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부실 수사 막전막후

물러터진 문어발식 수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가 초라하다. 대대적인 문어발식 수사에도 불구하고 법리적으로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결이 이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시작으로, 코바나컨텐츠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정치자금법·자본시장법 위반 등 앞으로 남은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건희씨에 대한 수사와 재판의 결론은 정치권의 공방과는 사뭇 다른 흐름을 보였다. 일부 관련자에 대한 유죄 판결은 있었다. 김씨 본인에 대해서는 기소로 이어지지 않거나, 공소가 기각되는 예상 밖 결론이 나오면서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잇단 기각
예상 밖 결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09~2012년 사이 이른바 ‘선수’들과 회사 경영진이 조직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1심 법원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통정매매, 가장매매, 허수성 주문 등을 통한 인위적 주가 부양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씨에 대해서는 별도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장기간 계좌 거래 내역을 분석했으나,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범죄는 고의가 핵심이다. 단순히 계좌가 이용됐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범죄 실행에 대한 인식 ▲기능적 행위 지배 공동 ▲가공의 의사 등이 인정돼야 한다.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주가를 올리기 위한 조직적 행위’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봤다. 계좌 명의인이 시세조종 의도를 알고 있었는지, 거래가 실질적으로 누구의 판단에 따라 이뤄졌는지에 관해서는 별도의 입증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씨의) 계좌가 수차례 동원됐고, 시세조종 구간과 겹친다”고 주장해 왔다.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건 ‘의심’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증명’이다.

대법원 판례상 “공동정범은 단순한 동시 행위가 아니라 기능적 지배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소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 검찰 내부 판단의 핵심 논리로 알려졌다.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기업들이 전시에 후원금을 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사안이다.

검찰은 협찬 기업과 검찰 수사 사이의 대가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검찰은 개별 기업의 협찬이 형법상 뇌물이나 제3자 뇌물공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 관련성 ▲대가성 ▲금품수수 등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다수 사건 형사재판 문턱도 못 넘어
김예성·김상민 공소기각 충격 불가피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이 ‘묵시적 대가 관계’다. 대법원은 반복적으로 “포괄적 직무 관련성은 인정될 수 있으나, 구체적 사안에서 직무와 금품 사이의 관련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 기업이 문화 행사에 협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뇌물로 전환되기 어렵다. 검찰은 이 지점에서 형사 처벌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른바 ‘디올백 수수’ 의혹은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영상에서 출발했다. 영상에는 김씨가 해외 명품 브랜드 가방을 수수하는 장면이 담겼고, 이를 둘러싸고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건의 본질은 단순하다.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았는가, 그것이 처벌 대상인가 하는 문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뿐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일정 부분 적용된다. 다만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경우, 처벌 구조는 다층적이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수수 사실을 인지했는지 ▲인지 후 반환 또는 신고 의무를 이행했는지 ▲금품 제공자가 직무 관련자인지 등이 충족돼야 형사 책임이 구체화된다.

청탁금지법은 금품수수 자체를 폭넓게 규율하지만, 형사 처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검찰이 소극적으로 보였다는 비판은 존재한다. 그러나 형사 재판의 문턱은 정치적 책임과 다르다. 이 간극이 논란의 핵심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에서 김씨 일가의 해당 지역 토지 보유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노선이 변경되면서 토지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졌다. 이 사건은 뇌물죄나 직권남용죄와는 구조가 다르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 한다.

노선 변경이 정책 판단의 영역이라면, 이를 형사 범죄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 행정 재량의 범위 내 결정인지, 특정인을 위한 편의 제공인지가 구별돼야 한다.

처음부터
잘못된 판단?

정책 결정 과정은 다단계적이다. 국토교통부 내부 검토, 용역 보고서, 지자체 협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정 개인의 영향력을 형사적으로 입증하려면 명확한 개입 증거가 필요하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공통적으로 “압수수색과 강제수사가 충분했는가”를 묻는다. 반면 검찰은 “무리한 기소는 오히려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반박한다.

형사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죄추정과 엄격한 증명 책임이다. 정치적 파급력이 클수록 수사 강도는 높아질 수 있으나, 법원이 요구하는 기준은 변하지 않는다.

