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10대 탈선 부추기는 ‘럽실소’ 실태

공고·상고가면 동거에 임신 기본?

[일요시사=사회팀]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일명 럽실소(러브실화소설의 줄임말)가 유행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럽실소는 인터넷 소설 중 하나로 ‘러브’, 즉 사랑 이야기로만 다룬 10대 학생들의 자작 소설이다. 그런데 이 럽실소는 변태적 성행위와 자살 등 자극적인 내용이 담겨있을 뿐 아니라 아무 재제 없이 인터넷 상에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0대의 또 다른 탈선을 부추기는 럽실소. 그 실태를 파헤쳤다.


<오빠 나 해도 돼> <상가 화장실에서 돌림빵> <짝(짝사랑)남이 섹스하면 사귀어준대>….

얼핏 들으면 3류 성인영화 제목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자극적이고 저질스러운 제목들. 최근 인기리에 성행하고 있는 다양한 럽실소(러브실화소설)들 몇 가지를 나열한 것이다.

럽실소는 기존의 인터넷 소설에 비해 10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사랑이야기만 다룰 것 같은 럽실소의 실체는 가히 충격적이다. 폭력적이고 엽기적이며 변태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 인터넷에 떠도는 모든 럽실소가 자극적인 제목이나 내용을 다루고 있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욕설과 은어, 폭력이 가미돼 있고 술과 담배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또한 학교 내 일진이나 훈남(훈훈한 남성) 대학생도 단골손님처럼 등장하곤 한다.

문제는 독자층도, 소설을 쓰는 작가도 모두 10대 여학생이라는 것이다. 간혹 여대생이 학창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며 좋아하던 이성과 교제했던 이야기를 카페나 블로그에 텍스트 파일 형식으로 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럽실소 작가층은 1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럽실소는 과연 어떤 내용으로 독자를 현혹시키고 있을까.

100% 실화란 말에
댓글만 수천개

럽실소는 10대가 실제 연애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인터넷 소설이다. 이 소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에 있다. 그렇다고 모든 독자가 럽실소를 무조건 실화라고 믿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은 실화에 어느 정도 픽션(허구)이 첨가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만큼은 소설 중 여주인공과 자신을 대입시켜 대리만족을 느끼곤 한다.


그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즉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과 열망에서 비롯된 것. 보통 럽실소에 등장하는 남주인공은 아이돌 남자가수와 견줄 만큼 빼어난 외모에 소위 ‘나쁜남자’의 성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달달한 연애를 꿈꾸는 청소년 독자들은 럽실소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일부 10대 청소년들은 자극적이고 변태적인 19금 인터넷 소설인 이른바 ‘수위 럽실소’만 다루는 사이트에 방문해 야한 부분만 내려 받아 읽기도 한다. 카페나 블로그에는 럽실소 수위에 대한 특별한 제재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누구든 내려 받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일명 ‘엄빠(엄마아빠한테 들키지 않게)주의’라는 신조어를 사용해 농도 짙은 럽실소를 게시판에 게재한 후 친구들끼리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 인기를 모은 수위 럽실소는 “연상인 20대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더니 갑자기 자살을 시도했다”거나 “남자친구의 그곳(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더니 피가 철철 흘렀다” “수학여행 가서 OO와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뒤섞었다”는 등 변태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아름답게 미화돼 있다. 또 10대가 남자친구와 동거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이나 중학교 시절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고 손님과 사랑에 빠졌다는 소설도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이 외에 옆집 아저씨와 불륜을 저지른 고등학생 이야기와 반 남학생들과 둘러 앉아 술 마시다 집단 성폭행을 당한 이야기, 교내 양호실에서 성관계한 이야기 등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간혹 외국 남성과의 진한 연애담이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한다.

대부분 실화에 과장된 픽션…인터넷 소설 보다 인기
미성년자 모텔 가서 연인과 잠자리 등 자극적 내용

럽실소는 10대들의 행위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서술돼있어 일부 독자들로부터 꾸며낸 이야기, 즉 ‘허구가 아니냐’라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럽실소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러브소설인 만큼 럽실소를 연재하려면 엄격하고 엄격한 인증절차를 걸쳐야 한다. 우선 럽실소 작가로 인정받으려면 실제 경험임을 밝혀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사진과 이성친구의 인증사진을 카페지기에게 보내거나, 연인이 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카카오톡 대화내용 등을 이메일로 보낸 뒤 연재 허락을 받는 절차까지 거쳐야 하는 등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심한 욕설과 변태적인 섹스묘사 등을 지속적으로 다뤘을 경우 카페에서 강퇴(강제퇴장)를 당하며 카페 운영자의 강력한 제지를 받기도 한다.

실제로 럽실소가 공유되는 몇몇 인터넷 카페에서는 ‘10대 청소년 회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자극적인 내용은 피해 달라’며 대대적으로 공지하고 있지만 여지없이 야하고 폭력적인 내용의 럽실소들이 매일 업로드 되는 실정이라 일일이 단속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포털사이트에서 럽실소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만 10여 개가 뜰 정도니 말이다.

