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명’ 청년 변호사 생존전략

사건 수임 위해 이것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후 국내 변호사 수는 점차 급증해 왔다. 하지만 법무법인에서는 신입 변호사 채용을 줄이고 있다. 변호사 시험만을 보고 달려온 신입 변호사들은 실무적인 조언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사건을 수임하고 개업한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변호사 수는 3만5000명을 넘어섰다.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은 재판 승리를 위해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 혹은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하는 데 열중이다. 이런 상황에 신입 청년 변호사들은 사건 수임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변호사
3만명

법무부가 매달 발표하는 변호사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2일 기준 등록 변호사 수는 3만5983명이며 개업 변호사는 2만9687명에 달한다. 국내에 등록된 변호사 수는 지난 2006년 1만명을 돌파해 8년 만인 2014년 9월 2만명을 돌파한 후 지난 2019년 3만명을 돌파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의 도입 이후 변호사 수는 급증했다. 매년 평균 1400~1700여명이 로스쿨을 졸업한 지 3년 이내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변호사 수의 급증은 변호사 시장에 양극화를 불러왔다. 연차를 쌓으며 전문성을 키웠던 변호사와 검사 및 판사 출신 변호사들은 수월하게 사건을 수임하고 있지만 저연차의 변호사들은 한 달에 한 건의 사건을 수임하기도 어려운 것이 실정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저연차(1~3년 차) 개업 변호사들의 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1.1건이다. 일반적인 형사 사건 수임료가 5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소송 과정서 사용되는 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한 약 300만원가량이 이들의 한 달 수입인 셈이다.

전체 변호사 시장의 평균 수입인 2억4600만원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 개업 변호사 A씨는 “일반적으로 사무실을 한 달 사용하는 데 200만원서 250만원이 든다”며 “한 달에 한 건의 사건을 수임하는 것만으로는 사무직을 고용할 수도 없고 사무실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사무실이 없으면 의뢰인들이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빚을 내서 사무실을 운영한 적도 많다”고 토로했다.

반면 대형 로펌의 경우 기업 관련 사건을 맡거나 수임료가 큰 형사 사건을 맡다 보니 변호사에게 돌아가는 수입도 많은 편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거대 로펌인 김앤장의 지난 2022년 매출은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를 김앤장의 1인당 변호사 매출로 환산하면 13억원에 달한다.

중소형 로펌서 근무하는 신입 변호사들도 4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로펌에 들어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최근 10대 로펌서 신입 변호사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등록변호사 3.5만명, 개업 변호사 3만명
“한 달에 사건 하나 수임하기도 어려워”


올해 10대 로펌서 법조 경력을 시작한 신입 변호사는 총 255명으로, 지난해 278명보다 23명(8.3%) 감소했다. 2022~2023년 감소폭(18명, 6.1%)보다 커졌다. 10대 로펌 신입 변호사 수는 2022년 296명에서 계속 줄고 있다.

올해 로펌별로는 ▲김앤장 54명 ▲태평양 42명 ▲광장 39명 ▲세종 38명 ▲율촌 31명 ▲화우 23명 ▲바른 12명 ▲지평 10명 ▲대륙아주 6명 순으로 채용했다. 법무법인 동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입 변호사를 채용하지 않았다.

대형 로펌에서는 신입 변호사를 채용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교육하더라도 다른 경쟁 로펌으로 이직하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차라리 건설 부동산, 자본시장 등 특정 업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경력 변호사들을 집중 영입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채용을 담당하는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예전처럼 신입 변호사를 뽑아서 로열티가 있는 구성원으로 키워내는 방식에 한계가 생긴 것 같다”며 “로펌에서는 통상 팀별 수요를 고려해 2년 전에 미리 뽑았는데 요즘은 시장 트렌드가 빨리 변해서 중대재해 등 사건이 터지면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설 자리가 없는 신입 변호사들은 개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변호사시험 합격 후 단 6개월의 실무 경험만으로 사무소를 온전히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뢰인들은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법무법인이 ‘성범죄 전문’ ‘성범죄센터’ ‘성범죄 전담’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변호사법 제23조 제2항은 변호사 광고를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변협은 이에 근거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제4조에 14가지 조항으로 광고 내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소비자인 의뢰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광고를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개업 변호사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건 수임 후 경험을 쌓기 위한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 개업 변호사는 법원과 경찰에 거의 상주하고 있다. 변호사를 수임하지 않고 고소를 진행하거나 재판을 진행하는 의뢰인을 포섭하기 위함이다.

신입 변호사
생존전략

서초동에 사무소를 개업한 지 2년이 지난 변호사 B씨는 “개업 초기에는 공유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시간이 될 때마다 법원과 경찰서에 머물렀다”며 “그곳에서 고소하러 온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무료로 법률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연이 닿은 의뢰인의 소송을 잘 마무리하자 조금씩 입소문을 탔고 이제야 개인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명함을 돌리고 다닐 당시 ‘변호사가 앵벌이를 하냐’ ‘자존심도 없냐’ 등 같은 변호사에게도 비난받기도 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직업인데 폼 잡으려다 굶어 죽을 순 없다는 생각이 더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업 변호사 C씨는 남들이 맡지 않는 사건을 수임하다 해당 분야 전문 변호사로 취급받고 있기도 하다.

