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악랄한 추심 백태

급전 필요한 서민 ‘먹잇감’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불법 사채업자들의 불법 추심이 급증하고 있다. 채무자가 상환기한까지 못 갚을 시 주변인에게 연락하거나 심한 경우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을 SNS에 유포하는 등 악랄한 협박을 일삼고 있다. 불법 대부 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정치권에서는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한 법안을 내놓으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불법 대부업체들의 채권추심 행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요구하거나 협박하는 등 피해자들의 고통이 늘어나고 있다. 불법 사채업자들은 대부업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한 뒤 소액의 돈을 빌려주고 상환 불능 상황에 부닥친 대출자들에게 연 수천%에 달하는 과도한 연체료를 부과하고 있다.

사채 기승
불법 추심

1·2금융권을 비롯해 서민의 마지막 급전 창구 역할을 하는 3금융권인 대부업마저 신용대출을 조이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불법 계약을 무효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무법지대에 있는 사채꾼들의 협박까지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에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며 시작된 최고금리 인하가 도리어 서민들을 벼랑으로 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불법사금융업자·대부업자가 대부 시 이자율은 연 20%를 초과할 수 없다. 빌린 액수와 상관없이 원금의 20%에 해당하는 연 이자만 상환한다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나 불법 대부업체는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한 이자를 받고 있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채업자들은 돈을 빌려줄 때 채무자의 신분증과 가족·지인의 연락처 등을 대출 담보로 잡는다. 이들은 채무자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할 경우 돈을 빌려줄 때 담보로 받았던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 메신저, SNS 등을 활용해 채무자의 채무 사실을 주변 지인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거나 심한 경우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까지 유포하는 등 협박을 일삼는다.

과거 대부업체는 명함을 돌려 홍보하거나 대면을 통해서 돈을 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블랙박스나 CCTV 등이 발달하면서 돈을 빌려준 주체가 특정되는 걸 피하고자 비대면이 가능한 SNS로 대부 방법을 옮겨갔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 계정을 만들어 금융기관을 사칭해 마치 정상적인 업체인 것처럼 광고한다. 어려운 경제 불황 시기에 돈이 필요한 나머지, 대부업체가 SNS에 광고한 글을 보고 혹해서 전화를 걸게 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대부업체는 연락해 온 사람의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는다. 

특정되는 걸 피해 SNS로 옮겨
누구한테서 돈을 빌린지 몰라

돈을 빌려준 주체가 특정될 수 있어 부재중 전화로 남겨둔다. 이후 부재중으로 기록된 전화번호에 대포폰으로 전화한다. 여기서부터가 개인정보가 빠져나가게 되는 시작점이다. 대부업체는 돈을 빌려주기 전, 하나씩 신상정보를 물어보기 시작한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고 잠적하는 상황까지 고려해 직업부터 회사, 명함, 연락처, 통장 거래 내역 등을 요구한 뒤 신용 정보를 확인한다. 

이후 채무자로부터 받은 연락처를 통해 주변인들에게 연락해 사실을 확인한다. 이때 대부업체라고 밝히지 않고 채무자에 대한 정보를 물어본 뒤 정확하게 채무자 정보를 인지한 후 돈을 빌려주는 구조다. 


대부업체는 타인 명의의 전화기로 광고를 하거나 타인 명의의 통장으로 돈을 수금해 채무자 대부분은 누구한테서 돈을 빌렸는지 모른다.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을 경우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셈이다. 채무자가 불법 추심에 견디지 못해 경찰에 신고해도 돈을 빌려준 주체가 특정되지 않아 수사기관서 해결하기 어렵다. 

지난 7월 급전이 필요한 A씨는 불법 대부업체를 통해 100만원을 빌리게 됐다. 대부업체는 일주일 뒤 원금 100만원과 이자 80만원 등 180만원을 상환하는 것으로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A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는 연체비를 요구했다.

원금과 이자 전액을 한꺼번에 상환하지 못할 시 별도로 하루마다 30만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A씨가 연체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대부업체는 불법추심을 시작했다. A씨의 아내와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해 돈을 갚으라고 하거나 아내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SNS 등에 공개하겠다며 협박했다. 

