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협박’ 꼼짝 못하는 대통령실 속사정

용산 삼킨 명태균 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허풍쟁이 정치 브로커’라며 명태균씨를 무시하던 국민의힘이 한 방 맞았다. 명씨가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창을 공개하며 실세 책사임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고 명씨와 설전을 벌이던 정치인들은 으름장 놨던 게 무색하게 고발하지 않기로 하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다. 명씨가 가진 캡처본이 2000개 이상 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이어지는 폭로가 주목받고 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입에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연일 휘청이는 모습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명씨를 허언을 내뱉는 정치 브로커로 치부하고 있지만 명씨가 새로이 김 여사와 나눈 메시지를 공개하며 강한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폭로전
트리거

명씨의 이름이 정치권에 처음 소환된 건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이 계기가 됐다.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과정에 김 여사의 측근인 M씨가 개입했으며, 이 같은 정황이 담긴 텔레그램을 봤다는 의원이 다수 있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었다. 최초 보도에서는 익명으로 표기됐으나, 후속 보도 과정서 M씨가 곧 명씨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명씨는 관련 보도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다만 해명 과정서 김 여사와 자신의 친분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나아가 자신이 지난 대선뿐 아니라 크고 작은 선거서도 여당 후보들의 책사로 활동했었다고 주장했다.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안철수의 단일화 ▲2021년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이준석 전 대표 관련 여론조사 ▲2022년 제20대 윤석열 대선 캠프 등에서 자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었다는 게 명씨의 주장이다.

이밖에 지난 7·23 전당대회 과정서 당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도 만났으며,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의 경선 및 공천 문제에도 자신이 개입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명씨가 20대 대통령선거 국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기 위해 수치를 조작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이어진 폭로에 연루된 것으로 지명된 정치인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작업한 여론조사를 들고 각종 선거 캠프를 들락거리는 선거 브로커가 언젠가 일낼 줄 알았지만, 파장이 클 줄은 예상 못했다. 유독 홍 대표(시장)만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투덜거리던 선거 브로커 명씨가 이렇게 문제를 크게 만들 줄 몰랐다”고 적었다.

과거 명씨가 자신에게도 접근했지만, 거리를 뒀다는 얘기다.

연루된 정치인 모두 관계 부인
김재원 최고위원 비판에 돌변

그는 “어차피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사람이라서 자기가 살기 위해 사실 여부를 떠나 허위·허풍 폭로전을 계속할 텐데 조속히 수사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다시는 정치판에 이런 아류의 선거 브로커가 활개 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연루된 여권 인사들 대부분이 선거 브로커에게 당한 사람들이다. 굳이 부인해서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며 “검찰은 성역 없이 나온 의혹들 모두 수사하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자신에 관한 명씨 주장을 반박했다. 목불인견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오 시장은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이 간청해 그를 만나보기는 했지만,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단절했다”며 명씨와의 친분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처음 보는 한낱 정치 장사꾼 앞에서 읍소한다는 설정 자체가 난센스”라며 “울음 운운하는 것은 가소로운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명씨의 주도로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물리쳤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통해 단일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 김 전 위원장은 당시 가장 강력한 ‘단일화 불가론자’였다”면서 “명씨가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알 바 아니지만 그가 단일화 전략을 조언했다는 분이 단일화를 가장 반대했다는 점에서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명씨는 언론 인터뷰서 자신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개입해 오 시장이 당선되도록 만들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오 시장이 선거 때 도움을 구하기 위해 ‘살려달라’며 명씨 앞에서 4번이나 울었다고도 주장했다.

두 시장의 부인에 명씨는 자신의 SNS에 “오 시장님, 홍 시장님 진짜 자신 있으시냐. 그만하세요. 망신당하지 말고”라며 그저 가벼운 설전으로 취급했다.

무슨 내용
있길래…

그랬던 명씨는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다 갑작스레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최고위원과 명씨는 각자 라디오에 나와 서로에 대해 공격했다. 

먼저 명씨가 김 최고위원에 대해 “김재원은 묶인 개다. 묶인 개가 방 안 사정을 어떻게 알겠는가”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단일화는 내가 나서 성사시킨 것으로 김 최고위원이 할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저는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끈이 없는 독립군 개인 반면, 명태균은 곧 철창 속에 들어갈 개”라고 받아쳤다. 이어 “지금 겁에 질려서 아무 데나 왕왕 짖는 것 같다”며 “빨리 철창에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명씨가)나 구속되기 싫다. 구속하면 무슨 말할지 모른다는 둥 이리저리 협박성 발언을 하고 있다”며 “허풍, 허위 사실도 있고 일부 사실도 있겠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데 검사들은 요즘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명씨가 ‘대통령 사저에 수도 없이 출입한 내가 김영선 공천 하나 못하겠냐’ 뭐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창원시 6급 공무원 승진시켜 주겠다고 3000만원과 골프용품을 받았다가 그것도 해결 못해 사기죄로 처벌받았었다”고 지적했다.

