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부실공사 못 참는 푀르스트 박관우 대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2.23 11:39:49
  • 호수 1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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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분양? 자재는 쓰레기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근 서울의 모 신축 아파트 천장 공사에 곰팡이 핀 재료가 사용돼 혹파리 떼가 출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내 집을 짓는 심정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박관우 푀르스트 대표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파트에 불량 자재가 사용되는 실태를 바로 잡겠다”는 포부로 ‘건피아(건설 공무원+마피아)’가 난무하는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값싼 단가를 무기로 활발히 유통되는 건축 자재가 건축법상 표시법, KS라벨링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단속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그로 인한 피해를 세입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시공사의 도덕적 해이를 방관한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직한 가격

푀르스트는 스웨덴어 ‘처음’서 비롯돼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사명으로 세워졌다. 박관우 대표의 가치관이 담긴 만큼, 경기도 광주시 소재 본사 내외부 디자인을 비롯해 모든 건축에는 푀르스트의 제품을 썼다.

지난 2020년 설립한 푀르스트는 2023년 기준 매출 약 267억원을 달성한 건축 자재 제조업체이자 건설사다. 주택부터 사무용 시설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합리적인 가격, 내구성과 디자인을 모두 확보한 자재를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고객이 친환경 주택, 호텔 등인 이유다.

이달 초 <일요시사>가 만난 박 대표는 “급변하는 트렌드에 요구되는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해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디자인뿐 아닌, 고객의 건강과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친환경 제품을 비롯해 편리함과 세련미가 돋보이는 마감재, 조명, 주방 자재 및 가전, 욕실 자재, 가구, 창호 등 품목을 아늑한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을 연출하기에 충분하도록 지속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푀르스트는 시공사 입장서 합리적인 가격에 최상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비자와 시공사 모두가 최상의 제품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푀르스트는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설계한 제품을 중국과 일본 생산 공장서 유통한다. 안전 인증을 모두 받은 제품들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타사와 비교해 월등하다고 알려져 있다.

신입 면접에 경력 따지는 입찰 구조
중소기업 서러움 “오직 품질로 승부”

박 대표는 “업계 대부분이 타사 제품에 라벨만 찍어서 생산하지만 푀르스트는 생산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지언정, 생산업체서 우리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 있게 과감히 투자한다”며 “기아자동차 정비공장에 납품한 타일의 경우, 수분 흡수율이 0%로 수년째 부식과 갈라짐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푀르스트 창업 전 국내 모 시중은행서 근무한 박 대표는 4년전 푀르스트를 창업할 당시를 회상하면서 “우연히 건설사와 일을 하게 돼 건축 자재 수급 현황 등을 살펴본 결과, 투명성이 보장될 줄 알았던 기대와 달리 원산지서조차 추천을 꺼리는 저가 품질의 건축 자재가 국내서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유통된다는 현실을 마주했다”며 “안전 검증도 받지 못한 저가 자재로 지은 아파트를 수십억원에 분양받는 우리나라 국민이 불쌍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창호, 주방 자재 등 각 분야에 특출난 국내 브랜드와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발주처에 푀르스트 제품이 100% 납품되는 것이 목표다. 박 대표는 “설립 5년 차에 접어드는 신생 회사인 만큼, 힘든 싸움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푀르스트가 마감재, 소품, 창호 등 소재 브랜드에 차별화를 둔 이유에 관해 그는 “실제로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높은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며 “일례로 ‘그로테라(Groterra)’라는 마루를 개발해 메리어트 호텔에 납품했는데, 한 건의 하자도 없었다”고 전했다.

해당 제품은 공업용 접착제 흡입 이슈를 없애기 위해 비접착식인 ‘로킹 방식’을 채택했다.

앞서 언급한 바닥재 브랜드인 그로테라 외에 마감재인 ‘비가(Bygga)’, 조명 및 전기제품인 ‘리사(Lyse)’, 주방가전인 ‘샤키(Kok)’, 가구 ‘모멜(Mobel)’, 욕실 자재 ‘보드룸(Badrum)’, 샤시 및 창호 ‘폰스터(Fonster)’, 인테리어 소품 ‘인리어닝(Inredning)’까지 모두 푀르스트가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상표 등록한 브랜드다.

