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피겨 역사 새로 쓰는 ‘피겨여왕’ 김연아

황홀한 연기로 밴쿠버를 금빛으로 물들여라

<사진 제공: SBS>

김연아(19·고려대)가 피겨계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김연아는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합계 207.71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김연아가 받은 점수는 동갑내기 일본선수인 아사다 마오가 세웠던 여자 싱글 총점 기존 최고점인 199.52점을 무려 8.19점이나 끌어올린 것으로 여자 싱글에서 역대 최초로 ‘꿈의 200점대’를 돌파한 것이다. 이로써 내년 2월에 개최될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여자 싱글 사상 최초 200점대 돌파
ISU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세계랭킹·상금 1위 등극
올림픽서 금메달 획득하면 피겨역사 최초 그랜드슬램
숨은 4점 찾기 위해 플립 대신 러츠 콤비네이션에 포함

“올림픽도 다른 대회랑 별다를 건 없어요. 지금처럼 열심히 준비해서 금메달 따고 싶어요.”
2009 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역대 최초로 ‘꿈의 200점대’를 돌파하며 우승한 김연아가 지난달 31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입국 기자회견에서 1년 뒤 열리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 목표
최초 그랜드슬램 눈앞

김연아는 지난달 28일,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54명의 선수 중 52번째로 빙판 위에 올라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뽐냈다. ‘죽음의 무도’에 맞춰 환상의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첫 번째 점프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멋지게 성공시킨 뒤 트리플 러츠에서도 무결점 연기를 선보였다.
한 번의 점프 실수 없이 완벽하게 성공시킨 김연아는 플라잉 스핀, 레이백 스핀, 스핀 콤비네이션, 스파이럴 시퀀스, 스텝 시퀀스 등 다른 기본 동작에서도 향상된 경기력을 선보이며 2분50여 초의 공연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김연아의 연기가 끝나자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김연아도 우승을 자신한 듯 연기가 끝나자 미소와 함께 주먹을 쥐어 보였고, 오서 코치도 껑충 뛰며 기뻐했다. 이날 심판진으로부터 받은 점수는 기술점수 43.4점, 프로그램 구성점수 37.72점으로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기록인 76.12점을 따내며 1위에 올랐다.
2위를 차지한 조애니 로세트(67.9점)와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66.06·3위)와는 각각 8.22점, 10.06점 차이. 더욱이 지난 2월 벌어진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한 72.24보다 3.88이나 높은 점수였다.

다음날 펼쳐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김연아는 단연 돋보였다. 한 차례 점프 실수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점프실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관객을 압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붉은 드레스를 입고 마지막조 4번째 연기자로 나서 ‘세헤라자데’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처럼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9.50점)를 완벽하게 뛰어 0.4점의 가산점을 챙겼다. 연이어 이나바우어에 이은 더블 악셀까지 안전하게 착지했고,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8.8점)에서도 1.0점의 가산점을 얻었다.
김연아는 또 플라잉싯스핀을 레벨 4로 돌고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까지 완벽하게 뛰었다. 하지만 ‘점프의 교과서’ 김연아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트리플 살코우를 뛰려던 순간 도약이 좋지 않아 더블 살코우에 다운그레이드까지 되면서 0.24점밖에 얻지 못했고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이 체인징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처리되면서 마지막 과제로 실시한 체인징 풋 콤비네이션 점프와 중복돼 0점을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렇지만 김연아는 마지막 점프와 스파이럴, 스핀을 완벽하게 성공시켜 추가 실수 없이 연기를 마무리했다. 4분10초간의 연기가 끝나자 LA 스테이플스센터를 찾은 1만8000여 관중은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수많은 장미꽃을 빙판 위로 던졌다. 김연아도 감격한 듯 얼굴을 두 손으로 감추고 가슴 벅찬 표정을 지었다.
이후 점수가 공개되자 김연아 자신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31.59점. 전날 쇼트프로그램(76.12점)을 포함해 합계 207.7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더욱이 207.71점이라는 점수는 지난 2006년 12월 그랑프리 6차 대회 ‘NHK 트로피’에서 아사다 마오(일본)가 세웠던 여자 싱글 총점 기존 최고점인 199.52점을 무려 8.19점이나 끌어올린 대기록이다.

이로써 자신의 생애 첫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우승이자, 역대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200점 돌파’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김연아는 이날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조애니 로세트(191.29점·캐나다)와 무려 16점 이상 차이를 벌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2002~2003년부터 기존 ‘6점 채점제’ 대신 도입된 신채점방식(뉴저지시스템)에서 처음으로 200점대를 돌파한 선수로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됐다. 2006~2007년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그랑프리 시리즈와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제패함으로써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가능성도 한껏 높였다.

김연아가 시니어 데뷔 이래 세계 메이저 대회 3개(그랑프리·4대륙·세계선수권)를 모두 석권했기 때문에 내년 2월에 개최되는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피겨 사상 최초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김연아는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 선수권 대회 우승은 오랜 꿈이었다”며 “꿈이 이뤄져 환상적이다”라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시상식 연단에 오른 김연아는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리는 순간 코끝이 발갛게 물들면서 이내 눈물을 훔쳤다. 김연아는 “시상대에 올라 애국가를 들으면 눈물이 나곤 해서 그동안 꾹 참았지만 오늘은 너무나 기다렸던 순간이라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김연아는 세계랭킹(4652점)도 단숨에 2단계 끌어 올려 세계 1위에 올랐다. 또한 올 시즌 상금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김연아는 종전 2008~2009시즌 총 상금 6만9000달러(약 9500만원)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상금 4만5000달러(약 6000만원)를 더해 11만4000달러(1억5500만원)로 올 시즌 상금 1위를 차지했다.

