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채 상병 사건’ 수사 속도 높이는 내막

인력 늘리고 국방부 소환 재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에 관한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주 부서인 수사3부에 인력을 충원한 데 이어 핵심 관계자 소환을 재개했다. 채 상병 사건은 최근까지 특검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국회 본회의 문턱에 가로막히면서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공수처 내부에서는 정치권의 도움만 기다릴 순 없다는 기류가 형성된 분위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지금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채 상병 특검 현실화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만큼 공수처가 실적을 내야 한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실제 공수처는 최근 국방부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면서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공수처 내부서도 유의미한 성과라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수사 가속화
드라이브

공수처는 지난달 말 국방부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사건 관계인 조사가 재개된 건 약 4개월 만이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7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을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불러 조사한 이후 한동안 사건 관계인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채 상병 사건 수사팀을 이끌었던 이대환 수사3부장, 차정현 수사4부장 등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연임 재가가 나오지 않아 수사가 중단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최근 공수처가 소환 조사한 이모 중령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의 통로로 지목된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보좌하는 이 중령은 김동혁 군 검찰단장과 같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친분을 유지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공수처는 이 중령이 유 관리관과 김 단장의 매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유 관리관과 김 단장은 지난해 8월2일 통화하면서 채 상병 사건을 경찰로부터 회수해오는 과정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이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북경찰청에 이첩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하자 국방부가 회수한 것으로 알려진 날이다.

두 사람은 그 후 이어졌던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 과정 등에서도 소통을 이어갔다고 한다. 공수처는 이 중령에게 당시 상황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번에 조사를 받은 참고인들이 “한번도 조사 안 받은 분들”이라며 “당시 (이첩 보류)권한이 있던 분들의 핵심 참모들”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이번 참고인 조사를 바탕으로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이종섭 전 장관을 비롯한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군검찰단·법무관리관 연결고리 조사
포항지청 사건 개입? “진술 확보했다”

공수처가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밝혔던 만큼, 국방부 윗선을 향한 조사가 끝나면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관계자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을 비롯한 전·현직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채 상병 사망사건에 수사외압을 가한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다만 핵심 피의자인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조사 일정은 아직 불투명하다. 공수처는 경찰청에 맡긴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받아본 후 추가 포렌식 조사 일정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공수처는 포렌식을 위해 지난 7월 경찰로 넘겼던 임 전 사단장의 휴대전화를 조만간 돌려받아 구명 로비 의혹 수사도 재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자체 포렌식을 통해 문자메시지 등 휴대전화 일부를 포렌식했지만, 전체를 풀지는 못했다.

법조계에선 로비 의혹 수사가 경찰의 포렌식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경찰 포렌식 결과에 따라 공수처의 수사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방법도 있으나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포항지청 소속 검사들이 채 상병 사건에 개입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채 상병 사건 당시 해병대 수사에 검찰이 개입했다는 의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당시 조주연 대구지검 포항지청장에게 “포항지청 소속 검사들이 해군 검찰단 쪽으로 9차례 전화한 것으로 확인된다. 맞느냐?”고 질문했다. 조 지청장은 “맞다”고 인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보장된 군사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고 개입을 시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왔다.

포렌식
결과 따라…

채 상병 사건 사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지난해 8월1일에 포항지청 소속 검사가 해군 군검사에게 전화해 ‘채 상병 사건을 포항지청으로 넘겨달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진술을 공수처가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수사관도 ‘군검사에게 자료를 요구했고 군검사가 ‘변사사건 자료를 달라는 건지, 사망 원인 범죄 자료까지 달라는 건지’ 묻자 ‘다 주면 검토해 보겠다’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는 진술까지 확보했다”고 전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내년 초까지 공수처가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취임 후 첫 전보인사를 단행해 조직을 재정비한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 처장은 지난달 4일 검사 및 수사관 전보인사를 발표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들에 대해 차질 없는 수사를 하기 위해 제한된 인력 여건서 효율적 인력 재배치를 했다”면서 “수적천석(水滴穿石·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의 자세로 수사에 임해 성과를 거두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수처 부장검사 보직은 인권수사정책관, 수사기획관, 수사1~4부 부장검사 등 6개가 있지만 차정현 수사기획관, 송창진 수사2부 부장검사, 이대환 수사4부 부장검사의 자리를 제외하면 공석이다. 송 부장검사 역시 사의를 표명해, 공수처는 수사4부를 제외한 모든 수사 부서가 부장검사 없이 운영될 위기에 처했다.