또 “그 판결의 집행유예 기간 때문에 사실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자격도 없는 사람인데 자기에게 (김건희 여사가)공직을 제안했느니 인수위에 자리를 제안했다느니 이런 얘기를 하느냐”며 “인사 검증을 하면 곧바로 들통날 것인데 윤석열정부가 자기를 담아낼 그릇이 아니다(고 거절했다) 이따위 소리로 전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불쾌해했다.

공개하니 
꼬리 말기

그에 따르면 해당 라디오 방송 이후 명씨는 “방송서 왜 근거 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이 “제가 ‘뭐가 근거가 없느냐? 당신이 근거없는 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라고 대답했다”라며 “그러자 명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을 했지 않았느냐? 그분이 어떻게 되었느냐?’라고 하므로 저는 ‘잘 알지 않느냐?’라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랬더니 ‘김재원이 어떤 사람인지 다 폭로하겠다. 김재원 때문에 다 폭로한다’고 하므로 ‘다 해 봐라. 허위면 교도소에 가야지’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런 소동을 벌이는 이유가 짐작되기는 하지만 명씨에 대해서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철저히 대응해서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명씨는 김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건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내가 사기꾼이면 너희들은 뭔가. 내가 사기 쳐 얻은 게 도대체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보수 재건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 너희들 중에 밥값, 숙박비, 차비 한번 준 놈 있느냐”며 “배고픈 병사는 창을 들고 나가 싸울 수 없다. 민의를 배신한 너희들이 진짜 사기꾼”이라고 적었다.

악에 받친 명씨는 그날 오후 갑자기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김 여사는 명씨에게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제가 난감 ㅠ”이라며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라고 보냈다. 또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서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라며 “전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대화 내용을 올리면서 명씨는 “김재원씨의 강력한 요청으로 알려드린다”며 “너의 세 치 혀 때문에 보수가 또 망하는구나”라고 지적했다.

해당 메시지가 공개된 후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는 누구인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어떤 관계인지 논란이 됐다.

“2000개 유사한 캡처본 있어”
“사실상 명태균이 승기 잡아”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명태균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이며,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명씨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 대통령 부부와 6개월간 매일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명씨와 김 여사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나, 그 과정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며, 명씨는 수많은 대선 조력자 중 한 명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에 명씨는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와 유사한 캡처본이 2000장이 넘는다며 사적 대화뿐 아니라 공적 대화도 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공개했던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내가 알기로는 그런 거 한 2000장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건희)여사, (윤석열)대통령 다 있다”며 “내일부터 계속 올릴 것이다. 김재원(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사과할 때까지”라고 경고하면서 “계속 까면 내가 허풍쟁이인지 아닌지, 거기 가면 김건희 오빠 또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명씨가 갖고 있는 대화 내용 중에는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낸 것도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실서)사적 대화라고 하니까 내일은 공적 대화를 올려줄까”라며 “대통령이 ‘체리 따봉’하는 것 있다. 내용은 나보고 ‘일 잘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씨 폭로와 더불어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가 누구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명씨도 여사의 ‘오빠’가 지칭하는 대상에 대해 “김건희 여사 오빠지. 김건희 여사 오빠”라며 친오빠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가 쏟아진 이후 다시 기자와 만난 뒤엔 “사람들은 오빠를 다 대통령이라고 하더라. 오래 돼서 기억이 안 나는데, 김건희 친오빠라고 한 건 파장이 커질까 봐”라고 말을 바꿨다. 처음에 여사의 친오빠라고 한 이유에 대해 명씨는 “내가 농담한 것”이라며 “대통령이라고 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꼬리 내린
여권 반격?

명씨의 계속된 폭로에 보수 정치인들은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홍 시장은 명씨에 대한 고발 방침을 취소했고, 김재 최고위원 역시 ‘침묵’이라는 간접적 행위를 통해 사실상 ‘유감’ 메시지를 내보냈다. 대통령실서도 명씨와 김 여사의 관계를 부인하지 않은 만큼 현재 김 최고위원보다 명씨 주장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 폭로를 이어가겠다는 명씨가 지난 17일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뭐가 나올지 모르니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에 명씨가 폭로를 계속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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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