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전 사유지 강제수용 논란

재판 깨지고 막장 히든카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사유지 불법점유로 대법원에서 패소하자, 해당 토지에 대한 강제수용 절차에 착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의 시설물 철거 명령에도 한전은 이행을 미루며 시간 끌기에 돌입했다. 

경기도 포천에서 세차장을 운영하는 A씨는 2022년 부지를 매입한 뒤 진행한 측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실을 마주했다. 토지 전면부에 설치돼있던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연소방지시설 일부가 자신의 소유지 안쪽으로 약 11㎡가량 넘어와 있었던 것이다.

사업장 침범

매입 당시 A씨는 매도인에게 “국공유지 위에 설치된 시설”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A씨는 이를 그대로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경계 측량을 하기 전까지는 시설물이 사유지를 침범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설물 일부가 경계선을 넘어와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A씨는 한전에 시설 철거와 원상회복을 요구하게 된다. A씨는 “그 땅이 소유지에 포함돼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매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계약금이 지급된 뒤였고, 이때부터 한전과의 분쟁이 시작됐다.

문제의 시설은 한전 지중 전력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구조물로 토지 전면부에 자리해 있어 세차장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시설물이 입구 회전 구간을 차지하면서 차량이 진입하려면 시설물을 피해 여러 번 꺾어 들어와야 했다. 이 과정에서 동선 확보가 어려워졌고, 일부 차량은 아예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아울러 A씨는 세차장 설계 과정에서 이 구조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베이 수(차량 1대가 들어가는 세차 칸)를 줄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초기 계획은 6~7개의 세차 베이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차량 동선이 연소방지 시설에 막히면서 회전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도시계획위원회 역시 베이 수를 줄이도록 권고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5베이로 축소 설치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사업성이 낮아지고 운영상의 제약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입구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중요한 변수였다. 최초에 입구 후보지는 두 곳이었지만 한 곳은 이미 인접 토지 소유자가 진출입로로 사용하고 있어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협조를 얻을 수 없어 남은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전이 “반대편으로 입구를 내면 된다”고 주장하자, A씨는 해당 방향이 북향이고 겨울철 결빙 위험이 큰 점을 근거로 반박했다. 세차장은 물을 다량으로 사용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북향 구조는 사고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시설 철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A씨는 결국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토지 무단 점유, 대법원 최종 패소
1심 패소 직후 강제수용 절차 돌입

초기에는 영업손실 및 부당이득 반환 청구도 함께 진행했지만, 손해액 산정을 위한 감정 절차가 길어질 수 있다는 변호사 조언에 따라 소송은 철거 및 토지 인도를 중심으로 조정됐다. A씨는 “보상보다는, 침범된 토지를 온전히 다시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철거와 토지 인도만 진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법원은 지난해 1심에서 한전의 무단 점유를 인정했다. <일요시사>의 취재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은 “연소방지시설을 철거하고 토지를 원상 회복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한전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종전 소유자와 체결한 승낙 또는 사용관계가 새로운 소유자인 원고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침범 사실에 대한 한전의 책임을 인정했다. 한전은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해 판결은 2025년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법원의 확정 판결에도 시설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법원에 간접강제를 신청했고, 법원은 한전이 시설 철거를 지연할 경우 월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한전은 이에 항고하면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제출했고, 1500만원의 담보금을 공탁해 일시적으로 강제집행을 멈춰 세웠다.

A씨는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철거를 이행하지 않았다. 한전이 철거를 하지 않기 위해 강제집행정지 신청까지 하며 이행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한전은 조정을 시도했다. 조정 과정에서는 양측의 입장이 크게 갈렸다. 해당 지자체 관련 조례상 토지 분할 시 적용되는 최소 분할 면적은 60㎡다. 이에 따라 한전은 “11㎡ 침범분을 포함해 최소 분할 면적인 60㎡ 전체를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A씨 측은 이 같은 산정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A씨 측 변호사는 “일부가 잘려나갈 경우 진입로와 전면부 구조가 훼손돼 잔여지 가치가 하락한다”며 “영업상 손실 및 잔여지 가치 하락을 반영하지 않는 매입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A씨 “사업장 운영에 방해 된다”
한전 “시설 철거·이전 불가능”

A씨 역시 “그 11㎡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지고 베이 수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오히려 더 넓은 60㎡를 잘라가는 것이 손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당 토지는 도로와 맞닿아 있는 전면부로, 잘려나가면 진출입로 자체가 영향을 받는다”며 “그 11㎡가 소중하기 때문에 소송한 것인데, 그보다 넓은 면적을 가져가겠다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조정은 불성립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조정이 진행되던 시기, A씨는 포천시로부터 한 통의 우편물을 받았다. 한전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한전이 해당 토지를 ‘공익사업 대상 부지’로 지정해 강제로 취득할 수 있는 절차의 첫 단계로, 강제수용 절차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신청 시점은 1심 패소 직후 바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원개발사업은 송전선로, 변전소, 지중 전력구 등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사업으로, 필요할 경우 사유지 강제수용도 가능하다.

연소 방지 시설이 지중 전력구 보호 설비인 점을 고려할 때, 한전은 이를 근거로 강제수용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제수용 절차는 산업통상자원부 승인 여부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심리 등을 거쳐 최종 판단이 내려질 예정이다.

한편, 한전 측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입장을 밝혀왔다. 한전 경인건설본부 담당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유지 침범 사실 확인 후 협의를 통해 토지를 매입하려고 했고, 장기간 협상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해당 시설의 대체 부지를 찾기도 어렵고 철거를 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합의 불가

반면 A씨는 대법원에서 이미 무단 점유가 확정됐음에도, 철거 대신 강제수용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잘못 설치한 시설이라면 철거하는 것이 순서인데, 오히려 토지를 가져가는 절차가 진행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 과정에서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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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