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김건희 의혹 중앙지검 이송 노림수

특검 막고 부부 소환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사건이 창원지검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됐다. 주요 피의자들의 거주지가 수도권에 위치한다는 게 이유다. 중앙지검은 창원지검 특별수사팀보다 월등한 수사력을 갖추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강제소환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사실상 야권발 특검을 막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명태균 게이트’는 이제 김건희 게이트로 불리기 시작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김 여사가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눈 증거들이 드러나면서 공천 개입 의혹의 실마리도 풀리고 있다. 창원지검 특별수사팀은 이 사실을 지난해 11월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김 여사를 조사하지 않았다.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송한 수사팀은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특별수사팀
신뢰 박살

중앙지검은 지난 17일 창원지검으로부터 명씨를 둘러싼 선거 개입 의혹과 대선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 각종 사건을 이송받았다. 지난해 11월 창원지검에 12명 규모의 명태균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부산지검 2차장)이 꾸려진 지 세 달여 만이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 대부분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고, 행위지도 주로 서울 지역인 점을 감안했다”고 이송 이유를 밝혔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차장검사 등 전담수사팀 검사 7명이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소속으로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기존 중앙지검 검사들은 관여하지 않을 계획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편의성 등을 고려해 ‘서울팀’과 ‘창원팀’으로 수사팀을 나눴다.

검찰 관계자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등이 조사 받을 때 창원지검 검사가 서울까지 왔다. 대부분 수도권이 거주지인 사람들은 서울동부지검서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역 범죄에 가까운 창원 국가산업단지 정보 누설 의혹, 명태균 처남 남명학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은 창원지검서 계속 수사한다.

중앙지검은 공천 개입 의혹 사건부터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앞서 ‘명태균 황금폰’ 포렌식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2022년 5월9일 명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상현이한테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 김건희 여사가 “당선인이 지금 전화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잘 될 거예요”라고 말하는 등 공천에 개입한 듯한 정황이 다수 드러났다.

그러나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를 기소했을 뿐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창원지검, 여사 개입 정황 알고도 침묵
조사 통보도 안 해…정치적 여파 부담?

창원지검은 명씨 핸드폰 포렌식을 통해 대선 경선 국면이었던 지난 2021년 8~10월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국힘 책임당원 5044명 여론조사 결과’ 등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최소 네 차례 무상으로 제공받은 정황을 확인했다.

특히 명씨 측 법률대리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 2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지난해 2월18일 김 여사와 김 전 의원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을 언급했다.

남 변호사는 “김 전 의원이 김해공항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에 김건희 여사와 김해 출마 건으로 몇 차례 텔레그램 전화로 통화했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후에는 김 여사가 텔레그램이 아닌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창원 의창구에 김상민 검사가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가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공기업인지, 어떤 부처 장관 자리인지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남 변호사는 이 같은 내용을 “명씨로부터 들었다”며 “일반 휴대전화 통화로 이뤄진 대화이기에 녹음이 돼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김 검사를 지원하라는 김 여사의 제안에 김 전 의원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의원이 ‘김건희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내가 지난 대선 때 얼마나 죽을힘을 다해 도왔는데 자기 새끼 공천주려고 5선 의원인 나를 자르고, 그것도 모자라서 나보고 지 새끼를 도우라고?’라며 격분했다”고 강조했다.

남 변호사는 “이 일이(3월1일) 칠불사 회동(개혁신당 이준석·천하람 측과 김영선·명태균 측의 접촉)과 연결된다”며 “이 대화 내용을 칠불사 회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줬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는 “이 통화가 (김 전 의원의)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입당 타진의 트리거가 됐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이후 무산된 이유에 대해서는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개혁신당 이미지가 ‘개혁’으로 김영선 전 의원은 이미지에 맞지 않았던 것 같고 ‘이 정도로 (윤석열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을까. 약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알면서
미공개

창원지검은 김 여사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지난 13일 <뉴스타파>는 창원지검이 지난해 11월9일 작성한 수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검찰은 이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이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 여사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면서 김 여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에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계속 나오는
연락 내역

검찰은 명씨가 김 여사와 약 1분간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도 파악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통화 녹음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명씨가 자신의 PC서 해당 파일을 재생한 시점까지 확인해 수사보고서에 담았다. 하지만 정작 통화 내용은 보고서에 담지 않았다. 통화 재생기록만 있을 뿐 녹음파일은 없다고 적시했다.

