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협박’ 꼼짝 못하는 대통령실 속사정

용산 삼킨 명태균 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허풍쟁이 정치 브로커’라며 명태균씨를 무시하던 국민의힘이 한 방 맞았다. 명씨가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창을 공개하며 실세 책사임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고 명씨와 설전을 벌이던 정치인들은 으름장 놨던 게 무색하게 고발하지 않기로 하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다. 명씨가 가진 캡처본이 2000개 이상 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이어지는 폭로가 주목받고 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입에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연일 휘청이는 모습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명씨를 허언을 내뱉는 정치 브로커로 치부하고 있지만 명씨가 새로이 김 여사와 나눈 메시지를 공개하며 강한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폭로전
트리거

명씨의 이름이 정치권에 처음 소환된 건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이 계기가 됐다.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과정에 김 여사의 측근인 M씨가 개입했으며, 이 같은 정황이 담긴 텔레그램을 봤다는 의원이 다수 있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었다. 최초 보도에서는 익명으로 표기됐으나, 후속 보도 과정서 M씨가 곧 명씨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명씨는 관련 보도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다만 해명 과정서 김 여사와 자신의 친분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나아가 자신이 지난 대선뿐 아니라 크고 작은 선거서도 여당 후보들의 책사로 활동했었다고 주장했다.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안철수의 단일화 ▲2021년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이준석 전 대표 관련 여론조사 ▲2022년 제20대 윤석열 대선 캠프 등에서 자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었다는 게 명씨의 주장이다.

이밖에 지난 7·23 전당대회 과정서 당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도 만났으며,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의 경선 및 공천 문제에도 자신이 개입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명씨가 20대 대통령선거 국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기 위해 수치를 조작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이어진 폭로에 연루된 것으로 지명된 정치인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작업한 여론조사를 들고 각종 선거 캠프를 들락거리는 선거 브로커가 언젠가 일낼 줄 알았지만, 파장이 클 줄은 예상 못했다. 유독 홍 대표(시장)만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투덜거리던 선거 브로커 명씨가 이렇게 문제를 크게 만들 줄 몰랐다”고 적었다.

과거 명씨가 자신에게도 접근했지만, 거리를 뒀다는 얘기다.

연루된 정치인 모두 관계 부인
김재원 최고위원 비판에 돌변

그는 “어차피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사람이라서 자기가 살기 위해 사실 여부를 떠나 허위·허풍 폭로전을 계속할 텐데 조속히 수사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다시는 정치판에 이런 아류의 선거 브로커가 활개 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연루된 여권 인사들 대부분이 선거 브로커에게 당한 사람들이다. 굳이 부인해서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며 “검찰은 성역 없이 나온 의혹들 모두 수사하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자신에 관한 명씨 주장을 반박했다. 목불인견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오 시장은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이 간청해 그를 만나보기는 했지만,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단절했다”며 명씨와의 친분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처음 보는 한낱 정치 장사꾼 앞에서 읍소한다는 설정 자체가 난센스”라며 “울음 운운하는 것은 가소로운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명씨의 주도로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물리쳤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통해 단일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 김 전 위원장은 당시 가장 강력한 ‘단일화 불가론자’였다”면서 “명씨가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알 바 아니지만 그가 단일화 전략을 조언했다는 분이 단일화를 가장 반대했다는 점에서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명씨는 언론 인터뷰서 자신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개입해 오 시장이 당선되도록 만들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오 시장이 선거 때 도움을 구하기 위해 ‘살려달라’며 명씨 앞에서 4번이나 울었다고도 주장했다.

두 시장의 부인에 명씨는 자신의 SNS에 “오 시장님, 홍 시장님 진짜 자신 있으시냐. 그만하세요. 망신당하지 말고”라며 그저 가벼운 설전으로 취급했다.

무슨 내용
있길래…

그랬던 명씨는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다 갑작스레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최고위원과 명씨는 각자 라디오에 나와 서로에 대해 공격했다. 

먼저 명씨가 김 최고위원에 대해 “김재원은 묶인 개다. 묶인 개가 방 안 사정을 어떻게 알겠는가”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단일화는 내가 나서 성사시킨 것으로 김 최고위원이 할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저는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끈이 없는 독립군 개인 반면, 명태균은 곧 철창 속에 들어갈 개”라고 받아쳤다. 이어 “지금 겁에 질려서 아무 데나 왕왕 짖는 것 같다”며 “빨리 철창에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명씨가)나 구속되기 싫다. 구속하면 무슨 말할지 모른다는 둥 이리저리 협박성 발언을 하고 있다”며 “허풍, 허위 사실도 있고 일부 사실도 있겠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데 검사들은 요즘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명씨가 ‘대통령 사저에 수도 없이 출입한 내가 김영선 공천 하나 못하겠냐’ 뭐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창원시 6급 공무원 승진시켜 주겠다고 3000만원과 골프용품을 받았다가 그것도 해결 못해 사기죄로 처벌받았었다”고 지적했다.


