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노림수

잦은 ‘대우맨’ 접촉… 화려한 부활 날개짓?

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김 전 회장이 올해 들어 2~3차례 해외 방문길에 오르는가 하면, 행사에 참석해 ‘대우맨’을 만나는 등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경제계에 퍼져있는 ‘대우맨’을 등에 업고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한 거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선추징금, 건강문제 등으로 인해 사실상 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최근 행보가 심상찮다. 김 전 회장과 함께 대우그룹을 이끌며 ‘세계경영’을 외쳤던 ‘대우맨’과의 접촉이 잦아진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김 전 회장이 ‘대우맨’을 융합해 재기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일 오후 7시, 과거 대우그룹 계열이던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대우그룹 출범 4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대우그룹이 지난 1999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판정을 받고 해체된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대우그룹 전직 임원 모임인 ‘대우인회’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3월22일 즈음해 격년제로 그룹 출범 행사를 열어왔다. 3월22일은 김 전 회장이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대우그룹의 모태인 대우실업의 창립일이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지금까지 해외 출국,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한 번도 창립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2007년 3월 개최된 40주년 기념식에도 김 전 회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지병 치료를 위한 형집행 정지 상태. 다만 김 전 회장은 측근인 장병주 전 ㈜대우 사장의 입을 통해 인사말만을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앞서 지난 2월12일에도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 서관 19층 중식당 휘닉스에서 대우계열사 사장단 50여 명과 만찬을 가졌다. 모임은 김 전 회장의 초청으로 마련됐다.
이날 모임에는 윤영석 전 대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서형석 전 ㈜대우 무역부문 회장,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회장, 윤원석 전 대우중공업 회장, 김성진 전 대우경제연구소 회장, 정주호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장병주 전 ㈜대우 사장, 이경훈 전 대우그룹 중국지역본사 사장 등 옛 ‘대우맨’ 5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김 전 회장의 행보에 대해 대우그룹 전직 임원은 “지인들의 얼굴을 본다는 차원에서 참석했으며 식사 한 끼 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10년 만에 만나지 못했던 ‘대우맨’의 안부를 묻는다는 차원에서 만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이 10년 만에 참석한 만큼 모임에서는 김 전 회장의 명예회복을 비롯한 향후 거취문제와 사업재개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김 전 회장의 해외 방문도 잦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과 베트남을 방문하는가 하면 지난 2월에는 베트남을 찾았다. 표면상으로는 신병치료와 요양을 위해서다. 베트남은 김 전 회장에게는 ‘제2의 고국’으로 통하는 곳이다.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입안했고 베트남 국토개발 사업을 자문할 정도로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요양을 겸해 새로운 사업 구상을 했고 사업구상이 마무리되자 ‘대우맨’을 만나 이를 구체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 것은 ‘대우맨’이 정재계 곳곳에서 현재도 활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들을 융합할 경우 큰 ‘폭발력’을 가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대우인회’가 있다.
대우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공중분해’되고 10년이 지나면서 ‘대우맨’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대우그룹의 전·현직 임원 모임인 ‘대우인회’를 통해 대우그룹은 망했지만 과거 한솥밥을 먹던 임직원들이 지금도 대우 정신을 일정부분 공유하고 있다.
대우인회는 대우그룹이 해체된 다음해인 지난 2000년 1월 회원간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서울역 부근에 위치한 대우재단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정주호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4기 회장을 맡고 있으며, 김선익 전 대우중공업 부사장, 김세중 전 대우자동차 부사장, 윤병철 전 대우자동차 이사, 한용호 전 대우건설 사장이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자문위원으로는 손태일 전 (주)대우자도차수출부문장, 배순훈 전 대우전자 사장, 장영수 대우건설 회장 등이 등록돼 있다. 이 외에도 전·현직 임원 1500여 명이 대우인회 회원으로 있다.
또 다른 모임인 ‘세계경영포럼’도 김 전 회장을 지지하는 그룹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95년 서울대 운동권 출신들을 ‘대우그룹 기업혁신’이란 명분을 내세워 전격적으로 스카우트했다. 현재 세계경영포럼의 실질적인 대표는 김윤 경영발전연구센터 대표와 정필완 인터넷 쇼핑몰업체인 인터넷 밀리오레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10년 만에 초청만찬·창립식 참석 ‘광폭 행보’
해외 출국 통해 사업구상 끝 실현만 남았다?

