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실패로 끝난 한국 아이 입양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8.26 09:30:22
  • 호수 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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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보호했는데 ‘입양 거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부모가 되는 데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사랑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면 완벽한 조건이지 않을까? 하지만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모든 것을 준비했다거나 이미 3년 이상 보호한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해서 입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부부 중 한 명이라도 외국인이면 국내에 거주해도 한국 아이를 입양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헤이그협약에 따르면, 국제입양은 국내서 양부모를 찾지 못한 경우에만 허용되며, 국제입양 대상 아동은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에 따라 위원회서 결정한다. 이 과정서 어떠한 기관이나 개인도 국제입양에 따른 부당한 재정적 이익을 취할 수 없다.

해외 입양
감소했지만…

지난 19일 보건복지부는 내년 7월부터 ‘국내입양특별법’ 시행에 따라 국내 거주 외국인도 입양을 신청하고 양부모 자격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양부모 중 한 부모가 외국인이라면, 본국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근거도 마련했다.

부모를 잃은 아동에게 국내 입양을 원칙으로 하는 것은 성장할 아이를 위한 것이다. 국제입양이 돼 아동이 해외서 성장하더라도 입양된 국가서 적응을 하지 못해 성인이 된 뒤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입양 아동이 집을 나가고 싶어 한다며 고민하는 가정도 있다.

입양 가정의 문제는 딱 하나로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국내 입양이 아동에게 최선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 국제입양된 경우는 학교서 친구 관계를 새롭게 만들기도 어렵고 나이에 맞게 진학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국내 입양은 입양 자녀가 지역사회 안에서 편하게 적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지만, 이런 인식과는 반대로 한국은 세계 아동 수출국 3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958년부터 2022년까지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총 16만8427명이었다. 이 중 16만3696명은 1958~2010년 해외로 입양된 아동들이다. 추세를 보면 ▲2011년 916명 ▲2015년 384명 ▲2019년 317명 등으로 감소세긴 하지만, 여전히 국내 아동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국내 입양을 원하는 가정이 있지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입양 자체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가정이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판단되는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커플’이기 때문에 입양을 거부당했다.

부산에 거주 중인 토마스 팔렛씨와 한국인 아내가 이 같은 케이스에 해당된다. 영국 시민권자인 토마스씨는 8년 전 아시아 여행 중 처음 한국에 방문했다가 1년 후 한국에 와서 영어 교사가 됐다. 그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지금까지 부산서 살고 있다.

국제커플 겪은 까다로운 입양 조건
이미 키웠지만…외국인이라서 탈락?

토마스씨가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40세였고 아내는 35세였는데, 수차례의 불임 치료 실패로 임신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입양을 결심했다. 토마스씨는 “한국 고아원에는 아이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그때만 해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결혼하기 전에 아내가 먼저 홀트아동복지원에 전화했더니 결혼하면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토마스씨 부부는 결혼하면 입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2019년 5월에 결혼 후 다시 홀트아동복지회에 전화를 걸었으나 “남편이 영국 시민권자라서 입양을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입양특례법 제10조(양친이 될 자격 등)4항에 따르면 양친이 될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경우,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 양친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법 조항 그대로 해석하면 한국의 법에 따라 양친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토마스씨는 “입양기관이 해당 조항을 해석하는 방식이 문제다. 국제입양의 경우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된다면 미국법에 따라 입양 자격이 주어지는 게 당연하다”며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나 한국인 부부가 본국의 입양기관서 입양 자격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나는 영국에 7년 동안 거주하지 않았고 영국 아이를 입양하려는 것도 아니어서 영국 입양기관의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토마스씨는 홀트아동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 동양사회복지회 등에 접촉했지만, 모두 토마스씨 부부의 아이 입양을 거절했다. 사유는 ▲국내 입양은 양친 및 배우자 모두가 한국 국민이어야 하는 점 ▲토마스씨가 영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영국과의 협정이 필요한 점 ▲한국 거주의 외국인 부부를 위한 입양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 등이었다.

토마스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자신의 사연을 알리면서 입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입양특례법
뭐가 문제?

이후 한 달 뒤에 그는 “입양특례제한법 제18조(국내서의 국제입양)에 따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양부모의 자격을 갖춘 경우, 국내 보호대상 아동을 입양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외국인 부부가 입양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인가를 받은 입양기관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토마스씨는 지난 1월에 주한영국대사관으로부터 ‘토마스씨가 한국 아동을 입양하는 걸 반대하지 않는다’는 증명서도 받았다. 해당 증명서에는 “현재 영국에 거주하지 않기 때문에 영국 당국은 이 문제에 관여할 역할이 없다”고 기재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한 건 아무것은 없었다. 여전히 토마스씨 부부는 아이 입양을 하지 못했으며, 이제는 나이 때문에 입양하지 못할까 염려하고 있다.

토마스씨는 “한국 입양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한국인 부부의 입양은 한국 입양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입양기관은 독립적으로 활동해 왔는데, 내년 7월부터 보건복지부가 입양 절차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 내년 7월에는 꼭 입양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서 가정위탁을 하고 있는 이숙 윌리엄씨도 입양 문제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숙씨는 3명의 친자녀가 있으며 지난 2021년 5월부터 44개월된 아이 우주(가명)를 지금까지 위탁받아 보호 중이다.