수사보고서 작성 한 달여 뒤인 지난해 12월12일, 명씨는 황금폰(갤럭시 2대)과 USB를 검찰에 제출했다. 명태균-윤석열, 명태균-김건희의 통화 녹음파일은 ‘깡통 로봇’ 모양의 USB에 저장돼있었다. 검찰 제출 전 명씨 측은 패턴 잠금을 풀지 못한 황금폰(갤럭시 엣지)을 복제하지는 못했지만, USB는 복사해서 따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2월18일부터 3월1일까지 11차례에 걸쳐 김 여사와 통화나 문자로 연락했다.

검찰은 명씨가 지난해 2월18일 김 여사에게 “김 전 의원은 김해에 연고가 없어, 경선에 참여하면 이길 방법이 없다”는 취지로 단수공천을 요청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고, 김 여사는 “단수공천을 주면 좋지만 기본 전략은 경선”이라고 답한 것으로 확인했다.

검찰은 김 여사와 명씨의 이 텔레그램 대화가 오후 3시30분쯤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김 여사는 1시간여 뒤인 오후 5시쯤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6초, 11분9초간 통화했고 오후 8시24분 즈음 1분38초간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의원 측은 당일 밤 현역 지역구인 창원 의창 출마를 포기하고 김해 갑에 출마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명씨는 이 외에도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 공천 당시 컷오프(공천 탈락) 위기에 처한 김진태 당시 강원도지사 예비후보에게 김 여사의 연락처를 건넸다.

지난 2022년 4월13일 오전, 김 지사는 명씨에게 “저는 이 상황서도 명 대표님 믿고 어젯밤 잘 잤다. 집채 만한 파도가 밀려오는데도 조개 몇 개 주우러 강원도 정선으로 출발했다. 부디 이 고난을 이겨내길 믿는다. 아멘”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특혜성 출장 조사 사실상 불가능
“특검 막아야” 3월 초 소환 전망

이날 밤 10시39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황상무 전 수석의 전략공천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김진태 캠프가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내용도 기사에 담겼는데, 이는 김 지사가 자신의 컷오프를 미리 알았던 정황으로 풀이된다.

명씨는 지난해 말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측으로서는 태극기 부대를 뒤에 업고 있는 김진태와 화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2021년 6~7월쯤 양측이 서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해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 지사는 명씨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미리 알고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공관위가 황 전 수석을 단수공천하겠다고 발표하자, 김 지사는 이날(4월14일) 오전 9시45분 명씨에게 “황상무 단수 추천”이라는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1분 후인 오전 9시46분, 명씨는 강혜경씨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제 김진태 날아갈라 하다가 어젯밤에 살렸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같은 날 오전 11시10분 “공관위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명씨에게 보내면서 “제 입장문 이렇게 냈다”고 했고, 명씨는 “잘하셨다”고 답했다. 4일 후인 4월18일 오후, 국민의힘 공관위는 황 전 수석 단수공천을 뒤집고, 경선을 하기로 결정한다.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김 지사가 명씨의 가족을 강원도청과 도지사 공관에 초청해 찍은 사진도 포함돼있다. 김 지사가 명씨를 얼마나 각별히 챙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김진태가 레고랜드 사태 등등과 관련해 저에게 자문을 구해서 도와준 일이 있다 보니, 저희 가족을 강원도청에 초청해 찾아간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김 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는 묘책을 명씨와 상의하는 대화 장면도 다수 포함됐다.

중앙지검은 윤 대통령보다는 김 여사를 먼저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내란·외환죄 외에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는 현직 대통령인 데다 12·3 비상계엄으로 구속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형사 재판을 받고 있어 당장 조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드러났는데
침묵 일관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디올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에게 수사 특혜를 줬다는 정치적 비판으로 인해 소환조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엔 청사로 직접 부를 것으로 보인다. 이원석 전 총장이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던 사안까지 고려하면 중앙지검 내 갈등이 수사 시작 전부터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며 “특히 특검이 변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지난 11일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하고 오는 27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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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