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경영’이석채 KT 사장

‘속도전’으로 KT 개혁 ‘확’ 잡는다!



취임 당일 ‘올 뉴 KT’ 선언…대대적 조직 개편 단행
주인의식·혁신·효율 … 내부경영 쇄신 3원칙 천명

공룡 통신사 KT가 출렁이고 있다. 이석채 KT 사장의 ‘스피드 경영’ 때문이다. 이 사장은 지난 1월14일 임시주총에서 KT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올 뉴KT(All New KT)’를 선언,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달 20일에는 또 KTF와의 합병을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KTF와의 합병으로 인한 주가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하루 전인 24일에는 합병에 대비해 회장제를 도입하고 부문장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이런 이 사장의 경영스타일에 대해 일각에선 “너무 속도가 빨라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공기업 성격이 짙었던 KT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일각에선 “변화의 속도가 지금과 같다면 1년 뒤에는 모든 직원이 뼛속까지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런 변화의 진원지는 이석채 KT 사장이다. 이 사장은 KT의 성장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보고 먼저 생각하고 먼저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KT의 미래상은‘All New KT’

이 사장은 남중수 전 KT 사장이 인사 및 사업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아 지난해 11월 구속·사임함으로써 지난 1월14일 KT 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이 사장은 “지난 40일간 사장 후보자 신분으로 KT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적인 진단을 들었다”면서 “KT를 활력과 창의가 넘치는 성장기업, KT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다른 곳에서 모셔가고 싶은 기업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KT의 미래상을 ‘All New KT’라고 강조하면서 ▲주인의식 ▲혁신 ▲효율 등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사장은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며 “4만여 KT그룹 가족 모두가 주인이 되면 전혀 새로운 KT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방식, 조직, 인사,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의 혁신을 강조했다.

또한 “효율과 생산성 향상이 KT의 생명줄이라는 인식 하에 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이 사장의 주문은 자신의 경영스타일인 ‘스피드 경영’에 걸맞게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졌다. 그는 취임한 당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동안 KT를 이끌어오던 임원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현장에서 메가패스, 와이브로를 홍보하라며 본사와 지역본부 직원 6500명 중 3000명을 영업 등 현장에 배치했다.

지역본부를 18개 지역으로 세분화도 했다. 이와 함께 CEO의 창조적 통합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CC(Corporate Center)를 신설하고 IPTV사업을 총괄하는 미디어본부는 육성하는 차원에서 독립부서화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체제로 바꾼다는 방침아래 강도 높은 비용절감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이 사장은 당시 “변화와 개혁의 앞에는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있을 것”이라며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자회사 KTF를 합병하겠다고 공식발표하고 곧바로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인가를 신청했다. 또한 올해 19조원인 합병법인의 매출액을 2011년에는 20조7000억원까지 높이겠다는 청사진도 펼쳐보였다.

이 사장은 이날 “KT 주식 1주와 KTF 주식 0.72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양사를 합병하기로 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합병인가를 거쳐 3월 말 KT와 KTF 합병승인 주주총회를 열고 5월18일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선과 무선통신 사업자 결합은 컨버전스 시대의 세계적 조류”라며 “세계에 비해 결합이 늦었지만 우리 IT산업의 동반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합병을 서둘러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합병 걸림돌로 여겨졌던 외국인 지분한도 문제도 바로 해결했다. NTT도코모가 보유하고 있는 KTF 지분의 60%를 넘겨받는 대신 5년 만기 교환사채(EB) 2억5000만 달러어치를 발행해 NTT도코모에 넘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회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과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KT와 KTF가 합병하면 전체 통신 가입자의 51.3%, 매출액의 46.4%를 독식하는 거대 통신사업자가 되기 때문에 공정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며 “경쟁이 안 되면 통신소비자의 후생도 후퇴하기 때문에 합병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쳤다.

LG그룹 통신회사들도 “KT의 시장 지배력이 KTF에 전이되는 만큼 시내망 분리와 초고속인터넷망 공동사용 등 조건이 붙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뿐만 아니다. 내부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합병 후 3만8000명에 달하게 되는 인력문제다. 이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KT내부에서도 본사 스태프 6500명 중 3000여명을 현장에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불안감에 떨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합병 뒤에는 두 회사의 스태프 부서 인원 상당부분이 현장에 배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내부 반발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사장은 “합병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면서 “KTF합병 성사를 위해 KT가 보유한 모든 카드를 쓸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달 25일 이 사장은 KT광화문 사옥에서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 ▲합병후 당기순이익의 50% 주주환원 ▲향후 5년간 총 5000억원 비용 절감 등을 골자로 한 주가 부양책을 발표했다. KT가 주가 부양책을 발효한 것은 KT와 KTF의 주가가 하락, 주주들이 대거 주식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자칫 합병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KT, KTF 합병 사실상 완료

지난달 23일부터 합병에 따른 경쟁 제한성 여부를 심사해 오던 공정거래위원회는 마침 이날 ‘조건 없이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T?KTF 합병 심사 시 공정위 의견을 들어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로 인해 앞으로 방통위가 3월 중 합병 승인 결정을 내리고 KT?KTF가 주주총회를 거치면 합병 작업은 사실상 완료된다.

