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강혜경 법률 대리인 노영희 변호사가 짚은 ‘명태균 게이트’ 핵심

“본질은 돈 아닌 사인 국정 농단”

[일요시사 정치·취재1팀] 박희영·오혁진 기자 = ‘명태균 게이트’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사상 초유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세간이 발칵 뒤집힌 것이다.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말을 얹으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이제는 법원의 시간이라지만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 무는 형국이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으로 시작한 사건이 명태균씨와 그를 둘러싼 정치 자금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검찰도 명씨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익 제보자 강혜경씨의 법률 대리인인 노영희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사인의 국정농단’과 ‘공천 매관매직’이라고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다음은 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명태균씨가 검찰 조사에 출석해 “강혜경씨가 발생한(만든) 거짓의 산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강씨의 반응은 어땠나?

▲“대응할 가치도 없다”며 분노했다. 지금까지 강씨가 말한 것들은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근거는 강씨가 제출한 음성 녹음을 비롯해 제3자가 제출한 음성 녹음, 제보자의 진술 및 녹취, 신용한 교수 등의 증언과 자료, 김태열 소장의 증언과 자료 등이다. 명씨와 김소연 변호사,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강씨가 진술한 내용에 부합하는 답변을 하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누구의 말이 거짓인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강씨가 쌓고 있는 ‘진실의 산’이 무엇인지, 명씨가 만들어 가는 ‘거짓의 산’이 무엇인지는 자명하기에 강씨를 비롯한 공익 제보자들은 이 상황의 끝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검찰이 있는 자료들을 왜곡하지 않고 정의롭게, 제대로 된 수사를 한다면 분명히 진실은 밝혀질 거라 믿는다.

-돈 문제를 놓고 명씨가 자신의 주장을 번복하면서 강씨와의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강씨와 명씨,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간의 돈 문제가 아니다. 돈 문제는 부수적이고, 중요한 것은 사인의 국정 농단과 대한민국 5선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사인과 공천을 매관매직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명태균이라는 사인이 그런 매관매직의 주범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과 그 부인의 공천 개입, 그리고 사인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때문이라고 본다.

-불법 여론조사에 대한 의혹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명씨는 대선후보 경선 당시 윤 대통령 부부에게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여론조사와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제공했다. 대통령 부부는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상황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이므로 선거 부정에 대한 수사가 특검 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명씨는 공짜 여론조사를 수도 없이 하면서 정치권서 인맥을 넓혀왔다. 대통령 부부 역시 공짜 여론조사를 받고 명씨의 역할로 경선서 승리자가 됐으며 그 후 대통령까지 당선됐기에 그 대가로 명씨가 지목하는 사람에게 공천을 줬다.

이는 대통령의 육성, 여사와 주고 받은 메시지, 김 변호사의 진술 및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나눴던 대화 및 문자, 카톡 등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된다. 특히 그 수혜자인 김 전 의원의 육성 녹음과 이른바 ‘세비 반띵’이 결정적인 정황이다.

-명씨는 “강씨가 의붓아버지 병원비로 2000만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강씨의 입장은?

▲우선 김 전 의원은 본인 지역 사무실 운영비 등을 강씨에게 곧바로 주지 않았다. 강씨가 먼저 사비로 지출하고 추후 변제받는 방식이었다. 김 전 의원이 강씨에게 줄 돈이 쌓여 있던 상황서 강씨가 “아버지가 아파서 큰돈이 필요하니 그 돈을 돌려달라”고 말했던 것이다.

강씨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해 항상 죄스러운 마음으로 살았는데 명씨는 굳이 ‘의붓아버지’라는 단어를 써가며 강씨의 가족사를 왜곡했다. 10년 넘게 같이 일하면서 알고 지냈던 명씨가 ‘의붓아버지’ 운운했다는 사실을 강씨의 모친이 알면 아마 마음이 찢어지실 것이다.

-명씨는 예비후보로부터 현금만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명씨는 “단 1원도 받지 않았다”며 ‘계좌 추적’을 거듭 강조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신용불량자가 계좌를 이용한 거래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명씨는 계좌를 살펴봤을 때 본인이 취득한 이득을 밝혀내기 어렵다고 생각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금 흐름을 강조하면서 “정치자금법에만 국한해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자기 명의로 돈을 수취한 적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부정한 돈을 취득한 적이 없고, 본인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 역시 현재 구속영장 청구서에서는 선관위서 고발된 정치자금법 위반만 적시해뒀으나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용산의 명령으로 사건을 축소한다’는 오명을 받고 싶지 않다면 제대로 된 수사를 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겠다면 특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명씨는 SNS를 통해 “지선 예비후보가 건넨 억대 돈이 왜 강혜경·김태열 개인 통장으로 들어갔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강씨의 입장은 무엇인가?

▲지방선거 예비후보가 제공한 돈은 명목과 성격이 부정하기 때문에 이를 미래한국연구소 명의로 입금해 처리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김 전 의원의 정치 계좌로 받을 수도 없었으며, 신용불량자인 명씨의 계좌로 받을 수는 더더욱 없었다.

결국 회계책임자인 강씨 명의의 통장으로 받아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씨는 입금 후 사용처를 꼼꼼히 정리해뒀기에 검찰에 제대로 모든 것을 소명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 또한 강씨가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명씨는 김 전 의원으로부터 받은 돈 9000만원에 대해 “빌려준 돈을 받았다”고 해명했는데 수십억원대 자산가가 돈을 빌렸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의 육성 녹취를 보면 스스로 모든 것을 자인하고 있다. 또 자신이 수십억원대 자산가라고 하면서도 명씨 역시 그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하지 않는가. 김 전 의원은 돈 한 푼 쓰지 않고 당선됐는데, 그렇다면 급하게 써야 하는 필요 비용은 누가 댄 것인가? 자금의 출처를 찾아가다 보면 결국 강씨가 자신의 계좌를 적극 활용해 당시 상황을 정리했음이 너무도 분명하다.

