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명’ 청년 변호사 생존전략

사건 수임 위해 이것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후 국내 변호사 수는 점차 급증해 왔다. 하지만 법무법인에서는 신입 변호사 채용을 줄이고 있다. 변호사 시험만을 보고 달려온 신입 변호사들은 실무적인 조언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사건을 수임하고 개업한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3만5000명을 넘어섰다.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은 재판 승리를 위해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 혹은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하는 데 열중이다. 이런 상황에 신입 청년 변호사들은 사건 수임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변호사
3만명

법무부가 매달 발표하는 변호사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2일 기준 등록 변호사 수는 3만5983명이며 개업 변호사는 2만9687명에 달한다. 국내에 등록된 변호사 수는 지난 2006년 1만명을 돌파해 8년 만인 2014년 9월 2만명을 돌파한 후 지난 2019년 3만명을 돌파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의 도입 이후 변호사 수는 급증했다. 매년 평균 1400~1700여명이 로스쿨을 졸업한 지 3년 이내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변호사 수의 급증은 변호사 시장에 양극화를 불러왔다. 연차를 쌓으며 전문성을 키웠던 변호사와 검사 및 판사 출신 변호사들은 수월하게 사건을 수임하고 있지만 저연차의 변호사들은 한 달에 한 건의 사건을 수임하기도 어려운 것이 실정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저연차(1~3년 차) 개업 변호사들의 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1.1건이다. 일반적인 형사 사건 수임료가 5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소송 과정서 사용되는 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한 약 300만원가량이 이들의 한 달 수입인 셈이다.

전체 변호사 시장의 평균 수입인 2억4600만원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 개업 변호사 A씨는 “일반적으로 사무실을 한 달 사용하는 데 200만원서 250만원이 든다”며 “한 달에 한 건의 사건을 수임하는 것만으로는 사무직을 고용할 수도 없고 사무실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사무실이 없으면 의뢰인들이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빚을 내서 사무실을 운영한 적도 많다”고 토로했다.

반면 대형 로펌의 경우 기업 관련 사건을 맡거나 수임료가 큰 형사 사건을 맡다 보니 변호사에게 돌아가는 수입도 많은 편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거대 로펌인 김앤장의 지난 2022년 매출은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를 김앤장의 1인당 변호사 매출로 환산하면 13억원에 달한다.

중소형 로펌서 근무하는 신입 변호사들도 4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로펌에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최근 10대 로펌서 신입 변호사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등록변호사 3.5만명, 개업 변호사 3만명
“한 달에 사건 하나 수임하기도 어려워”


올해 10대 로펌서 법조 경력을 시작한 신입 변호사는 총 255명으로, 지난해 278명보다 23명(8.3%) 감소했다. 2022~2023년 감소폭(18명, 6.1%)보다 커졌다. 10대 로펌 신입 변호사 수는 2022년 296명에서 계속 줄고 있다.

올해 로펌별로는 ▲김앤장 54명 ▲태평양 42명 ▲광장 39명 ▲세종 38명 ▲율촌 31명 ▲화우 23명 ▲바른 12명 ▲지평 10명 ▲대륙아주 6명 순으로 채용했다. 법무법인 동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입 변호사를 채용하지 않았다.

대형 로펌에서는 신입 변호사를 채용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교육하더라도 다른 경쟁 로펌으로 이직하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차라리 건설 부동산, 자본시장 등 특정 업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경력 변호사들을 집중 영입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채용을 담당하는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예전처럼 신입 변호사를 뽑아서 로열티가 있는 구성원으로 키워내는 방식에 한계가 생긴 것 같다”며 “로펌에서는 통상 팀별 수요를 고려해 2년 전에 미리 뽑았는데 요즘은 시장 트렌드가 빨리 변해서 중대재해 등 사건이 터지면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설 자리가 없는 신입 변호사들은 개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변호사시험 합격 후 단 6개월의 실무 경험만으로 사무소를 온전히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뢰인들은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법무법인이 ‘성범죄 전문’ ‘성범죄센터’ ‘성범죄 전담’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변호사법 제23조 제2항은 변호사 광고를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변협은 이에 근거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제4조에 14가지 조항으로 광고 내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소비자인 의뢰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광고를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개업 변호사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건 수임 후 경험을 쌓기 위한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 개업 변호사는 법원과 경찰에 거의 상주하고 있다. 변호사를 수임하지 않고 고소를 진행하거나 재판을 진행하는 의뢰인을 포섭하기 위함이다.

신입 변호사
생존전략

서초동에 사무소를 개업한 지 2년이 지난 변호사 B씨는 “개업 초기에는 공유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시간이 될 때마다 법원과 경찰서에 머물렀다”며 “그곳에서 고소하러 온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무료로 법률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연이 닿은 의뢰인의 소송을 잘 마무리하자 조금씩 입소문을 탔고 이제야 개인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명함을 돌리고 다닐 당시 ‘변호사가 앵벌이를 하냐’ ‘자존심도 없냐’ 등 같은 변호사에게도 비난받기도 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직업인데 폼 잡으려다 굶어 죽을 순 없다는 생각이 더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업 변호사 C씨는 남들이 맡지 않는 사건을 수임하다 해당 분야 전문 변호사로 취급받고 있기도 하다.

