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10대 탈선 부추기는 ‘럽실소’ 실태

공고·상고가면 동거에 임신 기본?

[일요시사=사회팀]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일명 럽실소(러브실화소설의 줄임말)가 유행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럽실소는 인터넷 소설 중 하나로 ‘러브’, 즉 사랑 이야기로만 다룬 10대 학생들의 자작 소설이다. 그런데 이 럽실소는 변태적 성행위와 자살 등 자극적인 내용이 담겨있을 뿐 아니라 아무 재제 없이 인터넷 상에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0대의 또 다른 탈선을 부추기는 럽실소. 그 실태를 파헤쳤다.


<오빠 나 해도 돼> <상가 화장실에서 돌림빵> <짝(짝사랑)남이 섹스하면 사귀어준대>….

얼핏 들으면 3류 성인영화 제목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자극적이고 저질스러운 제목들. 최근 인기리에 성행하고 있는 다양한 럽실소(러브실화소설)들 몇 가지를 나열한 것이다.

럽실소는 기존의 인터넷 소설에 비해 10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사랑이야기만 다룰 것 같은 럽실소의 실체는 가히 충격적이다. 폭력적이고 엽기적이며 변태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 인터넷에 떠도는 모든 럽실소가 자극적인 제목이나 내용을 다루고 있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욕설과 은어, 폭력이 가미돼 있고 술과 담배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또한 학교 내 일진이나 훈남(훈훈한 남성) 대학생도 단골손님처럼 등장하곤 한다.

문제는 독자층도, 소설을 쓰는 작가도 모두 10대 여학생이라는 것이다. 간혹 여대생이 학창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며 좋아하던 이성과 교제했던 이야기를 카페나 블로그에 텍스트 파일 형식으로 올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럽실소 작가층은 1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럽실소는 과연 어떤 내용으로 독자를 현혹시키고 있을까.

100% 실화란 말에
댓글만 수천개

럽실소는 10대가 실제 연애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인터넷 소설이다. 이 소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에 있다. 그렇다고 모든 독자가 럽실소를 무조건 실화라고 믿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은 실화에 어느 정도 픽션(허구)이 첨가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만큼은 소설 중 여주인공과 자신을 대입시켜 대리만족을 느끼곤 한다.


그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즉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과 열망에서 비롯된 것. 보통 럽실소에 등장하는 남주인공은 아이돌 남자가수와 견줄 만큼 빼어난 외모에 소위 ‘나쁜남자’의 성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달달한 연애를 꿈꾸는 청소년 독자들은 럽실소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일부 10대 청소년들은 자극적이고 변태적인 19금 인터넷 소설인 이른바 ‘수위 럽실소’만 다루는 사이트에 방문해 야한 부분만 내려 받아 읽기도 한다. 카페나 블로그에는 럽실소 수위에 대한 특별한 제재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누구든 내려 받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일명 ‘엄빠(엄마아빠한테 들키지 않게)주의’라는 신조어를 사용해 농도 짙은 럽실소를 게시판에 게재한 후 친구들끼리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 인기를 모은 수위 럽실소는 “연상인 20대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더니 갑자기 자살을 시도했다”거나 “남자친구의 그곳(항문)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더니 피가 철철 흘렀다” “수학여행 가서 OO와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뒤섞었다”는 등 변태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아름답게 미화돼 있다. 또 10대가 남자친구와 동거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이나 중학교 시절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고 손님과 사랑에 빠졌다는 소설도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이 외에 옆집 아저씨와 불륜을 저지른 고등학생 이야기와 반 남학생들과 둘러 앉아 술 마시다 집단 성폭행을 당한 이야기, 교내 양호실에서 성관계한 이야기 등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간혹 외국 남성과의 진한 연애담이 게시판에 올라오기도 한다.

대부분 실화에 과장된 픽션…인터넷 소설 보다 인기
미성년자 모텔 가서 연인과 잠자리 등 자극적 내용

럽실소는 10대들의 행위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서술돼있어 일부 독자들로부터 꾸며낸 이야기, 즉 ‘허구가 아니냐’라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럽실소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러브소설인 만큼 럽실소를 연재하려면 엄격하고 엄격한 인증절차를 걸쳐야 한다. 우선 럽실소 작가로 인정받으려면 실제 경험임을 밝혀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사진과 이성친구의 인증사진을 카페지기에게 보내거나, 연인이 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카카오톡 대화내용 등을 이메일로 보낸 뒤 연재 허락을 받는 절차까지 거쳐야 하는 등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심한 욕설과 변태적인 섹스묘사 등을 지속적으로 다뤘을 경우 카페에서 강퇴(강제퇴장)를 당하며 카페 운영자의 강력한 제지를 받기도 한다.

실제로 럽실소가 공유되는 몇몇 인터넷 카페에서는 ‘10대 청소년 회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자극적인 내용은 피해 달라’며 대대적으로 공지하고 있지만 여지없이 야하고 폭력적인 내용의 럽실소들이 매일 업로드 되는 실정이라 일일이 단속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포털사이트에서 럽실소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만 10여 개가 뜰 정도니 말이다.

