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레커 시동’ 떨고 있는 유튜버들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04 11:24:05
  • 호수 1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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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욕했다간 잡혀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거짓 영상 제작 및 유포로 논란을 빚은 유튜버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정치권 개입이 시도됐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른바 ‘사이버 레커 정보공개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유튜버들은 정보의 공익성마저 침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최근 사이버 레커로 지목된 유튜버 뻑가의 신상이 미국법원의 소송 결과에 따라 일부 제공됐다. 앞서 구글 측은 현행법을 준수하고 법적 요청에 협조한다고 밝혀왔다. 다만, 피해자가 가해자의 신원을 확보하려면 미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를 두고 전용기 의원은 “과도한 절차적 장벽이 존재해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해석했다.

절차적 장벽
과도함 존재

일각에선 사이버 레커로 규정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정치인의 부정행위를 폭로한 유튜버마저 반대 진영서 사이버 레커로 규정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정인에게 일어난 이슈를 악의적으로 편집한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해 시청자의 후원을 유도하는 유튜버를 사이버 레커라고 한다.

교통사고 현장에 난폭하게 출동해 사익을 추구하는 사설 구난차인 ‘레커(Wrecker)’에 비유한 것이다.

익명 뒤에 숨어 활동하던 유튜버 ‘뻑가’는 사이버 레커로 지목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뻑가의 신상은 BJ 과즙세연(인세연)과의 법적 공방 과정서 드러났다. 그는 과즙세연이 금전적 대가를 받고 성관계를 했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도박을 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유포했다.


이에 대해 과즙세연은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뻑가를 고소했다.

소송을 대리한 정경석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으로부터 뻑가의 개인정보 일부를 제공받았다”며 “이에 따라 그의 신원이 밝혀졌다. 현재 뻑가는 한국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남성 박모씨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독자 114만명을 보유한 뻑가는 주로 타인을 비난하는 영상을 올리기로 유명하다. 특히 그는 특정 인물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비판하는 영상을 다수 제작하면서도 본인의 신상은 감춰 모순적 행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누가 죄인?’ 정치권 개입 시도
신상 탈탈···정치적 악용 우려

그의 콘텐츠 중에는 ‘반 페미니즘’ 성향의 영상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2022년에는 인터넷 방송인 BJ 잼미(조장미)를 남성 혐오 페미니스트로 규정하며 저격 영상을 제작했다. 이로 인해 잼미와 그의 어머니가 심적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논란이 커지자 뻑가는 사과 영상을 올린 뒤 활동을 중단했으나 약 6개월 후 영상을 업로드하며 복귀했다.

신상이 공개된 뻑가는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저를 음해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에 대해 최대한 강력한 대응을 할 예정”이라며 “어차피 수익도 막혔고, 잃을 것이 없는 상황서 총력을 다해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1000개가 넘는 유튜브 채널 영상 중 96개의 동영상만 남기고 삭제했다. 지속적인 악의적 콘텐츠 제작에도 불구하고 뻑가의 신원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피해자들은 법적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미국 소송을 통해 그가 30대 박모씨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미국 현지 변호사 선임 비용은 8000만~9000만원 정도로 비싼 편에 속해 피해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 의원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로부터 사이버 레커의 이름과 나이 등 기본적인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전 의원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해외 플랫폼을 악용한 사이버 레커들의 무책임한 행태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명예훼손 및 허위 사실 유포로 수사 대상이 된 익명 유튜버의 기본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익명과 폭력
협박과 갈취

전 의원은 입법 토론회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련 소송을 진행한 변호사들과 협력해 법률 개정을 위한 국회 입법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토론회를 통해 해외 플랫폼과 협력해 가해자의 신원 확보 절차를 개선하고, 피해자가 더욱 신속하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이 ‘사이버 레커 정보공개법’ 추진에 나서자, 일부 유튜버는 ‘족쇄 채우기’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튜버는 취재진과 인터뷰서 “취지는 알겠으나, 사이버 레커의 기준이 모호하다. 누군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사이버 레커 취급받고, 신상이 공개된다는 것은 공익성마저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여당 정치인을 비판하면 권력을 쥔 여당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라며 “해당 정치인의 비리가 사실임이 입증됐다 하더라도, 명예훼손 혐의는 성립될 수 있기에 유튜버의 신상 공개 청구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익과 자율성 침해 우려에 관해 전 의원은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피해 입힌 익명 유튜버의 신상 정보를 온 국민이 아닌, 최소한 수사기관에서만큼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재차 설명했다.