C씨는 “개업 초기 4달 동안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고 그저 법률 상담만으로 하루하루 먹고 살았다”며 “그러던 중 성범죄 가해자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겠다’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며 재판을 미루고 연락이 왔다. 죄질이 너무 나빠서 사건을 수임하지 않으려는 고민도 했지만 결국 그 사람을 변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건의 재판을 마무리하고 나니 다른 변호사들이 꺼리는 사건들에 대한 수임 요청을 많이 받게 됐다”며 “이후 ‘돈에 미쳐서 성범죄자만 변호한다’는 눈총을 받으며 많은 사건을 수임하다 보니 정말로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린 사람들도 사건을 의뢰하러 왔고 결국 성범죄 전문 변호사로 취급받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수임료를 대폭 낮춘 변호사도 있었다. 그는 개업 후 형사사건 수임료를 300만~400만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의뢰인과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유튜브나 개인 SNS에 전문지식을 공유하는 변호사도 늘었다. 특히 젊은 변호사들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함은 물론 온라인에 법률 상식을 담은 웹툰이나 카드 뉴스를 게재하고 있다.

한 유튜브를 운영 중인 2년 차 변호사는 “최근 <굿파트너> <지옥에서 온 판사> 등 변호사나 판사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며 “드라마서 나온 장면에 대해 법률 상식 등을 알려주는 콘텐츠 역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후 ‘유튜브 보고 연락드린다’ ‘유튜브서 설명해 주신 상황이 제 상황과 유사한데 어떡하죠’라며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전에는 의뢰인들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이력만 갖고 ‘내 사건을 잘 해결해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접근을 못했다면 유튜브 등으로 친밀감을 먼저 쌓아 더 쉽게 상담을 진행하거나 수임을 요청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성문
대필도

열심히 노력해 사건 수임을 하는 변호사들도 있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을 이용한 수입을 거두는 변호사도 있다. 대표적으로 반성문을 대필해 주고 돈을 받는 것이다.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은 형량을 깎아보려는 의도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다. 물론 반성문을 제출한다고 해서 무조건 감형이 되진 않지만 대부분 형사 사건의 피고인들은 반성문을 제출하기에 판결문에는 적시되지 않지만 부정적인 요소로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에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들은 의뢰인 상황에 맞는 반성문 작성 요령을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반성문을 대필해 주는 법무법인이나 변호사들은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그저 반성문을 대필해 주고 있는 것이다.

반성문을 대필해준다는 광고를 내건 법무법인 소속의 한 저연차 변호사는 “탄원서와 반성문 각각 5만원가량을 받고 대필을 진행 중”이라며 “한 사건을 수임하게 될 경우 길면 1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반성문의 경우 상황에 맞는 반성문 포맷이 있기에 하루도 안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같이 일하는 한 동료는 사건 수임은 전혀 하지 않고 반성문과 탄원서 대필만 한 달에 100부서 200부 정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반성문이나 탄원서가 한 부에 5만~6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필만으로 1000만원서 12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변호사도 있는 셈이다. 

이어 “대필 의뢰인에게 질문을 하고 상황에 맞게 쓰는 거라 대필이라는 것이 티가 날 수 없다”며 “우리가 써준 반성문을 의뢰인이 다시 옮겨 적어달라는 안내만 지킨다면 5만~6만원에 과태료나 형량을 줄일 수 있다”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가 반성문을 대필하거나 법적 상식으로 드라마를 리뷰하는 행위 모두 변호사 시장이 포화상태라 벌어진 일이라고 보고 있다. 너무 많아진 변호사 수로 법률 서비스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 서비스의 질 양극화는 로스쿨 양극화서부터 시작된다. 어떤 곳은 30%대 합격률로 겨우 유지하고 있다”며 “학교별로 군을 나눠 경쟁시키고 평가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해 활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앵벌이부터 반성문 대필까지...
“로스쿨 이후 법률 서비스 하락해”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법, 노동법 등 굉장히 중요한 과목들도 변호사 시험 선택과목에 들어가지 않으면 학생들이 거의 안 듣는다. 기초 법학이 죽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무적으로 사회에 나가서 중요하게 쓰일 법적 윤리나 관련 과목들이 시험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폐강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당초 도입 취지를 넘어 법학이라는 학문을 유지하려면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성 교수는 “현행 3년의 교육 기간이 짧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어 “예전에는 법대 4년에 사법연수원 2년을 공부하고 훈련받았는데 지금은 6년치를 3년 안에 욱여넣다 보니 교육적인 포화가 이뤄진 것 같다. 3년 공부하고 합격하면 1년 정도는 따로 연수원서 교육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법학전문대학원은 수업서 판례 하나만 갖고도 한 시간 동안 난상 토론을 하는데, 우리는 변호사시험 대비용 암기 위주의 수업만 하는 측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김정욱 서울변호사회 회장도 로스쿨 제도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적으로는 입학 정원에 대한 결원보충제 연장 문제, 입학 전형의 공정성 문제, 변호사시험 5회 탈락자에 대한 구제 문제, 6개월 실무 수습의 문제 등이 있고, 외부적으로는 로스쿨 제도 도입 시 논의됐던 유사법조직역 통폐합 문제, 변호사 과다 배출 문제 등이 있다”며 “이 같은 문제들은 상호 간 연결돼있으며 국민을 위한 로스쿨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기태 변호사는 신입 변호사들이 제대로 된 사건을 수임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낼 수 없는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꼽았다.

“변호사 업계
근본적 문제”

그는 “의뢰인을 대하는 방법, 사무실을 운영하는 방법, 광고나 블로그, 유튜브를 사용하는 방법 등 신입 변호사가 알아야 할 것들은 산재해 있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나눠 주는 사람이 없다”며 “예전에는 사법연수원을 통해 선후배 관계가 생길 수 있었고, 현직 법조인인 교수들이 조언을 주기도 했으나 사법연수원 제도가 로스쿨 제도로 변화하면서 정보가 공유되는 범위가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믿을 만한 멘토도 없고, 변호사로서 알아야 할 정보가 부족한 채로 사건을 수임하기 급급한 신입 변호사들이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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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