풍'이 매섭게 몰아쳤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회사에 48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은 2008년 11월 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2008년 12월 회사 공금 2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은팔찌'를 찼었다.

임병석 C&그룹 회장은 2010년 11월 1조원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회삿돈 1400여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 1심과 2심에서 징역 4년6월을 선고받았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2011년 6월 구속,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60억원대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31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00억원대 기업어음(CP) 부정 발행 혐의를 받고 있는 LIG그룹 오너일가 3명(구자원 LIG그룹 회장,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구린내만 풍기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사건도 적지 않다. 도마에 올랐던 기업들은 변죽만 울린 검찰의 헛발질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MB정부 들어 검찰이 처벌한 첫 재벌그룹 총수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다. 현 회장은 법정관리 중이던 한일합섬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배임 등 혐의로 2008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궁지에 몰렸다가
기사회생 총수도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는 것으로 끝났다.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은 주가조작과 구명로비 의혹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증권거래법 위반 의혹을 받았지만, 검찰은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 대통령의 셋째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주가조작 의혹을, 이 대통령의 사돈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수영 OCI그룹 회장 등도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가 결국 흐지부지 됐다.

민주당은 재벌 총수·대기업에 대한 MB정부의 봐주기·감싸기 수사를 지적한 바 있다. 민주당은 "MB정부의 사정기관이 권력형 비리, 부정부패 사건을 다룸에 있어 한없이 관대한 봐주기·감싸기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 동안 깃털만 만지작거리다 전광석화처럼 덮었거나, 굼벵이 수사로 지지부진한 대형 부정부패비리 사건들이 수두룩하다"고 비판했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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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