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김건희 의혹 중앙지검 이송 노림수

특검 막고 부부 소환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사건이 창원지검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됐다. 주요 피의자들의 거주지가 수도권에 위치한다는 게 이유다. 중앙지검은 창원지검 특별수사팀보다 월등한 수사력을 갖추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강제소환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사실상 야권발 특검을 막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명태균 게이트’는 이제 김건희 게이트로 불리기 시작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김 여사가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눈 증거들이 드러나면서 공천 개입 의혹의 실마리도 풀리고 있다. 창원지검 특별수사팀은 이 사실을 지난해 11월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김 여사를 조사하지 않았다.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송한 수사팀은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특별수사팀
신뢰 박살

중앙지검은 지난 17일 창원지검으로부터 명씨를 둘러싼 선거 개입 의혹과 대선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 각종 사건을 이송받았다. 지난해 11월 창원지검에 12명 규모의 명태균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부산지검 2차장)이 꾸려진 지 세 달여 만이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 대부분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고, 행위지도 주로 서울 지역인 점을 감안했다”고 이송 이유를 밝혔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차장검사 등 전담수사팀 검사 7명이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소속으로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기존 중앙지검 검사들은 관여하지 않을 계획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편의성 등을 고려해 ‘서울팀’과 ‘창원팀’으로 수사팀을 나눴다.

검찰 관계자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등이 조사 받을 때 창원지검 검사가 서울까지 왔다. 대부분 수도권이 거주지인 사람들은 서울동부지검서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역 범죄에 가까운 창원 국가산업단지 정보 누설 의혹, 명태균 처남 남명학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은 창원지검서 계속 수사한다.

중앙지검은 공천 개입 의혹 사건부터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앞서 ‘명태균 황금폰’ 포렌식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상현이한테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 김건희 여사가 “당선인이 지금 전화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잘 될 거예요”라고 말하는 등 공천에 개입한 듯한 정황이 다수 드러났다.

그러나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를 기소했을 뿐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창원지검, 여사 개입 정황 알고도 침묵
조사 통보도 안 해…정치적 여파 부담?

창원지검은 명씨 핸드폰 포렌식을 통해 대선 경선 국면이었던 지난 2021년 8~10월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국힘 책임당원 5044명 여론조사 결과’ 등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최소 네 차례 무상으로 제공받은 정황을 확인했다.

특히 명씨 측 법률대리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 2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지난해 2월18일 김 여사와 김 전 의원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을 언급했다.

남 변호사는 “김 전 의원이 김해공항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에 김건희 여사와 김해 출마 건으로 몇 차례 텔레그램 전화로 통화했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후에는 김 여사가 텔레그램이 아닌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창원 의창구에 김상민 검사가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가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공기업인지, 어떤 부처 장관 자리인지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남 변호사는 이 같은 내용을 “명씨로부터 들었다”며 “일반 휴대전화 통화로 이뤄진 대화이기에 녹음이 돼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김 검사를 지원하라는 김 여사의 제안에 김 전 의원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의원이 ‘김건희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내가 지난 대선 때 얼마나 죽을힘을 다해 도왔는데 자기 새끼 공천주려고 5선 의원인 나를 자르고, 그것도 모자라서 나보고 지 새끼를 도우라고?’라며 격분했다”고 강조했다.

남 변호사는 “이 일이(3월1일) 칠불사 회동(개혁신당 이준석·천하람 측과 김영선·명태균 측의 접촉)과 연결된다”며 “이 대화 내용을 칠불사 회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줬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이 통화가 (김 전 의원의)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입당 타진의 트리거가 됐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이후 무산된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개혁신당 이미지가 ‘개혁’으로 김영선 전 의원은 이미지에 맞지 않았던 것 같고 ‘이 정도로 (윤석열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을까. 약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알면서
미공개

창원지검은 김 여사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지난 13일 <뉴스타파>는 창원지검이 지난해 11월9일 작성한 수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검찰은 이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이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 여사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면서 김 여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에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계속 나오는
연락 내역

검찰은 명씨가 김 여사와 약 1분간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도 파악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통화 녹음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명씨가 자신의 PC서 해당 파일을 재생한 시점까지 확인해 수사보고서에 담았다. 하지만 정작 통화 내용은 보고서에 담지 않았다. 통화 재생기록만 있을 뿐 녹음파일은 없다고 적시했다.

