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지도사 시험 고사장 부족한 이유

자격시험 아닌 운발 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생활체육지도사 실기시험은 이제 ‘접속 전쟁’이 됐다. 접수 인원 대비 턱없이 부족한 고사장은 선착순으로 마감되기 때문이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고사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완벽하게 시험을 준비해도 접수를 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됐다. 이제 자격증도 ‘운발’로 따는 수준에 이르렀다.

생활체육지도사 자격 취득을 위해 수개월간 공부해 필기시험에 합격한 수험생들이 정작 실기시험 접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접수 시스템 오류와 고사장 정원 부족, 수요를 반영하지 않는 고사장 배정 방식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버 마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2025년 실기시험 접수일에도 접수 시스템은 여지없이 불안했다. 오전 10시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홈페이지는 접속 지연, 서버 다운, 대기 중 튕김 현상 등으로 혼란을 야기했다. 수험생들은 수차례 로그인을 시도하거나 대기열에 수십 분간 머물렀지만, 끝내 접수를 완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특히  인기 있는 종목의 경우, 고사장 수가 턱없이 부족해 접수 시작 후 수분 만에 마감됐다. 수험생들은 시험 준비보다도 고사장 접수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접수는 ‘운’에 맡겨야 하는 시험이 됐고, 실기시험을 치르는 것조차 치열한 경쟁이 됐다.

수험생 A씨는 “10분 넘게 대기하다가 튕겨 나가기를 반복하다가 겨우 로그인했는데, 이미 전 지역이 마감됐다”며 “실기시험을 볼 자격은 필기합격으로 얻었지만, 고사장을 확보하지 못해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고사장 배정 방식에도 있다. 현재 생활체육지도사 실기시험은 대한체육회가 각 시도에 ‘순환 배정’하는 구조다. 공정성을 위해 각 시도에 돌아가면서 배정하는 방식이지만 이로 인해 일부 수험생들은 필기시험에 합격하고도,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고사장이 배정되지 않는다면 타 지역까지 시험을 보러 가야 한다.

그러나 인기 종목의 경우 타 지역 고사장도 경쟁률이 높아 접수가 쉽지 않다. 결국 필기시험 합격 유예 기간인 2년 동안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면 필기 합격마저 무효화되고, 자격 취득을 위해 다시 필기부터 준비해야 한다.

수험생 몰려 ‘접속 지연’
인기 종목 10분 만에 마감

A씨는 “2년 유예 안에 접수만 해도 되는 게 아니라, 자리를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러다가는 몇 년을 반복해도 시험을 못 보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A씨는 이 구조가 실기시험 실력과는 무관하게, 접수 시스템의 불안정성과 행정적 미비로 인해 시험 기회를 박탈당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고사장은 수요에 비해 현저히 적은 정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수요를 고려한 증설이나 보완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인기 종목의 경우 한 고사장의 정원이 50명 수준에 불과한데, 해당 지역의 신청 예상 인원이 300명 이상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이 경우 고사장을 5~6개 이상 운영해야 수요를 수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한두 곳만 열리는 경우가 많다.

고사장 운영과 배정 외에도, 수험생들은 접수 시스템 자체의 안정성 부족을 불만으로 꼽는다. 실제로 A씨가 확인한 상황에 따르면, 대기열에서 페이지가 튕기거나 자동 로그아웃되는 사례가 많았고, 접수 완료 직전 페이지에서 오류가 나거나 멈추는 경우도 있었다.


체육회 “예산 부족했다”
필기 유예 기간 1년 연장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매년 반복됐다는 점이다. 제보에 따르면 매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많은 수험생이 조기 접수 마감으로 인해 응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많은 민원이 몰려들어 통화조차 어려운 상황이 생겼다.

실제 <일요시사>도 29통의 전화 연결 시도 끝에 담당 부서와 통화할 수 있었다. 전화 민원은 연결이 어렵고, 간신히 연결돼도 담당자가 부재이거나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올해 필기시험이 쉬웠다고 알고 있는데, 필기시험에 합격한 분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험생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고 그걸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 측에도 예산 건의를 드리고 있음에도 작년과 똑같은 예산을 배부받은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응시자들은 늘어난 상황이고 예산은 똑같이 배부받다 보니 저희도 최선을 다해 (고사장을) 열어드리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측은 민원이 급증하자 지난 2일 실기·구술 시험 접수를 하지 못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실기·구술 추가 접수’ ‘필기 합격 유예 기간 1년 연장’을 공지하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발만 동동

생활체육지도사 실기시험 접수 과정서 반복되는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방치된다면, 향후 수험생들의 불만과 피해는 더 누적될 수밖에 없다. 자격시험의 본질이 시험 실력이 아닌 ‘접수 성공 여부’로 전락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생활체육지도자도 호봉제?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경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서1)은 지난 4월17일, 시민 누구나 체육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생활체육지도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서울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생활체육지도자는 지역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주민 생활체육 활동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저임금 및 정규직보다 낮은 수준의 신분 등으로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특히 생활체육지도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서울시도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그는 “2025년도 4월 기준으로 도봉구, 마포구, 송파구 3개 자치구는 공무원 보수 규정을 준용하여 생활체육지도자에 대한 호봉제를 시행하는 등 자체적으로 처우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서울시도 기계적인 보조금 집행만으로 제 할 일 다했다고 자부할 게 아니라 생활체육지도자가 현장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직무설계와 더불어 후생 복지 등 전반적인 인적자원관리 정책을 들여다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2025년 서울시 예산을 언급하며 “이제는 서울시가 예산편성 단계서부터 체육 분야의 전방위적 발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실행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생활체육지도자는 스포츠지도사, 유소년스포츠지도사, 노인스포츠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 체육 전문가들로 지역 체육 활성화라는 중요한 소임을 하시는 분들”이라며, “생활체육지도자 처우 개선은 서울의 시민 체육 활동 확대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