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일요대담> ‘5선 국방통’ 안규백 ‘군발’ 12·3 사태를 말하다

“또다시 계엄? 문민통제가 답”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5선 안규백 의원은 제20대 국회 전반기에 국토교통위서 활동한 것 외엔 의정 생활 대부분을 의원들이 꺼리는 국방위서 활동했다. 제20대 국회 후반기엔 국방위원장을 맡았다. 보기 드문 민간인 출신 국방통으로 알려진 그가 보는 12·3 계엄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12·3 내란 사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당내 상황실장과 진상 파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안 의원은 2024년 끝자락서 <일요시사>와 만나 비상 계엄사태의 본질과 흐름을 짚었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

-민주당은 지난 8월부터 계엄 가능성을 언급했다.

▲처음엔 우리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충암파를 주축으로 방첩사·정보사 등 정보라인을 장악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공관 회동 멤버가 수방사·특전사 등 군의 요직을 독식했다. 그래서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주장하게 된 계기는?

▲특히 지난해 11월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취임했다. 정보·방첩 라인은 특성상 내부 인사를 승진시킨다. 사령관은 외부서 부임하더라도, 그 휘하는 내부 진급을 시켜야 한다. 그런데 여 전 사령관과 소형기 전 참모장·김철진 전 기획관리실장은 모두 외부 인사였다. 소 전 참모장은 여 전 사령관과 방첩사 부임 전까지 함께 근무했다.


김 전 실장은 여 전 사령관의 53사단장 시절 예하 여단장이었고, 계엄 직전 김 전 장관의 군사보좌관으로 부임했다. 

이번 인사에서 해군·공군과는 달리 육군은 중장급 인사를 하지 않았다. 여 전 사령관을 비롯해 같은 시기 함께 임명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1년이 넘었지만 교체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군 인사 당시 드론작전사령부 첫 사령관 이보형 소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임기를 못 마치고 8개월 만에 교체됐다.

후임자 김용대 사령관은 여 전 사령관과 이 전 사령관의 육사 48기 동기였다. 51일 만에 김봉수 전 합참차장을 교체한 후 부임해 임명 나흘 만에 계엄부사령관이 된 정진팔 중장도 육사 48기다. 충암파·육사 48기 라인이 주축이 되어 주요 보직들을 토대로 이너서클을 만들어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본다.

-이재명 대표는 2차 계엄 가능성도 거론했다. 

▲1차 계엄이 국회서 해제돼 실패한 후, 윤 대통령은 약 3시간30분 후 계엄 해제를 발표했다. 그 사이에 2차 계엄을 시도한 것 같다. 합참 결심실서 김 전 장관과 계엄법을 검토하고, 계엄 해제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지 검토한 것이다. 이것이 계엄해제 불복 혹은 2차 계엄 시도 의혹이 불거진 이유였다.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은 새벽 3시경 육군본부서 계엄사 편성을 위해 육본의 주요 장성들에게 서울행을 지시했다. 수방사도 계엄 해제 가결 이후에도 오전 2시30분까지 국회 인근 KBS와 성산대교서 대기하고 있었다. 미군도 통신감청이 가능한 초정밀 정찰기 RC-135S 코브라 볼 두 대를 한반도 상공서 전개했다. 후방서 이동하는 부대가 있는지 확인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그 정황으로 봐선 2차 계엄 가능성은 유력했다.

육사 출신들 이너서클 구축
왕정·독재·장기집권 꿈꿔


-계엄에 참여했던 장성들은 대부분 윤 대통령으로부터 돌아선 것 같다. 

▲박근혜정부의 계엄 문건이 발각된 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등 연루 장성들은 패가망신당했다. 그들은 재판을 받고 있고, 연금도 받지 못한다. 계엄 참여 장성들도 살길을 찾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충암파들은 입을 맞춰서 “계엄 선포를 TV 보고 알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곽 전 사령관이 지난 10일 국방위 전체회의서 실토했다. 당시 출석한 군인들은 현장서 김 전 장관 구속 소식을 들은 후 크게 흔들렸다. 이후 수사 과정서 정보사령관이 예하 영관급 장교들에게 자신의 국방위 증언대로 증언하라고 지시한 것도 다 드러났다. 

-김 전 장관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돌아섰다고 봐야 하나?