수사보고서 작성 한 달여 뒤인 지난해 12월12일, 명씨는 황금폰(갤럭시 2대)과 USB를 검찰에 제출했다. 명태균-윤석열, 명태균-김건희의 통화 녹음파일은 ‘깡통 로봇’ 모양의 USB에 저장돼있었다. 검찰 제출 전 명씨 측은 패턴 잠금을 풀지 못한 황금폰(갤럭시 엣지)을 복제하지는 못했지만, USB는 복사해서 따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2월18일부터 3월1일까지 11차례에 걸쳐 김 여사와 통화나 문자로 연락했다.

검찰은 명씨가 지난해 2월18일 김 여사에게 “김 전 의원은 김해에 연고가 없어, 경선에 참여하면 이길 방법이 없다”는 취지로 단수공천을 요청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고, 김 여사는 “단수공천을 주면 좋지만 기본 전략은 경선”이라고 답한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은 김 여사와 명씨의 이 텔레그램 대화가 오후 3시30분쯤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김 여사는 1시간여 뒤인 오후 5시쯤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6초, 11분9초간 통화했고 오후 8시24분 즈음 1분38초간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의원 측은 당일 밤 현역 지역구인 창원 의창 출마를 포기하고 김해 갑에 출마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명씨는 이 외에도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공천 당시 컷오프(공천 탈락) 위기에 처한 김진태 당시 강원도지사 예비후보에게 김 여사의 연락처를 건넸다.

지난 2022년 4월13일 오전, 김 지사는 명씨에게 “저는 이 상황서도 명 대표님 믿고 어젯밤 잘 잤다. 집채 만한 파도가 밀려오는데도 조개 몇 개 주우러 강원도 정선으로 출발했다. 부디 이 고난을 이겨내길 믿는다. 아멘”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특혜성 출장 조사 사실상 불가능
“특검 막아야” 3월 초 소환 전망

이날 밤 10시39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황상무 전 수석의 전략공천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김진태 캠프가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내용도 기사에 담겼는데, 이는 김 지사가 자신의 컷오프를 미리 알았던 정황으로 풀이된다.

명씨는 지난해 말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측으로서는 태극기 부대를 뒤에 업고 있는 김진태와 화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2021년 6~7월쯤 양측이 서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해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는 명씨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미리 알고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공관위가 황 전 수석을 단수공천하겠다고 발표하자, 김 지사는 이날(4월14일) 오전 9시45분 명씨에게 “황상무 단수 추천”이라는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1분 후인 오전 9시46분, 명씨는 강혜경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제 김진태 날아갈라 하다가 어젯밤에 살렸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같은 날 오전 11시10분 “공관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명씨에게 보내면서 “제 입장문 이렇게 냈다”고 했고, 명씨는 “잘하셨다”고 답했다. 4일 후인 4월18일 오후, 국민의힘 공관위는 황 전 수석 단수공천을 뒤집고, 경선을 하기로 결정한다.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김 지사가 명씨의 가족을 강원도청과 도지사 공관에 초청해 찍은 사진도 포함돼있다. 김 지사가 명씨를 얼마나 각별히 챙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김진태가 레고랜드 사태 등등과 관련해 저에게 자문을 구해서 도와준 일이 있다 보니, 저희 가족을 강원도청에 초청해 찾아간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김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는 묘책을 명씨와 상의하는 대화 장면도 다수 포함됐다.

중앙지검은 윤 대통령보다는 김 여사를 먼저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내란·외환죄 외에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는 현직 대통령인 데다 12·3 비상계엄으로 구속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형사 재판을 받고 있어 당장 조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드러났는데
침묵 일관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디올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에게 수사 특혜를 줬다는 정치적 비판으로 인해 소환조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엔 청사로 직접 부를 것으로 보인다. 이원석 전 총장이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던 사안까지 고려하면 중앙지검 내 갈등이 수사 시작 전부터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특검이 변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지난 11일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하고 오는 27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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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