감각적이며 실용적인 제안을 통해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만큼, 흔하지 않은 디자인이 특징이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추구
합리적 가격·고품질 인증

브랜드명을 스웨덴어로 지은 이유는 박 대표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예로부터 소박하고 실용적이며 아늑한 느낌이 특징이다. 따라서 기능적이고 청결하고 흠집 없는 장인의 솜씨와 절제된 우아함이 어우러진 순수하고 깨끗함을 추구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서 조명의 사용은 매우 중요하며 화려하지 않은 자연 톤과 순수한 재질의 장식들을 사용한다. 푀르스트의 리사 제품들도 다른 브랜드와 조화를 이루는 밝기와 색감이 특징이다.

가격 대비 멋스럽고 실용적인 제품을 추구하는 푀르스트가 나아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설립 5년 차인 푀르스트가 입찰 자격에 반영되는 납품 실적 부문서 경쟁사에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면접에 경력이 얼마나 되는지 묻는 것과 뭐가 다른가.

박 대표는 “무조건 원가가 저렴한 제품이 입찰을 따내는 방식이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타 건설사들도 저가 불량 자재 수급이 판치는 이유를 저가 입찰 관행서 찾는다. 우리나라 건설 공사 대부분은 공개입찰로 진행된다. 최저 입찰가로 자잿값을 낮춰 건물을 짓는다면 발주자는 눈앞의 이익을 따르겠지만 하자에 원인을 동반하는 셈이다.

최저가 입찰에 성공하기 위해 서류상으로는 자재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건축 현장서 지시서대로 자재를 쓰지 않는 부실공사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최저입찰로 들어가는 건설사들은 대부분 ‘재하청’을 준다.

하청에 재하청을 받은 소규모 인력 업체나 자재 업체는 양질 자재나 인부들을 쓸 수 없다. 여기에 리베이트까지 포함되면 건설 자재들은 더욱 형편없을 터. 자재 개수조차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현장 관계자들이라면 경험으로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고독한 승부사

