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정 종교와 손잡은 한국조폐공사, 왜?

쉬쉬 만드는 대단한 경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국조폐공사가 ‘증산도’와의 경전 용지 제작사업을 시작했다. 공공기관서 종교의 경전 용지를 제작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조폐공사 내부에선 증산도와의 경전 용지 사업에 대해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왜일까?

한국조폐공사(이하 조폐공사)에서 종교단체인 ‘증산도’의 경전 용지 제작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지금은 생산을 위한 준비 절차 중이며 앞으로 환망(용지 제작용 틀)을 만들기로 예정돼있다. 처음 이 사업이 의뢰된 시점은 지난해 2월이다. 계약 체결은 완료됐으며, 앞으로 3년간 증산도에 경전 용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의도적 숨기기?

조폐공사에서 시행할 수 있는 사업은 법으로 명시돼있다. 한국조폐공사법 제2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화폐 및 유가증권 제조 ▲신분증, 여권, 보안 인쇄물 제작 ▲기념주화 및 기념메달 제조 ▲위조 방지 기술 개발 및 보안 관련 사업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경전 용지 제작 사업은 ‘보안 인쇄물 제작’에 해당하며, 조폐공사의 특수 보안 기술을 적용한 용지로 제작될 예정이다. 특수 보안용지는 위·변조 방지를 위해 첨단 보안 기술이 적용된 용지로, 일반적으로 공공 문서의 보안성을 강화하는 데 사용된다. 주요 목적은 중요 서류의 위조를 방지하는 데 있다.

내부에서는 경전 용지에 위조 방지 기술이 적용돼야 하는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경전의 위조 문제가 논란이 된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종교 경전은 보통 일반 인쇄 출판업체에 의뢰해 제작된다. 공공기관인 조폐공사가 특정 종교의 경전 용지 제작을 맡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조폐공사에서 진행 중인 사업들은 대부분 조폐공사 사이트에 등재돼있지만, 현재 증산도의 경전 용지 생산 건은 비공개다. <일요시사>의 취재에 따르면, 최초 증산도의 의뢰가 접수된 문서에는 ‘증산도 보안 용지 개발 및 납품의 건’이라고 명시돼있었으나 이후 작성된 계약서 이름은 ‘보안 용지 제작 및 공급’으로 증산도의 이름이 빠져있었다.

대개는 계약서 제목에 거래하는 기관명이나 명확한 제품 이름이 명시되지만, 증산도와의 계약서는 거래처나 제품명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종교단체 증산도 경전 용지 제작 추진
굳이 위조 방지 기술 적용? 필요성 의문

내부에선 “증산도라는 이름을 기재하지 않은 것이 의도적이라고 보여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폐공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증산도와의 계약은 사실”이라며 사업 진행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이어 “고객사와 비밀 유지 협약이 조항으로 있는 경우, (계약에 대해)공개가 어렵다”며 비공개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증산도와 조폐공사는 경전 사업 이전에도 접점이 있었다. 2003년 조폐공사 사보 1월호에는 증산도 메달에 관한 광고가 올라와 있다. 증산도 메달에 대한 소개와 증산도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담겨있었다. 이 같은 사실 확인을 위해 증산도에 연락을 취했지만 증산도 측은 “답할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증산도는 정식적인 종교단체로 등록돼있지만 여러 가지 논란이 많았다. 특히 독특한 교리를 갖고 있어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증산도는 전통적인 민간신앙, 도교, 불교, 유교, 그리고 천도교 등의 요소가 혼합된 신종교다. 일반 종교에서는 신과 인간을 구분하지만, 증산도는 창시자 강일순을 신격화해 기독교를 비롯한 일부 단체서 이단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증산도에서는 ‘후천 개벽’이 필연적으로 일어나며, 기존 세계가 멸망하고 새로운 시대가 온다고 주장한다. ‘개벽’의 시기나 방법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으며, 반복적으로 개벽이 임박했다고 주장했으나 번번이 빗나갔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종말론적 요소가 포함돼있다는 점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증산도가 앞으로 제작할 경전에 어떤 내용의 교리가 담길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이와 함께 조폐공사가 제작하는 경전 용지의 목적과 활용 방식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름 왜 뺐나…비공개 진행
“계약상 비밀 유지 조항 있다”

조폐공사는 이전에도 여러 종교와의 사업을 진행했다. 대부분은 기념 메달을 제작하는 사업이었으나, 경전 용지를 제작하는 사례는 없었다. 기념 메달은 문화재적 성격이 강해 일반 대중도 소장이 가능하지만 증산도의 경전은 종교 내부에서만 활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조폐공사는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공공기관으로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의하면, 공공기관은 ‘국민생활의 편익 증진, 공공서비스의 효율적 제공 및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공공성과 공익성을 고려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의무는 아니지만 권고사항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조폐공사의 사업 수행 역시 국민의 이익과 공공성 확보가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폐공사 측은 경전 용지 제작에 대해 “조폐공사법 제1조에 따라 위조 방지를 위한 제품 공급은 공익성과 공공성에 기여한다”며 법에 기반해 경전 용지에 위조 방지 기술이 들어가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논란의 여지

그렇다 해도 공공성과 공익성을 띄는 사업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조폐공사에서 말하는 공공성과 공익성이 어디에 기반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은 공공성과 공익성의 적용 기준에 따라, 공공기관 운영의 방향성에 대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달라진 조폐공사 돈만 찍는다고?

한국조폐공사(이하 조폐공사)는 전통적으로 화폐와 유가증권의 제조를 주력으로 해왔으나, 최근에는 사업의 다양성과 방향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기술력과 보안 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조폐공사의 골드바 및 실버바 사업은 연간 판매액 300억원대를 달성해 크게 성공했다.

순도와 품질이 보증된 골드바와 실버바를 제작·판매해 투자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귀금속 제품을 제공했다.

조폐공사는 이를 통해 귀금속 시장서 공공기관으로서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사업 다각화를 추구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상품권과 디지털 신분증 서비스도 안전한 전자거래 환경에 이바지하고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현재 전통적인 업무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 중”이라고 말했다. <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