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중대재해처벌법 구멍

“엄벌하겠다” 못 믿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무력하다. 낮은 형량, 늘어진 수사, 쉬운 면죄부 마련 등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법조계와 노동 전문가들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검찰과 판사가 노동 감수성을 갖는 것은 물론, 수사 인프라 향상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후 중처법)이 시행된 지 2년7개월이 지났지만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법 자체가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산업현장의 책임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한다는 법 취지와 다르게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때문이다. 

양형 이유?

법조계에서는 회사 최고책임자를 처벌해 산업현장의 억울한 죽음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중처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법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처법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단 3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2월 대법원서 확정된 한국제강, 지난 4월 1심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엠텍, 지난달 21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삼강S&C 뿐이다.

현재까지 중처법으로 기소돼 1심 선고를 마친 사건은 20건이다. 단 3건의 실형 선고 외에는 전부 집행유예 처분(85%)을 받았다. 게다가 중처법 관련 사건으로 사전구속영장은 지난달 28일 발부된 아리셀 공장 대표와 그 아들, 영풍석포제련소 대표 등 단 2건 뿐이다.


앞서 2022년 3월 대검찰청은 중처법 시행 이전에 적용했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망사고에 대한 대법원의 기본 양형이 징역 1년~2년6개월인 걸 감안해 이보다 2배 높인 기준을 중처법에 적용해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가중인자로 ▲유사 사고 재발 빈도와 규모 ▲중대성 ▲구호조치 미흡 등을 포함해 사고 재발빈도가 높고 사고 규모가 클수록 구형을 높이기로 했다. 반대로 감경인자로는 ▲사고 발생 경위 ▲합의 및 피해 회복 등을 포함했다.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피해 회복을 얼마나 빨리 했느냐를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 기준을 과거 사건에 적용하면 검찰이 징역 7년형을 구형하고 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했던 지난 2020년 이천물류창고 화재사건(38명 사망)의 경우, 시공사 책임자에 대해 징역 10~12년을 선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1심이 선고된 중처법 사건 17건의 구형은 모두 징역 1~2년에 머물렀다. 대검찰청이 중처법 사건 구형 기준으로 설정한 2년 6개월~4년의 최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검의 중처법 구형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2년7개월…제 기능 못해”
사전구속 2건·실형 3건

법조계에서는 중처법의 처벌이 낮은 이유로 ▲검찰의 낮은 구형 ▲법원의 노동 감수성 부족 등을 꼽는다.

중처법 사건 판결문을 분석해보면 판시 근거에 중처법 도입의 핵심 취지와 연관된 ‘경영 책임자로서의 엄벌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지 않아 중처법 관련 사건을 과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과 비슷한 수준의 형량이 선고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무법인의 중처법 TF 관계자는 “현재까지 검찰과 법원은 중처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구형하고 판결을 내려왔다”며 “그렇지 않고서 중처법 취지에 맞게 경영 책임자의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면 실형 선고가 이렇게 적은 비율로 내려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실형이 선고된 사건의 경영자가 책임을 회피하듯 진술한 것에 반해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를 마치거나 한 사건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며 “법원서 감경인자를 중요하게 본다는 것을 알게 돼 사건이 발생한 후 재판서 변론에 힘쓰기보다 오히려 피해자들과의 합의에 노력하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해도 낮은 처벌, 손쉬운 면죄부 덕에 처벌을 높여 사고 발생을 예방하자는 법 도입 당시 취지는 이미 무너졌다”며 “경영인, 검사, 판사 모두의 노동 감수성 부족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아 매우 아쉽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사고 발생 후부터 1심 선고까지 너무 많은 기간이 걸리는 것을 문제삼기도 했다. <한겨례>에 따르면 법 시행부터 지난 2월까지 기소된 40개 중처법 사건 발생부터 기소까지는 평균 374.7일이 소요됐다. 기소 뒤부터 첫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평균 242.8일이 걸렸다.

심지어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사건은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기도 했다. 중처법 1호 수사 대상이었던 ‘삼표 양주채석장 사망사건’이 이에 해당된다. 해당 사건은 중처법 시행 사흘 만에 경기 양주 골재채취장 토사가 붕괴돼 노동자 3명이 숨진 사건이다.

낮은 구형…피해자 합의로 감경
감독관 133명서 543건 수사해야

검찰은 이 사건이 삼표산업 내 사업장서 발생했지만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아닌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을 기소했다. 삼표산업 대표이사는 정 회장을 보좌한 업무 수행자 중 한 명일 뿐이고 실제 경영책임자는 정 회장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결국 사건 발생 1년 3개월 만인 지난해 4월 기소가 이뤄졌고, 1년 뒤인 지난 4월에야 첫 재판이 열렸다. 사건 발생 900여일이 지났지만 결과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대우건설(9건)에 이은 중처법 최다 위반 업체인 DL이앤씨는 아직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았다. DL이앤씨는 옛 대림산업이 인적분할한 건설부문 기업이다. DL이앤씨에서는 최근까지 모두 8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9명이 숨졌다.

하지만 오히려 올해 국토교통부가 전국 7만3000여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에 이어 ‘국내 5대 건설업체’로 올라서 의아함을 자아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사건 지체의 원인으로 부족한 인력을 꼽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월 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중대재해 수사 담당 감독관을 100명서 133명으로 증원했어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위원실에 제출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현황(올해 3월말 기준)’ 자료를 보면 지난 2022년 1월27일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이 법이 적용된 사건은 543건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봐도 수사 감독관 한 명당 4건의 사건을 담당하는 셈이다. 사건은 계속해서 쌓이는 상황에 수사 감독관은 회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인력 부족?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처법 제정 취지에 걸맞은 안전보건 수사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관’ 출신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관리학)는 “산업재해 분야서 수사 인력과 전문성의 부족은 비단 사건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 결과를 토대로 교훈을 도출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중처법이 재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며 “실제로 수사를 하는 근로감독관뿐만 아니라 수사 지원 인력을 늘려야 안전보건 수사의 조직적 역량을 키울 수 있고 산업재해를 선제적으로 막는 예방감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