여자 싱글 최초 200점 돌파
세계랭킹 상승 1위 등극

세계선수권대회 이전까지 김연아는 올 시즌 그랑프리 1차, 3차 우승을 차지, 각각 1만8000달러씩 총 3만6000달러를 챙겼고 이어 그랑프리 파이널 준우승으로 상금 1만8000달러, 4대륙선수권 우승으로 상금 1만5000달러를 획득해 모두 6만9000달러를 손에 넣은 바 있다.
시니어 데뷔 이후 그랑프리시리즈와 4대륙선수권대회 등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김연아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세계선수권까지 석권하면서 ‘피겨여왕’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재벌로 거듭났다.

김연아의 상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즌 종료 후, 세계랭킹 1위에 오를 경우 상금 4만5000달러가 추가로 지급된다. 이에 따라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랭킹 1위를 확보한 김연아는 모두 15만9000달러(2억1400만원)를 받게 돼 상금랭킹도 1위에 오른다.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본 외신과 은퇴한 피겨스타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AP통신은 김연아가 207.71점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직후 ‘김연아, 진정한 피겨퀸! 첫 세계선수권 우승’(Queen Yu-na, indeed! Kim wins first world title)이란 제목의 기사를 전송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이미 압도적인 점수차로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서도 AP통신은 “전날 이미 거대한 리드로 이번 대회는 경쟁이라기보다는 (피겨여제) 즉위식이었다”고 표현했다.
은퇴한 미국의 피겨스타 티모시 게이블도 김연아에 대해 “김연아는 전율이었다”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게이블은 최초로 쿼드러플(4회전) 살코를 경기에서 선보인 스케이터로 ‘쿼드 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게이블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피겨스케이팅 전문웹사이트 ‘아이스네트워크’에 올린 글을 통해 주요 수상자들에 대한 평을 게재, 김연아에 대해 “김연아는 정말 특별했다. 김연아가 했던 모든 연기는 편안하고 수준도 높았다”면서 “김연아의 착지는 전혀 힘들이지 않는 듯 가벼웠다”고 했다. 이어 “김연아의 점프는 파워과 스피드가 있었다”며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김연아와 경이적인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SBS>그러나 김연아는 여자 싱글 사상 처음으로 200점대를 돌파, 207.71점이란 경이적인 점수로 우승하긴 했지만 이 점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산술적으로 210점대 진입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김연아는 동계올림픽이 포함된 2009~2010시즌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으로 변경해 변화를 주기로 했다.

‘점프의 정석’으로 불릴 정도로 점프 연기에 강점을 보였던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부터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를 모든 프로그램의 첫 번째 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그랑프리 컵 오브 차이나부터 플립 점프에서 미세한 문제점이 지적되기 시작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롱에지 판정을 받은 데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어텐션 지적을 받았다. 테이크오프 동작에서 에지가 바깥쪽으로 살짝 눌리면서 점프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무사히 넘어갔지만 지난 2월 4대륙선수권대회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연거푸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어텐션 지적을 받으며 기술평가점수에서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았다.


러츠로 변경해 성공하면
210점대도 돌파 가능

4대륙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으로 평균 0.5점의 기술평가점수를 받았다. 기술평가점수가 심판마다 최대 +3점에서 -3점까지 줄 수 있는 걸 감안하면 무척 저조한 점수다.
따라서 김연아는 굳이 어텐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플립 대신 다음 시즌부터 러츠를 콤비네이션에 포함시켜 점수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로 결정했다. 김연아에게 플립보다 러츠가 상대적으로 쉬운 이유도 작용했다. 김연아가 콤비네이션에서 플립을 러츠로 변경해 성공할 경우 총점 증가폭은 4.0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돼 210점대 돌파가 가능하게 된다.
트리플 플립의 기본점수가 5.5점인데 반해 트리플 러츠의 기본점수는 6.0점으로 0.5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트리플 토루프의 기본점수가 4.0점이니 콤비네이션의 기본점수가 9.5점에서 10.0점으로 향상되는 효과가 나온다.
여기에 어텐션 지적을 받지 않으며 기술평가점수에서 다른 점프 동작와 마찬가지로 2.0점까지 받을 경우 예전에 비해 2.0점이 증가한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모두 감안하면 총점에서 4.0점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한편 김연아는 강렬하고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공략할 전략이다. 김연아는 “다음 시즌 프로그램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즌과 비슷한 분위기로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 프로그램을 결정하면서 팬들의 귀에 익숙한 음악을 선택했고 더불어 귀여운 이미지를 벗어나 숙녀로서 강렬한 이미지를 내뿜을 수 있는 안무를 짰다.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에 진출하고 나서 쇼트프로그램으로 ‘록산느의 탱고’(2006-2007), ‘박쥐서곡’(2007-2008)을 써왔고, 프리스케이팅에는 ‘종달새의 비상’(2006-2007), ‘미스 사이공’(2007-2008) 등을 써왔다.
그러나 이전까지 사용했던 배경 음악들은 크게 대중적이지 않았고, 안무도 발랄함과 아름다움에 집중하다 보니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과 머리를 맞댄 끝에 ‘강렬함-대중성’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이렇게 선택한 프로그램이 쇼트프로그램 ‘죽음의 무도’와 프리스케이팅 ‘세헤라자데’였다.

김연아는 ‘죽음의 무도’를 준비하면서 짙어진 눈화장으로 연기력을 돋보이게 했고 피겨 배경음악으로 여러 차례 사용됐던 ‘세헤라자데’를 통해 대중성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김연아는 두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선수권대회 생애 첫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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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