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간첩서 이사장으로’ 기막힌 신분 세탁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2.18 10:47:35
  • 호수 1519호
  • 댓글 3개

쿠사마 위작으로 50억 횡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횡령 혐의로 고발한 ‘월드장학재단’의 이사장이 전 조선노동당 총책 황모씨로 드러났다. 황씨는 이사장 취임 2개월 만인 2020년 4월15일, 교육청 허가 없이 재단 자금 50억2500만원을 유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재단은 ‘월드메르디앙’으로 유명한 월드건설산업 조규상 회장이 2002년 설립했다. 회사 자산 등 50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고, 모교와 고향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왔다. 조 회장이 별세하기 2년 전인 2020년 2월20일 사임하면서 이사진도 전격 교체됐다.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황씨와 더불어민주당 관련 인물이 연루되면서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모조품으로
꾸민 작전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2월 공익법인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단을 경찰에 고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재단이 결산서 등을 제출하지 않자 확인에 나섰고, 재단 기본재산에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은 기본재산을 처분, 변경하고자 할 때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4월14일 황씨를 포함한 이사진 5명은 이사회를 열어 재단 자금 50억2500만원을 A씨에게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황씨가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2개월 여만이다.


대여금 50억2500만원에 대한 취득 담보는 A씨가 소유한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그림(작품명 ‘호박’) 2점에 대한 평가액을 55억원으로 설정했다. 대여금리는 2020년 4월14일부터 2021년 4월15일까지 연 2.4%를 적용했다고 ‘이사회 이사록’에 적혀 있다.

이어 2021년 4월15일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사회 회의록에는 2022년 4월15일까지 연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한 연장에 대한 이사회에선 ‘호박’ 2점에 대한 평가액을 65억원으로 계상하기도 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사건을 주도한 인물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출신으로 알려진 장모씨라고 지목했다. 제보자는 “현재 월드장학재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사들은 대부분 장씨의 지인”이라며 “장씨가 위작을 담보로 자금을 대여해준 것처럼 꾸며 재단의 자금을 횡령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장씨가 지인과 통화한 녹취 파일에도 “내가 이사장과 이사들을 추천했다”고 언급했다.

장씨가 A씨에게 ‘호박’ 작품을 구매하라고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A씨가 구매한 ‘호박’ 작품 2점 모두 위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쿠사마 야요이 ‘호박’ 원본의 영문 철자는 ‘Pumpkin’이지만, 이들이 담보로 제시한 작품 설명서에는 ‘Pumpukin’이라고 표기돼있다.

제보자는 취재진과 인터뷰서 “쿠사마 야요이 측에서 ‘진품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작품’이라는 답변을 받았고, 감정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시리즈는 미술시장서 환금성이 높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교육청 고발, 성동경찰서 수사
허가 없이 장학재단 자금 맘대로 유용


월드장학재단 이사회 의사록이 허위로 작성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서 대여금 지출에 관한 의사록은 2020년도에 작성됐으나, 장씨가 A씨에게 ‘호박’을 구매하라고 지시한 시기는 2023년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2023년에 서울 용산구서 만난 장씨는 ‘월드장학재단 자금 인출에 대한 명분이 없다. 네가 빌린 것으로 해줄 수 없겠냐’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긍하자 재단은 A씨가 2020년 4월15일부터 2022년 4월15일까지 50억2500만원을 대여한 것처럼 꾸며 의사록을 작성했다.

월드장학재단 자금 50억2500만원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실제로 A씨는 자금을 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내가 50억이 넘는 돈을 받았으면 이렇게 태연하게 전화를 받겠느냐”며 “장씨가 부탁해서 대여자 명의만 빌려준 것이라 황당하고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재단 횡령에 가담한 인물들에 대한 배경에 민주당 연루 의혹도 제기됐다. 먼저, 이사장 황씨는 남한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중부지역당 사건은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10월6일, 국가안전기획부가 “남로당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90여명을 간첩 혐의로 적발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안기부는 “남한 조선노동당 가담자 95명을 적발해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총책 황씨 등 62명을 구속하고 300여명을 추적 중”이라고 발표했다.

황씨는 거물급 고정 간첩 이선실(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게 포섭돼 1990년 입북했던 바 있다. 이후 북한 노동당에 가입, 간첩 교육을 받은 후 ‘중부지역서 당을 조직하라’는 지령을 받고 남파됐다. 국내서 중부지역당 총책으로 활동하다 1992년 체포됐고, 대법원서 간첩 및 반국가단체 결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 8·15 특사 때 형집행정지로 풀려났고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좌파들의
횡령 잔치

황씨의 간첩 혐의는 노무현정부의 과거사 진상조사 때 재확인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는 2007년 보고서에서 “북한과 손잡고 남한 사회의 변혁을 이루고자 했던 국내 일부 운동 세력 및 인물들과 북한의 적극적인 대남 공작이 결합돼 발생한 사건”이라고 적었다.

