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경영’이석채 KT 사장

‘속도전’으로 KT 개혁 ‘확’ 잡는다!



취임 당일 ‘올 뉴 KT’ 선언…대대적 조직 개편 단행
주인의식·혁신·효율 … 내부경영 쇄신 3원칙 천명

공룡 통신사 KT가 출렁이고 있다. 이석채 KT 사장의 ‘스피드 경영’ 때문이다. 이 사장은 지난 1월14일 임시주총에서 KT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올 뉴KT(All New KT)’를 선언,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달 20일에는 또 KTF와의 합병을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같은 달 25일에는 KTF와의 합병으로 인한 주가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하루 전인 24일에는 합병에 대비해 회장제를 도입하고 부문장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이런 이 사장의 경영스타일에 대해 일각에선 “너무 속도가 빨라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공기업 성격이 짙었던 KT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일각에선 “변화의 속도가 지금과 같다면 1년 뒤에는 모든 직원이 뼛속까지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런 변화의 진원지는 이석채 KT 사장이다. 이 사장은 KT의 성장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보고 먼저 생각하고 먼저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KT의 미래상은‘All New KT’

이 사장은 남중수 전 KT 사장이 인사 및 사업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아 지난해 11월 구속·사임함으로써 지난 1월14일 KT 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이 사장은 “지난 40일간 사장 후보자 신분으로 KT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적인 진단을 들었다”면서 “KT를 활력과 창의가 넘치는 성장기업, KT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다른 곳에서 모셔가고 싶은 기업으로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KT의 미래상을 ‘All New KT’라고 강조하면서 ▲주인의식 ▲혁신 ▲효율 등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사장은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다”며 “4만여 KT그룹 가족 모두가 주인이 되면 전혀 새로운 KT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방식, 조직, 인사,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의 혁신을 강조했다.

또한 “효율과 생산성 향상이 KT의 생명줄이라는 인식 하에 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이 사장의 주문은 자신의 경영스타일인 ‘스피드 경영’에 걸맞게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졌다. 그는 취임한 당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동안 KT를 이끌어오던 임원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현장에서 메가패스, 와이브로를 홍보하라며 본사와 지역본부 직원 6500명 중 3000명을 영업 등 현장에 배치했다.

지역본부를 18개 지역으로 세분화도 했다. 이와 함께 CEO의 창조적 통합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CC(Corporate Center)를 신설하고 IPTV사업을 총괄하는 미디어본부는 육성하는 차원에서 독립부서화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체제로 바꾼다는 방침아래 강도 높은 비용절감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이 사장은 당시 “변화와 개혁의 앞에는 즐거움보다 괴로움이 있을 것”이라며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했다.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자회사 KTF를 합병하겠다고 공식발표하고 곧바로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인가를 신청했다. 또한 올해 19조원인 합병법인의 매출액을 2011년에는 20조7000억원까지 높이겠다는 청사진도 펼쳐보였다.


이 사장은 이날 “KT 주식 1주와 KTF 주식 0.72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양사를 합병하기로 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합병인가를 거쳐 3월 말 KT와 KTF 합병승인 주주총회를 열고 5월18일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선과 무선통신 사업자 결합은 컨버전스 시대의 세계적 조류”라며 “세계에 비해 결합이 늦었지만 우리 IT산업의 동반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합병을 서둘러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합병 걸림돌로 여겨졌던 외국인 지분한도 문제도 바로 해결했다. NTT도코모가 보유하고 있는 KTF 지분의 60%를 넘겨받는 대신 5년 만기 교환사채(EB) 2억5000만 달러어치를 발행해 NTT도코모에 넘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회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과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KT와 KTF가 합병하면 전체 통신 가입자의 51.3%, 매출액의 46.4%를 독식하는 거대 통신사업자가 되기 때문에 공정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며 “경쟁이 안 되면 통신소비자의 후생도 후퇴하기 때문에 합병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쳤다.

LG그룹 통신회사들도 “KT의 시장 지배력이 KTF에 전이되는 만큼 시내망 분리와 초고속인터넷망 공동사용 등 조건이 붙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뿐만 아니다. 내부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합병 후 3만8000명에 달하게 되는 인력문제다. 이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KT내부에서도 본사 스태프 6500명 중 3000여명을 현장에 배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불안감에 떨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합병 뒤에는 두 회사의 스태프 부서 인원 상당부분이 현장에 배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내부 반발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사장은 “합병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면서 “KTF합병 성사를 위해 KT가 보유한 모든 카드를 쓸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달 25일 이 사장은 KT광화문 사옥에서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 ▲합병후 당기순이익의 50% 주주환원 ▲향후 5년간 총 5000억원 비용 절감 등을 골자로 한 주가 부양책을 발표했다. KT가 주가 부양책을 발효한 것은 KT와 KTF의 주가가 하락, 주주들이 대거 주식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자칫 합병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KT, KTF 합병 사실상 완료

지난달 23일부터 합병에 따른 경쟁 제한성 여부를 심사해 오던 공정거래위원회는 마침 이날 ‘조건 없이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T?KTF 합병 심사 시 공정위 의견을 들어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로 인해 앞으로 방통위가 3월 중 합병 승인 결정을 내리고 KT?KTF가 주주총회를 거치면 합병 작업은 사실상 완료된다.

