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채 상병 사건’ 수사 속도 높이는 내막

인력 늘리고 국방부 소환 재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에 관한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 부서인 수사3부에 인력을 충원한 데 이어 핵심 관계자 소환을 재개했다. 채 상병 사건은 최근까지 특검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 본회의 문턱에 가로막히면서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공수처 내부에서는 정치권의 도움만 기다릴 순 없다는 기류가 형성된 분위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지금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채 상병 특검 현실화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만큼 공수처가 실적을 내야 한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실제 공수처는 최근 국방부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면서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공수처 내부서도 유의미한 성과라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수사 가속화
드라이브

공수처는 지난달 말 국방부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사건 관계인 조사가 재개된 건 약 4개월 만이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7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을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불러 조사한 이후 한동안 사건 관계인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채 상병 사건 수사팀을 이끌었던 이대환 수사3부장, 차정현 수사4부장 등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연임 재가가 나오지 않아 수사가 중단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 공수처가 소환 조사한 이모 중령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의 통로로 지목된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보좌하는 이 중령은 김동혁 군 검찰단장과 같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친분을 유지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공수처는 이 중령이 유 관리관과 김 단장의 매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유 관리관과 김 단장은 지난해 8월2일 통화하면서 채 상병 사건을 경찰로부터 회수해오는 과정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북경찰청에 이첩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하자 국방부가 회수한 것으로 알려진 날이다.

두 사람은 그 후 이어졌던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 과정 등에서도 소통을 이어갔다고 한다. 공수처는 이 중령에게 당시 상황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번에 조사를 받은 참고인들이 “한번도 조사 안 받은 분들”이라며 “당시 (이첩 보류)권한이 있던 분들의 핵심 참모들”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이번 참고인 조사를 바탕으로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이종섭 전 장관을 비롯한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군검찰단·법무관리관 연결고리 조사
포항지청 사건 개입? “진술 확보했다”

공수처가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밝혔던 만큼, 국방부 윗선을 향한 조사가 끝나면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관계자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을 비롯한 전·현직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채 상병 사망사건에 수사외압을 가한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다만 핵심 피의자인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조사 일정은 아직 불투명하다. 공수처는 경찰청에 맡긴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받아본 후 추가 포렌식 조사 일정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포렌식을 위해 지난 7월 경찰로 넘겼던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를 조만간 돌려받아 구명 로비 의혹 수사도 재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자체 포렌식을 통해 문자메시지 등 휴대전화 일부를 포렌식했지만, 전체를 풀지는 못했다.

법조계에선 로비 의혹 수사가 경찰의 포렌식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경찰 포렌식 결과에 따라 공수처의 수사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방법도 있으나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포항지청 소속 검사들이 채 상병 사건에 개입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채 상병 사건 당시 해병대 수사에 검찰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당시 조주연 대구지검 포항지청장에게 “포항지청 소속 검사들이 해군 검찰단 쪽으로 9차례 전화한 것으로 확인된다. 맞느냐?”고 질문했다. 조 지청장은 “맞다”고 인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보장된 군사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고 개입을 시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포렌식
결과 따라…

채 상병 사건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지난해 8월1일에 포항지청 소속 검사가 해군 군검사에게 전화해 ‘채 상병 사건을 포항지청으로 넘겨달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진술을 공수처가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수사관도 ‘군검사에게 자료를 요구했고 군검사가 ‘변사사건 자료를 달라는 건지, 사망 원인 범죄 자료까지 달라는 건지’ 묻자 ‘다 주면 검토해 보겠다’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는 진술까지 확보했다”고 전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내년 초까지 공수처가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취임 후 첫 전보인사를 단행해 조직을 재정비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 처장은 지난달 4일 검사 및 수사관 전보인사를 발표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들에 대해 차질 없는 수사를 하기 위해 제한된 인력 여건서 효율적 인력 재배치를 했다”면서 “수적천석(水滴穿石·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의 자세로 수사에 임해 성과를 거두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수처 부장검사 보직은 인권수사정책관, 수사기획관, 수사1~4부 부장검사 등 6개가 있지만 차정현 수사기획관, 송창진 수사2부 부장검사, 이대환 수사4부 부장검사의 자리를 제외하면 공석이다. 송 부장검사 역시 사의를 표명해, 공수처는 수사4부를 제외한 모든 수사 부서가 부장검사 없이 운영될 위기에 처했다.