세계경영포럼은 전직 대우그룹 출신 임원들이 주축이 돼 정기적 세미나를 개최하며 옛 대우인들과의 친목을 다졌으나 최근 여론을 의식해 당분간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든든한 ‘우군’임에는 틀림없다.
타사 CEO로 변신해 활약하는 ‘대우맨’들도 있다. 건설업체 사장으로 변신한 ‘대우맨’으로는 김현중 한화건설 사장, 김기동 두산건설 사장, 김선구 동아건설 사장, 정태화 TEC건설 사장 등이 있다. 증권계에는 김 전 회장의 직계라인으로 꼽히던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해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김기범 메리츠 증권, 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장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추호석 파라다이스 대표이사, 정성립 대우정보시스템 사장, 이승창 대우일렉 사장,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강영원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윤영석 두산중공업 부회장,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최재범 메디슨 대표, 류철호 도로공사 사장 등도 대우 출신 CEO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박정훈·이재명 전 민주당 의원들도 ‘대우맨’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대우경제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김 전 회장 옆을 오랫동안 지켰던 정통 ‘대우맨’이다. 운동권 출신인 박정훈 전 의원은 지난 1983년 대우그룹 이사로 입사, 1987년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 1992년에는 김 전 회장이 다리를 놓아 김대중 총재의 민주당 전국구로 14대 국회에 진출했다. 당시 전국구 공천헌금도 김 전 회장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의 경기고 후배인 이재명 전 의원은 미국 유학 중인 지난 1997년 대우실업 과장으로 특채돼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로 출발했다. 이후 대우자동차 부사장, 대우기전 사장, 기조실 사장 등을 지냈다.
1993년 민자당 전국구를 승계 14대 의원이 되면서 대우를 떠났지만 2년 후 김 전 회장이 그룹을 개편하면서 그의 대우 복귀를 제의하자 미련 없이 금배지를 내던져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경기고 인맥도 김 전 회장의 든든한 ‘빽’이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 김원길 전 의원, 고건 전 총리, 장병주 (전) 대우건설 사장, 강영호 전 대우통신 부사장, 이동호 대우자판 사장, 이근현 대우건설 전무, 유춘희 대우엔지니어링 부사장, 김인균 대우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이 경기고 동문이다.
이 외 석진강 변호사도 김 전 회장의 측근 중에 측근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99년 10월 중국 공장 방문차 출국했다가 귀국하지 않고 도피행각을 벌였다. 이후 5년 8개월여 만인 지난 2005년 6월 귀국,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전 회장은 재판 끝에 1심에서 징역 10년에 추징금 21조4484억원을, 항소심에서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지난 2007년 12월 특별 사면됐다. 석진강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법률고문으로서 당시 ‘대우 분식회계·사기대출·외화도피 사건’에 대한 법적 논리를 정립했다.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가족들도 빼 놓을 수 없다. 부인 정희자씨는 (주)필코리아리미티드(구 대우개발, 대표 홍진후) 회장으로, 수백억대의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경기도 포천 소재 아도니스골프장을 운영하는 (주)아도니스(대표 김충곤)의 대주주이며, 경주 힐튼호텔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사업 재개를 거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대우그룹은 지난 1999년 8월 (주)대우 등 12개 계열사가 전격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몰락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의 평가다. 이유야 어쨌든 이로 인해 6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정부와 국민들이 떠안아야만 했다.