KT는 이에 앞서 고객별 조직개편과 현장중심으로의 인력배치를 시행한 데 이어 지난달 18일자로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비상 경영 상황임을 감안해 예년에 비해 축소된 범위인 45명에 그쳤다.

임원급에서는 GSS(Group Shared Service)부문장을 맡고 있는 서유열 상무가 전무로, 현장의 네트워크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남일성 단장과 엄주욱 단장이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상무보 승진자는 총 9명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이동통신시장 1위 업체 NTC의 김영택 법인장을 비롯해 이석채 사장의 현장 중심 경영방침에 따라 현장마케팅 책임자가 4명 포함됐다.

KT측은 “공정하고 투명한 구매를 통해 파트너사와의 상생협력을 이끌 수 있는 인재가 발탁됐다”고 밝혔다. 부장에서 상무대우로는 여성 인력 2명을 포함해 총 33명이 승진했다. KT측은 “상무보 승진과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들이 대거 포함됐다”고 평했다.

이와 함께 하위직 인사까지 마무리함으로써 조직변화에 따른 틀을 다진 후, 2월19일에는 이 사장 자신을 위원장으로 하는 ‘그린(Green) IT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달 24일에는 합병 이후 유무선 통합 경영체제에 대비한 경영체제 정비, CEO의 명칭을 사장에서 회장으로 한 단계 높이고 3~4개 사업부문을 소사장제(CIC)로 전환하는 한편 사업목적에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KT측은 “재계 9위(공기업 제외)의 통신전문그룹의 위상을 반영하고 대외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5개 부문(홈고객, 개인고객, 기업고객, 서비스디자인, 네트워크)의 일부 또는 전부가 사내독립기업제(CIC) 형태로 전환될 수 있으며 각 부문별로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KT는 또한 부사장, 전무, 상무 및 상무보로 명시돼 있던 집행 임원의 구분을 경영상황에 따라 이사회가 정하도록 했다. 이사회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경영권 이양이 수반되는 자회사 지분 매각에 대해선 지분가액이 1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이사회에 상정토록 조정했다.


KT는 또 무선통신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목적 사항에 추가, 유휴 토지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 사업에 진출하고 탄소배출권을 획득함으로써 이산화탄소저감 비용 상쇄, 보유자산의 생산성 향상을 꾀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또한 KTF와의 합병을 위해 새 인사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KT그룹의 인사체계가 연공서열을 탈피한 능력위주의 인사로 바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합병에 대비해 현재 부장-과장-대리-사원으로 정해진 사원 직급 체계가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인 KTF와 맞지 않아 직급 간 구분을 없애고 팀장 외에 같은 직급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최근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사장-전무-상무-상무보로 명시된 집행임원의 구분을 경영상황에 맞게 이사회가 정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직급파괴에 따른 보완책으로 KT는 근무연한, 업무 성과도, 인사평가에 따라 호봉을 정리하고 과장급 이상에 적용되는 연봉제를 전 사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또 KT와 KTF의 임금 격차를 정비하기 위해 ‘유연한 성과급제’를 도입, 출신회사직원 간 성과급여액에 차이를 두는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 인사제도는 양사 합병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통합 법인이 출범하는 오는 5월18일 직후 시행될 예정이다.

‘스피드 경영’KT 안팎 “놀랍다” 평가

이런 일련의 일들이 이 사장이 취임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벌써 취임 1년은 된 것 같다.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는 이 사장이 짧은 기간 워낙 많은 일을 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KT주변에서는 이런 이 사장의 ‘스피드 경영’을 두고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KT 관계자도 “보고를 들어가면 검토해보자거나 지켜보자는 말씀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 직원들도 놀랍다고 말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멈칫하면 뒤처진다”면서 “과감하게 뚫고 나가서 어떻게 살아남느냐, 힘을 얻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석채 KT사장은 누구?
지난 1월14일 제 11대 KT 사장으로 선임된 이석채 전 정통부 장관은 경북 성주 출신으로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계에 입문했다.

이 사장은 5공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총애로 만 40세가 되기도 전에 청와대 부이사관으로 발탁된 뒤 6공 출범 초기 1년을 빼고 8년간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5·6공의 경제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에 발탁되기도 했다. 지난 1994년에는 농수산부 차관으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맡았다.

1995년에는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영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한 쌀협상에 정부대표로 참석했다. 이어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 직전인 95년 정통부 장관 자리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PCS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심사기준 등을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바꾸는 등 비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오다 검찰수사에서 지난 1996년 LG텔레콤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재계 랭킹 3위였던 LG가 1,2위인 삼성, 현대 컨소시엄인 에버넷을 물리치고 사업권을 따내자 이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에는 한보 불법대출 연루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1997년 10월 미국 하와이대 동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출국한 뒤 PCS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귀국을 포기하고 장기체류 생활에 돌입했다. 하지만 2003년 기나긴 법정 투쟁으로 결국 무죄판결을 받으며 명예를 회복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