또 “그 판결의 집행유예 기간 때문에 사실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자격도 없는 사람인데 자기에게 (김건희 여사가)공직을 제안했느니 인수위에 자리를 제안했다느니 이런 얘기를 하느냐”며 “인사 검증을 하면 곧바로 들통날 것인데 윤석열정부가 자기를 담아낼 그릇이 아니다(고 거절했다) 이따위 소리로 전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불쾌해했다.

공개하니 
꼬리 말기

그에 따르면 해당 라디오 방송 이후 명씨는 “방송서 왜 근거 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이 “제가 ‘뭐가 근거가 없느냐? 당신이 근거없는 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라고 대답했다”라며 “그러자 명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을 했지 않았느냐? 그분이 어떻게 되었느냐?’라고 하므로 저는 ‘잘 알지 않느냐?’라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랬더니 ‘김재원이 어떤 사람인지 다 폭로하겠다. 김재원 때문에 다 폭로한다’고 하므로 ‘다 해 봐라. 허위면 교도소에 가야지’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런 소동을 벌이는 이유가 짐작되기는 하지만 명씨에 대해서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철저히 대응해서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명씨는 김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건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내가 사기꾼이면 너희들은 뭔가. 내가 사기 쳐 얻은 게 도대체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보수 재건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 너희들 중에 밥값, 숙박비, 차비 한번 준 놈 있느냐”며 “배고픈 병사는 창을 들고 나가 싸울 수 없다. 민의를 배신한 너희들이 진짜 사기꾼”이라고 적었다.

악에 받친 명씨는 그날 오후 갑자기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김 여사는 명씨에게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제가 난감 ㅠ”이라며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라고 보냈다. 또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서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라며 “전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대화 내용을 올리면서 명씨는 “김재원씨의 강력한 요청으로 알려드린다”며 “너의 세 치 혀 때문에 보수가 또 망하는구나”라고 지적했다.

해당 메시지가 공개된 후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는 누구인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어떤 관계인지 논란이 됐다.

“2000개 유사한 캡처본 있어”
“사실상 명태균이 승기 잡아”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명태균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이며,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명씨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 대통령 부부와 6개월간 매일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명씨와 김 여사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나, 그 과정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며, 명씨는 수많은 대선 조력자 중 한 명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에 명씨는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와 유사한 캡처본이 2000장이 넘는다며 사적 대화뿐 아니라 공적 대화도 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공개했던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내가 알기로는 그런 거 한 2000장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건희)여사, (윤석열)대통령 다 있다”며 “내일부터 계속 올릴 것이다. 김재원(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사과할 때까지”라고 경고하면서 “계속 까면 내가 허풍쟁이인지 아닌지, 거기 가면 김건희 오빠 또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명씨가 갖고 있는 대화 내용 중에는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낸 것도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실서)사적 대화라고 하니까 내일은 공적 대화를 올려줄까”라며 “대통령이 ‘체리 따봉’하는 것 있다. 내용은 나보고 ‘일 잘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씨 폭로와 더불어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가 누구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명씨도 여사의 ‘오빠’가 지칭하는 대상에 대해 “김건희 여사 오빠지. 김건희 여사 오빠”라며 친오빠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가 쏟아진 이후 다시 기자와 만난 뒤엔 “사람들은 오빠를 다 대통령이라고 하더라. 오래 돼서 기억이 안 나는데, 김건희 친오빠라고 한 건 파장이 커질까 봐”라고 말을 바꿨다. 처음에 여사의 친오빠라고 한 이유에 대해 명씨는 “내가 농담한 것”이라며 “대통령이라고 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꼬리 내린
여권 반격?

명씨의 계속된 폭로에 보수 정치인들은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홍 시장은 명씨에 대한 고발 방침을 취소했고, 김재 최고위원 역시 ‘침묵’이라는 간접적 행위를 통해 사실상 ‘유감’ 메시지를 내보냈다. 대통령실서도 명씨와 김 여사의 관계를 부인하지 않은 만큼 현재 김 최고위원보다 명씨 주장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 폭로를 이어가겠다는 명씨가 지난 17일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뭐가 나올지 모르니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에 명씨가 폭로를 계속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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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