KT는 이에 앞서 고객별 조직개편과 현장중심으로의 인력배치를 시행한 데 이어 지난달 18일자로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비상 경영 상황임을 감안해 예년에 비해 축소된 범위인 45명에 그쳤다.

임원급에서는 GSS(Group Shared Service)부문장을 맡고 있는 서유열 상무가 전무로, 현장의 네트워크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남일성 단장과 엄주욱 단장이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상무보 승진자는 총 9명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이동통신시장 1위 업체 NTC의 김영택 법인장을 비롯해 이석채 사장의 현장 중심 경영방침에 따라 현장마케팅 책임자가 4명 포함됐다.

KT측은 “공정하고 투명한 구매를 통해 파트너사와의 상생협력을 이끌 수 있는 인재가 발탁됐다”고 밝혔다. 부장에서 상무대우로는 여성 인력 2명을 포함해 총 33명이 승진했다. KT측은 “상무보 승진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평했다.

이와 함께 하위직 인사까지 마무리함으로써 조직변화에 따른 틀을 다진 후, 2월19일에는 이 사장 자신을 위원장으로 하는 ‘그린(Green) IT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달 24일에는 합병 이후 유무선 통합 경영체제에 대비한 경영체제 정비, CEO의 명칭을 사장에서 회장으로 한 단계 높이고 3~4개 사업부문을 소사장제(CIC)로 전환하는 한편 사업목적에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KT측은 “재계 9위(공기업 제외)의 통신전문그룹의 위상을 반영하고 대외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5개 부문(홈고객, 개인고객, 기업고객, 서비스디자인, 네트워크)의 일부 또는 전부가 사내독립기업제(CIC) 형태로 전환될 수 있으며 각 부문별로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KT는 또한 부사장, 전무, 상무 및 상무보로 명시돼 있던 집행 임원의 구분을 경영상황에 따라 이사회가 정하도록 했다. 이사회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경영권 이양이 수반되는 자회사 지분 매각에 대해선 지분가액이 1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이사회에 상정토록 조정했다.

KT는 또 무선통신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목적 사항에 추가, 유휴 토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 사업에 진출하고 탄소배출권을 획득함으로써 이산화탄소저감 비용 상쇄, 보유자산의 생산성 향상을 꾀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또한 KTF와의 합병을 위해 새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KT그룹의 인사체계가 연공서열을 탈피한 능력위주의 인사로 바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합병에 대비해 현재 부장-과장-대리-사원으로 정해진 사원 직급 체계가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인 KTF와 맞지 않아 직급 간 구분을 없애고 팀장 외에 같은 직급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최근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사장-전무-상무-상무보로 명시된 집행임원의 구분을 경영상황에 맞게 이사회가 정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직급파괴에 따른 보완책으로 KT는 근무연한, 업무 성과도, 인사평가에 따라 호봉을 정리하고 과장급 이상에 적용되는 연봉제를 전 사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KT와 KTF의 임금 격차를 정비하기 위해 ‘유연한 성과급제’를 도입, 출신회사직원 간 성과급여액에 차이를 두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 인사제도는 양사 합병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통합 법인이 출범하는 오는 5월18일 직후 시행될 예정이다.

‘스피드 경영’KT 안팎 “놀랍다” 평가

이런 일련의 일들이 이 사장이 취임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벌써 취임 1년은 된 것 같다.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는 이 사장이 짧은 기간 워낙 많은 일을 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KT주변에서는 이런 이 사장의 ‘스피드 경영’을 두고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KT 관계자도 “보고를 들어가면 검토해보자거나 지켜보자는 말씀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 직원들도 놀랍다고 말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멈칫하면 뒤처진다”면서 “과감하게 뚫고 나가서 어떻게 살아남느냐, 힘을 얻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석채 KT사장은 누구?
지난 1월14일 제 11대 KT 사장으로 선임된 이석채 전 정통부 장관은 경북 성주 출신으로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계에 입문했다.

이 사장은 5공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총애로 만 40세가 되기도 전에 청와대 부이사관으로 발탁된 뒤 6공 출범 초기 1년을 빼고 8년간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5·6공의 경제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에 발탁되기도 했다. 지난 1994년에는 농수산부 차관으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맡았다.

1995년에는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영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한 쌀협상에 정부대표로 참석했다. 이어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 직전인 95년 정통부 장관 자리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PCS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심사기준 등을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바꾸는 등 비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오다 검찰수사에서 지난 1996년 LG텔레콤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재계 랭킹 3위였던 LG가 1,2위인 삼성, 현대 컨소시엄인 에버넷을 물리치고 사업권을 따내자 이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에는 한보 불법대출 연루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1997년 10월 미국 하와이대 동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출국한 뒤 PCS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귀국을 포기하고 장기체류 생활에 돌입했다. 하지만 2003년 기나긴 법정 투쟁으로 결국 무죄판결을 받으며 명예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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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