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헌법재판소는 지금…

재판관 3명 교체 주목되는 이유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3명의 임기가 한 달가량 남았다. 이번 재판관의 후임은 국회 추천 몫이다. 하지만 각 정당은 아직 후보자를 내놓고 있지 않다. 탄핵안과 권한쟁의 등으로 여당과 야당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는 이로 인해 헌재가 마비됐을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4명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이들 중 3명의 후임 지명은 국회 몫이다. 여소야대 국면에 탄핵과 위헌법률심판이 쏟아지는 상황에 아슬아슬하게 중도 2명, 진보 3명, 보수 4명으로 중립을 지키던 헌재의 성향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왜 늦어지나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은애 재판관에 이어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오는 10월17일 만료된다. 헌법재판관과 소장 등 9명 가운데 3명은 대법원장 지명, 3명은 국회 선출 몫이고 나머지 3명은 대통령이 지명권을 가진다.

이은애 재판관의 후임은 대법원장의 지명 몫이다. 대법원은 앞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심사에 동의한 36명 중 김 부장판사와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 윤승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들 중 김 부장판사를 지명해 국회로 넘겼다.


하지만 임기가 한 달가량 남은 나머지 3명의 후임에 대해선 아직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던 이은애 재판관의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김 부장판사가 지명되면서 여야가 머리싸움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선 현재 재판관을 보수 성향 4인(이종석·정형식·김형두·정정미), 중도 2인(이영진·이은애), 진보 3인(문형배·이미선·김기영)으로 보고 있다. 김 부장판사의 임명으로 ▲보수 5인 ▲중도 1인 ▲진보 3인으로 치우치게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각 정당이 후임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서 선출하는 재판관 후보자 3인은 국회 표결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과거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추천 방식은 국회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었다.
임기 한 달 남았지만 논의 없어
탄핵안 등 판결에 중요한 성향

1기 재판부는 4당 체제서 상위 3개당이 재판관 1명씩을 추천했지만, 2기 재판부를 구성할 땐 여당인 민주자유당의 의석수가 2배 가까이 많아 민자당이 2명을, 야당인 민주당이 1명을 추천했다.

이후 3~5기 재판부를 구성할 때는 여당과 야당이 재판관을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직전(2018년) 6기 재판부를 구성할 당시에는 국회가 다당제 구조로 짜여지면서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원내 3당이자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이 1명을 추천했다.

현재 제3당인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은 12명으로, 개혁신당 등과 합당을 하더라도 원내 교섭단체 요건(국회의원 20명 이상)을 채우지 못해 지난 2018년처럼 교섭단체별로 1명씩 후보자를 추천하는 방안은 불가능한 상태라 여당 1개, 야당 1개, 여야 합의 1개의 관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완만하게 합의를 이루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79석과 조국혁신당의 12석을 합치면 국민의힘 104의 약 2배 의석수라 민주당에서는 2개의 추천권을 원하지만 국민의힘서 이를 절대 허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탄핵소추심판을 계속해서 신청하고 있는 상황이라 판결에 중요한 재판관 구성에 대해 물러날 수 없다는 것이 각 정당의 입장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계속된 특별법 발의, 탄핵소추 신청, 청문회 개최를 일삼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민주당에 원하는 진보 색채의 재판관 2명이 임명된다면 거야의 폭주를 제어할 몇 안 되는 수단을 뺏기게 되는 것이라 반드시 사수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 한 인사는 “지금 헌재의 중도 성향의 재판관들도 보수 성향이 짙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등 수많은 쟁점서 정부가 원하는 대답이 계속 나온 것이 그 증거”라며 “헌재법상 정치 관여 금지조항이 있지만 재판관들은 그들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재판관 추천을 지연해 헌재를 마비시키려는 계획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0월17일 임기가 만료되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의 후임자 지명 과정이 지연되면 헌재 기능이 멈춰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거야 폭주 제어 수단” 
“마비? 아이 같은 발상”

특히 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 이후 7명의 공직자를 겨냥해 탄핵 카드를 빼 든 것이 그 증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국회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해당 공직자의 직무는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정지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인사는 “헌재의 사건 심리는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열린다”며 “헌재 재판관이 6명 이하가 되면 심리가 중단돼 직무정지 기간이 추가로 늘어난 것을 민주당이 노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뜬금없다’ ‘여당의 정치공작’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 내 한 인사는 “공상과학 같다. 상상도, 논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이진숙(방통위원장) 등 기관장의 임기 문제 때문에 헌재를 마비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아이 같은 발상”이라며 “일부러 추천을 안 하면 국민의 비판이 쏠릴 텐데 왜 그러겠냐”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앞서 헌재는 한 차례 마비된 전례가 있다. 지난 2018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민주당 추천을 받은 김기영 재판관 후보자의 정치 편향을 문제삼자, 국회 몫 재판관 3인에 대한 표결이 미뤄졌다. 결국 35일간의 줄다리기 끝에 여야가 극적인 타협을 이룬 뒤에야 헌재는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재판관 인선을 늦춰 자신들이 원하는 진보 성향으로 헌재를 채우더라도 내년 4월에 문형배·이미선 재판관(문재인 전 대통령 임명)의 후임자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면 다시 보수 성향의 재판관 위주의 헌재 구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또 줄다리기?


법조계에서는 당장 ‘이재명 지키기’에 급급하면 내년에는 고배를 마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검사 출신 정치권 인사는 “민주당이 7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재판관 인선을 늦추고 있지만 결국 내년 대통령이 재판관을 임명하면 소용없게 된다”며 “지금이라도 여야 합의를 통해 원만하게 재판관 구성을 마쳐야 내년 4월 인선서도 야당이 목소리를 내기 편하다”고 강조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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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