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처마가 문제? 귀촌 막는 황당 조건

개집도 건물이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농촌의 한 작은 집, 그 안에서 삶을 새로 시작하려던 꿈은 ‘연면적’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혔다. 귀촌을 원하는 사람들은 고요한 산골서의 삶을 꿈꿨지만, 불합리한 도시의 기준에 좌절됐다. 귀촌을 장려한다던 정부는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채 도시의 잣대를 들이댔다. 도시의 기준이 갈라놓은 길 위에서, 귀촌의 꿈은 멈춰서야만 했다.

귀촌 혜택을 받지 못해 귀촌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정부는 귀농·귀촌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취득세 감면 ▲재산세 면제 또는 경감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및 장기보유특별공제 확대 등이 있다. 귀촌 혜택은 초기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도시민의 지방 이주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부터 마련됐다.

진입의 벽

문제는 ‘취득세 감면’ 혜택이 ‘연면적 150㎡ 이하’의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 기준은 본래 도시 중산층 이하 계층을 대상으로 한 ‘국민주택 규모’ 기준으로, 한정된 예산 안에서 보다 많은 서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즉, 도시의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기준으로 정해진 면적이 농촌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농촌 주택은 구조가 다르다.

창고, 나무 저장소, 비가림 시설, 우물 덮개 같은 부속 공간은 생활과 농업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도시 기준으로는 모두 ‘거주 가능한 구조물’로 간주돼 연면적에 포함된다. 이로 인해 실제 거주 공간은 소형이라도 형식상 면적 초과로 혜택 대상서 제외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요시사>가 만난 50대 A씨는 귀촌을 준비하던 와중 난데없는 벽에 부딪혔다. 소형 농가 주택을 매수해 귀촌하려던 계획이, 정부의 귀촌 지원 혜택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해당 주택은 방 하나와 거실, 주방, 화장실이 전부인 소형 주택으로, 누구나 ‘작은 집’이라고 느낄만한 구조다. 상수도도 연결되지 않아 지하수나 우물에 의존하며, 택배조차 들어오지 않는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하고 있다. A씨는 “고급 주택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사람이 살기 힘들 정도의 불편한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택은 건축물대장상 약 45평(148㎡ 이상)으로 등록돼있으며, 부속 창고나 나무를 쌓아둔 임시 구조물 등이 포함되면서 연면적이 150㎡를 초과한다는 판단을 받았다. 농어촌주택 세제 감면 혜택은 연면적 150㎡ 이하 주택에 한해 적용되기 때문에, 혜택을 받으려면 연면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세제 혜택 도시 기준?
귀촌 희망자들 좌절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연면적’의 해석이다. A씨는 “벽도 없이 기둥과 지붕만 있는 임시 창고, 땔감을 쌓아둔 나무 천장 같은 구조물까지 연면적에 포함됐다”며 “누가 봐도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인데도, 건축물로 간주됐다”고 주장했다.

담당 공무원은 항공 사진상으로 지붕과 기둥이 보이면 건축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고, 이에 대해 A씨는 “지붕만 있어도 건물이라면 개집도 건물이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군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실사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건축사가 제출한 설계도면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뿐이었다. 군청은 현장 확인 없이 항공사진과 서류만으로 연면적을 판단했고, 민원 처리 기한이 지나서야 “회의 중이라 답변을 연장하겠다”는 공지만 전달됐다.

더 큰 문제는 부속 창고를 연면적서 제외하려면 철거와 재등기 등의 행정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A씨는 “그 창고는 20만원 정도의 자재로 만든 비가림 구조물일 뿐인데, 그것을 철거하고 건축물서 제외하려면 최소 35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며 “나무를 덧댄 정도의 구조물이 도시식 건축 잣대로 평가받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건축사에게 항의했지만 돌아온 말은 “법적으로 문제 없고, 도면대로 신고했을 뿐”이었다. A씨는 “건축사가 임시 창고까지 신고한 건 과잉이며, 그 때문에 혜택서 배제되는 상황”이라며 책임 회피성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는 비단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귀촌 예정자나 농촌지역 주민들 사이서도 꾸준히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형 건축 기준’이 전국 공통으로 적용되다 보니, 농촌 특유의 주거문화와 농사 기반의 주택 구조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 커뮤니티와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부속 건물 때문에 귀촌 혜택에서 탈락했다’ ‘창고가 포함돼 연면적이 초과됐다고 통보받았다’는 사례가 다수 공유되고 있다. 특히 건축물대장과 실사용 면적 사이의 괴리, 항공사진만을 근거로 한 면적 산정, 구체적인 법령 기준의 부재 등에 대한 혼란은 지역을 불문하고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자체마다 적용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어떤 지역에서는 비슷한 구조물이 연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포함되는 식이다. 결국 동일한 기준에 따라 운영돼야 할 국가 정책이, 지자체의 재량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은 형평성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연면적’에 막힌 제2의 삶
지붕만 있어도 건물 취급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에 “정책의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지방 차별”이라고 비판한다. 귀촌을 꿈꾸는 도시민들은 ‘정책을 신뢰하고 시골로 이주’를 결심했지만, 막상 현장서 마주하는 행정 절차는 예상과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건축사나 공무원의 해석에 따라 혜택 여부가 갈리는 구조는 귀촌 정책의 신뢰도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지방자치연구소 관계자는 “현재의 연면적 기준은 도시형 주택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골 지역 특유의 생활 구조나 전통적 건축문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며 “시골서 거주하거나 귀촌을 시도하는 시민들을 위해 별도의 기준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를 운용하는 지자체와 그것을 감독하는 중앙정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기만 한다면, 정책은 현실서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귀촌·귀농 정책의 근본적인 제도 설계와 맞닿아 있다고 지적한다. 귀촌 장려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실제 행정적 기준이 도시 중심으로 설계돼있어 시골 실정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농촌의 주택 구조는 도시와 달리 부속 건물이나 임시 가설물이 많다.

이 때문에 서울식 연면적 계산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 왜곡을 부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시형 연면적 계산 방식은 불법 증축과 과밀 주거를 막기 위해 엄격히 계산되지만 시골에선 생활 필수시설일 뿐, 거주 공간도 아닐뿐더러 주택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한 건축 관련 전문가는 “건축법상 연면적 기준이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적용되면, 실제 거주 면적이 작더라도 제도적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행정 판단에 유연성을 두거나, 비거주용 부속 공간을 별도 구분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 역시 “실제로 내가 살고자 하는 공간은 작은 방 하나, 거실 하나일 뿐이다. 나무 쌓아둔 곳이나 플라스틱 판을 덧댄 비가림 공간까지 집이라고 우기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정부는 귀촌을 장려한다고 광고하지만, 막상 제도는 귀촌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탁상행정

현재 A씨는 귀촌 계획을 보류한 채 답답한 마음으로 행정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군청은 민원 처리기한을 넘긴 뒤 답변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집을 살 수도, 안 살 수도 없는 채로 몇 주째 발이 묶였다”며 “정부 정책이 사람을 도와야지, 가로막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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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