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통령실 따로 노는 내막

계엄 후…“용산, 윤석열 살리기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부와 대통령실 간 파열음이 커질 전망이다.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 정책 및 정치적 대응 노선을 두고 엇박자인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대왕고래’ 사업이 꼽힌다. 정부는 사실상 사업 실패를 인정했다. 대통령실은 정부의 공식 입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스탠스를 취했다. 문제는 두 기관 사이의 갈등이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확실한 근거도 없이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게 너무 많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 부처 안팎에서는 동해 심해 유전 탐사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대통령실과 일부 여당의 비판이 정치적이라는 여론이 상당하다. 활화산이던 정부와 대통령실의 갈등이 폭발하기 시작한 모양새다.

나라는 뒷전
일손 놨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가 진행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브리핑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산업부는 1차 탐사 시추 결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잠정 결과는 대왕고래에 대한 단정적 결론이 아니며 나머지 6개 유망 구조에 대한 탐사 시추도 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야권의 비판으로 대왕고래가 정치적 논란을 야기한 상황서, 발표 내용을 다듬어 밝혔어야 했다는 불만도 깔려 있다. 국민의힘도 대통령실의 입장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정부 부처 안팎에서는 산업부를 향한 대통령실과 여당의 비판이 내부 총질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한 부처 간부는 “경제성이 있는지 없는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서 발표해버린 대통령의 잘못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브리핑은 산업부서도 몰랐던 사안이다. 비판하려면 누가 먼저 사안을 ‘정치화’했는지 깊이 있게 고민하고 지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3일 첫 국정 브리핑을 통해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동해에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며 예고 없이 직접 대왕고래를 발표했다.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며 구체적 수치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의 브리핑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최대 매장량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통상 석유 시추사업과 같이 실패 가능성이 큰 사업은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경우가 없다. 윤 대통령이 대왕고래를 직접 발표한 날은 여당의 22대 총선 참패 두 달 뒤였다. 실제로 정치적 위기가 닥치자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총선 참패 뒤 ‘대왕고래 프로젝트’ 과장 발표
산업부, 사실상 사업 실패 인정 “경제성 없다”

윤 대통령의 참모 일부는 대왕고래가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은 이후 야권의 대왕고래 관련 예산 삭감이 12·3 불법 계엄 명분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대왕고래는 시작부터 많은 의심을 받았다. 경북 포항시 인근 바다에 다량의 가스와 석유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을 주장한 분석업체 ‘액트지오(Act-Geo)’의 전문성을 두고 의구심이 커졌다.

대왕고래는 지난 2023년 2월 한국석유공사가 액트지오에 대왕고래 유망 구조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액트지오는 “대왕고래 유망 구조서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석유공사에 보냈다.

석유공사는 액트지오 분석 결과를 교차 검증하기 위해 국내외 자문단을 꾸렸고 해당 자문단에서는 ‘액트지오의 분석 방법론과 이를 바탕으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를 근거로 석유공사는 지난해 4월 시추선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비슷한 시기 산업부는 내부 검토를 마무리하고 장관 보고까지 진행한 뒤 최종적으로 대왕고래 유망 구조에 대한 시추가 필요하다고 판단, 대통령실에도 진행 상황을 알렸다.

그러나 액트지오는 글로벌 자원개발회사가 아닌 소규모 분석업체였다. 액트지오 미국 본사 주소지가 일반 주택가인 점도 드러나면서 액트지오 분석 결과에는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다. 이 분석을 진두지휘한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윤 대통령 발표 이틀 만에 한국으로 들어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여론전을 펼쳤으나 의구심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유명 글로벌 자원개발기업 ‘우드사이드’가 이미 대왕고래 유망 구조를 검토했다가 철수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졌다.

폭발 직전
활화산

산업부는 우드사이드가 검토한 유망 구조 지역과 액트지오가 분석한 대왕고래 유망 구조 지역이 다르다고 해명했으나 여론은 액트지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산업부는 액트지오 분석 결과를 신뢰한다며 1차 시추를 밀어붙였다. 지난해 7월에는 사실상 매장 가능성이 큰 곳으로 첫 탐사 위치를 정했다. 이후 시추 관련 용역업체를 고른 뒤 지난해 12월 시추선이 1차 시추 지점으로 이동, 한 달 전인 1월 탐사 시추를 시작했다.

