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실패로 끝난 한국 아이 입양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8.26 09:30:22
  • 호수 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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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보호했는데 ‘입양 거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부모가 되는 데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사랑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면 완벽한 조건이지 않을까? 하지만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모든 것을 준비했다거나 이미 3년 이상 보호한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해서 입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외국인이면 국내에 거주해도 한국 아이를 입양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헤이그협약에 따르면, 국제입양은 국내서 양부모를 찾지 못한 경우에만 허용되며, 국제입양 대상 아동은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에 따라 위원회서 결정한다. 이 과정서 어떠한 기관이나 개인도 국제입양에 따른 부당한 재정적 이익을 취할 수 없다.

해외 입양
감소했지만…

지난 19일 보건복지부는 내년 7월부터 ‘국내입양특별법’ 시행에 따라 국내 거주 외국인도 입양을 신청하고 양부모 자격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양부모 중 한 부모가 외국인이라면, 본국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근거도 마련했다.

부모를 잃은 아동에게 국내 입양을 원칙으로 하는 것은 성장할 아이를 위한 것이다. 국제입양이 돼 아동이 해외서 성장하더라도 입양된 국가서 적응을 하지 못해 성인이 된 뒤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입양 아동이 집을 나가고 싶어 한다며 고민하는 가정도 있다.

입양 가정의 문제는 딱 하나로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국내 입양이 아동에게 최선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 국제입양된 경우는 학교서 친구 관계를 새롭게 만들기도 어렵고 나이에 맞게 진학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국내 입양은 입양 자녀가 지역사회 안에서 편하게 적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지만, 이런 인식과는 반대로 한국은 세계 아동 수출국 3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958년부터 2022년까지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총 16만8427명이었다. 이 중 16만3696명은 1958~2010년 해외로 입양된 아동들이다. 추세를 보면 ▲2011년 916명 ▲2015년 384명 ▲2019년 317명 등으로 감소세긴 하지만, 여전히 국내 아동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국내 입양을 원하는 가정이 있지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입양 자체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가정이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판단되는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커플’이기 때문에 입양을 거부당했다.

부산에 거주 중인 토마스 팔렛씨와 한국인 아내가 이 같은 케이스에 해당된다. 영국 시민권자인 토마스씨는 8년 전 아시아 여행 중 처음 한국에 방문했다가 1년 후 한국에 와서 영어 교사가 됐다. 그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지금까지 부산서 살고 있다.

국제커플 겪은 까다로운 입양 조건
이미 키웠지만…외국인이라서 탈락?

토마스씨가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40세였고 아내는 35세였는데, 수차례의 불임 치료 실패로 임신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입양을 결심했다. 토마스씨는 “한국 고아원에는 아이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그때만 해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결혼하기 전에 아내가 먼저 홀트아동복지원에 전화했더니 결혼하면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토마스씨 부부는 결혼하면 입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2019년 5월에 결혼 후 다시 홀트아동복지회에 전화를 걸었으나 “남편이 영국 시민권자라서 입양을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입양특례법 제10조(양친이 될 자격 등)4항에 따르면 양친이 될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경우,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 양친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법 조항 그대로 해석하면 한국의 법에 따라 양친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토마스씨는 “입양기관이 해당 조항을 해석하는 방식이 문제다. 국제입양의 경우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된다면 미국법에 따라 입양 자격이 주어지는 게 당연하다”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한국인 부부가 본국의 입양기관서 입양 자격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나는 영국에 7년 동안 거주하지 않았고 영국 아이를 입양하려는 것도 아니어서 영국 입양기관의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토마스씨는 홀트아동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동양사회복지회 등에 접촉했지만, 모두 토마스씨 부부의 아이 입양을 거절했다. 사유는 ▲국내 입양은 양친 및 배우자 모두가 한국 국민이어야 하는 점 ▲토마스씨가 영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영국과의 협정이 필요한 점 ▲한국 거주의 외국인 부부를 위한 입양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 등이었다.

토마스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자신의 사연을 알리면서 입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입양특례법
뭐가 문제?

이후 한 달 뒤에 그는 “입양특례제한법 제18조(국내서의 국제입양)에 따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양부모의 자격을 갖춘 경우, 국내 보호대상 아동을 입양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외국인 부부가 입양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인가를 받은 입양기관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토마스씨는 지난 1월에 주한영국대사관으로부터 ‘토마스씨가 한국 아동을 입양하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는 증명서도 받았다. 해당 증명서에는 “현재 영국에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 영국 당국은 이 문제에 관여할 역할이 없다”고 기재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한 건 아무것은 없었다. 여전히 토마스씨 부부는 아이 입양을 하지 못했으며, 이제는 나이 때문에 입양하지 못할까 염려하고 있다.

토마스씨는 “한국 입양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한국인 부부의 입양은 한국 입양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입양기관은 독립적으로 활동해 왔는데, 내년 7월부터 보건복지부가 입양 절차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 내년 7월에는 꼭 입양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서 가정위탁을 하고 있는 이숙 윌리엄씨도 입양 문제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숙씨는 3명의 친자녀가 있으며 지난 2021년 5월부터 44개월된 아이 우주(가명)를 지금까지 위탁받아 보호 중이다.