야설·야동 맞먹는
수위 높은 성 묘사


럽실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빗나간 성 묘사였다. 12세 이상이라는 나이가 제한돼 있지만 성인코드인 수위 높은 성적 소설들만 난무하다. 특히 럽실소는 초등학생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내려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성에 눈뜨지 못한 어린 학생들에게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럽실소앱이 따로 제작돼 불특정다수에게 무료로 유통되고 있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 기자는 10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럽실소 시리즈 중 몇 가지를 입수했다. 다양한 장르의 럽실소를 훑어본 결과 이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럽실소의 머리말에는 항상 실화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어 작가는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이름은 가명임을 밝히며, 개인소장하시기를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들이 쓰는 가명은 대부분 연예인 이름,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나 지인의 이름을 빌린 것이며, 욕설과 구체적인 성적 은어가 들어갈 때는 자음만 쓰기도 한다. 자음만 쓰는 경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괄호 안에 추가설명을 해주는 세심함도 잊지 않는다. 물론 그 흔한 띄어쓰기조차 돼 있지 않은 것은 인터넷 소설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주는 대목이었다.

성관계·자살 등 대리만족
19금 내용 초중고생 공유

다음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공고가면 임신한대>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우리는 천천히 내려가면서 뽀뽀했지. 그니깐 갑자기 혁이가 일어서더니 날 눕히고 우린 폭풍 키스했어. 키스를 하는데 고개도 좌우로 바꾸고 내가 혁이 목에 손을 걸치고 있었고 혁인 한손은 침대에 올려놓고 있고 또 한손은 내 골반 근처에 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티 안으로 손이 올라오는 거야. 이런 이야기 별로 안 좋게 보는 언니들도 있을 텐데, 혁이랑 나랑은 오랫동안 사귀었고 그만큼 믿으니깐 성관계도 하는 거야. 이상하게 안 봤으면 좋겠어. 혁이가 목이랑 쇄골 쪽을 번갈아가면서 핥는데 미치겠고. 아무튼 혁이가 내 위에 있었는데 혁이 밑에가 볼록한 느낌(?)이 들고. 그렇게 하다가 혁이가 브라후크를 풀고 또 온몸을 애무했지. 그렇게 하다가 가슴을 만지고 빨고 하는데…. 이렇게 자세히 적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가슴 애무하다가 혁이가 넣으려고 했나봐 ‘아픈데 괜찮겠나?’라고 물어서 난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혁이는 삽입을 했지. 그리고 막 흔들어댔어. 내가 신음소리 내니까 혁이 더 흥분했어.(중략)”

이는 수위 럽실소지만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구체적인 성적 묘사가 난무한 럽실소는 잘못된 성의식을 심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럽실소에서 나오는 공고나 상고학생들은 모두 공부는 뒷전이고, 질이 낮으며 비행에 거리낌이 없는 학생들로 묘사돼 있던 것이다. 공고나 상고학생들은 임신과 동거는 기본이고, 최악의 경우 선배들이나 또래 남학생들로부터 화장실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집단 성폭행을 저지르거나 당한다고 그려지기도 했다. 

대리만족 러브스토리
나이 불문 인기 만점

서울 중랑구의 한 여중생 이모(15)양은 “요즘 학교에서 럽실소 안 보는 애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전교 학생들이 돌려가며 럽실소를 공유하고 있고, 요즘은 스마트폰 앱도 출시돼 수업시간에도 선생님 눈치 보며 몰래 읽곤 한다”며 “야하고 폭력적인 럽실소들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소설과 같은 일을 경험한 친구들이 실제로 있다. 우리 나이대와 딱 맞고, 소설 속 주인공처럼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끊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인근의 모 초등학교 여학생 고모(12)양도 “야한 럽실소는 남자 애들한테도 인기가 많다. 남자애들은 일부러 야한 것만 골라서 보는 것 같다. 나나 친구들이 럽실소를 보는 이유는 재밌기도 하지만 내가 럽실소에 나오는 훈남이랑 사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더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 단체의 한 관계자는 “성인물이나 마찬가지인 이런 소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으니 청소년들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해당 소설들을 강제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주변으로부터 주목받고 싶어 하는 10대의 심리가 자칫 왜곡된 성의식을 표현하는 자극적인 글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이런 소설을 쓰기 위해 상상 속의 일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고, 보는 10대 역시 ‘아,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 식의 학습에 따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회성 결여 부추기는
인터넷 소설의 함정


인터넷 소설 중 하나인 럽실소.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럽실소 등 인터넷 소설 읽기에 중독되면서 타인과 소통하기 보다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자칫 사회성 결여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어 또 다른 사회적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심리 전문가는 “인터넷 소설 읽기에 빠질수록 타인과 소통하지 않고 혼자있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인터넷 소설에만 빠지지 않도록 학부모와 교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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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