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화 앞둔 문신계 밥그릇 싸움

팽팽한 타투 줄다리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거리를 가보면 문신한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음지에 있던 문신은 어느새 양성화가 된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합법화 관련 법안은 과거부터 꾸준히 논의 중이다. 오히려 관련 업계의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또다시 불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문신 합법화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비의료인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비의료인 문신사 합법화를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제도와 법률 간의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에도 당사자들은 밥그릇 싸움을 하기 바빠 보인다.

여전한 간극

박 위원장은 지난 5일 문신을 합법화하고 문신사의 면허와 업무 범위, 위생·안전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내용의 ‘문신사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문신사가 문신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문신사의 자격 및 자격시험에 관한 사항과 ▲문신업소 개설자의 위생 및 안전관리 의무를 규정하며 ▲보호자의 동의 없는 미성년자의 문신을 제한하고 ▲시설·장비 기준이나 위생·안전관리 의무를 위반한 경우, 영업정지 또는 등록취소를 하도록 해 문신에 대한 법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미용·의료 목적을 떠나 개인의 표현의 자유 측면서도 타투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미 존재하는 문신사에 대한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임기 중에 반드시 문신사법을 통과시키도록 정부와 여당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문신 시술 이용자는 약 1300만명, 문신 시술자는 약 3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1992년 대법원에서 문신을 의료행위라 판단하고 의사가 아닌 사람이 행한 문신을 불법으로 판결한 이후 비의료인의 문신 행위를 ‘의료법’ 및 ‘보건범죄단속법’ 위반에 따른 불법으로 간주해 처벌하고 있다.

의료법 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보건범죄단속법의 경우, 부정의료업자 처벌 하한선은 ‘징역 2년 이상’이고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벌금형까지 병과된다.

또 지난 2022년에 헌법재판소도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하지 못하도록 한 의료법 27조 등은 ‘합헌’이라며 재판관 5 대 4의 의견으로 문신사가 제기한 헌법소원을 기각한 바 있다.

22대 국회 최초로 문신사법 발의
복지부, 문신 허용 방안 연구 중

현실과 법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문신 합법화 작업은 전부터 진행됐다. 17대 국회부터 꾸준히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발의된 제·개정안만 11건이다. 이 중엔 현업 문신 단체 간 이견을 조율해 김영주 당시 국회부의장이 발의한 문신업법도 있다.

하지만 정부서 이렇다 할 방안을 마련하지 않아 무산됐던 문신 합법화는 이번에야말로 적기를 맞은 것처럼 보인다. 손을 놓고 있던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발표한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에 비의료인에게 문신 등 일부 미용 시술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를 위해 지난 3월 ‘문신사 자격시험 및 보수교육 체계 개발과 관리 방안 마련 연구’를 발주했다. 

정부서 합법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오히려 관련 업계 각자의 기조는 다르다.


우선 의료업계에서는 문신 시술 자체가 피부의 표피 및 진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의료법상 의사만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고수 중이다.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지난 5월15일 성명서를 내고 “문신(반영구화장)은 명백히 의료행위로 분류돼야 하며, 의료인이 시행해야 할 행위”라며 “문신에 사용하는 염료서 각종 발암물질이 검출된 적이 있으며, 실제로 피부암이 발생한 사례도 보고되는 등 그 안전성에 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피부과 의사는 “미용 문신 행위는 인체에 대한 침습을 동반하고 공중 보건상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감염과 염증 위험서 의료적으로 보장돼야 할 수 있는 행위다. 문신 행위가 의료 행위 일환으로 지정돼있는 이유는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서 피부과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의사는 “시술 장소, 기구의 청결함을 공인된 기관이 특정 기준으로 점검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 감염에 대한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문신을 받고 염증과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도 많은데 시술하는 사람과 처방하는 사람이 다르다면 제대로 된 처치 시기를 놓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 VS 미용 주도권 신경전
“위험” 다시 불발 가능성도

미용업계에서는 전문적으로 반영구 시술을 배우는 미용업계라도 합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한 미용학과 교수는 “최근 미용학과에는 반영구 시술(눈썹 문신, 두피 문신)을 배우는 수업이 개설되고 있다”며 “복지부에 따르면 문신한 사람들이 최근 대폭 증가한 이유는 반영구 시술 때문이다. 사람들의 수요도 충족할 수 있고 전문적으로 기술을 배우는 미용업계의 문신 시술 합법화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반영구 시술 합법화와 관련해서는 일부 의료업계 종사자도 동의하기도 했다.

