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부실 수사 막전막후

물러터진 문어발식 수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가 초라하다. 대대적인 문어발식 수사에도 불구하고 법리적으로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결이 이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시작으로, 코바나컨텐츠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정치자금법·자본시장법 위반 등 앞으로 남은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건희씨에 대한 수사와 재판의 결론은 정치권의 공방과는 사뭇 다른 흐름을 보였다. 일부 관련자에 대한 유죄 판결은 있었다. 김씨 본인에 대해서는 기소로 이어지지 않거나, 공소가 기각되는 예상 밖 결론이 나오면서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잇단 기각
예상 밖 결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09~2012년 사이 이른바 ‘선수’들과 회사 경영진이 조직적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1심 법원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통정매매, 가장매매, 허수성 주문 등을 통한 인위적 주가 부양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씨에 대해서는 별도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장기간 계좌 거래 내역을 분석했으나,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범죄는 고의가 핵심이다. 단순히 계좌가 이용됐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범죄 실행에 대한 인식 ▲기능적 행위 지배 공동 ▲가공의 의사 등이 인정돼야 한다.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한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주가를 올리기 위한 조직적 행위’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봤다. 계좌 명의인이 시세조종 의도를 알고 있었는지, 거래가 실질적으로 누구의 판단에 따라 이뤄졌는지에 관해서는 별도의 입증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씨의) 계좌가 수차례 동원됐고, 시세조종 구간과 겹친다”고 주장해 왔다.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건 ‘의심’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증명’이다.

대법원 판례상 “공동정범은 단순한 동시 행위가 아니라 기능적 지배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소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 검찰 내부 판단의 핵심 논리로 알려졌다.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기업들이 전시에 후원금을 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사안이다.

검찰은 협찬 기업과 검찰 수사 사이의 대가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검찰은 개별 기업의 협찬이 형법상 뇌물이나 제3자 뇌물공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 관련성 ▲대가성 ▲금품수수 등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다수 사건 형사재판 문턱도 못 넘어
김예성·김상민 공소기각 충격 불가피

가장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이 ‘묵시적 대가 관계’다. 대법원은 반복적으로 “포괄적 직무 관련성은 인정될 수 있으나, 구체적 사안에서 직무와 금품 사이의 관련성이 입증돼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 기업이 문화 행사에 협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뇌물로 전환되기 어렵다. 검찰은 이 지점에서 형사 처벌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른바 ‘디올백 수수’ 의혹은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영상에서 출발했다. 영상에는 김씨가 해외 명품 브랜드 가방을 수수하는 장면이 담겼고, 이를 둘러싸고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건의 본질은 단순하다.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았는가, 그것이 처벌 대상인가 하는 문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뿐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일정 부분 적용된다. 다만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경우, 처벌 구조는 다층적이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수수 사실을 인지했는지 ▲인지 후 반환 또는 신고 의무를 이행했는지 ▲금품 제공자가 직무 관련자인지 등이 충족돼야 형사 책임이 구체화된다.

청탁금지법은 금품수수 자체를 폭넓게 규율하지만, 형사 처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의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검찰이 소극적으로 보였다는 비판은 존재한다. 그러나 형사 재판의 문턱은 정치적 책임과 다르다. 이 간극이 논란의 핵심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에서 김씨 일가의 해당 지역 토지 보유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노선이 변경되면서 토지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졌다. 이 사건은 뇌물죄나 직권남용죄와는 구조가 다르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 한다.

노선 변경이 정책 판단의 영역이라면, 이를 형사 범죄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 행정 재량의 범위 내 결정인지, 특정인을 위한 편의 제공인지가 구별돼야 한다.

처음부터
잘못된 판단?

정책 결정 과정은 다단계적이다. 국토교통부 내부 검토, 용역 보고서, 지자체 협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정 개인의 영향력을 형사적으로 입증하려면 명확한 개입 증거가 필요하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공통적으로 “압수수색과 강제수사가 충분했는가”를 묻는다. 반면 검찰은 “무리한 기소는 오히려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반박한다.

형사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죄추정과 엄격한 증명 책임이다. 정치적 파급력이 클수록 수사 강도는 높아질 수 있으나, 법원이 요구하는 기준은 변하지 않는다.

