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폴리셔(Polisher)’ 함성주

사랑해서 타 버린 마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용산구에 자리한 라흰갤러리서 작가 함성주의 개인전 ‘폴리셔 Polisher’를 개최했다.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심신을 불살라 그림을 사랑한 시간과 사랑에 몰두한 나머지 타버린 마음, 연소한 마음처럼 검게 그을린 그림을 준비했다.

함성주는 2022년을 기점으로 그림의 전면에 붓질을 드러냈다. 내러티브를 덜어낸 형식적인 실험은 의미를 수반하는 색을 제거해 모노톤의 검은 화면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문지르고

이 과정서 함성주가 구사한 것은 푸른색과 갈색을 조색한 어두운 톤을 화폭에 거듭 바르고 문지르는 마찰의 방법론이었다. 캔버스를 여일하게 닦아내는 대목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스스로 연마하며 마찰의 움직임을 견인하는 주체로서의 폴리셔(Polisher)다.

닦고 문지르며 닳아, 종내 타버리고 마는 이 폴리셔는 마찰로 인해 타면서 깎이는 붓과 그림을 은유한다. 동시에 함성주의 팔과 어깨, 그 자신에 대한 메타포로도 볼 수 있다.

함성주가 마찰의 행위를 항상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온전히 내어줄 줄 아는 사랑이 작업의 근저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서 관람객은 하나의 대상을 수십 번 거듭해서 그리는 창작자의 고된 시간성에서 대상을 향한 작가의 사랑을 가늠할 수 있다.


검게 그을린 모노톤
2022년 전면에 붓질

같은 장면을 여러 번 그리는 함성주의 작업 방식은 회화 자체를 조감하려는 시도다. 마찰과 연마로 구현되는 사랑을 여러 번 그리는 반복과 시간성으로 시각화한다. 이 단계를 진행하다 보면 대략 서른 번째에 완성된 작업을 기점으로 그림의 상태와 태도가 변한다.

처음에는 재현에 초점을 두고 이미지를 보다가 이후로는 붓질이나 대상이 주는 인상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른바 ‘사랑해서 타버리는 마음’으로 그림을 대할 때 마침내 대상의 정수와 심연을 부여잡게 된다. 이때 작가는 고착되지 않은, 그림이 자체로서 지닌 본래의 파동을 감지한다.

함성주는 이번 전시서 자신과 연관된 대상을 성찰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화면 안에 들여놓음으로써 다소 거리를 뒀던 서정성과 내부적인 깊이를 모색했다. 작가의 눈이 대상과의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객관화하거나 이상화하기 어려운 지점에 이르게 되면, 그때부터 시선은 이미지를 따라가기보다는 그림 자체에 집중해 이미지의 ‘인상’에 열중하게 된다.

대상을 반복해서 그리는 작업 절차에 따라 작가의 관점이 무수한 곡면이 숨쉬고 있는 내면으로 점차 향하는 셈이다.

연마해서

라흰갤러리 관계자는 “함성주는 게임과 스크린, 그림의 장면, 뼈대 등을 탐구했던 이전의 전시를 계기로 이미지를 보는 시야를 차차 확장하다가 이번 개인전을 통해 서정성과 내부적인 깊이로 돌아와 그림 자체를 탐색했다”며 “그런 깊이감이 그림을 통해 보는 사람의 세계까지 편입되는 데에는 시간과 함께 누적된 사랑, 그리고 시공 속에 물질화하는 반복과 마찰의 형식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지와 조형적 취향, 내면과 서정, 자체로서의 그림이 여러 방향서 촘촘히 읽히는 함성주의 그림은 사랑해서 타버린 마음에서 비롯해 돌고 돌아 다시 그곳에 도달하면서 그림이 지닐 수 있는 넓이와 깊이를 체감케 한다”고 부연했다.

 

[함성주는?]

▲학력
인하대학교 조형예술학과 학사 졸업(2018)
인하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석사 졸업(2023)

▲개인전
‘Damage over Time’ 미학관(2024)
‘Riggr’ THEO(2023)
‘찢어진 그림’ 위상공간(2022)
‘우리는 사랑할 낯선 사람이 아닙니다’ 보안여관(2021)
‘have we met before’ 어쩌다 갤러리2(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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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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