이씨가 처음부터 가정위탁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 4명의 아이를 키우고 싶었던 이숙씨는 남편이 군무원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서 생활했는데, 한국으로 발령나면서 한국 아이를 입양하려고 했다. 

하지만 입양기관은 ‘남편이 미국 시민권자여서 안 된다’며 입양을 거절했다. 이때 이숙씨에게 한 달 된 아기가 먹을 것이 없다며 입양을 원한다는 친모의 제의를 받고 아기를 데려왔다. 그렇게 이숙씨는 우주를 만났다.


가정위탁
정들어…

당시 우주의 친모는 미성년자여서 구청의 관찰보호 아래에 있었다. 2021년 1월13일 경찰과 지인이의 친부를 포함한 총 7명이 우주를 찾아 이숙씨의 집에 방문했을 때, 친모는 구청의 연락을 피해 잠적했다. 결국 친모는 방임죄로 수사를 받았고, 우주는 이숙씨의 가족과 2주를 함께 있다가 보육원에 보내졌다.

이숙씨는 바로 우주의 가족이 되어 주기 위해 가정위탁 보호를 신청했다. 이후 우주의 친부라고 했던 사람은 친부가 아니었고, 우주는 이숙씨에게 오기 전에 이미 다른 집을 거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과정서 이숙씨의 남편은 지난해 4월까지 한국서 근무하다 해외근무 기한 종료로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면서우주와 둘만 한국에 남게 됐다. 당시 친모는 우주에게 2번이나 원가정 복귀를 신청했다. 하지만 첫 번째는 남자친구와 이별한 후 연락이 되지 않았던 데다 경제적인 문제로 취소됐다. 

우주가 이숙씨 가정서 보호받는 동안 친모는 학업을 이어가거나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모두 아는데도 구청 직원은 원가정 복귀를 지지했다.

이숙씨는 남편의 본국 귀국일이 정해지기 전에 우주와 함께 미국에 갈 수 있는지 알아봤지만 ▲보건복지부는 위탁가정의 결격사유가 없을 시 출국 불허 ▲위탁센터는 위탁을 일시 종료하고 출국 권유 ▲아동권리보장원은 원가정 복귀 후 위탁종료 시 출국 가능 ▲지자체는 최종 책임기관으로 미국 방문을 불허했다.


지자체는 처음에는 ‘아이의 안전 때문’이라고 했지만, 나중에는 위탁을 일시정지하더라도 책임 지는 것은 지자체이기 때문에 불허한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해 7월에는 친모가 우주의 미국 방문 서류를 만들어 줬고 가능하면 입양 의사도 밝혔다. 그때까지 우주가 잘 성장하는 것을 봤고, 지난해 새로 교제를 시작한 남자친구의 아기를 임신 후 출산일이 가까워지면서 우주를 입양 보내길 원한다며 위탁센터에 입장을 밝힌 것이다.

법은 ‘양부모’ 자격만 갖추면…
실상은 “영국 시민권자 안 돼”

하지만 위탁센터는 이숙씨와 이숙씨의 남편은 외국인이라 입양을 할 수 없다는 소식만 들었다. 

결국 친모가 우주의 친권을 포기하고 입양 서류에 사인하면 우주는 입양센터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일정 기간을 보낸 뒤 국내 입양이 되지 않으면 해외로 입양을 가게 된다. 하지만 우주의 경우는 국내 입양 확률이 현저히 낮다. 

이숙씨는 “위탁센터에서는 만 3세의 아이가 국내서 입양될 확률은 매우 낮아 해외로 입양될 거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내가 미국서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을 신청하고 2년 정도 심사기관이 소요된 뒤 입양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기간에 우주는 강제로 입양기관이나 보육원에 보내져야 한다는 점이다. 여태껏 우주는 이숙씨 가정서 막둥이로 잘 성장했지만, 위탁보호 가정을 찾는 과정서 두 번이나 가정을 옮긴 경험으로 분리불안이 심각해 이숙씨가 없으면 울음을 터뜨린다.

그래도 이숙씨는 마지막 친모에게 ‘입양을 허락한다’는 말을 들었던 만큼 우주를 입양할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주의 친모가 다시 우주의 원가정 복귀를 원한다는 입장에 이숙씨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숙씨는 “우주와 헤어질 생각을 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한국은 친권이 가장 우선시된다. 지금 우주가 영어, 한국말을 다 쓰는데 이제 영어를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여태까지처럼 친모의 생각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민지원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외국인과 내국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입장인데도 입양기관들은 입양 심사의 현실적 어려움으로 인해 국제 부부의 입양 신청 자체를 원천 봉쇄해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잘하겠다”

민 변호사는 “내가 개인적으로 입양 신청접수가 가능한지 문의해 보니 처음엔 네 군대서 모두 신청 자체를 거부했고, 한 곳에서 권익위가 국제 부부도 입양 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하니 그나마 ‘신청은 해봐라. 단 신청비만 낭비일 것이다. 업무가 많이 밀렸고 내국인도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데 국제 부부는 힘든데 신청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7월부터 정부가 잘 운영하겠다고 다짐하는 입장문을 최근에 냈고, 법은 이미 바뀌었는데 시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는 국내 외국인의 입양을 막는 규정이 없지만 실제 실무서 아무런 근거 없이 외국인 부모를 차별했던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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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