이번 인사로 이 부장검사는 수사3부 부장검사로, 차 부장검사는 수사4부 부장검사로 연쇄 이동해 빈자리를 채운다. 직접 수사 부서가 아닌 인권수사정책관실과 수사기획관실은 당분간 이재승 차장이 직접 지휘한다.

평검사들도 함께 이동했다. 평검사 4명으로 구성된 수사3부를 제외하면 모든 수사 부서가 검사가 없거나 1명만 배치돼 인력 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일단 주요 수사가 배당된 수사3부와 수사4부에 화력을 집중하는 응급처치를 했다.

수사3부 소속 송영선·최문정 검사와 수사기획관실 소속 김지윤 검사가 수사4부로 이동해 빈자리를 채우고, 수사4부 소속 박상현 검사는 이 부장검사와 함께 수사3부로 옮겼다. 결과적으로 수사 3부와 수사4부에 부장검사 1명, 평검사 3명이 분배됐다.

유의미한
진술 확보?

오 처장의 조치로 채 상병 사건 수사팀은 다소 부담을 덜게 됐다. 기존에 사건을 맡아 온 이 부장검사와 차 부장검사, 박 검사가 수사를 이어가지만, 차 부장검사가 수사기획관직을 내려놓게 됐고 박 검사 혼자 수사4부 사건을 모두 맡는 상황을 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검사 외 수사3부 검사 2명도 추가로 수사에 참여 중이다.

한 공수처 출신 변호사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았으면 채 상병 사건 수사가 언제 끝날지 알 수도 없었을 거다. 우선 시급한 과제부터 해결하자는 오 처장의 계획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처리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순직 사건 처리 과정서 외압 유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소재 규명 ▲대통령실·국방부·해군본부·해병대사령부·검찰 등 정부 관계자의 압력 행사 및 관여 사항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과정과 호주대사 임명 과정서 정부 관계자의 직권남용 및 범인 도피 의혹 등 3대 의혹 우선 규명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다만 공수처 수사와 국정조사가 ‘투트랙’으로 진행되다 보니 시간과 자원의 중복 문제 등 실효성을 놓고 여야 간 의견이 분분하다. 그간 여당은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공수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관련 증인들 역시 특위에 나오더라도 공수처 수사를 핑계로 침묵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야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인원 구성부터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국정조사 계획서는 10일 처리할 예정”이라며 “이달 중순부터는 국정조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잇단 불발…사활 걸었나
“국정조사 별개로 수사 진행”

애초 민주당은 지난 4일 본회의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처리할 방침이었으나, 국민의힘서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처리가 미뤄졌다.

다만 국정조사특위 위원 구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이 특위 위원으로 국회의장실에 제출한 주진우 의원에 대해 민주당은 부적합하다는 목소리다.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주 의원은 과거 유재근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피의자)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수사를 받아야 할 분이 국정조사 특위 위원으로 (합류하는 것은)합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 진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교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주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순직 해병 사건과 전혀 무관함이 명백하다”며 “대통령실에 근무했었기 때문에 대통령실 관련 번호로 1년 전 44초 통화한 내역이 한 건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사위만 보더라도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수사 의뢰되거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민주당 의원들은 버젓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 대표의 변호인을 맡았던 민주당 의원들이 법사위서 법무부, 법원의 업무에 꼬투리를 잡아 질타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민주당의 일방적 국정조사 개최도 민생과 상관없는 ‘이재명 대표 방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특위 활동을 통해 입증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절차대로

공수처는 국정조사와 별개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국회는 국회의 시간표대로 가고 공수처는 공수처의 수사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인 수사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소환 계획이 있는 대상자를 선별하는 중이다. 참고인 조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피의자 조사에 관해선 “현재는 참고인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후 조사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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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