이씨가 처음부터 가정위탁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 4명의 아이를 키우고 싶었던 이숙씨는 남편이 군무원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서 생활했는데, 한국으로 발령나면서 한국 아이를 입양하려고 했다. 

하지만 입양기관은 ‘남편이 미국 시민권자여서 안 된다’며 입양을 거절했다. 이때 이숙씨에게 한 달 된 아기가 먹을 것이 없다며 입양을 원한다는 친모의 제의를 받고 아기를 데려왔다. 그렇게 이숙씨는 우주를 만났다.

가정위탁
정들어…

당시 우주의 친모는 미성년자여서 구청의 관찰보호 아래에 있었다. 2021년 1월13일 경찰과 지인이의 친부를 포함한 총 7명이 우주를 찾아 이숙씨의 집에 방문했을 때, 친모는 구청의 연락을 피해 잠적했다. 결국 친모는 방임죄로 수사를 받았고, 우주는 이숙씨의 가족과 2주를 함께 있다가 보육원에 보내졌다.

이숙씨는 바로 우주의 가족이 되어 주기 위해 가정위탁 보호를 신청했다. 이후 우주의 친부라고 했던 사람은 친부가 아니었고, 우주는 이숙씨에게 오기 전에 이미 다른 집을 거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과정서 이숙씨의 남편은 지난해 4월까지 한국서 근무하다 해외근무 기한 종료로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면서우주와 둘만 한국에 남게 됐다. 당시 친모는 우주에게 2번이나 원가정 복귀를 신청했다. 하지만 첫 번째는 남자친구와 이별한 후 연락이 되지 않았던 데다 경제적인 문제로 취소됐다. 

우주가 이숙씨 가정서 보호받는 동안 친모는 학업을 이어가거나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모두 아는데도 구청 직원은 원가정 복귀를 지지했다.

이숙씨는 남편의 본국 귀국일이 정해지기 전에 우주와 함께 미국에 갈 수 있는지 알아봤지만 ▲보건복지부는 위탁가정의 결격사유가 없을 시 출국 불허 ▲위탁센터는 위탁을 일시 종료하고 출국 권유 ▲아동권리보장원은 원가정 복귀 후 위탁종료 시 출국 가능 ▲지자체는 최종 책임기관으로 미국 방문을 불허했다.

지자체는 처음에는 ‘아이의 안전 때문’이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위탁을 일시정지하더라도 책임 지는 것은 지자체이기 때문에 불허한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해 7월에는 친모가 우주의 미국 방문 서류를 만들어 줬고 가능하면 입양 의사도 밝혔다. 그때까지 우주가 잘 성장하는 것을 봤고, 지난해 새로 교제를 시작한 남자친구의 아기를 임신 후 출산일이 가까워지면서 우주를 입양 보내길 원한다며 위탁센터에 입장을 밝힌 것이다.

법은 ‘양부모’ 자격만 갖추면…
실상은 “영국 시민권자 안 돼”

하지만 위탁센터는 이숙씨와 이숙씨의 남편은 외국인이라 입양을 할 수 없다는 소식만 들었다. 

결국 친모가 우주의 친권을 포기하고 입양 서류에 사인하면 우주는 입양센터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일정 기간을 보낸 뒤 국내 입양이 되지 않으면 해외로 입양을 가게 된다. 하지만 우주의 경우는 국내 입양 확률이 현저히 낮다. 

이숙씨는 “위탁센터에서는 만 3세의 아이가 국내서 입양될 확률은 매우 낮아 해외로 입양될 거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내가 미국서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을 신청하고 2년 정도 심사기관이 소요된 뒤 입양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기간에 우주는 강제로 입양기관이나 보육원에 보내져야 한다는 점이다. 여태껏 우주는 이숙씨 가정서 막둥이로 잘 성장했지만, 위탁보호 가정을 찾는 과정서 두 번이나 가정을 옮긴 경험으로 분리불안이 심각해 이숙씨가 없으면 울음을 터뜨린다.

그래도 이숙씨는 마지막 친모에게 ‘입양을 허락한다’는 말을 들었던 만큼 우주를 입양할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주의 친모가 다시 우주의 원가정 복귀를 원한다는 입장에 이숙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숙씨는 “우주와 헤어질 생각을 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한국은 친권이 가장 우선시된다. 지금 우주가 영어, 한국말을 다 쓰는데 이제 영어를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여태까지처럼 친모의 생각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민지원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외국인과 내국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입장인데도 입양기관들은 입양 심사의 현실적 어려움으로 인해 국제 부부의 입양 신청 자체를 원천 봉쇄해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잘하겠다”

민 변호사는 “내가 개인적으로 입양 신청접수가 가능한지 문의해 보니 처음엔 네 군대서 모두 신청 자체를 거부했고, 한 곳에서 권익위가 국제 부부도 입양 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하니 그나마 ‘신청은 해봐라. 단 신청비만 낭비일 것이다. 업무가 많이 밀렸고 내국인도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데 국제 부부는 힘든데 신청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7월부터 정부가 잘 운영하겠다고 다짐하는 입장문을 최근에 냈고, 법은 이미 바뀌었는데 시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는 국내 외국인의 입양을 막는 규정이 없지만 실제 실무서 아무런 근거 없이 외국인 부모를 차별했던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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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