김씨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정치권의 쟁점이다. 그러나 법정은 다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는 공모 입증의 벽이, 코바나컨텐츠 사건에서는 대가성 입증의 한계가, 명품백 의혹에서는 직무 관련성의 범위가, 양평고속도로 논란에서는 정책 재량과 형사범죄의 경계가 각각 쟁점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증명’이다. 형사 재판은 의혹이 아니라 증거로 판단한다.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추가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항고·재수사 요구, 특검 추진 주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씨 관련 의혹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단순하다. “왜 기소로 이어지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가장 큰 장벽은 공동정범의 성립 요건이었다. 1심에서 유죄를 받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통화 녹취, 문자, 자금 흐름 등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났지만, 김씨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그 수준의 직접 증거가 확보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역시 판례 구조와 맞물린다. 기업이 문화행사에 협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직무상 편의 제공과 연결되기 어렵다. 실제로 특정 기업에 유리한 처분이 있었는지, 그 시점과 협찬이 밀접하게 연결되는지 등이 입증돼야 한다. 수사기관은 이 연결고리를 찾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과, 애초에 형사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다는 반론이 맞선다.

안 풀린
의혹들

명품백 수수 의혹도 마찬가지다. 청탁금지법은 비교적 광범위한 금품수수를 금지하지만, 형사 처벌로 이어지려면 공직자의 직무와 제공자의 이해관계가 교차해야 한다. 특히 배우자 수수 사건의 경우, 공직자가 인지했는지 여부와 반환·신고 의무 이행 여부가 추가 쟁점이 된다.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이 김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섰지만 기소가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거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는 지난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김예성씨에게 무죄 및 공소 기각 판결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약 46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는데, 재판부는 그중 김씨가 24억 3000만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횡령했다는 혐의만 특검팀의 수사 범위로 인정하고, 나머지 부분은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24억3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 사실은 최초의 의혹과 전혀 다른 개인 횡령 의혹이고, 체포영장 등에도 기재되지 않았다”며 “특검팀은 피고인과 관련 있는 사람 또는 법인 계좌와 관련 거래를 토대로 범죄를 인지했다지만 이는 의혹과 무관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예성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김씨와 무관한 사건이라며 공소 기각을 주장해 왔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특검팀이 공소 기각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조형우)도 지난달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모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특검팀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모씨의 개인 비위를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김모씨의 뇌물 혐의 사건이 특검법이 규정한 수사 대상인 양평고속도로 사건과는 범행의 시기, 종류, 인적 연관성 등 여러 측면에 봤을 때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뇌물 혐의 중 일부 유죄 판단해 징역형
남은 의혹 산더미…종합특검에도 부담?

재판부는 “2025년 9월 특검법 개정으로 관련 사건의 범위가 명확하게 한정된 상황에서 이 사건 공소 사실이 수사 및 공소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충분히 명백해졌다”며 “적어도 2025년 9월 이후에 관련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건을 수사 권한을 넘어서 수사를 계속하고 기소까지 한 사안이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수사 대상임을 인정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이어지면서 특검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특검팀은 크게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통일교 청탁 관련 뇌물 수수,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 등 세 가지 수사를 진행해 김씨를 구속 기소했으나, 1심 법원은 지난달 28일 이 중 통일교 뇌물 혐의 중 일부만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특검팀이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총징역 15년 및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800여만원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관련 공소 사실 중 일부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고, 시효가 남은 부분도 범죄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명태균씨로부터 받은 여론조사도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김씨의 혐의 중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샤넬 가방 1개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수수 혐의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현복)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 선거 차량 대납비를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나, 핵심 의혹이었던 ‘매관매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특검팀은 김 전 부장검사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김씨 측에 건네고 공천을 청탁했다며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검 증명에 의해 인정되는 정황들은 모두 2023년 2월쯤 김씨 또는 진우씨에게 이 사건 그림을 교부했을 가능성을 추정하게 하는 정황일 뿐”이라며 “김건희 특검팀은 이 사건 주요 공소 사실인 김 전 검사가 이 사건 그림을 직접 구매해 김씨에게 제공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2심까지
커진 부담

집사 게이트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조영탁 IMS 모빌리티 대표도 “김건희 특검법상 수사 범위를 벗어났다”며 공소 기각을 주장하고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공천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박창욱 경북도의원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정치적 미래 보장이라는 이익을 제시하면서 허위 자백을 종용했다”며 위법 수사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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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