▲김 전 장관은 사실상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장관은 처음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윤 대통령과 부하의 죄를 자신에게 몰아넣으려고 했다가 지난 12일 윤 대통령의 담화 이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곽 전 사령관도 “김 전 장관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본회의장에 의원 150명 이상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사령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은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도 윤 대통령을 향한 삐뚤어진 충성심과 형량을 줄여야 하는 필요 사이서 방황하는 것 같다.

-12·3 내란 사태는 강경파 대통령·육군 중장 출신 강경파 국방 장관과 고교 동문 인맥의 조합으로 발생했다.

▲계엄사령관은 합참의장이 맡는 것이 원칙이다. 계엄과를 하위 부서로 두고 있는 곳은 합참밖에 없다. 하지만 김명수 합참의장은 해군 출신이다. 그래서 걸림돌이 될까 봐 육사 출신 박 전 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앉힌 것이다. 그들만의 이너서클을 구축해 왕정·독재·장기집권을 꿈꾼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김건희 여사가 ‘계엄 이후 개헌을 통해 남편이 통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극우 유튜브 채널을 많이 봐서 그 세계에 매몰돼있고, 맹목적 충성·추종으로 뭉친 군부 내 강경파들이라는 인(人)의 장벽에 갇혀 사리분별도 정확히 안 되는 것 같다.

-하나회는 1990년대 없어졌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말기엔 알자회가 거론됐고, 이번엔 충암파가 거론됐다. 군서 계속 사조직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군인복무기본법과 군형법에 따르면, 군은 위법하지 않고 정당한 명령에만 상명하복 원칙을 적용한다. 그런데 그들은 아직도 “명령에 살고 죽는다”는 생각이 박혀 있다. 군 인사가 충암고·육사 출신 일색으로 진행돼, 집단사고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근친혼으로 인해 유전병에 시달렸다. 다양성이 무너져 독식이 이뤄지면,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붕괴한다. 충암파와 육사 카르텔이 결합돼 내란을 초래한 것이다.

-방첩사는 보안사 시절 12·12 쿠데타를 주도했고, 기무사 시절 박근혜정부 계엄령 문건 작성에 개입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개입하면서 문제가 됐는데…


▲‘숙습난방’이라는 말이 있다. 몸에 밴 습관은 고칠 수 없다는 의미다. 하던 대로 한 거다. 윤 대통령도 그렇다. 지난 11월7일 대국민 담화 후 진행된 기자회견서 사회를 맡던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에게 반말을 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데도 말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적 사고방식에,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검찰 시야에 갇혀있다. 방첩사의 숙습과 윤 대통령의 만남은 마치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과 같았다.

-이 사태가 문민통제 문제와 관련이 있는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이 사태의 핵심은 문민통제다.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서부터 군이 앞장서 반대하면서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내건 국가 중 문민통제를 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와 북한밖에 없다. 북한은 허울만 민주국가니까, 민주국가들 중 사실상 우리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군은 
부당한 명령에도 
양심 놓지 않았다”

미군도 군 출신이 국방 장관으로 취임하려면, 전역 후 7년이 지나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어제 군복 벗고 오늘 넥타이를 맨 다음 국방 장관에 취임하진 않는다. 문민 출신 장관이 군을 통제해야 한다. 강철로 만든 바늘과 부드러운 섬유로 만든 실이 만나야 찢어진 옷도 수선한다. 그런데 우린 강경파들이 사조직을 만들어 내란에 앞장섰다.

-스페인의 고 카르멘 차콘 전 국방 장관은 지난 2008년 스페인 최초 여성 국방 장관으로 취임해 2011년까지 재임했다. 취임 당시 임신 7개월이었고, 만삭 임신부의 몸으로 해외 파병군을 사열했다.


▲만난 적 있는 분이다. 포르투갈의 헬레나 카레이라스 국방 장관도 지난 2022년 3월 최초 여성 국방 장관으로 취임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여성도 국방 장관으로 취임할 수 있다. 우리처럼 어제 예편해서 오늘 국방 장관으로 취임하면, 문민통제 사고방식을 갖추기 어렵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민간인 출신 국방 장관 임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가?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할 시점이다. 문재인정부서 미처 못했다. 신냉전이 격화되고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을 복원하는 등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적과 타협이 없는 군의 대결적 사고방식보다 문민 출신 유연성·협상력·타협적 자세 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계엄군이 돼 사기가 저하됐을 장병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계엄 당일 본회의장으로 가는 지하 통로서 10여명의 계엄군과 마주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은 나를 체포하지 않았고, 본회의장으로 가도록 길을 터줬다. 나중서야 그들이 707특임대 병력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흥분한 시민을 껴안아 다독이는 계엄군과 “액션하지 말고 가만히 있자”던 계엄군 분대장을 봤고, 계엄 해제 이후 시민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군인들도 봤다. 이들은 부당한 명령을 강요당하면서도 양심을 놓지 않았다. 