A씨의 빚은 두 달 만에 2000만원 가까이 불어났다. 불법추심을 일삼은 대부업체를 더이상 참지 못한 A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불법 사채업자의 연락처도 없고 추적이 쉽지 않은 SNS를 사용했기 때문에 검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살인적 이자
악랄한 협박

돈을 갚지 못하자 SNS에 사진과 영상을 게시해 이른바 박제까지 당한 피해자도 있었다. 지난해 B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한 대부업체서 10여차례에 걸쳐 총 300만원을 빌렸다. 신용도가 낮은 B씨는 일반 금융권서 대출이 어려워 대부업체까지 손을 대게 됐다. B씨가 처음 빌린 돈은 20만원이다. 

대부업체는 B씨에게 20만원을 빌려줄 테니 일주일 뒤 40만원을 갚으라고 했다. 이후 B씨가 상환기한에 맞춰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는 10분 늦을 때마다 연체료 50만원, 30분 늦으면 100만원을 요구했다. B씨가 요구받은 연체료의 연이율을 계산하면 무려 5000%가 넘는다. B씨가 갚아야 할 액수는 하루하루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사이 대부업체는 B씨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채무 사실을 폭로하거나, 자녀의 학교에 전단지를 뿌리겠다면서 협박했다. 대부업체는 B씨에게 돈을 빌려주기 전 특이한 영상을 찍으라고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제가 아버지 OOO, 누나 OOO, 친구 OOO 등 개인정보를 팔아서 이렇게 돈을 빌리게 됐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대부업체서 대본을 작성해 B씨에게 직접 읽으라고 지시한 것이다. B씨가 제때 돈을 갚지 않자 대부업체는 SNS에 이 영상을 그대로 게시했다. B씨는 살인적인 이자율과 협박에 시달리면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심했다.

실제 불법 대부업체의 불법추심에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도 있다. 지난 9월 초 C씨는 인터넷 광고를 통해 한 대부업체로부터 40만~180만원가량 여러 차례 돈을 빌렸다. C씨가 돈을 빌린 이유는 딸과 생활하는 데 필요해서였다. C씨는 지방서 서울로 올라와 일하면서,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홀로 키웠다. 

넉넉하지 못한 생활에 점차 힘들어진 C씨는 대부업체에 돈을 빌리게 됐다. 상환기한을 일주일로 잡고 C씨는 가족관계증명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들의 연락처, 사진 등을 담보로 넘겼다. 짧은 상환기한에 C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는 상환이 늦을 때마다 1분에 10만원씩 붙이는 등 불법추심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갔다. 


그사이 대부업체는 C씨에게 모진 협박을 하며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C씨는 지인들의 개인정보를 팔고, 대부업체서 돈을 빌리고 잠수를 탔다”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내용의 문자가 100통 가까이 날아온 지인도 있었다. 이 문자는 C씨의 딸이 다니고 있는 유치원의 교사에게도 갔다. 팔뚝을 문신으로 채운 남자들이 유치원에 찾아가기도 했다. 

대부업체의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C씨의 개인정보와 사진을 편집한 동영상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동영상 속 C씨가 들고 있는 종이엔 ‘50만원을 빌렸으며, 돈을 갚지 않을 시 가족, 지인, 회사 동료에게 연락해 채무독촉을 해도 무방함’이란 내용이 자필로 적혀 있었다.

해당 SNS 계정에는 다른 피해자들의 동영상도 함께 있었다. 

이후 C씨는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난 연체료와 지속적인 불법추심에 지난 9월 중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C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된 지인 D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돌아온 말은 “해당 계정의 국적이 해외로 설정돼있어 범인을 잡기 어렵고, 해당 SNS 운영자가 외국 회사라 협조를 구하는 데 시간이 걸려 수사가 오래 걸린다”고 듣게 됐다.

늘어난 피해
미미한 처벌

현재까지도 C씨를 죽음으로 내몬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유치원에 다니는 딸은 홀로 남았다.