병원서 반영구 시술을 진행하는 한 의사는 “눈썹 같은 경우 세균을 방어할 수 있는 혈관이 가장 많은 부위”라며 “사실상 염료 자체로 인한 문제 외에 부작용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부작용이 가장 적은 부위에 전문적으로 기술을 배운 사람일 시술을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문신업계 종사자들은 행정을 따라오지 못하는 법안을 꼬집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초연맹 화학섬유식품노조 타투유니온의 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는 미래 유망 직업의 하나로 타투이스트를 꼽고 직업 코드를 부여했다. 국세청은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사업자 등록을 위한 숫자도 만들어줬다”며 “행정부에서는 타투이스트를 합법으로 취급하지만, 사법부에서는 불법이라고 이야기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감염의 위험성을 두고 합법화를 반대하는 의료업계에 “과거에는 문신 시술 장소가 협소했던 것은 사실이다. 염료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후 해당 염료들은 수입 자체가 불가능해졌음에도 여전히 문신 시술로 인한 감염 위험성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병원이나 의원에서 문신 시술을 받는 사람이 1%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 오히려 문신업을 합법화해 시술 장소에 대한 규제를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규제 풀리나

한 의사 출신 변호사는 의료업계가 문신 시술을 허용하게 되면 다른 분야에 대한 권위도 무너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의료계 내부서 ‘미끄러운 경사길 이론’처럼 문신 시술을 허용하면 다른 분야도 다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정신과 환자의 70~80%를 의사가 아닌 임상 심리치료사들이 맡고 있다”며 “베트남 전쟁 이후 정신과 의사가 부족한 상황서 치료를 허용하다 보니 시장을 다 뺏겼는데 이로 인해 의사들이 치료를 풀어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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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 후폭풍> 끝나지 않은 탄핵 시나리오