지난 10일 국방위 전체회의서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에 “영관급·초급 장교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도록 심리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주요 임무 종사자들이 아니라면 심리치료도 하고, 군에서 계속 복무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

물론 국회 창문을 깨고 넘어온 것과 같은 적극적인 가담자들과 동조자들은 식별해야 한다. 아무리 계엄이 선포됐어도 입법부는 장악하지 못한다. 국회엔 그렇게 들어오면 안 된다.

-국민의힘은 탄핵심판과 관련해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채 6인 체제를 이어나가려고 하는데…

▲국회서 이미 3명의 후보자를 추천했고 인사청문회에 착수했다. 임명 절차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소아병적인 생각이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국회의 권능을 그렇게 포기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은 포기할지 모르지만 우린 포기할 수 없다. 윤 대통령과 똑같이 독선·아집에 빠져 있다. 대통령이 내란 수괴가 된 사건은 9인 완전체로 구성된 헌재가 역사의 응징을 해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바로 선다.

-일각선 윤 대통령에 대해 조현병·알코올성 치매 등 정신과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삶의 고난과 고통·힘든 여정을 겪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산 사람 같다. 그리고 나이가 만 64세밖에 안 됐는데도 5분도 서 있지 못하고 앉아서 대국민 담화를 진행했다. 언론 보도를 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해서 정시 출근도 못했다고 한다.

윤, 국민을 범죄자로 보는
검사 시각 줄곧 못 벗어나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니 일각서 조현병·알코올 중독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극우 유튜브 채널의 음모론에도 중독돼있다고 한다. 망상이 가짜 뉴스를 실어나르는 알고리즘에 의해 선택적으로 강화돼 일종의 강력한 확증편향·필터버블이 생긴 것 같다. 대선후보가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을 국민 앞에 공개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 같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언급했다. 일부 정치인들이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영향을 받는 ‘정치의 극단화’가 이 사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없나?

▲강성 팬덤과 같은 정치의 극단화를 넘어선 문제다. 총구를 겨눈 남북정상도 대화를 위해 만난다. 이번 내란은 검찰공화국의 연장선서 발생했다. 윤 대통령은 검사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내가 말하면 다 들어야 한다”거나 “이 세상에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올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 같은 생각을 한다. 모든 국민을 범죄자로 보는 모양이다. 

정치서 중요한 것은 타협·협상·존중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극복하면서, 서로 조절하는 가운데 국정을 협의해야 한다. 검찰력으로 야당을 와해시킬 궁리만 하다가 터진 명태균 게이트가 결정적 도화선 역할을 했다고 본다.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앞으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민생·외교·안보의 회복을 최우선으로 놓고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부존 자원이 없고 수출과 무역 중심인 우리 특성상 가치 외교는 어렵다. 실용 외교·줄타기 외교를 할 수밖에 없다. 한반도는 지리적으론 작지만, 지정학적으론 크다. 힘이 있으면 대륙과 해양으로 나갈 수 있다. 반대로 힘이 없으면 침략을 받는다.

지정학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한 북방 외교를 튼튼히 하고 한미동맹을 공고히 해서 미국도 최대한 활용하면 얼마든지 그들을 우리 편으로 조정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와 북한 문제의 키맨은 중국이다. 그들과도 협력해야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 또 추락한 대외신용도를 되살리고, 민주적 질서로 내란을 극복한 저력을 다시 세계에 알려야 한다. 송년회 취소 등 깊어진 자영업자의 한숨을 놓치지 않고 살필 것이다. 

-끝으로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덕담 한마디.

▲‘국가흥망 필부유책’이란 말이 있다.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엔 모든 사람의 책임이 있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선출한 후에도 나라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국민의 감시·감독이 필요하다. 우리 민주당 의원들도 경거망동하지 않고 세심하게 잘하겠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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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