이번 인사로 이 부장검사는 수사3부 부장검사로, 차 부장검사는 수사4부 부장검사로 연쇄 이동해 빈자리를 채운다. 직접 수사 부서가 아닌 인권수사정책관실과 수사기획관실은 당분간 이재승 차장이 직접 지휘한다.

평검사들도 함께 이동했다. 평검사 4명으로 구성된 수사3부를 제외하면 모든 수사 부서가 검사가 없거나 1명만 배치돼 인력 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일단 주요 수사가 배당된 수사3부와 수사4부에 화력을 집중하는 응급처치를 했다.

수사3부 소속 송영선·최문정 검사와 수사기획관실 소속 김지윤 검사가 수사4부로 이동해 빈자리를 채우고, 수사4부 소속 박상현 검사는 이 부장검사와 함께 수사3부로 옮겼다. 결과적으로 수사 3부와 수사4부에 부장검사 1명, 평검사 3명이 분배됐다.

유의미한
진술 확보?

오 처장의 조치로 채 상병 사건 수사팀은 다소 부담을 덜게 됐다. 기존에 사건을 맡아 온 이 부장검사와 차 부장검사, 박 검사가 수사를 이어가지만, 차 부장검사가 수사기획관직을 내려놓게 됐고 박 검사 혼자 수사4부 사건을 모두 맡는 상황을 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검사 외 수사3부 검사 2명도 추가로 수사에 참여 중이다.

한 공수처 출신 변호사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았으면 채 상병 사건 수사가 언제 끝날지 알 수도 없었을 거다. 우선 시급한 과제부터 해결하자는 오 처장의 계획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처리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순직 사건 처리 과정서 외압 유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소재 규명 ▲대통령실·국방부·해군본부·해병대사령부·검찰 등 정부 관계자의 압력 행사 및 관여 사항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과정과 호주대사 임명 과정서 정부 관계자의 직권남용 및 범인 도피 의혹 등 3대 의혹 우선 규명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다만 공수처 수사와 국정조사가 ‘투트랙’으로 진행되다 보니 시간과 자원의 중복 문제 등 실효성을 놓고 여야 간 의견이 분분하다. 그간 여당은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공수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관련 증인들 역시 특위에 나오더라도 공수처 수사를 핑계로 침묵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여야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인원 구성부터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국정조사 계획서는 10일 처리할 예정”이라며 “이달 중순부터는 국정조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잇단 불발…사활 걸었나
“국정조사 별개로 수사 진행”

애초 민주당은 지난 4일 본회의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처리할 방침이었으나, 국민의힘서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처리가 미뤄졌다.

다만 국정조사특위 위원 구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이 특위 위원으로 국회의장실에 제출한 주진우 의원에 대해 민주당은 부적합하다는 목소리다.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주 의원은 과거 유재근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피의자)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수사를 받아야 할 분이 국정조사 특위 위원으로 (합류하는 것은)합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 진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교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주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순직 해병 사건과 전혀 무관함이 명백하다”며 “대통령실에 근무했었기 때문에 대통령실 관련 번호로 1년 전 44초 통화한 내역이 한 건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사위만 보더라도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수사 의뢰되거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민주당 의원들은 버젓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 대표의 변호인을 맡았던 민주당 의원들이 법사위서 법무부, 법원의 업무에 꼬투리를 잡아 질타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민주당의 일방적 국정조사 개최도 민생과 상관없는 ‘이재명 대표 방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특위 활동을 통해 입증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절차대로

공수처는 국정조사와 별개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국회는 국회의 시간표대로 가고 공수처는 공수처의 수사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인 수사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소환 계획이 있는 대상자를 선별하는 중이다. 참고인 조사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피의자 조사에 관해선 “현재는 참고인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후 조사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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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