탐사 시추 이후에는 1차 지점서 얻은 ‘시료’ 분석에 들어갔다. 유망 구조 내에 가스나 원유 성질의 물질이 얼마나 묻혀 있는지, 경제성이 확보될 정도의 규모 인지를 조금이라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현장 물리 검층·이수 검층 결과 가스, 석유 매장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대왕고래 시추 작업 과정서 가스 징후가 잠정적이나마 일부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고 발표했다.

1차 탐사 시추 실패 가능성이 제기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애초에 밝힌 시추 성공률이 20%였기에 최소 다섯 번은 뚫어야 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프로젝트를 성급하게 발표하면서, 사업에 의구심과 정치적인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산업부도 “정무적인 영향이 많이 개입” “첫 시추서 성공 확률은 로또보다 작은 데 많은 부담을 안고 있었다” 등의 해명을 내왔다. 사실상 대통령실 등 정치권의 책임론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윤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야당의 대왕고래 예산 삭감 관련 질문을 받자 “중국이나 일본은 근해서 해저자원 개발을 많이 하고 있다”며 “두 나라를 따라가려면 바다서 많이 시추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열음
정면 충돌

나머지 유망 구조 6개가 있는 만큼 전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예단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석유공사는 이번 시추서 얻은 시료 등을 전문 분석 기업으로 보내 약 6개월간 정밀 분석과 실험을 진행한다. 오는 5~6월께에는 중간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산업부 외에도 대통령실과의 갈등 조짐을 보이는 정부 부처는 기획재정부다. 추경 편성 자체를 반대하는 데 이어 여당의 협조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중국 딥시크로 인해 AI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산하 분과들이 경쟁적으로 여러 제안들을 내놨다. 그러나 예산 벽에 부딪혀 추경 편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도 추경을 통해 AI 관련 예산을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서 국가AI컴퓨팅센터에 쓰일 GPU(그래픽처리장치) 조기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경을 하면 AI 분야에선 반드시 GPU 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내에 국가AI위원회의를 주재할 계획이다. 국가AI위는 이 자리서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해 온 워크숍과 내부회의를 통해 마련한 시그니처 프로젝트를 보고할 예정인 만큼, 추경을 통한 예산 확보 건의도 이뤄질 계획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회의적이다. 국민의힘은 추경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전액 삭감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등을 복구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향후 추경을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복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딥시크 대응 AI 예산 필요한데…
대화도 안 하고 당국과 거리두기

국정협의체 본회담이 삐거덕거리면서 추경 편성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 모두 반도체특별법과 국민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안팎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구체적으로 반도체법상 주52시간 근로제 예외와 국민연금 구조·모수개혁 병행 여부를 두고서다. 여당은 삭감예산 복구에, 야당은 AI와 R&D 예산 추가 편성에 방점을 찍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계엄 이후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간 소통이 확연히 줄었다. 추경과 관련해서도 야당과 입장이 비슷하다. 대화를 해야 의견이 모이거나 좁혀지는데 양보도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통령실과 국무위원의 주장이 충돌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 권한대행은 지난 6일 국회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지난해 불법 계엄 당시 국무회의를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국무회의의 본질이 부정당하는 시간은 아니었다”며 다른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최 권한대행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부인하고 있지만, 최 권한대행은 당시 윤 대통령이 직접 자신을 부른 뒤 옆에 있던 참모가 자신에게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전달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각 정부 부처는 지난해 말 올해 업무계획 추진을 위한 보고서 작성을 끝마쳤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모든 업무계획이 늦어졌다. 통상 정부와 각 부처는 12~1월쯤 다음 연도 업무계획을 위해 부처별, 국·과별로 업무보고를 받는다.

정부는 출범 이래 교육개혁 3대 정책인 ▲국가 책임 교육·돌봄(유보통합 등) ▲디지털 교육혁신 ▲대학 개혁과 국정과제로 추진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추진 계획 등을 밝혔다. 행정안전부 산하서도 ▲지방행정체제 개편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 조직개편과 관련한 굵직한 정책들이 예고된 바 있다.

예산 두고
갈팡질팡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정부 인사는 “국정 동력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진 상황이고 대통령실이 모든 정책과 예산 및 계획을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는 게 문제”라며 “‘어떻게 하면 윤 대통령을 살릴 수 있을까’가 아니라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외교와 경제가 파탄 나기 직전인데 대화도 하지 않으려는 건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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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