2024년 현재,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약 82만명이 불법대출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상반기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6784건이었다. 2022년 한 해 동안 1만913건이 접수된 점을 고려하면 피해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접수 건수는 2019년 5468건, 2020년 8043건, 2021년 9918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불법 사채 범죄에 대한 국내 처벌 수위는 낮다. 미등록 대부업의 형량은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그나마 실형을 받는 경우도 드물다. 대법원이 공개한 대부업법 위반 형사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14건의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무죄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게다가 실형이 선고된 것은 3건뿐이었고, 이 중 2건은 항소심서 감형돼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또 지난 2019∼2022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 가운데 1심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9.1%에 불과했다. 91회에 걸쳐 최고금리 이상의 이자를 받고 채무자들에게 협박을 일삼았던 E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 지속적 협박을 통해 연 이자 437%를 받아낸 F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이들은 불법 대부업체를 운영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항소심서 감형됐다.

대부업체 설립 요건이 너무 간단하다는 것도 문제다. 대부업 등록은 최초 1000만원을 보유한 사실과 사무실 계약서, 18시간의 교육 이수증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렇듯 낮은 요건과 쉬운 절차로 인해 대부업 시장에는 최초 등록 시에만 요건을 맞추는 꼼수가 성행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대부업체수는 총 8597개에 달한다. 지방자치단체나 금융감독원이 관리·감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이 중 5874개(68.3%) 대부업체가 개인사업자다. 또 부실 개인 대부업체가 경영난에 빠져 금융소비자가 불법추심 등의 위협에 노출되는 사례가 매해 잇따른다.

(사)한국사이버보안협회 김현결 대표는 “사금융에 대한 제한 조치나 제재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며 “고금리 같은 규제가 많이 풀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불법대부업체로부터 피해가 발생하면 증거물을 수집해 놓는 게 좋다”며 “데이터가 쌓이면 증거물이 되고 단서가 명확해져 범인을 검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부업체에 당한 피해가 기존에 있던 협박에 금융을 붙인 사이버 피싱에 가깝다”며 “금융 범죄 쪽에서는 피해 형태가 같아 소재만 바뀐 것뿐”이라고 말했다.

불법 사금융 제한·제재 필요
“대포폰·대포통장 근절이 먼저”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모든 금융 범죄의 착발신으로 사용되는 대포폰이나 인출 도구로 사용되는 대포통장이 근절되지 않고는 막을 수 없다”며 “이를 개통한 사람이나 만들어준 사람을 특정할 수 없어 수사기관에서는 범인을 밝혀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사금융은 개인정보를 받아놓고 돈을 편취하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같은 형태라고 볼 수 있다”며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을 숨기기 때문에 계획적인 범죄”라고 지적했다. 

불법 대부 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정치권서도 불법 사금융 근절을 위한 법안을 잇따라 내놨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대부업자로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1000만원서 3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자기자본 요건이 너무 낮아 대부업을 수행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없는 곳도 대부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의 피해 우려가 크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도 미등록 대부업의 경우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 전부를 무효화하고 지급된 원금과 이자에 대해 반환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5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돼있는 대부업법 처벌 규정을 5억원 이하로 상향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불법 대부업체와 등록 대부업체 간 명의를 사고 파는 문제를 막자는 취지의 법안도 발의됐다. 현재 대부업자 등록을 위한 문턱이 지나치게 낮아, 불법 대부업체들이 등록 대부업체 명의를 돈을 주고 거래한 후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소비자들은 등록 대부업체라고 믿고 방문했다가 불법 대부업체에 피해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쉽게 명의를 사고팔지 못하도록 자기자본 요건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선 정부가 불법 사금융 처단에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 국회서 해당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20%로 묶여 있는 법정 최고금리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권 시동
대부업 척결

금융위원회도 여야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금융위는 지난 9월 관계부처와 합동해 대부업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영세 대부업의 난립과 불법영업 등에 따른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 대부업자에 대한 등록요건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자체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개인 사업자는 기존 1000만원서 1억원으로, 법인 사업자는 5000만원서 3억원으로 대폭 상향하겠다는 방침을 담았다. 이미 금융위 등록 대부업자는 총자산을 자기자본의 10배 이내로 제한 중이지만,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규제 형평성 제고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됐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