C씨는 “개업 초기 4달 동안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고 그저 법률 상담만으로 하루하루 먹고 살았다”며 “그러던 중 성범죄 가해자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겠다’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며 재판을 미루고 연락이 왔다. 죄질이 너무 나빠서 사건을 수임하지 않으려는 고민도 했지만 결국 그 사람을 변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건의 재판을 마무리하고 나니 다른 변호사들이 꺼리는 사건들에 대한 수임 요청을 많이 받게 됐다”며 “이후 ‘돈에 미쳐서 성범죄자만 변호한다’는 눈총을 받으며 많은 사건을 수임하다 보니 정말로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린 사람들도 사건을 의뢰하러 왔고 결국 성범죄 전문 변호사로 취급받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수임료를 대폭 낮춘 변호사도 있었다. 그는 개업 후 형사사건 수임료를 300만~400만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의뢰인과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유튜브나 개인 SNS에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변호사도 늘었다. 특히 젊은 변호사들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함은 물론 온라인에 법률 상식을 담은 웹툰이나 카드 뉴스를 게재하고 있다.

한 유튜브를 운영 중인 2년 차 변호사는 “최근 <굿파트너> <지옥에서 온 판사> 등 변호사나 판사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며 “드라마서 나온 장면에 대해 법률 상식 등을 알려주는 콘텐츠 역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후 ‘유튜브 보고 연락드린다’ ‘유튜브서 설명해 주신 상황이 제 상황과 유사한데 어떡하죠’라며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전에는 의뢰인들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력만 갖고 ‘내 사건을 잘 해결해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접근을 못했다면 유튜브 등으로 친밀감을 먼저 쌓아 더 쉽게 상담을 진행하거나 수임을 요청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성문
대필도

열심히 노력해 사건 수임을 하는 변호사들도 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을 이용한 수입을 거두는 변호사도 있다. 대표적으로 반성문을 대필해 주고 돈을 받는 것이다.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은 형량을 깎아보려는 의도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다. 물론 반성문을 제출한다고 해서 무조건 감형이 되진 않지만 대부분 형사 사건의 피고인들은 반성문을 제출하기에 판결문에는 적시되지 않지만 부정적인 요소로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에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들은 의뢰인 상황에 맞는 반성문 작성 요령을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반성문을 대필해 주는 법무법인이나 변호사들은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그저 반성문을 대필해 주고 있는 것이다.

반성문을 대필해준다는 광고를 내건 법무법인 소속의 한 저연차 변호사는 “탄원서와 반성문 각각 5만원가량을 받고 대필을 진행 중”이라며 “한 사건을 수임하게 될 경우 길면 1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반성문의 경우 상황에 맞는 반성문 포맷이 있기에 하루도 안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같이 일하는 한 동료는 사건 수임은 전혀 하지 않고 반성문과 탄원서 대필만 한 달에 100부서 200부 정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반성문이나 탄원서가 한 부에 5만~6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필만으로 1000만원서 12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변호사도 있는 셈이다. 

이어 “대필 의뢰인에게 질문을 하고 상황에 맞게 쓰는 거라 대필이라는 것이 티가 날 수 없다”며 “우리가 써준 반성문을 의뢰인이 다시 옮겨 적어달라는 안내만 지킨다면 5만~6만원에 과태료나 형량을 줄일 수 있다”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가 반성문을 대필하거나 법적 상식으로 드라마를 리뷰하는 행위 모두 변호사 시장이 포화상태라 벌어진 일이라고 보고 있다. 너무 많아진 변호사 수로 법률 서비스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 서비스의 질 양극화는 로스쿨 양극화서부터 시작된다. 어떤 곳은 30%대 합격률로 겨우 유지하고 있다”며 “학교별로 군을 나눠 경쟁시키고 평가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해 활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앵벌이부터 반성문 대필까지...
“로스쿨 이후 법률 서비스 하락해”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법, 노동법 등 굉장히 중요한 과목들도 변호사 시험 선택과목에 들어가지 않으면 학생들이 거의 안 듣는다. 기초 법학이 죽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무적으로 사회에 나가서 중요하게 쓰일 법적 윤리나 관련 과목들이 시험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폐강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당초 도입 취지를 넘어 법학이라는 학문을 유지하려면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성 교수는 “현행 3년의 교육 기간이 짧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어 “예전에는 법대 4년에 사법연수원 2년을 공부하고 훈련받았는데 지금은 6년치를 3년 안에 욱여넣다 보니 교육적인 포화가 이뤄진 것 같다. 3년 공부하고 합격하면 1년 정도는 따로 연수원서 교육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법학전문대학원은 수업서 판례 하나만 갖고도 한 시간 동안 난상 토론을 하는데, 우리는 변호사시험 대비용 암기 위주의 수업만 하는 측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김정욱 서울변호사회 회장도 로스쿨 제도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적으로는 입학 정원에 대한 결원보충제 연장 문제, 입학 전형의 공정성 문제, 변호사시험 5회 탈락자에 대한 구제 문제, 6개월 실무 수습의 문제 등이 있고, 외부적으로는 로스쿨 제도 도입 시 논의됐던 유사법조직역 통폐합 문제, 변호사 과다 배출 문제 등이 있다”며 “이 같은 문제들은 상호 간 연결돼있으며 국민을 위한 로스쿨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기태 변호사는 신입 변호사들이 제대로 된 사건을 수임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낼 수 없는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꼽았다.

“변호사 업계
근본적 문제”

그는 “의뢰인을 대하는 방법, 사무실을 운영하는 방법, 광고나 블로그, 유튜브를 사용하는 방법 등 신입 변호사가 알아야 할 것들은 산재해 있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나눠 주는 사람이 없다”며 “예전에는 사법연수원을 통해 선후배 관계가 생길 수 있었고, 현직 법조인인 교수들이 조언을 주기도 했으나 사법연수원 제도가 로스쿨 제도로 변화하면서 정보가 공유되는 범위가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믿을 만한 멘토도 없고, 변호사로서 알아야 할 정보가 부족한 채로 사건을 수임하기 급급한 신입 변호사들이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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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