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중대재해처벌법 구멍

“엄벌하겠다” 못 믿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무력하다. 낮은 형량, 늘어진 수사, 쉬운 면죄부 마련 등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법조계와 노동 전문가들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검찰과 판사가 노동 감수성을 갖는 것은 물론, 수사 인프라 향상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후 중처법)이 시행된 지 2년7개월이 지났지만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법 자체가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산업현장의 책임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한다는 법 취지와 다르게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때문이다. 

양형 이유?

법조계에서는 회사 최고책임자를 처벌해 산업현장의 억울한 죽음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중처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법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처법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단 3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2월 대법원서 확정된 한국제강, 지난 4월 1심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엠텍, 지난달 21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삼강S&C 뿐이다.

현재까지 중처법으로 기소돼 1심 선고를 마친 사건은 20건이다. 단 3건의 실형 선고 외에는 전부 집행유예 처분(85%)을 받았다. 게다가 중처법 관련 사건으로 사전구속영장은 지난달 28일 발부된 아리셀 공장 대표와 그 아들, 영풍석포제련소 대표 등 단 2건 뿐이다.


앞서 2022년 3월 대검찰청은 중처법 시행 이전에 적용했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망사고에 대한 대법원의 기본 양형이 징역 1년~2년6개월인 걸 감안해 이보다 2배 높인 기준을 중처법에 적용해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가중인자로 ▲유사 사고 재발 빈도와 규모 ▲중대성 ▲구호조치 미흡 등을 포함해 사고 재발빈도가 높고 사고 규모가 클수록 구형을 높이기로 했다. 반대로 감경인자로는 ▲사고 발생 경위 ▲합의 및 피해 회복 등을 포함했다.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피해 회복을 얼마나 빨리 했느냐를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 기준을 과거 사건에 적용하면 검찰이 징역 7년형을 구형하고 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했던 지난 2020년 이천물류창고 화재사건(38명 사망)의 경우, 시공사 책임자에 대해 징역 10~12년을 선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1심이 선고된 중처법 사건 17건의 구형은 모두 징역 1~2년에 머물렀다. 대검찰청이 중처법 사건 구형 기준으로 설정한 2년 6개월~4년의 최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검의 중처법 구형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2년7개월…제 기능 못해”
사전구속 2건·실형 3건

법조계에서는 중처법의 처벌이 낮은 이유로 ▲검찰의 낮은 구형 ▲법원의 노동 감수성 부족 등을 꼽는다.

중처법 사건 판결문을 분석해보면 판시 근거에 중처법 도입의 핵심 취지와 연관된 ‘경영 책임자로서의 엄벌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지 않아 중처법 관련 사건을 과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과 비슷한 수준의 형량이 선고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무법인의 중처법 TF 관계자는 “현재까지 검찰과 법원은 중처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구형하고 판결을 내려왔다”며 “그렇지 않고서 중처법 취지에 맞게 경영 책임자의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면 실형 선고가 이렇게 적은 비율로 내려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실형이 선고된 사건의 경영자가 책임을 회피하듯 진술한 것에 반해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를 마치거나 한 사건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며 “법원서 감경인자를 중요하게 본다는 것을 알게 돼 사건이 발생한 후 재판서 변론에 힘쓰기보다 오히려 피해자들과의 합의에 노력하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해도 낮은 처벌, 손쉬운 면죄부 덕에 처벌을 높여 사고 발생을 예방하자는 법 도입 당시 취지는 이미 무너졌다”며 “경영인, 검사, 판사 모두의 노동 감수성 부족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아 매우 아쉽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사고 발생 후부터 1심 선고까지 너무 많은 기간이 걸리는 것을 문제삼기도 했다. <한겨례>에 따르면 법 시행부터 지난 2월까지 기소된 40개 중처법 사건 발생부터 기소까지는 평균 374.7일이 소요됐다. 기소 뒤부터 첫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평균 242.8일이 걸렸다.

심지어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사건은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기도 했다. 중처법 1호 수사 대상이었던 ‘삼표 양주채석장 사망사건’이 이에 해당된다. 해당 사건은 중처법 시행 사흘 만에 경기 양주 골재채취장 토사가 붕괴돼 노동자 3명이 숨진 사건이다.

낮은 구형…피해자 합의로 감경
감독관 133명서 543건 수사해야

검찰은 이 사건이 삼표산업 내 사업장서 발생했지만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아닌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을 기소했다. 삼표산업 대표이사는 정 회장을 보좌한 업무 수행자 중 한 명일 뿐이고 실제 경영책임자는 정 회장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결국 사건 발생 1년 3개월 만인 지난해 4월 기소가 이뤄졌고, 1년 뒤인 지난 4월에야 첫 재판이 열렸다. 사건 발생 900여일이 지났지만 결과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대우건설(9건)에 이은 중처법 최다 위반 업체인 DL이앤씨는 아직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았다. DL이앤씨는 옛 대림산업이 인적분할한 건설부문 기업이다. DL이앤씨에서는 최근까지 모두 8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9명이 숨졌다.

하지만 오히려 올해 국토교통부가 전국 7만3000여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에 이어 ‘국내 5대 건설업체’로 올라서 의아함을 자아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사건 지체의 원인으로 부족한 인력을 꼽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월 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중대재해 수사 담당 감독관을 100명서 133명으로 증원했어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위원실에 제출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현황(올해 3월말 기준)’ 자료를 보면 지난 2022년 1월27일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이 법이 적용된 사건은 543건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봐도 수사 감독관 한 명당 4건의 사건을 담당하는 셈이다. 사건은 계속해서 쌓이는 상황에 수사 감독관은 회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인력 부족?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처법 제정 취지에 걸맞은 안전보건 수사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관’ 출신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관리학)는 “산업재해 분야서 수사 인력과 전문성의 부족은 비단 사건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 결과를 토대로 교훈을 도출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중처법이 재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며 “실제로 수사를 하는 근로감독관뿐만 아니라 수사 지원 인력을 늘려야 안전보건 수사의 조직적 역량을 키울 수 있고 산업재해를 선제적으로 막는 예방감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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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