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수도권 폐기물 어디로?

일촉즉발 쓰레기 대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직매립 금지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소각장은 턱없이 부족하고, 기존 시설마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수도권 각 지자체가 부랴부랴 대책을 세워보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많은 쓰레기들은 앞으로 어디로 향하게 될까?

내년부터 수도권의 쓰레기 처리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지난달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서울·경기·인천 지자체가 참여한 4자 협의체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제도 시행에 합의하면서, 오는 1월부터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반드시 전처리를 거쳐야 매립할 수 있다.

시설 부족
포화 상태

그동안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가 별다른 선별이나 소각 없이 그대로 매립지로 들어가는 방식이 유지돼왔지만, 이 같은 처리는 앞으로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직매립 금지는 말 그대로 생활폐기물을 ‘그대로 묻는 방식’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내년 1월1일부터 서울·경기·인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재활용품 선별을 먼저 진행하고, 남은 잔재물은 소각 등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처리 없이 매립지로 반입하는 기존 방식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직매립 금지는 수도권매립지의 급격한 포화 문제로 수년 전부터 논의돼왔다.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직매립 단계적 폐지가 확정됐고, 이후 수도권 지자체들은 법 시행에 맞춰 전처리 체계를 확대해 왔다. 다만 일부 지자체가 “처리시설이 부족하다”며 유예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매립지 수명을 더는 연장하기 어렵다며 기존 일정을 유지했다.


직매립 금지가 추진되는 주요 요인은 수도권매립지의 남은 공간이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생활폐기물이 인천 매립지로 들어갔고, 현재 사용 가능한 매립 공간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매립지 포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생활폐기물을 ‘그대로 묻는 방식’을 줄이고, 매립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다.

인근 주민 반발에 시설 확충 불가
서울·경기·인천 대책 없어 골머리

환경적인 이유도 크다. 전처리 없이 매립하는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메탄 등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고, 침출수 관리 부담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생활폐기물을 그대로 묻는 방식을 줄이고, 소각이나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전환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 맞춰 수도권 직매립 금지를 추진하게 됐다.

문제는 제도가 시행되는 내년 1월이 코앞인데도, 수도권 전체가 직매립 금지를 감당할 만큼의 처리 여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는 하루 약 4700톤의 생활폐기물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물량을 온전히 전처리할 만한 공공 소각시설과 선별 시설이 충분한 곳은 거의 없다. 현재 공공 소각시설이 처리할 수 있는 양은 전체 발생량에 미치지 못하며, 시설별 가동률도 이미 최대치라서 여유가 없는 상태다.

또 지역 내 공공 소각장들이 모두 정상 가동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 쓰레기 중 상당량이 남게 된다. 직매립 금지 이후 수도권에서 하루 약 1200톤가량의 물량이 당장 갈 곳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시설 노후화 문제도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수도권 공공 소각시설 상당수는 건립된 지 오래돼 정비나 개·보수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일부 시설에서는 고장이나 정기 점검으로 가동이 멈추는 문제가 반복됐고, 이때마다 인근 지역으로 처리 물량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기존 처리 여건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고장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면 실제 처리 가능한 양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다.

가동 중단
처리 불가

선별 시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직매립 금지가 시작되면 재활용품 선별 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수도권 선별 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이거나 설비 자체가 낡아 처리 속도가 더디다. 전처리량이 늘어날수록 선별 과정에서 병목이 생길 가능성이 크고, 선별되지 못한 잔재물은 결국 소각으로 넘어가면서 다시 전체 처리양에 부담을 주게 된다.

쓰레기를 광역 단위로 이동해 처리하던 기존 방식도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직매립 금지 시행을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는 외부 반입을 제한하거나 반입 물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지자체가 서로의 부족한 시설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지만, 전처리 물량이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타지역의 쓰레기를 받아줄 여력이 없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은 단연 서울이다. 서울은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하루 발생량은 약 2888톤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약 2384톤은 소각을 통해 처리하지만, 여전히 하루 504톤은 매립지로 직행하고 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8만톤이 넘는 규모다.

그동안 서울시는 마포구에 새 소각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와 함께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결국 서울시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민간 소각장 활용뿐이다. 서울시는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하고, 직매립 금지를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은 소각장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기존 시설도 노후화로 가동률 변동이 잦아 추가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처리 여력이 부족하다. 경기도 내 공공 소각시설의 하루 처리 가능량은 약 3500톤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발생량은 4700톤이 넘는다.

주민 반대
속수무책

결국 하루 약 1200톤은 민간 소각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시·군이 공공 소각시설 신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들 시설의 완공 시점은 2027년에서 2030년 사이로 예상된다. 직매립 금지 시행 시점과 시설 확보 시점 사이에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경기도 곳곳에서는 이미 기존 소각시설의 가동률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신도시 개발과 외곽 지역의 인구 증가로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꾸준히 늘고 있어 처리 수요가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당분간 민간 위탁과 외부 반입 조정 등을 통해 여건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직매립 종료를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인천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은 지난 30여년 동안 수도권 전체 폐기물을 받아오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 이유로 인천은 지금 가장 큰 부담을 떠안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그동안 수도권매립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매립 금지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수도권매립지는 이미 포화 단계에 들어섰고, 인천시는 더 이상의 직매립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왔다. 시행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자체 처리 능력 역시 부족했다.

직매립이 중단되면 인천도 연간 7만톤가량의 생활폐기물을 추가로 소각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공공 소각장은 확보되지 않았다.

직매립 금지가 실행되면 수도권 지자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사실상 하나뿐이다. 결국 수도권의 쓰레기들을 민간업체로 향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수용 여력이 없는 지역일수록 민간업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민간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비용 부담은 커진다.

민간업체 활용 불가피
비용 부담은 시민들 몫

지금까지는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을 그대로 묻을 경우 1톤당 약 11만6000원 수준이면 처리가 가능했고, 공공 소각시설을 이용하더라도 12만원을 크게 넘지 않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민간 소각장 위탁 단가는 이보다 훨씬 높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보통 14만~16만원 선에서 책정되고, 일부 시설은 20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에서 배출된 생활폐기물은 약 28만7000톤이며, 이 가운데 21만5000톤은 소각으로 처리됐지만 7만2000톤가량은 매립으로 넘어갔다.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 이 7만톤 규모를 전량 소각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미다.


단가를 20만원으로만 단순 환산해도 연간 약 140억원이 필요하고, 직매립 비용을 가장 낮은 수준인 12만원으로 잡더라도 추가 부담만 60억원에 이른다. 인천뿐 아니라 서울·경기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어, 민간 의존이 늘어날수록 재정 여건이 크게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비용이 인상되면 그 부담은 주민들이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인천 일부 지자체는 올 초 종량제 봉투 가격을 조정하며 20리터 기준 약 16% 오른 870원으로 인상했다. 부평·계양·남동·연수구 등이 먼저 가격을 올렸고, 다른 지역들도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 지자체는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 소각장과의 장기 위탁 계약 여부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며, 계약 물량 확보를 위해 여러 지자체가 같은 시기에 움직이면서 경쟁이 심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처리 물량이 많은 대도시권은 일정 규모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계약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직매립 금지 초기 단계에서 처리 지연이나 물량 분산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자체 조정
중요한 과제

지자체 간 조정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에는 그 동안처럼 부족한 지역의 물량을 인근 지역이 대신 처리해주는 방식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각 지자체는 내부적으로 자체 감량과 처리량 조절 계획을 마련 중이다.

<imshar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