[12·3 계엄 후폭풍] 끝나지 않은 탄핵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탄핵 열차가 멈춰 섰다. 시동이 걸릴 듯 말 듯 미적대던 열차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동력 삼아 나아가기 시작했다. 열차를 레일 위에 올린 것은 야권이지만 운전대를 잡은 여당이 브레이크를 잡았다. 탄핵 열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재가동이냐, 전복이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부터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7일까지 정치권을 비롯한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였다. 야권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공개하면서 ‘윤석열 퇴진’을 외쳤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고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국민은 서울 여의도, 광화문 등지서 열린 탄핵 찬반 집회에 참석했다. 숨가쁜 4일 쪼개진 국민 여야는 표결 전까지 치열한 수싸움을 벌였다.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과 ‘대통령 탄핵안’을 같이 표결하겠다고 선언했고 국민의힘은 김 여사 특검법에만 표를 던지고 탄핵안 표결 때는 퇴장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그 결과 김 여사 특검법은 부결, 탄핵안은 정족수인 200석을 채우지 못해 표결이 무산됐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본회의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찬성 198표, 반대 102표로 부결됐다. 2표차로 김 여사 특검법은 최종 폐기됐다. 이후 이어진 대통령 탄핵안 표결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로 퇴장했다. 안철수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김예지·김상욱 의원 등이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표를 던졌지만 정족수를 채우진 못했다. 대통령 탄핵안의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다. 범야권 찬성 표를 192명으로 계산했을 때 국민의힘 의원 8명의 이탈표가 필요했다. 표면상으론 윤 대통령 부부가 ‘한숨 돌린’ 모양새다. 하지만 여론의 파도는 훨씬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서 보여준 모습이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여사 특검법 표결 후 국회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이 생중계에 고스란히 잡히면서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모든 일은 지난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에서 시작됐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재현된 비상계엄 상황에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화들짝 놀랐다. 계엄군과 국회의원, 시민 등의 대치로 국회 앞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후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나오자 혼란은 더욱 극심해졌다. 3일 오후 10시25분 비상계엄 선포 이후 4일 오전 4시27분 해제되기까지 6시간 동안 국회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오후 11시께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했다.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 최소 150명 이상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집결해야 했다. 여당, 표결 전 퇴장 직무 정지는 면했다 그사이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보좌진 등과 대치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 우 의장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을 진행할 당시 모인 국회의원은 190명이었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의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2시간30여분 만이다. 계엄 선포 해제 발표는 3시간 뒤인 오전 4시27분께 나왔다. 윤 대통령은 생중계 담화를 통해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그러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6시간 만의 상황 종료였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계엄군이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시민과 충돌해 사상자가 나오는 등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1979년 이후 처음 선포된 비상계엄이 한국 사회에 안긴 충격은 엄청났다. 여론이 들끓었고 특히 정치권은 사상 초유의 사태에 시계 제로(0) 상황이 됐다. 발 빠르게 움직인 쪽은 야권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은 4일 오후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고 5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탄핵안 발의에는 야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헌법이 요구하는 그 어떠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원천 무효인 비상계엄을 발령했다”고 탄핵 사유를 들었다.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까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종일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태였지만 내부 상황이 요동쳤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사실상 탄핵 찬성의 뜻을 밝힌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몇몇 의원이 당론과 상관없이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혼란이 더해졌다. 7일 국회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탄핵안 표결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은 물론 여야의 운명이 갈릴 판국이었다. 윤 대통령과 윤석열정부, 여당과 야당 그리고 당 대표까지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라 표결에 쏠린 관심이 컸다. 특히 칼자루를 쥔 국민의힘의 행보에 전 국민의 이목이 몰렸다. 여기에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국민 앞에 선 게 변수로 떠올랐다. 45년 만에 6시간 종료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면서도 “그 과정서 국민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며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약속했다. 2분 남짓한 짧은 담화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 만에 나온 윤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였다. 일각에서는 탄핵 부결을 위한 ‘쇼’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고 국민의힘 표 단속을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후 대통령실에서는 이날 담화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안 폐기로 정치권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국민의힘은 표결 무산의 책임을 모조리 뒤집어 쓸 상황에 처했다. 지난 4일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에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이들 가운데 절반만 찬성에 표를 던졌으면 윤 대통령의 탄핵안은 가결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탄핵안 표결은 정치적 판단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간 상황이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표결에 작용했다는 것이다. 야권은 상대적으로 탄핵 표결 여파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다. 탄핵안이 가결됐다면 윤 대통령의 직무가 바로 정지되는 상황이었고 부결이어도 책임 소재는 국민의힘으로 향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탄핵안 발의가 민주당의 ‘꽃놀이패’라는 말이 계속 나온 이유다. 여기에 민주당은 표결 전부터 탄핵안이 부결되면 재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 부결된 안건은 회기 중에 다시 제출할 수 없는 만큼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오는 10일 이후 임시국회를 소집해 탄핵안을 다시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국가 비상사태를 막기 위해 탄핵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고립된 여 힘 받는 야 정치권 일각에서는 ‘가결은 시간 문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퇴진을 바라는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 여사 논란과 고 채 상병 사건 등에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었다. 실제 국민 사이에서도 10년 사이에 두 번이나 대통령을 탄핵하는 상황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완전히 뒤집혔다. 20~40대 청년층은 생전 처음 겪는 일에 충격을 토로했고 1980년대 비상계엄을 겪은 50대 이상 장년·노년층은 40여년 만에 다시 일어난 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탄핵을 통해 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일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서 반대는 24%에 그쳤다. 만 18~29세는 86.8%, 40대는 85.3%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50대 76.4%, 30대 72.3%, 60대 62.1%, 70세 이상 56.8%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서 찬성 비율이 79.3%로 가장 높았고 서울은 68.9%로 나타났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서도 탄핵 찬성이 66.2%로 과반을 넘어섰다. 탄핵안이 표결까지 가지도 못하고 무산되면서 안 그래도 불붙은 대통령 퇴진 여론에 기름이 더해졌다. 윤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넘겼어도 여전히 가시밭길에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결국 소나기를 피했을 뿐 ‘식물 대통령’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는 여전히 야6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야권의 192표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지난 5일 민주당이 발의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발의·명태균 첩첩산중 국민 신뢰 완전히 잃어 민주당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감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이유로 최 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과정서 이 지검장과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탄핵 사유를 들었다.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명태균 사건도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민주당서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일부 여당 인사가 언급되고 있다. 명씨는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김 전 의원을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과정서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통해 8070만원을 받고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고령군수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한 사람들에게 유력 정치인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천 추천과 관련해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일각에서는 명씨가 현재 받는 혐의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나온다. 명씨가 과시한 정치적 영향력이 윤 대통령 부부라는 ‘뒷배’로부터 나온 게 확인되면 그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명씨를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수록 검찰 수사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김 여사 문제로 다시 귀결된다. 윤 대통령은 그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이용해 김 여사에게 쏟아지는 공세를 막아왔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있다”며 몸을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해제-탄핵안 발의-표결 무산 등의 과정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어 김 여사에 대한 공세를 더는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본인도 내란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검·경은 수사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여론이 더 악화되면 국민의힘서도 윤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잃어버린 권위와 신뢰다. 탄핵안이 발의되기 전부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0% 후반을 오락가락했다. 국민 10명 가운데 2명도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지율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급전직하 상태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표결 직전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성난 민심 극복 불가 대외적으로도 윤 대통령은 한국의 ‘리스크’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오판’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비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세계 곳곳서 전쟁이 계속되는 등 급변하는 국제 상황서 윤 대통령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의 탄핵 실패가 윤 대통령의 성공일 수 없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