사이버 레커의 영향력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으로 번졌다. 앞서 1000만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쯔양(박정원)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구제역 등이 최근 유죄 판결받은 가운데, 허위 사실과 음모론은 추가적으로 양산되고 있다.

쯔양은 매체와 인터뷰서 “중국 간첩설부터 정계 연루설 등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다”며 “저는 중국에 가본 적도 없고, 진짜 전혀 아무것도 없다. 정치로 저와 연관을 지으시면, 저는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듣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정치 유튜버
무사 못할 것”

구제역의 법률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법무법인 황앤씨)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쯔양이 ‘중국 간첩과 관련이 있다’는 음모론을 퍼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쯔양은 가로세로연구소 등을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했다.


쯔양은 “(사생활에 대해)너무 공개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쪽에서 그런 루머들을 만들어내니까 공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검찰과 정치권에도 배경이 있는 거물이라는 가짜 뉴스에 대해서도 “제가 피해자 코스프레하고 있다면서 검찰 측에서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게 이상하다고 그쪽과 관계가 있다더라”라며 “어떻게든 저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법원은 지난달 20일 쯔양을 협박해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구제역에게 징역 3년, 최모 변호사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이들을 법정 구속했다. 공갈 혐의 공범으로 기소된 유튜버 주작 감별사(전국진)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또 구제역 등의 공갈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카라큘라(이세욱)와 크로커다일(최일환)에게는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사회봉사 240시간과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구속된 구제역은 변호사를 통해 쯔양의 인터뷰에 대해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24일 입장문을 통해 “JTBC 보도에는 마치 제가 ‘쯔양이라는 이름이 왜 생겼는지 모르겠다’ ‘쯔양이 중국 인민망과 관련 있고 비밀 경찰’이라는 식의 발언을 한 것처럼 전달됐다. 그러나 이는 다음과 같은 발언의 일부만 짜깁기 한 것으로 실제 맥락과 전혀 다르다”며 해당 보도를 정정했다.

김 변호사가 전달한 당시 발언 전문에는 ‘쯔양의 소속사 관계자들, 그리고 이번에 5000만원 구제역하고 협의 본 사람, 이런 사람들이 청년 페이 등 중국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업들이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쯔양-구제역 사건에 ‘중국 간첩설’
조만간 공익·자율성 사라질 수도?

아울러 김 변호사는 “위 발언 취지는 쯔양이 직접 중국 인민망이나 비밀 경찰 의혹에 연루됐다는 것이 아니라, 쯔양이 출시한 정원분식 위·수탁 운영과 소속사 이사와 협업 중인 박현철 액터코퍼레이션 대표 겸 S&S컨설팅 운영자가 왕해군, 동방명주 등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 당사자들과 연관돼있다는 사실을 설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현철이 운영하는 S&S컨설팅에는 쯔양 소속사 이사인 최소원이 이사로 등재돼있으며 박현철은 ‘청년페이 코인’으로 논란이 일었던 한국청년위원회 이사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더 나아가 동방명주와 왕해군이 중국 인민망과 연관됐다는 보도가 쏟아지던 당시, 박현철은 왕해군과 접촉해 논란이 된 김두관 민주당 전 의원의 행사를 지원하는 게시물과 사진을 직접 올리기도 했다”며 쯔양이 중국 인민망 비밀 경찰서 의혹 당사자들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제역 등은 지난 2023년 2월 쯔양 사생활, 탈세 관련 의혹을 제보받고 쯔양을 협박해 550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또 두 사람은 사생활을 빌미로 지인의 식당을 홍보하라며 촬영을 강제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네(쯔양)가 고소를 남발해 소상공인을 괴롭힌다는 영상을 올리겠다”며 쯔양을 협박하기도 했다. 이에 보석 석방으로 풀려났던 구제역은 다시 구속됐다. 1심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구제역과 최 변호사는 항소했다.

지난달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제역 측은 전날 법원에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최 변호사 측도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이 과정서 주작감별사와 크로커다일, 카라큘라도 구제역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서 각자 확보한 쯔양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가 하면, 서로 통화도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밀 경찰
의혹 연루

최 변호사는 쯔양에게 “유흥업소 경험 등 과거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언론 대응 등 자문 명목으로 약 23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쯔양 탈세 의혹 등을 유튜버 가로세로연구소 측에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최 변호사는 구제역에게 쯔양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 쯔양 전 남자 친구이자 소속사 대표였던 A씨(사망) 지시로 해당 정보를 제공한 것처럼 A씨 유서를 조작해 유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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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