박 대표는 “당장 주변에 보이는 아파트에 하자가 보여서 답답한 심정”이라며 “고품질 자재도 얼마든 단가를 낮출 수 있는데, 대부분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저품질 자재를 입찰 가능한 수준만큼 비싸게 사들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가를 낮추기 위해선 합리적이고 적법한 건축 자재를 건설사들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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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여야 6당이 참여한 개헌 시도는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으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입법적 전격전을 선호하는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내년 재보궐선거까지 약 10개월 동안의 공백기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청야전술은 이를 막아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야 6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지난 7일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한 후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 이튿날인 8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안 처리를 중단했다.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현행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나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를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이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거쳐 유권자 과반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이 찬성해야 확정된다. 지난 7~8일 기준, 국회 재적 의원은 286명이라서 개헌안 가결에는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106명이다. 여야 6당 의원 전원이 개헌안 투표에 참여해 찬성한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1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와야 한다. 개헌안에는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부마 민주항쟁 명시 ▲계엄 선포 시 48시간 이내 국회 승인을 받아야 유효하도록 변경 ▲국회가 계엄 해제를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대통령 권한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은 연임 불가 선언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며 “개헌을 하겠다면, 먼저 이재명이 연임 불가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부마 민주항쟁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헌법 전문은 특정 사건에 대한 게 아니라, 통합적 역사 인식 아래 균형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다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87년 개헌은 오로지 제왕적 대통령 견제에만 집중해서, 국회에 예산·입법 등 막강한 권한을 몰아주는 기형적 구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가 권력남용을 이유로 언제든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탄핵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폭주하는 국회도 해산의 심판대에 설 수 있어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완성된다”며 “의회해산권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지난해에도 민주당을 비판할 때마다 의회해산권 도입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개헌안 속 숨겨진 덫을 잘 파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헌은 통치 구조 개헌의 전초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적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통령들이 개헌을 통해 정권을 연장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성적 고려 차원에서 삽입된 조항이다. 대통령이 해당 조항의 효력을 무시하면서 임기 연장·중임 변경을 추진하려면 하야한 후 재선을 노려야 한다. 건국·새마을운동·의회 해산 쏟아내…과연? 이재명 독재 연장? 헌법 구조상 불가능한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이 매우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송 원내대표가 헌법 전문에 추가할 것을 요구한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실제로 시도할 경우, 엄청난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헌법 전문은 실제 헌법재판에서 보충적 규범으로 활용되는 등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법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의 정체성과 헌법의 취지를 선언하는 문장이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가치를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역사적 평가가 끝난 불가역적 가치를 담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4·19 민주 이념 등이 담겨있다. 여야 6당이 전문 추가를 시도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도 역사적 평가가 끝났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재평가를 주도했던 정권은 국민의힘의 전신 신한국당 소속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였다. 송 원내대표가 주장한 건국 이념 반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곧바로 충돌한다. 임시정부 법통 논란은 해방 직후에도 치열하게 진행됐던 논쟁이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했던 진영은 이승만 전 대통령·한국민주당 등 우익 진영이었다. 제헌의회도 임시정부 시절 임시의정원의 정통성을 승계하는 방향으로 정통성을 확보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도 인정한 후 역사적 상식으로 굳어졌다가 뉴라이트 진영이 건국절 논란을 일으키면서 송 원내대표의 주장으로까지 흘러간 것이다. 건국 이념 반영은 임시정부 법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나 의원이 주장한 의회해산권에 대해서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온다. 의회해산권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총리가 보유하는 권한이다. 의회가 갖는 내각불신임권과 함께 상호 견제를 위한 짝패를 이룬다. 국무총리가 있고, 현역 의원이 내각에 참여하는 우리 통치 체제는 일정 부분 의원내각제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된다. 대통령은 의회가 아닌 국민을 향한 정치적 책임을 진다. 아울러 국회는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권을 가질 뿐 대통령과 내각을 불신임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구조적으로 의회해산권을 가질 수 없다.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가졌던 것은 유신 헌법과 제5공화국 헌법이었다. 이 헌법은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던 프랑스 드골 헌법을 참고했다. 역사적 평가 불가역 가치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하거나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선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6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개헌안의 주요 내용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은 모두 전신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을 포함한 국민의힘의 약점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4·19 혁명에 이어 역사적 약점이 헌법 전문에 추가되는 굴욕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부분까지 감수하면서 개헌안 표결에 불참했다. 