-하지만 두 사람 간의 금전거래가 공천 대가성이라는 명확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을 공천해달라는 명씨의 말, 대통령의 육성 녹음, 그리고 공천관리위원회서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에 관계자들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확정한 녹음파일이 존재하는데 당사자가 부인하면 ‘인정 안 하는 것’인가?

-명씨는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누구나 사람을 추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논리는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누구나 사람을 추천할 수는 있지만 ‘추천의 방식’은 인사 시스템이 정한 바에 따라야 한다. 대통령을 안다고 해서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내 아무 이유도 없이 누구를 추천하고, 대통령은 그 말을 듣고 또 그 사람을 공천하는 식이라면 인사 시스템은 이미 망가진 것이다.

법조인으로서 수십년을 살고 있는 나도 대통령에게 사사로이 추천할 수는 없고 꼭 추천을 하고 싶으면 공적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명씨가 그런 시스템을 통해 추천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고, 대통령은 “추천만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명씨가 추천한 사람이 공천됐기 때문에 그런 변명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공천 개입과 비슷한 맥락으로 ‘창원국가산단 선정 개입’ 의혹이 나오자 명씨는 “정책 의견을 내는 게 잘못됐느냐”고 말하기도 했는데…

▲정책에 대한 의견은 누구든지 낼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공적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 명씨가 어떤 시스템을 이용해 정책을 냈는지 궁금하다. 그냥 친한 관계라는 것을 이용해 사적으로 모의하고 그 모의에 따라 상황을 만들어 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나라는 망한다. 특히 청와대-용산 이전이나 창원 산단 지정, 투기 과열 지정 해제 등은 나라의 중요한 정책인데 이런 정책이 친한 몇 명의 귓속말로 이뤄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강씨는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소유주가 명씨라고 주장했다. 근거는 무엇인가?

▲명씨는 해당 연구소를 이미 김태열 소장에게 넘겼다고 주장하나, 어떻게 넘겼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는 이전에 명씨가 운영하던 <시사경남>을 넘길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빚에 허덕이는 곳이었다. 또 여론조사의 불투명성과 조작, 선거 방해 행위 명목으로 이미 행정처분과 형사처분을 여러 번 받은 업체였다.

수천통의 전화 녹취를 보더라도 미래한국연구소서 행하는 모든 종류의 여론조사와 의사결정은 모두 명씨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이뤄졌으며 강씨와 김 소장 누구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특히 강씨는 김 소장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미래한국연구소의 법인 등기상 대표자가 김씨라고 해서 그가 실소유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강씨가 소유한 녹취록 중 더 언급될 부분이 있나? 강씨가 언급했던 리스트를 보면 명씨가 여야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 같은데?

▲강씨가 소유한 녹취록은 아직도 분석 중이다. 더 꼼꼼히 들여다봐야겠지만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문제는 강씨가 가진 녹취록의 한계는 강씨에게 전화를 걸었거나 강씨가 전화를 건 사람들의 대화만이 저장돼있다는 것이다. 즉, 대면 상태서 이뤄진 중요한 지시나 진술들은 녹취 형태로 남아있지 않다.

다행스러운 것은 제3의 제보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강씨가 제공할 수 없는 녹취나 증거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씨는 “돈만 주면 여론조사를 어떤 방식으로든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평소 말해왔다. 여야 가릴 것 없었지만 주로 여권 인사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이와 관련된 증거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본다.

-명씨가 어떻게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알게 됐는지,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배경이 미스터리다. 나름 잘나갔던 ‘브로커(?)’라는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명씨는 김 전 의원을 매개로 여권의 거물 정치인들을 모두 알게 됐다고 한다. 물론 그 전에도 여론조사 등을 하면서 창원서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 등과 친분이 있었다고 하지만, 김 전 의원과 엮이고 나서부터는 이를 적극 활용해 “명태균은 믿을 수 있는 거물”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게다가 김 전 의원을 통해 대통령 부부와 인연이 된 이후에는 특유의 무속적 접근으로 여사를 사로잡았고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수개월 전 사건이 접수됐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불거진 후에야 검찰이 뒤늦게 수사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가?

▲처음에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었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역시 작게 축소해 정리하려고 했었다. 이는 김 전 의원과 강씨의 대화에도 나온다. 김 전 의원이 선관위와 검찰 관계자에게 “잘 말해뒀다”고 암시하는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김 전 의원이 이번 총선서 6선이 됐다면 이 사건은 묻혔을 것이다. 모든 비극은 본인들이 기대했던 바대로 이뤄지지 않은 우연적 변수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검찰은 현재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나올 수많은 증거에도 눈을 감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끝으로, 강씨는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공익 제보자로 나섰다. 그가 이번 사건서 반드시 밝혀내고 싶어 하는 것은 뭔가?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은폐된다면 이런 일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사인의 국정 농단이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는 것에 대한 자괴감, 그들이 너무도 태연하게 잘살고 있다는 점에 대한 놀람 등 다양한 감정이 들었다.

강씨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처벌받겠다고 했다. 이미 명씨와 김 전 의원이 강씨, 김 소장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운 정황과 당시 모의했던 메모 등이 검찰에 제출됐다. 이번 제보를 계기로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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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