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기동순찰대 현실

별동대 맞아? 있으나 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경찰 기동순찰대는 서현역 칼부림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일명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고 현장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출범했다. 기동순찰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나고 경찰청에서는 많은 실적을 냈다고 자부하지만 실상은 민원 단속 등이 대부분인 현실이다. 말 그대로 ‘속 빈 강정’인 셈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상동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기동순찰대가 부활한 지 1년이 지났다. 전국지방경찰청에서는 기동순찰대의 성과가 높다고 말하지만 일선 경찰들의 불만은 여전히 거세다.

지난해 경찰 조직개편의 핵심은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의 출범이었다. 지난해 2월20일 경찰청은 기동순찰대 전국 28개대대, 형사기동대 전국 43개 권역 1335명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내부 불만

당시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곳, 필요한 시점에 경찰력을 집중 투입하기 위해 시도경찰청 직속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신설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는 지난 2023년에 연이어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 등 강력범죄에 대응할 현장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력 집중 투입을 위한 것이었다.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은 “지난해 단행된 대규모 조직재편은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려는 우리 모두의 의지와 열정의 결정체로, 현장의 상황 대응력과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지렛대”라며 “오늘 출범하는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가 가장 선두에 서서 국민을 보호하고 일선을 지키는 탄탄한 안전판으로서, 보다 탄력적이고 발 빠르게 예방하고 대응함으로써 치안 공백과 안전 사각지대를 촘촘하게 메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30일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동순찰대가 지난해 2월20일 출범한 뒤 지난해 8월31일까지 약 6개월 동안 전국서 발생한 5대 범죄(살인, 강도, 절도, 강간·강제추행, 폭력)는 23만2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만6439건에 비해 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도가 12.8% 줄어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강간·강제추행은 7.0% 줄고 폭력도 6.7% 주는 등 절도를 제외한 모든 범죄가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서울의 경우 5대 범죄가 5.8% 줄어 전국 평균보다 감소율이 더 컸고, 특히 강도 범죄는 무려 32.5%나 감소했다. 그 밖에도 전남 7.7%, 경북 5.7%, 제주 5.2% 감소 등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묻지마 범죄’ 대응하기 위해 출범
높은 실적 기록하다 계엄 후 반토막

반면, 충북 등에선 오히려 5대 범죄가 늘어나는 등 지역별 편차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직후 실적은 하락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기동순찰대의 지난 1월 기초질서 위반 행위 단속 실적은 5773건으로 지난해 월평균 실적(1만1049건) 대비 47.7% 감소했다. 순찰대 실적은 지난해 2월 출범 직후 증가세를 보였다. 5월엔 1만6342건을 기록해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에도 10월까지는 1만건 이상 단속 실적을 유지했으나 12·3 계엄 직후 수뇌부 공백이 발생하면서 12월엔 6083건으로 크게 줄었다.

지명·지명통보·벌금 수배자를 검거한 실적은 창설 초창기인 지난해 4월 3097건까지 늘다가 지난 1월엔 1243건으로 줄었다. 사건을 적발하거나 임의동행해 형사사건 처리로 이어진 건수도 지난해 5월 1524건에서 지난 1월 845건으로 44.5% 감소했다.

기동순찰대는 출범 당시부터 일선서 말이 많았던 조직이다. 당시에는 기존 지역경찰 인력은 그대로 두되 경찰청·경찰서 근무자로 인력을 확보하면서 불만이 많았다. 현재 기동순찰대의 경찰관들도 여전히 많은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특히 보여주기식 단속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 요소였다.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의 한 대원은 “기동순찰대서 많은 실적을 올렸다고 하지만 사실상 금연구역 단속, 취객 인계 등이 대부분이었다”며 “전국에 약 2700명 정도가 있지만 특별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의경 출신 지방기동순찰대 대원은 “하는 일이 의경과 전혀 다르지 않다”며 “의경 생활할 때보다 나은 점은 단지 갇혀있지 않다는 것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의경이 없어지고 사람이 별로 없는 지구대 등에 과도하게 몰린 지역 치안 예방 업무를 기동순찰대라는 별동대를 만들어 분배한 것”이라고 한탄했다.

‘“범칙금에 집중?”
“의경과 다를 게…”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일부 신고 집중 시간을 제외하면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 경찰들도 도보 순찰 등을 하고 있는 상황에 기동순찰대까지 나서면 경찰력을 낭비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경찰대 교수는 기동순찰대가 국고 불리기에 동원되고 있다는 비판을 했다. 그는 “기동순찰대의 주요 업무는 단속과 범칙금 징수”라며 “기동순찰대가 출범한 이후 경찰이 징수한 범칙금은 그 이전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났다. 시민들이 낸 2배의 범칙금은 기동순찰대의 실적이 되고 조직을 운영할 이유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 직장협의회(이하 경찰 직협)를 필두로 한 강경파 인사들은 기동순찰대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경찰 직협 관계자는 “지난해 기동순찰대 출범 이후 내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부분이 재출범한 기동순찰대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며 “타 지역이지만 현장에 나선 기동순찰대원들이 경찰 본연의 업무보다는 지자체의 업무인 불법 구조변경 차량 단속에 매진한 사례도 나왔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특수 목적을 갖고 설립된 기동순찰대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생기는 상황으로 이들을 다시 원복시켜 일선 지구대나 파출소의 대응력을 높이는 게 좋다”며 사실상 기동순찰대 폐지를 주장했다.

앞서 경찰 직협은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 신설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출범한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가 현장 경찰관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비판 근거로 삼았다.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폐지는 NO

이같이 경찰 내부서 비판적인 여론은 상당하지만, 수뇌부가 사실상 공석인 상황에서는 당장 치안 정책에 변화를 가져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필요성에 따라 제도가 운영된 만큼 폐지는 예고돼있지 않다”며 “제도 효과성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 계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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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