부마 민주항쟁의 무대 부산·마산은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탄탄하게 받쳐주던 주된 지지 기반이었다. 부산·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경합 지역이 됐다. 국민의힘은 개헌 투표에 불참하면서 부산·마산의 위업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을 걷어차는 외통수에 갇혔다. 비상계엄 관련 개헌안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면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개헌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평가가 일단락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업보가 헌법에 명백하게 못 박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이라는 암시가 새 개헌안에 담기는 것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야 6당 중 민주당에 대해선 “국민의힘의 구조적 약점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기습적인 총력전을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 정당은 이미 6·3 지방선거라는 총력전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선 “개헌 시도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총력전 속 총력전’을 시도한 것과 비슷하다. 개헌 시도와 6·3 지방선거를 묶는 연환계를 구사하면서 전쟁을 양면 전쟁으로 바꾸는 것이다. 당세가 줄어들어 물량 동원에 한계를 보이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심리적·물리적 과부하를 유도한 것이다. 이는 장 대표의 지도력 논란까지 파고들어 결정적 지점에 화력을 집중하고, 국민의힘의 정치적 명분까지 꺾으려 했던 난도 높은 승부수였다. 개헌안 표결은 진행하지 못했지만, 국민의힘의 궁색한 현실을 전방위적으로 폭로했기 때문에 “졌지만 지지 않은 승부”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그 궁색한 현실 때문에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고전적인 청야전술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총력 공격 총력 방어 이는 명장들이나 강대국이 자주 구사하던 전법이었던 사실을 전쟁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 태종은 제1차 고당(고구려-당나라)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전략을 바꿔 수시로 소규모 부대로 고구려를 침공해 변방을 교란하는 등 소모전을 병행했다. 태종의 뒤를 이은 당 고종은 2회에 걸쳐 대규모 침공을 감행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제2차 고당 전쟁 당시 사수에서 당나라 대군을 격파했지만, 방어선이 한반도 내부로 점점 밀리고 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제3차 고당 전쟁에서는 내부 배반까지 겹쳐 고구려가 끝내 멸망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도 독일군이 서부전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는 기습을 당해 방어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을 때, 바그라티온 작전이라는 총력전을 진행해 동부전선 내 독일군을 완전히 전멸시켰다. 민주당이 노린 전세는 이 같은 구도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로 재임할 당시부터 윤석열정부를 상대로 30건이 넘는 탄핵소추를 발의하거나 법안 물량 공세를 펼치는 등 총력전 양상의 입법전을 주도했다. 17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한 데서 비롯됐다. 원래 민주당은 압도적 지방선거 승리를 기대했다. 그러다가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강하게 추진하는 상황에 대한 일부 유권자의 반감을 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층이 결집하는 등 선거 구도가 백중세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고, 개헌까지 시도했다. 지방선거 종료 이후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전까지는 선거가 없는 만큼, 오는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여야가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실제 정치학·정책학 이론으로도 입증된다. 존 W. 킹던 미국 미시간대 명예교수는 ‘정책의 창’ 이론을 주장했다.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준비된 해결책이 있으며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 등 3박자가 맞물리면 ‘정책의 창’이 열린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관점에서는 선거 종료 이후 유권자로부터 직접 심판받지 않는 그 10개월이 정책의 창이 열리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개헌 및 이 대통령 공소 취소 등 물량 공세를 밀고 나갈 수 있는 전략적 시간대라고도 볼 수 있다. 업보·약점 헌법 전문 실리면 위헌 정당? 투표 불참·필리버스터…청야전술 한계 전술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의힘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청야전술격 수동적 방어밖에 없다. 법안을 반복적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게 된다. 그럴수록 국민 피로도가 높아지고, 중도층의 의심을 받게 된다. 진영이 확고하게 나뉜 상황에서는 중도층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 필리버스터는 말 그대로 마지막 방법이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거듭 사용하면서 식상해져 그만큼 비장함의 강도도 낮아졌다. 민주당의 입법적 전격전과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는 일종의 경로가 됐다. 양당 모두 경로 의존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은 송 원내대표와 나 의원을 통해 ▲건국 담론 ▲새마을운동 ▲근대화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등 반격 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담론이기 때문에 기존 경로를 고칠 만큼 파급력이 강한 승부수가 되긴 어렵다. 아울러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선거 기간이 아닌 10개월 동안에도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층의 설득을 얻을 영구적 선거운동을 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해선 중도층의 의견이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민주당으로서도 도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헌안의 경우는 다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요건 변화 등은 국민 대다수가 이미 평가를 마친 사안이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중도층·보수층의 비판을 상쇄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영구적 선거운동을 통해 내년 재보궐선거에까지 대비하는 입법적 공세를 치르려고 한다. 청야전술은 자신의 경제 기반을 모두 허물면서 진행하는 극단적 처방이다. 국민의힘이 투표와 토론을 포기하거나 체력을 소비하는 등 극단적 처방을 할수록 대중·언론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어 지지 기반인 부산·경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헌법 전문에 담는 것까지 포기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 22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동로마 제국이 몰락을 이기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세운 테오도시우스 3중 성벽은 오스만 술탄국이 준비한 대형 ‘우르반 대포’를 이겨내지 못했다. 또 예니체리 등 최정예 병력을 앞세운 오스만 술탄국의 물량 공세도 이겨내지 못했다. 여기에 방어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용병 대장 조반니 주스티니아니가 부상 때문에 전장을 이탈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궁색한 현실 자충수 되나 물론 청야전술에도 한계는 있다. 국민의힘에는 연개소문이나 조반니 주스티니아니조차도 없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민주당에는 정책의 창이 열릴 것이다. 지도력 공백을 회복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이제 청야전술을 넘어선 새 전술을 고안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과연 정책의 창을 막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