야설·야동 맞먹는
수위 높은 성 묘사


럽실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빗나간 성 묘사였다. 12세 이상이라는 나이가 제한돼 있지만 성인코드인 수위 높은 성적 소설들만 난무하다. 특히 럽실소는 초등학생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내려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성에 눈뜨지 못한 어린 학생들에게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럽실소앱이 따로 제작돼 불특정다수에게 무료로 유통되고 있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 기자는 10대들에게 인기가 높은 럽실소 시리즈 중 몇 가지를 입수했다. 다양한 장르의 럽실소를 훑어본 결과 이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럽실소의 머리말에는 항상 실화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어 작가는 “여기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이름은 가명임을 밝히며, 개인소장하시기를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들이 쓰는 가명은 대부분 연예인 이름,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나 지인의 이름을 빌린 것이며, 욕설과 구체적인 성적 은어가 들어갈 때는 자음만 쓰기도 한다. 자음만 쓰는 경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괄호 안에 추가설명을 해주는 세심함도 잊지 않는다. 물론 그 흔한 띄어쓰기조차 돼 있지 않은 것은 인터넷 소설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해주는 대목이었다.

성관계·자살 등 대리만족
19금 내용 초중고생 공유

다음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공고가면 임신한대>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우리는 천천히 내려가면서 뽀뽀했지. 그니깐 갑자기 혁이가 일어서더니 날 눕히고 우린 폭풍 키스했어. 키스를 하는데 고개도 좌우로 바꾸고 내가 혁이 목에 손을 걸치고 있었고 혁인 한손은 침대에 올려놓고 있고 또 한손은 내 골반 근처에 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티 안으로 손이 올라오는 거야. 이런 이야기 별로 안 좋게 보는 언니들도 있을 텐데, 혁이랑 나랑은 오랫동안 사귀었고 그만큼 믿으니깐 성관계도 하는 거야. 이상하게 안 봤으면 좋겠어. 혁이가 목이랑 쇄골 쪽을 번갈아가면서 핥는데 미치겠고. 아무튼 혁이가 내 위에 있었는데 혁이 밑에가 볼록한 느낌(?)이 들고. 그렇게 하다가 혁이가 브라후크를 풀고 또 온몸을 애무했지. 그렇게 하다가 가슴을 만지고 빨고 하는데…. 이렇게 자세히 적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가슴 애무하다가 혁이가 넣으려고 했나봐 ‘아픈데 괜찮겠나?’라고 물어서 난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혁이는 삽입을 했지. 그리고 막 흔들어댔어. 내가 신음소리 내니까 혁이 더 흥분했어.(중략)”

이는 수위 럽실소지만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구체적인 성적 묘사가 난무한 럽실소는 잘못된 성의식을 심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럽실소에서 나오는 공고나 상고학생들은 모두 공부는 뒷전이고, 질이 낮으며 비행에 거리낌이 없는 학생들로 묘사돼 있던 것이다. 공고나 상고학생들은 임신과 동거는 기본이고, 최악의 경우 선배들이나 또래 남학생들로부터 화장실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집단 성폭행을 저지르거나 당한다고 그려지기도 했다. 

대리만족 러브스토리
나이 불문 인기 만점

서울 중랑구의 한 여중생 이모(15)양은 “요즘 학교에서 럽실소 안 보는 애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다. 전교 학생들이 돌려가며 럽실소를 공유하고 있고, 요즘은 스마트폰 앱도 출시돼 수업시간에도 선생님 눈치 보며 몰래 읽곤 한다”며 “야하고 폭력적인 럽실소들이 인기가 높은 이유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소설과 같은 일을 경험한 친구들이 실제로 있다. 우리 나이대와 딱 맞고, 소설 속 주인공처럼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끊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인근의 모 초등학교 여학생 고모(12)양도 “야한 럽실소는 남자 애들한테도 인기가 많다. 남자애들은 일부러 야한 것만 골라서 보는 것 같다. 나나 친구들이 럽실소를 보는 이유는 재밌기도 하지만 내가 럽실소에 나오는 훈남이랑 사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더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 단체의 한 관계자는 “성인물이나 마찬가지인 이런 소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으니 청소년들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해당 소설들을 강제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주변으로부터 주목받고 싶어 하는 10대의 심리가 자칫 왜곡된 성의식을 표현하는 자극적인 글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이런 소설을 쓰기 위해 상상 속의 일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고, 보는 10대 역시 ‘아,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 식의 학습에 따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회성 결여 부추기는
인터넷 소설의 함정


인터넷 소설 중 하나인 럽실소.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럽실소 등 인터넷 소설 읽기에 중독되면서 타인과 소통하기 보다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자칫 사회성 결여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어 또 다른 사회적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 심리 전문가는 “인터넷 소설 읽기에 빠질수록 타인과 소통하지 않고 혼자있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인터넷 소설에만 빠지지 않도록 학부모와 교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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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