김씨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정치권의 쟁점이다. 그러나 법정은 다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는 공모 입증의 벽이, 코바나컨텐츠 사건에서는 대가성 입증의 한계가, 명품백 의혹에서는 직무 관련성의 범위가, 양평고속도로 논란에서는 정책 재량과 형사범죄의 경계가 각각 쟁점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증명’이다. 형사 재판은 의혹이 아니라 증거로 판단한다.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추가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항고·재수사 요구, 특검 추진 주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씨 관련 의혹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단순하다. “왜 기소로 이어지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가장 큰 장벽은 공동정범의 성립 요건이었다. 1심에서 유죄를 받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통화 녹취, 문자, 자금 흐름 등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났지만, 김씨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그 수준의 직접 증거가 확보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역시 판례 구조와 맞물린다. 기업이 문화행사에 협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직무상 편의 제공과 연결되기 어렵다. 실제로 특정 기업에 유리한 처분이 있었는지, 그 시점과 협찬이 밀접하게 연결되는지 등이 입증돼야 한다. 수사기관은 이 연결고리를 찾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과, 애초에 형사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다는 반론이 맞선다.

안 풀린
의혹들

명품백 수수 의혹도 마찬가지다. 청탁금지법은 비교적 광범위한 금품수수를 금지하지만, 형사 처벌로 이어지려면 공직자의 직무와 제공자의 이해관계가 교차해야 한다. 특히 배우자 수수 사건의 경우, 공직자가 인지했는지 여부와 반환·신고 의무 이행 여부가 추가 쟁점이 된다.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이 김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섰지만 기소가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거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는 지난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김예성씨에게 무죄 및 공소 기각 판결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약 46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는데, 재판부는 그중 김씨가 24억 3000만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횡령했다는 혐의만 특검팀의 수사 범위로 인정하고, 나머지 부분은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24억3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 사실은 최초의 의혹과 전혀 다른 개인 횡령 의혹이고, 체포영장 등에도 기재되지 않았다”며 “특검팀은 피고인과 관련 있는 사람 또는 법인 계좌와 관련 거래를 토대로 범죄를 인지했다지만 이는 의혹과 무관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예성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김씨와 무관한 사건이라며 공소 기각을 주장해 왔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특검팀이 공소 기각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조형우)도 지난달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국토교통부 서기관 김모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특검팀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모씨의 개인 비위를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김모씨의 뇌물 혐의 사건이 특검법이 규정한 수사 대상인 양평고속도로 사건과는 범행의 시기, 종류, 인적 연관성 등 여러 측면에 봤을 때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뇌물 혐의 중 일부 유죄 판단해 징역형
남은 의혹 산더미…종합특검에도 부담?

재판부는 “2025년 9월 특검법 개정으로 관련 사건의 범위가 명확하게 한정된 상황에서 이 사건 공소 사실이 수사 및 공소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충분히 명백해졌다”며 “적어도 2025년 9월 이후에 관련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건을 수사 권한을 넘어서 수사를 계속하고 기소까지 한 사안이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수사 대상임을 인정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이 이어지면서 특검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특검팀은 크게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통일교 청탁 관련 뇌물 수수,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 등 세 가지 수사를 진행해 김씨를 구속 기소했으나, 1심 법원은 지난달 28일 이 중 통일교 뇌물 혐의 중 일부만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특검팀이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구형한 총징역 15년 및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800여만원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관련 공소 사실 중 일부는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고, 시효가 남은 부분도 범죄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명태균씨로부터 받은 여론조사도 재산상 이익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김씨의 혐의 중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샤넬 가방 1개와 다이아몬드 목걸이 수수 혐의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현복)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게 선거 차량 대납비를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나, 핵심 의혹이었던 ‘매관매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특검팀은 김 전 부장검사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김씨 측에 건네고 공천을 청탁했다며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검 증명에 의해 인정되는 정황들은 모두 2023년 2월쯤 김씨 또는 진우씨에게 이 사건 그림을 교부했을 가능성을 추정하게 하는 정황일 뿐”이라며 “김건희 특검팀은 이 사건 주요 공소 사실인 김 전 검사가 이 사건 그림을 직접 구매해 김씨에게 제공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2심까지
커진 부담

집사 게이트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조영탁 IMS 모빌리티 대표도 “김건희 특검법상 수사 범위를 벗어났다”며 공소 기각을 주장하고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에게 공천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박창욱 경북도의원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정치적 미래 보장이라는 이익을 제시하면서 허위 자백을 종용했다”며 위법 수사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