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중대재해처벌법 구멍

“엄벌하겠다” 못 믿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무력하다. 낮은 형량, 늘어진 수사, 쉬운 면죄부 마련 등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법조계와 노동 전문가들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검찰과 판사가 노동 감수성을 갖는 것은 물론, 수사 인프라 향상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후 중처법)이 시행된 지 2년7개월이 지났지만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법 자체가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산업현장의 책임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한다는 법 취지와 다르게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때문이다. 

양형 이유?

법조계에서는 회사 최고책임자를 처벌해 산업현장의 억울한 죽음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중처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법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처법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단 3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2월 대법원서 확정된 한국제강, 지난 4월 1심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엠텍, 지난달 21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삼강S&C 뿐이다.

현재까지 중처법으로 기소돼 1심 선고를 마친 사건은 20건이다. 단 3건의 실형 선고 외에는 전부 집행유예 처분(85%)을 받았다. 게다가 중처법 관련 사건으로 사전구속영장은 지난달 28일 발부된 아리셀 공장 대표와 그 아들, 영풍석포제련소 대표 등 단 2건 뿐이다.


앞서 2022년 3월 대검찰청은 중처법 시행 이전에 적용했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망사고에 대한 대법원의 기본 양형이 징역 1년~2년6개월인 걸 감안해 이보다 2배 높인 기준을 중처법에 적용해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가중인자로 ▲유사 사고 재발 빈도와 규모 ▲중대성 ▲구호조치 미흡 등을 포함해 사고 재발빈도가 높고 사고 규모가 클수록 구형을 높이기로 했다. 반대로 감경인자로는 ▲사고 발생 경위 ▲합의 및 피해 회복 등을 포함했다.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피해 회복을 얼마나 빨리 했느냐를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 기준을 과거 사건에 적용하면 검찰이 징역 7년형을 구형하고 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했던 지난 2020년 이천물류창고 화재사건(38명 사망)의 경우, 시공사 책임자에 대해 징역 10~12년을 선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1심이 선고된 중처법 사건 17건의 구형은 모두 징역 1~2년에 머물렀다. 대검찰청이 중처법 사건 구형 기준으로 설정한 2년 6개월~4년의 최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검의 중처법 구형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2년7개월…제 기능 못해”
사전구속 2건·실형 3건

법조계에서는 중처법의 처벌이 낮은 이유로 ▲검찰의 낮은 구형 ▲법원의 노동 감수성 부족 등을 꼽는다.

중처법 사건 판결문을 분석해보면 판시 근거에 중처법 도입의 핵심 취지와 연관된 ‘경영 책임자로서의 엄벌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지 않아 중처법 관련 사건을 과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과 비슷한 수준의 형량이 선고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무법인의 중처법 TF 관계자는 “현재까지 검찰과 법원은 중처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구형하고 판결을 내려왔다”며 “그렇지 않고서 중처법 취지에 맞게 경영 책임자의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면 실형 선고가 이렇게 적은 비율로 내려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실형이 선고된 사건의 경영자가 책임을 회피하듯 진술한 것에 반해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를 마치거나 한 사건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며 “법원서 감경인자를 중요하게 본다는 것을 알게 돼 사건이 발생한 후 재판서 변론에 힘쓰기보다 오히려 피해자들과의 합의에 노력하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해도 낮은 처벌, 손쉬운 면죄부 덕에 처벌을 높여 사고 발생을 예방하자는 법 도입 당시 취지는 이미 무너졌다”며 “경영인, 검사, 판사 모두의 노동 감수성 부족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아 매우 아쉽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사고 발생 후부터 1심 선고까지 너무 많은 기간이 걸리는 것을 문제삼기도 했다. <한겨례>에 따르면 법 시행부터 지난 2월까지 기소된 40개 중처법 사건 발생부터 기소까지는 평균 374.7일이 소요됐다. 기소 뒤부터 첫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평균 242.8일이 걸렸다.

심지어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사건은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기도 했다. 중처법 1호 수사 대상이었던 ‘삼표 양주채석장 사망사건’이 이에 해당된다. 해당 사건은 중처법 시행 사흘 만에 경기 양주 골재채취장 토사가 붕괴돼 노동자 3명이 숨진 사건이다.

낮은 구형…피해자 합의로 감경
감독관 133명서 543건 수사해야

검찰은 이 사건이 삼표산업 내 사업장서 발생했지만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아닌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을 기소했다. 삼표산업 대표이사는 정 회장을 보좌한 업무 수행자 중 한 명일 뿐이고 실제 경영책임자는 정 회장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결국 사건 발생 1년 3개월 만인 지난해 4월 기소가 이뤄졌고, 1년 뒤인 지난 4월에야 첫 재판이 열렸다. 사건 발생 900여일이 지났지만 결과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대우건설(9건)에 이은 중처법 최다 위반 업체인 DL이앤씨는 아직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았다. DL이앤씨는 옛 대림산업이 인적분할한 건설부문 기업이다. DL이앤씨에서는 최근까지 모두 8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9명이 숨졌다.

하지만 오히려 올해 국토교통부가 전국 7만3000여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에 이어 ‘국내 5대 건설업체’로 올라서 의아함을 자아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사건 지체의 원인으로 부족한 인력을 꼽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월 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중대재해 수사 담당 감독관을 100명서 133명으로 증원했어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위원실에 제출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현황(올해 3월말 기준)’ 자료를 보면 지난 2022년 1월27일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이 법이 적용된 사건은 543건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봐도 수사 감독관 한 명당 4건의 사건을 담당하는 셈이다. 사건은 계속해서 쌓이는 상황에 수사 감독관은 회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인력 부족?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처법 제정 취지에 걸맞은 안전보건 수사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관’ 출신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관리학)는 “산업재해 분야서 수사 인력과 전문성의 부족은 비단 사건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 결과를 토대로 교훈을 도출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중처법이 재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며 “실제로 수사를 하는 근로감독관뿐만 아니라 수사 지원 인력을 늘려야 안전보건 수사의 조직적 역량을 키울 수 있고 산업재해를 선제적으로 막는 예방감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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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