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부실공사 못 참는 푀르스트 박관우 대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2.23 11:39:49
  • 호수 1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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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분양? 자재는 쓰레기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근 서울의 모 신축 아파트 천장 공사에 곰팡이 핀 재료가 사용돼 혹파리 떼가 출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내 집을 짓는 심정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박관우 푀르스트 대표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파트에 불량 자재가 사용되는 실태를 바로 잡겠다”는 포부로 ‘건피아(건설 공무원+마피아)’가 난무하는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값싼 단가를 무기로 활발히 유통되는 건축 자재가 건축법상 표시법, KS라벨링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단속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그로 인한 피해를 세입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시공사의 도덕적 해이를 방관한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직한 가격

푀르스트는 스웨덴어 ‘처음’서 비롯돼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사명으로 세워졌다. 박관우 대표의 가치관이 담긴 만큼, 경기도 광주시 소재 본사 내외부 디자인을 비롯해 모든 건축에는 푀르스트의 제품을 썼다.

지난 2020년 설립한 푀르스트는 2023년 기준 매출 약 267억원을 달성한 건축 자재 제조업체이자 건설사다. 주택부터 사무용 시설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합리적인 가격, 내구성과 디자인을 모두 확보한 자재를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고객이 친환경 주택, 호텔 등인 이유다.

이달 초 <일요시사>가 만난 박 대표는 “급변하는 트렌드에 요구되는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해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디자인뿐 아닌, 고객의 건강과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친환경 제품을 비롯해 편리함과 세련미가 돋보이는 마감재, 조명, 주방 자재 및 가전, 욕실 자재, 가구, 창호 등 품목을 아늑한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을 연출하기에 충분하도록 지속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푀르스트는 시공사 입장서 합리적인 가격에 최상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비자와 시공사 모두가 최상의 제품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푀르스트는 자체적으로 연구하고 설계한 제품을 중국과 일본 생산 공장서 유통한다. 안전 인증을 모두 받은 제품들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타사와 비교해 월등하다고 알려져 있다.

신입 면접에 경력 따지는 입찰 구조
중소기업 서러움 “오직 품질로 승부”

박 대표는 “업계 대부분이 타사 제품에 라벨만 찍어서 생산하지만 푀르스트는 생산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지언정, 생산업체서 우리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 있게 과감히 투자한다”며 “기아자동차 정비공장에 납품한 타일의 경우, 수분 흡수율이 0%로 수년째 부식과 갈라짐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푀르스트 창업 전 국내 모 시중은행서 근무한 박 대표는 4년전 푀르스트를 창업할 당시를 회상하면서 “우연히 건설사와 일을 하게 돼 건축 자재 수급 현황 등을 살펴본 결과, 투명성이 보장될 줄 알았던 기대와 달리 원산지서조차 추천을 꺼리는 저가 품질의 건축 자재가 국내서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유통된다는 현실을 마주했다”며 “안전 검증도 받지 못한 저가 자재로 지은 아파트를 수십억원에 분양받는 우리나라 국민이 불쌍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창호, 주방 자재 등 각 분야에 특출난 국내 브랜드와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발주처에 푀르스트 제품이 100% 납품되는 것이 목표다. 박 대표는 “설립 5년 차에 접어드는 신생 회사인 만큼, 힘든 싸움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푀르스트가 마감재, 소품, 창호 등 소재 브랜드에 차별화를 둔 이유에 관해 그는 “실제로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높은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며 “일례로 ‘그로테라(Groterra)’라는 마루를 개발해 메리어트 호텔에 납품했는데, 한 건의 하자도 없었다”고 전했다.

해당 제품은 공업용 접착제 흡입 이슈를 없애기 위해 비접착식인 ‘로킹 방식’을 채택했다.

앞서 언급한 바닥재 브랜드인 그로테라 외에 마감재인 ‘비가(Bygga)’, 조명 및 전기제품인 ‘리사(Lyse)’, 주방가전인 ‘샤키(Kok)’, 가구 ‘모멜(Mobel)’, 욕실 자재 ‘보드룸(Badrum)’, 샤시 및 창호 ‘폰스터(Fonster)’, 인테리어 소품 ‘인리어닝(Inredning)’까지 모두 푀르스트가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상표 등록한 브랜드다.

감각적이며 실용적인 제안을 통해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만큼, 흔하지 않은 디자인이 특징이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추구
합리적 가격·고품질 인증

브랜드명을 스웨덴어로 지은 이유는 박 대표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예로부터 소박하고 실용적이며 아늑한 느낌이 특징이다. 따라서 기능적이고 청결하고 흠집 없는 장인의 솜씨와 절제된 우아함이 어우러진 순수하고 깨끗함을 추구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서 조명의 사용은 매우 중요하며 화려하지 않은 자연 톤과 순수한 재질의 장식들을 사용한다. 푀르스트의 리사 제품들도 다른 브랜드와 조화를 이루는 밝기와 색감이 특징이다.

가격 대비 멋스럽고 실용적인 제품을 추구하는 푀르스트가 나아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설립 5년 차인 푀르스트가 입찰 자격에 반영되는 납품 실적 부문서 경쟁사에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면접에 경력이 얼마나 되는지 묻는 것과 뭐가 다른가.

박 대표는 “무조건 원가가 저렴한 제품이 입찰을 따내는 방식이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타 건설사들도 저가 불량 자재 수급이 판치는 이유를 저가 입찰 관행서 찾는다. 우리나라 건설 공사 대부분은 공개입찰로 진행된다. 최저 입찰가로 자잿값을 낮춰 건물을 짓는다면 발주자는 눈앞의 이익을 따르겠지만 하자에 원인을 동반하는 셈이다.

최저가 입찰에 성공하기 위해 서류상으로는 자재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건축 현장서 지시서대로 자재를 쓰지 않는 부실공사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최저입찰로 들어가는 건설사들은 대부분 ‘재하청’을 준다.

하청에 재하청을 받은 소규모 인력 업체나 자재 업체는 양질 자재나 인부들을 쓸 수 없다. 여기에 리베이트까지 포함되면 건설 자재들은 더욱 형편없을 터. 자재 개수조차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현장 관계자들이라면 경험으로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고독한 승부사


박 대표는 “당장 주변에 보이는 아파트에 하자가 보여서 답답한 심정”이라며 “고품질 자재도 얼마든 단가를 낮출 수 있는데, 대부분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저품질 자재를 입찰 가능한 수준만큼 비싸게 사들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가를 낮추기 위해선 합리적이고 적법한 건축 자재를 건설사들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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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