김 전 회장은 또 지난 2007년 말 사면·복권됐음에도 추징금 부분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는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 형은 확정됐다.
추징금은 법원이 김 전 회장이 영국의 대우그룹 비밀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관리한 자금이 200억 달러(당시 환율로 25조원) 규모로 파악하면서 나온 금액이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해외 유령회사에서 물건을 수입한 뒤 수입대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조성한 26억 달러, 해외 현지법인들의 자동차 판매대금을 국내를 거치지 않고 BFC로 직접 송금한 14억1000만 달러, 해외법인 명의로 현지 금융기관에서 빌린 157억 달러 등이다.
이중 해외공장 인수와 운용에 투입한 자금, 해외차입금, 이자를 제외한 돈이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추징을 지속적으로 집행해왔다.
김 전 회장은 1999년 7월 대우그룹 자구대책을 발표할 당시 전 재산(당시 주식 1조2553억원과 임야 452억원 상당)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탓에 공식적으로는 국내에 재산이 없다. 유일한 재산이던 서울 방배동 자택과 숨진 큰아들이 묻힌 안산농장도 경매에 넘어갔으며 부인 정희자씨 소유의 서울힐튼호텔도 오래전에 처분됐다.
이어 대우경제연구소와 한국경제신문의 김 전 회장 명의 주식을 압수했다. 하지만 이는 추징금에 비하면 미미한 상태. 더욱이 은닉했을 재산에 대한 적발은 전무한 상태다.
이로 인해 17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추징금이 그대로 남아있어 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의 개인 건강문제와 ‘대우맨’으로 일컬어지는 후원자들도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한 ‘노병’이란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과의 애증 관계
김우중과 전직 대통령 각별한 인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누구보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통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폐허상태에 놓였던 옥포조선소를 인수, 박 대통령으로부터 “김우중 그 사람밖에 없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회장과 YS의 첫 인연은 악연으로 시작됐다. 1992년 대선 당시 YS의 심기를 건드렸던 김 회장은 당시 YS의 핵심 참모였던 K 변호사의 도움으로 YS와 관계를 복원했다. 그 이후 YS시절 대우그룹을 국내 4대그룹으로 성장시키는 등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다.
김 회장과 DJ는 좋은 인연과 악연을 모두 경험했다. 김 전 회장은 1997년 당시 대선 과정에서 DJ를 앞장서 지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DJ 정부시절 김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된 것 역시 ‘청와대의 의중’이란 소문이 나돌 정도로 김 회장과 DJ는 막역한 관계를 유지했다.
김 전 회장의 경기고 동창이자 무기 중개상인 조풍언씨는 DJ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다. 조풍언씨는 외환위기 당시 김 전 회장으로부터 대우그룹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월 법원은 대우 구명로비 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어쨌든 외환위기가 오기 전까지 김 전 회장과 DJ는 각별한 사이였다. 그러나 DJ정부시절 대우그룹을 해체해야만 했었고, 이로 인해 해외에서 5년8개월을 떠돌아 다녀야만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 전 회장은 1987년 대우조선사건 때 노 대통령이 노동자였던 이석규의 사인 규명 작업을 하다 구속, 변호사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던 악연으로 첫 인연을 맺었다. 이런 악연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지난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대우 사태와 관련해 김 회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3년 11월 대우조선을 직접 방문하는 등 대우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김우중 신화 몰락 일지
중국 준공식 참석 후 잠적…추징금 18조여원

지난 1999년 8월 대우그룹이 외환위기로 워크아웃을 결정한 이후 1999년 10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중국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잠적했다.
2001년 11월, 프랑스 인터폴이 김 전 회장이 프랑스 국적을 취득해 독일서 치료 중이라고 발표한 후 2005년 4월 김 전 회장은 베트남에서 목격됐다. 당시 대법원은 대우그룹 임원 7명에게 23조358억원의 추징금 선고했으며 법원은 “김 전 회장에게 법적 책임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5년 5월에는 법무부가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관련자 4명 특별복권 조치했고 같은 해 6월 김 전 회장은 귀국했다. 며칠 후 검찰은 김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으며 같은 해 8월 김 전 회장의 건강악화로 구속집행정지처분이 떨어졌다.
김 전 회장은 신촌세브란스병원 입원했다. 입원 중 법원은 김 전 회장의 첫 공판을 시작해 1심에서 징역 10년, 추징금 21조4484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2006년 11월 항소심에서는 징역 8년6월, 추징금 17조9253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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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