황씨는 1980년 사북 사태 중심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같은 해 6월 미스 유니버스 대회장 폭파 미수 사건으로 체포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황씨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직접 만든 사제 폭약을 들고 대회장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8년 강원랜드 상임감사 최종 후보에 오른 2인 중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은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황씨의 간첩 혐의가 명백한데도 정부가 황씨 이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강원랜드는 2018년 5월 모집 공고를 낸 뒤 임원추천위원회(비상임이사 3명·외부위원 2명 구성)의 추천을 거쳐 후보자 5인의 이력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제출했다. 이후 위원회는 심의·의결을 거쳐 황씨가 포함된 최종 2인 명단을 강원랜드로 보냈다.


위원회 절차를 거치는 만큼, 공기업 상임감사위원 임명 시 정부 측의 판단이 중요하다. 공기업 상임감사위원은 감사 조직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큰 범위서 내부 비리를 감시하고 회계업무를 감독해 경영진을 견제하며 방만 경영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강원랜드 언론팀은 “확인해드릴 수 있는 건 현재 (상임감사위원 최종 후보에 오른 인물은)2명이라는 사실 뿐”이라고만 밝혔다. 관계자는 최종 후보에 오른 인물의 신상에 대해서 알지 못할뿐더러 발표 이전이기에 공개하기도 힘들다고도 했다.

어떻게
돌아왔나

황씨는 정치권에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여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는 “2004년 2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과 공천권을 쥔 모 의원 등으로부터 정치 입문 제의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황씨는 <신동아>와 인터뷰서 “정 의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자기가 적극 밀 테니까 한번 만나자고 했지만, 정치에 뜻이 없어 만나지 않았다”면서 “(한나라당의 그 같은 제의를 보면서)우리 같은 전력을 가진 사람도 이제 아무런 문제가 없구나, 이제는 거리낌 없이 살아도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황씨의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전면 부인했다. 정 의원은 “2월에는 당장 내 공천 문제 때문에 정신없던 때였는데 다른 사람 신경 쓸 겨를이 있었겠냐”고 반문하면서 “황씨와 전화 통화한 적도 있고, 한번 만난 적도 있지만, 전혀 다른 일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횡령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장씨는 2022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단체인 ‘기본경제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라임펀드 사태에 연루돼 해외 도피 중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으로부터 라임 자금 19억6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장씨는 지난해 3월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칭해 피해자를 속이고 자금을 편취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업계에서는 장씨를 상장사 셀피글로벌, 디딤이엔에프, 메탈바인 자금 횡령 사건을 주도한 ‘기업사냥꾼’ 일당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장씨는 3개 회사의 총괄감사위원장 명함을 뿌리고 다녔다.

장씨 일당으로 언급되는 안모씨는 메탈바인의 실사주로 통하는데, 장씨는 메탈바인의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안씨가 ‘작전세력’으로 지목됐던 코스닥 상장사 셀피글로벌에도 장씨의 측근이자 월드장학재단 이사인 이모씨가 2022년 8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기업사냥꾼 등장
민주당 연루 의혹

셀피글로벌 소액주주들은 안씨를 주가 폭락, 거래정지의 배후로 지목하고 규탄하고 있다.

장씨와 안씨의 연관성은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와 전 경영진 간의 경영권 다툼 과정서도 제기됐다. 디딤이앤에프는 2023년 3월부터 주요주주가 된 슈퍼개미(거액의 돈을 굴리는 개인투자자) 김상훈씨의 독특한 공시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코스닥 상장사다.

공시에 자신의 직업을 ‘모험가’라고 소개한 김씨는 물타기(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평균 매수단가가 현재의 주가보다 높을 때 손실을 줄일 목적으로 일정 기간을 두고 계속 매수하는 것)를 하다가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가 됐다. 2024년 초까지 이전 경영진과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가 그해 5월 경영권 분쟁 종결에 합의했다.

사측(전 경영진)은 김씨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지난 1월 ‘주주님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김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기업사냥꾼 안씨 일당이 회사를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대주주로 오른 김씨보다는 안씨 등에 대한 폭로가 강조됐다.

회사를 괴롭히는 이들로 ‘멜파스, 유테크, 셀피글로벌 등 3개 회사를 상장 폐지시킨 기업사냥꾼 안모씨 일당’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측은 “‘안모씨 일당’이 메탈바인 감사로 재직 중인 장씨에게 디딤이앤에프와 메탈바인, 셀피글로벌 등 3개 회사의 총괄 감사위원장 직위가 각인된 위조 명함을 제작해줘 메탈바인과 디딤이앤에프가 한 회사인 것처럼 보이게 한 후 이를 활용해 투자자들을 기망하는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세청이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제도’를 시행한 지난 2009년 월드장학재단의 최초 공시를 보면 월드건설산업이 현금 약 50억7000만원, 조 회장이 현금 약 1억3000만원을 출연한 것으로 명시됐다. 이후 장학재단은 51억~52억원 규모의 자산을 유지해 왔다.

눈치보는
정치권

50억원이 정기예금에 예치돼있었던 만큼 자산 대부분은 금융자산(단기금융상품, 현금 및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2023년 1월 재단이 공시한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살펴보면, 50억2500만원이 공익목적 사업의 현금자산이 아닌 기타사업의 장기대여금으로 분류됐다. 금융자산은 약 7600만원으로 명시됐다. 2022년 재무제표에는 50억2500만원이 대여금으로 분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고발한 내용은 현재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횡령 건으로 고발이 접수돼 수사 중이라 수사 대상, 자금 사용처 등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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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